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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9/03 10:43:11
Name goldfish
Subject [일반] 요즘 핫한 디피(DP) 짧은 감상 (스포有)
짧은 감상문 올려봅니다.

글에 스포일러가 바글바글하니 유의바랍니다.




1

사채꾼 우시지마 라는 만화를 아십니까?
사채를 빌려쓴 밑바닥 채무자들의 암울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꿈도 희망도 없는 만화입니다.


그래서 저는 우시지마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보고 난 뒤에 찝찝한 기분을 떨쳐내기 힘들어
끝까지 봤음에도 두 번은 못 볼 느낌이라서요.


원작 'D.P개의 날' 도 이와 비슷합니다.
씁쓸한 이야기를 가감없이 현실적으로 그려낸 작품.


작품으로는 훌륭하지만, 창작물을 봤을 때
가벼운 엔터테인먼트로 즐기기엔
'재미있다' 라는 감정을 느끼긴 힘든 소잽니다.


무겁고, 무거운 소재가 영상화 되어
'뭐지? 사람을 고문하려는 것인가?' 란 감정을 느끼는건
얼마 전에 본 '타인은 지옥이다' 로 충분했기에
한창 커뮤니티에 도는 걸 봐도 딱히 볼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보기전까지만 해도 '그깟 바이럴, 함 속아준다' 였으니까요.





2

그런 제 예상을 비웃듯,
D.P 1시즌을 끝까지 본 제 감상은 '재미있다' 였고,
그 중심엔 한호열이라는 캐릭터가 있었습니다.


'아니, 뭐임? 원작 자체의 분위기를 파괴하면서
K-창작물에 쿼터로 배정될만한 전형적인 깐족캐는?'
한호열의 첫 이미지는 이런 느낌이었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작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습니다.
사실상 진 주인공이 아닐까 싶을 정도루요.


원작을 고려했을때 한호열 상병이란 캐릭터는
작품과 이질적이고 현실에서조차 찾아보기 힘든
이상적인 선임상에 가깝지만, 그런 비현실적인 캐릭터성이
오히려 무거운 원작을 논픽션스럽게 만드는 동시에
청자의 심적부담을 크게 덜어주었고


탈영병을 잡는 과정을 수색과 검거 파트로 나누고,
적절한 액션과 개그를 가미해 버디무비스러운 노선을 탄 것도
원작의 쓴쓴쓴쓴을 단쓴단쓴으로 중화시켜 보기 한결 수월했습니다.






3

내무부조리 연출도 인상깊었습니다.


일각에선 [82년 김지영의 남자버전 아니냐?]
요즘 누가 저래. 90년대. 00초까진 인정. 그 이후는 노인정.
뭐 이런 의견들도 보이고 어느정도는 동의하는 편입니다.
극에 나오는 부조리들은 마치
주간사고 리포트를 한데 묶은 느낌에 가까웠어요.


뭐, 그래도 군필자라면 공감 될 만한
한정된 공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실감과
저항이 무의미한 무력감. '늬까짓게 안꺾이고 배겨?' 같은
계급으로 일방적으로 찍혀 눌리는 감정들.


생각만해도 울컥할만한 순간 하나 없는 군필이 있을까요?
그런 갈굼 포인트를 잘 찔렀다고 봅니다.
부대 고증도 실감나구요. 어흑...


창작물답게 작품내에선 갈굼이 고조되고 터지기 직전에
적절한 간부 투입과. 호열 상뱀이 구해주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에... 그래서 더 씁쓸했습니다.






4

아쉬운 점도 많습니다.
일단 주인공한테 이입이 안됩니다!
외모를 떠나서요. 크크...


원작 준호는 암울한 직무, 폭력 가정, 내무실 갈등..
다방면에서 압박당하며 어느 한 곳 안주할 곳 없는 인물로
에너지와 시선을 직무로 돌린 워커홀릭인 동시에
각각의 장소에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아는 인간에 가까웠습니다.


뭐 드라마와 원작 준호가 180도 다른사람인 이유도 있지만,
연기가 어색하다 이런것보단, 뭔가 읭??하는
인물과 상황 자체가 붕 떠버리는 장면이 몇몇 있었습니다.


석봉 일병이 후임 뺨 때리며 기강 잡는 장면은 숨참으면서 봤지만
갑자기 몇 달? 몇 주 차이 나지도 않을 준호가 그걸 제지하는 부분과
연이어 호열왕자가 구해주는 장면을 보니 몰입도가 갑자기 확 깨지더군요.
그런 상황들은 보통 짬이 좀 차야 나오는 바이브니까요.


비슷한 맥락으로, 류이강 병장을 윽박지르며 나무라는 씬이나
석봉 일병을 추격하며 달래는 부분도 준호보다는
뭣도 모르는 준호보다 반년, 일년 넘게 미운정이라도 쌓은
호열상병이 했을때 더 그럴듯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긴 원작의 임펙트 있는 장면을 꽉꽉 눌러담아 그런듯 싶었어요.


그 외, 기둥서방 탈영병 나오는 에피소드는
준호 액션씬 + 해외 청자를 고려한 부산 바이럴? 느낌에
스토리가 와닿는다, 이런 느낌은 없었고
몬티홀도 막판에 신파가 좀 과했다....는 생각도 드네요.





5


시즌을 끝냈을때 피로보다는 재밌다는 감정이 더 강하게드는.
적절히 불편하면서도, 이입되는..
끊임없이 줄타기하는 드라마였습니다.


배우분들 연기 버프도 컸다고 봅니다.
수색 파트는 호열상뱀이, 내무파트는
황장수 병장과 석봉일병의 매드무비에 가까웠습니다.


제 지론에 따르면 황근... 아니 황장수 병장은
진짜 착하고 착한 순박한 선임 관상이고
오히려 한호열이 더 악마(?)에 가까운 관상 아닌가 싶은데...
관상 따윈 머릿속에서 지워버릴 정도로 연기가 실감났습니다.
아, 저 정도는 해야 배우하구나 싶었습니다. 크크


혹시 저같이 원작이 너무 무거운터라,
큰 기대가 없던 분이라도 시간내 보시는것을 추천 드립니다.
일마치고 평일 피곤한데 새벽까지 드라마 달린건
스카이캐슬 이후 처음이네요.


무튼... 재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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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yAway
21/09/03 10:58
수정 아이콘
주간사고 리포트를 한데 묶은 느낌은 어쩔 수 없다고 봅니다.
드라마 <스토브리그>라고 그 많은 사건이 1년 안에 일어나진 않았을테니..
스위치 메이커
21/09/03 11:01
수정 아이콘
KBO 라면 가능합니다?
제로콜라
21/09/03 11:04
수정 아이콘
KBO의 순한맛 스토브리그
그랜드파일날
21/09/03 11:21
수정 아이콘
One season? one game...
21/09/03 11:40
수정 아이콘
예시의 상태가? 크크크
StayAway
21/09/03 11:52
수정 아이콘
다시 생각해보니 일어날 수 있을거 같네요..
몽키.D.루피
21/09/03 11:03
수정 아이콘
다크나이트의 진주인공이 조커이듯이 dp의 진주인공은 조석봉 일병이라고 봅니다. 말씀하신 부분은 4화까지는 재밌게 볼 수 있는 내용이었고 5,6화에서 조석봉 일병이 서서히 무너져가는 모습을 보는게 너무 괴로웠습니다.
21/09/03 11:03
수정 아이콘
유튜브 보다가 리뷰가 있길래 본 내용밖에 모르는데...재밌어 보였어요
근데 엄마 욕하는 병장 에피소드는 사족 아니었나 싶음...그 부분 좀 불편하더라구요
그런 인간도 있기야 하겠지만 정말 희귀케이스일것 같은데 다른것도 많은데 왜 하필...이런 느낌은 들었어요
근데 전체적으로 재밌어 보였어요. 배우들도 마음에 들고
forangel
21/09/03 11:28
수정 아이콘
다른 게시판에서 본건데 2020년 즉 작년 군사재판 기록중에 도 비슷한 사례가 있더군요.

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comm&wr_id=23001450&sca=&sfl=wr_subject%7C%7Cwr_content&stx=D.p&sop=and&scrap_mode=

한해 몇십만명이 입대하는데 쌍또라이는 언제나 어느 시대나 존재하는법이죠.
라스보라
21/09/03 11:08
수정 아이콘
기둥서방 에피소드는 너무 좀 억지스럽긴 했죠.
호빠에 잠입하는 과정도 여자와 친해지는 과정도... 뭐 사실 주인공 외모 생각해보면 가능한건가 싶긴 한데...
그냥 후반부 무거운 스토리 나오기 전에 쉬어가는 느낌이긴 했어요.
21/09/03 12:54
수정 아이콘
밑에 글 보니 실제 호빠 잠복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만들어진 에피소드 같더군요. 즉,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내용들이 다 실제로 있었던, 혹은 실제보다 너프한 내용인 듯 합니다.
21/09/03 11:11
수정 아이콘
저의 감상은 "구교환과 마미손 동생의 재발견"
특히 마미손동생은 이미 여러 영화에서 준조연으로 자주 나왔지만 특별하지않은 캐릭터들이라 그냥저냥 했는데 이번 DP에서 연기보고 앞으로 자주 볼 수 있겠다 싶더라구요
Dowhatyoucan't
21/09/03 11:34
수정 아이콘
마미손 동생이아니라 매드클라운 동생입니다.

구교환은 처음보는 배우였는데 진짜 잘하더군요
살만합니다
21/09/03 12:23
수정 아이콘
반도 서대위에서 한상병으로 강등...
그랜드파일날
21/09/03 11:24
수정 아이콘
PTSD 자극형인가 했는데 2화부터 확 달라지더군요.
그리고 1화에서 마지막 장면도 뭔가 엄청 후련하더라고요.
분명 주인공 입장에서 따지면 엄청나게 큰일난 상황인데, 연출과 타이밍 덕분인지 앞 분량 내내 쌓아놓은 그런 답답함들을 일거에 날려버리는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네오크로우
21/09/03 11:34
수정 아이콘
비교적 한 화가 짧고 전체 6부작이면서도 강약 조절을 잘 했죠. 1화, 5화, 6화의 그 분위기가 쭉 이어졌다면
전 결코 재밌었다고 말하지 못했을 겁니다.
고란고란해
21/09/03 11:43
수정 아이콘
그 기둥서방 에피소드에서 원지안 배우가 참 예뻣...음, 사족이군요;
사실 드라마화된다고 했을 떄 원작의 그 드라이한 우울함을 어떻게 살려낼 수 있을지,
잘 살려도 걱정(아무도 안 보는 드라마가 될까봐) 못 살려도 걱정(원작 다 조져놓을까봐)이었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한호열이라는 신 캐릭터를 통해 적절한 유머가 섞임으로 숨쉴구간이 좀 만들어진 것 같긴 하더라고요.
한호열이 안준호 기강잡는척하는 씬이 대표적이라고 보는데, 원작에서는 안준호가 다른 일병 커버쳐주려고 오버액션을 하고 그걸 본 내무반 인원들은 'DP라 밖에만 있으면서 짬질은 또 챙겨먹으려고 한다'며 안준호를 더 무시하게 되고, 정작 커버쳐준 일병도 쓰레기가 되는 모습을 보면서 답답하지만 현실성 하나는 미쳤구나 싶었엇거든요.
사축은웃지않는다
21/09/03 11:51
수정 아이콘
PTSD지대로 와서 저는 더 못 보겠더라구요... 마냥 깨끗하게 군생활 한 건 아니라 피해자도 가해자도 되어서 그런지...
나가노 메이
21/09/03 12:46
수정 아이콘
출생부터 유소년기, 학창시절, 군입대까지 먹먹하게 꾸겨넣은 오프닝 연출이랑,
조석봉 일병이 욕하면서 계단 뛰쳐내려가는 장면이랑
마지막에 김루리 일병의 "뭐라도 해야지.." 라는 대사는 정말 굉장했습니다.

소재가 신파로 갈 여지도 많았는데도 상당히 절제했고, 전반적으로 담담하면서도 불온한 느낌을 은은히 깔아놓는 음악 사용도 완벽했습니다. 넷플리스 한국 드라마 중에서 역대최고로 재밌게 본것 같아요.
21/09/03 12:52
수정 아이콘
저도 비슷한 감정으로 원작은 걸렀는데 비슷한 감정으로 드라마는 재밌었습니다. 다른 점은 애초에 기대치가 낮아서 몇몇 부족한 부분들은 관대하게 받아들이고 몰입해서 봤어요.
예슈화쏭
21/09/03 13:05
수정 아이콘
2번 내용에 극공감이요. 호평이 많은 이유도 한호열의 존재같네요.뭐랄까 납득이같은 캐릭터가 주조연인 느낌?.갠적으로 이런이유로 시즌2도 한호열만 나오는 에필로그 DP거나 아니면 안준호, 한호열 투탑으로 가야지 한호열빠지고 안준호만 나오면 왠지 비밀의숲2짝 날것같아 그냥 시즌2안나왔으면 하는...
오연서
21/09/03 13:15
수정 아이콘
5번 극공감합니다 제 군생활 경험에 비추어봤을땐 황병장 관상은 그저 시간만나면 축구하거나 헬스만 하고 후임들 집합도 안시키는데 딱히 관심도 안주는 그런 선임 관상이였고 구교환 관상이 진짜 이용진급인데요 개인적으로는 말이죠 크크크
타란티노
21/09/03 16:36
수정 아이콘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런거 다 기억에서 지우고 '좋은 작품이다' 라고 우겨도 죄책감이 들지 않을 그런 시리즈였습니다.
'현재는 군대에서 이런 일들이 없다'는 인터뷰를 비웃듯 전기드릴 가혹 행위 기사가 바로 올라왔었는데,
이게 문상훈 일병(?) 총기 난사 씬이 던지는 메세지와 딱 맞아 떨어진 꼴이 충격적으로 뇌리에 꽂혔네요.
너의색으로물들어
21/09/03 17:33
수정 아이콘
디피의 리얼리티에 대한 지적은 시대 배경에 관련해서 계속 나오는 주제지만(2014년 이전 전역자들 중심으로) 아이러니하게도 그 리얼리티가 디피의 매력임은 부정할 수가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리얼리티를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게 등장인물의 캐스팅과 설정이구요. 피지컬 좋고 형님같은 이미지의 호랑이 왕고 선임, 샤프한 느낌의 악랄한 투고, 굵은 뿔테 안경과 작은 키 얍삽한 말투의 행정병 선임, 관물대에 뉴타입이 꽂혀있는 어눌한 오타쿠 선임, 한호열만큼은 아니지만 군대의 악폐습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고참들 앞에서만 보란 듯이 후임들 군기 세게 잡는 척 하고 뒤에서는 후임들 달래주는 그런 천사같은 선임 등등.. 실제로 군생활에서 만나거나 혹은 이야기라도 들었던 그런 스테레오타입같은 인물상이 군필자로 하여금 향수를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디피 활동의 판타지성(디피병의 활동 자체가 대다수의 평범한 군필 시청자들 입장에선 미지의 드라마 그 자체니까..)이 어우러져 작품의 몰입도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여기서 조금이라도 엇나가 군생활을 미화한다거나 공감할 수 없는 군생활을 묘사했다거나 하면 역으로 악평이 쏟아졌을 거 같아요
음란파괴왕
21/09/04 03:11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저는 정말 재미있게 보긴 했는데 6화 마지막이 좀 힘들더군요.
여우별
21/09/05 22:37
수정 아이콘
군필인 제 남자친구랑 같이 끝부분 보다가 앞에 안 본 부분부터 볼래요? 하고 물어보니 너무 현실적이라 보기싫다며 ㅜㅠ.. 그러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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