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2/02/04 20:00:45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2639009406
Subject [일반] <파워 오브 도그> - 서늘하고 느긋하다.(약스포)

그러니까, 제가 이 영화의 대략적인 (초반부) 내용을 들었을 때 들었던 건, <브로크백 마운틴> 같은 영화였습니다. 카우보이, 서부, 퀴어... 대략적인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가지 않을까 싶었던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기차 안에서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를 보면서 조금 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찝찝하고 기묘한 긴장감, 저는 이런 비슷한 감정을 '폭스캐처'에서 느꼈던 것만 같습니다.


'파워 오브 도그'는 1925년, 서부 개척 시대의 끝자락에서 카우보이 '필'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남성성과 과장된 마초이즘 사이에서 '필'은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캐릭터입니다. (암시만 되지만) '브롱코 헨리'를 사랑했고, '로즈'와는 떨떠름하며, '피터'와는 미묘합니다. 동경과 애정, 미움과 견제가 섞여있는 인간관계에서 저는 <폭스캐처>의 '존 듀폰'이 떠오르는 지점이 있었습니다.


이 영화의 특징 중 하나는 광대한 자연환경에 있을 겁니다. 몬태나 주의 풍광을 한껏 담은 이 영화는 아마도 극장에서 봤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다만 영화의 긴장감을 이끄는 과정에서 때때로 영화는 너무 질질 끄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다양한 매체에서이 영화를 '드라마'로 분류하는데, 이 영화가 '스릴러-워너비' 정도의 느낌인 이유는 느긋하다고 해야할지, 혹은 느슨하다고 할 수 있는 느린 템포와 긴장감에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인 캄피온 감독의 영화는 처음 보는 데, 섬세하고 그 미묘한 감정선에 대한 연출이 인상적입니다. 캐릭터 간의 긴장, 정서의 표현이라는 측면에서 배우의 힘과 연출의 힘, 저는 양 쪽 모두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네 캐릭터가 충돌하는 순간까지 매력적이네요.


'필'이 '피터'를 바라보는 시각은 기묘합니다. 사랑인지 혹은 어떤 누군가를 (아마도 브롱코 헨리를) 떠올리게 만드는지. 혹은 그 반대의 시각도 독특합니다. 매료인가, 혹은 공포인가, 혹은 그 것도 아니라면 어떤 혐오의 감정인가. 그 감정들의 드라마로써 매력적으로 충돌하고 부딪칩니다. 서늘하게 마무리하는 끝까지도 인상적이었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추천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꽉 매도 느슨하게 풀리고 마는 가죽끈처럼 영화의 어떤 지점은 긴장감을 놓쳐버리곤 합니다. 조금 더 치밀하게 심리 스릴러의 흐름을 타도 될 것 같으면서도, 그렇게 된다면 이 영화의 독특한 매력을 놓쳐버릴 것 같아요. 그 미묘한 상황이 영화의 매력이자 단점으로 작용하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2/02/04 20:10
수정 아이콘
저는 영화 중반까지도 이게 어디로 가는 이야기인지 감을 못 잡았네요. 끝나고보니 네 인물을 통해 마음의 약함과 강함에 대해 보여주는 영화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aDayInTheLife
22/02/04 20:11
수정 아이콘
그렇게 보실 수도 있을거 같아요. 영화 자체가 감정에 방점이 찍혀있고, 많은 부분을 암시로만 던져주기 떄문일수도 있을거 같아 보입니다. 마음의 약함과 강함도 인상적인 말씀이네요.
새벽이
22/02/05 16:52
수정 아이콘
저는 정말 괜찮게 봤습니다. 같은 날 넷플에서 카우보이의 노래에 이어서 봤는데, 둘 다 대만족이었어요.
aDayInTheLife
22/02/05 17:02
수정 아이콘
카우보이의 노래는 봐야지 봐야지 하고선 아직까지 못보고 있네요. 언젠가는 봐야하는데...
참 좋더라구요. 영화든 풍광이든.
새벽이
22/02/05 21:43
수정 아이콘
카우보이의 노래 꼭 보세요.
들깨수제비
22/02/06 05:22
수정 아이콘
중반까지는 지루해서 세번쯤 보다 말았는데 피터가 집으로 돌아온 후부터는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밧줄 만드는 장면은 누워있다 바로 앉아봤습니다.
aDayInTheLife
22/02/06 07:33
수정 아이콘
거기서부턴 저도 몰입감이 올라오더라구요. 막판에 몰아치는 맛이 있었습니다.
22/02/06 19:31
수정 아이콘
제인 캠피언 영화 잘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인더컷이란 영화 재밌게봤어요. 개 영화인가 했는데 봐야겠네요. 추천 감사합니다.
aDayInTheLife
22/02/06 19:36
수정 아이콘
섬세한 연출과 연기가 돋보이더라구요. 인상적이었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4975 [일반] (스포) 영화 '사도' 간단 리뷰 [20] 원장6857 22/02/04 6857 6
94974 [일반] 이탈리아에서 날아온 작은 라팔을 만들어 봅니다 [27] 한국화약주식회사10106 22/02/04 10106 51
94973 [일반] <파워 오브 도그> - 서늘하고 느긋하다.(약스포) [9] aDayInTheLife6940 22/02/04 6940 2
94972 [일반] 어떻게 국내의 해양플랜트 업계는 망했는가? [30] antidote13540 22/02/04 13540 42
94971 [일반] 예배는 진보주의, 신앙은 근본주의 - 영적 매운맛 챌린지 [29] 계층방정8893 22/02/04 8893 9
94970 [일반] 일하기 싫어서 쓰는 고양이 요로 및 방광결석 후기 [33] 날아가고 싶어.10054 22/02/04 10054 10
94969 [일반] 노트북 구입자가 보통 하는 질문 [95] SAS Tony Parker 12652 22/02/04 12652 7
94968 [일반] 멀지 않은 일상회복의 길 - 앞으로 몇 개월간 어떻게 될까? [60] 여왕의심복14216 22/02/04 14216 137
94967 [일반] 7년만에 90달러를 돌파한 유가.. [42] 맥스훼인10160 22/02/04 10160 7
94966 [일반] 정말 쉬운 단어인데 단어 자체의 뜻이 바로 생각나지 않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74] jjohny=쿠마11532 22/02/04 11532 3
94965 [일반] 추기경빼고 남자는 다 성매매한다던 그 단체.Geunhwang [57] 오곡물티슈14757 22/02/04 14757 26
94964 [일반] [테크 히스토리] 22kg → 1kg 다이어트 성공기 / 노트북의 역사 [22] Fig.1104753 22/02/04 104753 23
94963 [일반] 기계공학과는 어쩌다 취업이 어려워졌는가? - 14학번 기계공학도의 관점에서 [67] 새강이37007 22/02/04 37007 24
94961 [일반] (한드추천) '한 사람만' 리뷰 (스포 약간 있음) [3] 마음속의빛6815 22/02/04 6815 1
94960 [일반] 귀멸의 칼날 재밌네요(스포 X) [43] 로켓7676 22/02/04 7676 1
94959 [일반] ISIL 2대 두목, 이들리브에서 사망 [12] 후추통11927 22/02/03 11927 4
94958 [일반] 삼국(三國)을 봤습니다 - (1) [13] 라울리스타8532 22/02/03 8532 4
94957 [일반] 생에 첫 고시원 후기 겸 푸념 [69] 커티삭11816 22/02/03 11816 20
94956 [일반] 페르소나 시리즈 주제가를 부른 가수들의 노래들 [7] 라쇼13036 22/02/03 13036 2
94955 [일반] 한국 해군 해상초계기 <포세이돈> 1호기의 모습 / K9 자주포 수출관련 [38] 아롱이다롱이11603 22/02/03 11603 6
94953 [일반] 한국 아동·청소년 정신건강의 역설 - 행복해졌는데 자살, 자해가 증가? [28] 데브레첸10614 22/02/03 10614 8
94952 [일반] 우리회사의 육아휴직이야기(수정) [180] 자바칩프라푸치노15805 22/02/03 15805 9
94951 [일반] 고독 속의 평온, 쓸쓸하면서도 홀가분해지는 감성의 노래들 [8] 라쇼12250 22/02/02 12250 7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