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가 태동한지도 오래되었다. 인터넷에 알려지기 시작할 무렵 일베의 평가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것이었다. 워낙 쓰레기통 같은 곳이니 인터넷 폐인들이 모여서 쓰레기짓이나 하다가 사라지지 않겠냐고. 놀라운 점은, 정치인이 적극적으로 일베를 클릭 하거나 연예인, 방송인 등의 일베 경력이 탄로나 논란이 될 정도로 일베가 커진 뒤에도 이러한 평가가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베 유저들을 대상으로 공신력있는 기관이 직업이나 신분을 조사했다는 소식은 들어본 바가 없다. 그들이 무슨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 정말 히키코모리나 방구석 백수들, 친구 없는 찐따인지 공증된 바가 전혀 없다는 뜻이다. 논란이 된 유명인사들의 일베짓은 물론이고, 실제 내 주위에도 명문대생에 남부러울 것 없는 인생을 살면서 일베를 하는 놈이 있었다.
의사 변호사 강남건물주 등이 모인 엘리트 집단이 일베라는 정신 나간 소리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요컨데, 무슨 근거로 사회적 약자들을 인간 쓰레기로 낙인찍냐는 것이다. 백수나 찐따가 한심한 사람일 수는 있어도, 한심한 사람이 꼭 범인이라는 법은 없다. 최종 면접을 세 번이나 떨어지고 2년 째 백수로 변신한 내 사촌동생 김 모군은 일베충이 아니다. 왕따의 상처로 히키코모리가 되어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A씨가 일베충이라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페미 진영을 비난할 때도 마찬가지다. 남자 손 한 번 못 잡아본 못생긴 여자, 맞는 바지가 없을 것 같은 뚱땡이가 페미의 주 세력이라고들 한다. 집구석에 처박혀서 짹짹거리기나 하지 현실에서는 보이지도 않는다고 한다. 사상을 떠나서 여자나 남자나 안 꾸민 사람들은 대다수가 못 생겼다. 예쁜 아이돌이 페미 인증을 하거나, 잘 나가는 A급 여자 배우가 페미 영화를 찍거나, 멀쩡하게 남자친구가 있는 여자들이 82년생 김지영을 SNS에 찍어 올려대도 이 인지부조화는 변하질 않는다. 여성 시위 보도에 못 생긴 페미니스트들이 찍히면 옳타쿠나 과학을 외치며 자기확증편향을 강화할 뿐 . 마치 관상마냥. "봐봐 생긴 것 부터가..."
불우한 인간관계, 사회적 낮은 계층, 개인사에 열등감을 지닌 존재는 반사회적 사상을 지닐 확률이 그렇지 않은 쪽보다 높다. 이것은 많은 연구 결과가 보여주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 예를 보라. 가난하고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의 범죄율은 그렇지 않은 쪽보다 높다. 그렇다고 어떤 조직 폭력배 집단이 나타났을 때 "저 놈들은 분명 교육도 못 받은 가난뱅이들 일거야. 우리 동네에선 본 적도 없어" 라고 중얼거리는게 옳을 일인가.
악플러들을 봐도 그렇다. "할 짓 없는 백수들' 이라고 쉽게 손가락질 하지만, 김가연 여사나 여타 악플러들을 고소한 연예인들의 경험담을 들어보면 애아빠부터 직장인, 심지어 주변 친구나 동료가 범인인 경우까지 케이스가 다양하기 그지 없다.
어느 시대에나 있는 소수의 루저들을 범인으로 몰아버리고 내 세상은 그렇지 않아 라고 마음을 위로하면 속은 편하겠지만, 그러다가 일베가 커지고 페미 세력이 정계에 진출했듯이, 그것은 일종의 외면이 아닐까?. 크게 우려되는 반사회적 현상임을 인지하고 각종 비난과 견제가 이어진 다음에야 쪼그라들까말까 하는 독버섯이 아닌가.
내 생각에 페미나 극우나, 일베나 워마드나, 디씨 폐인들이나 롤 패드리퍼들이나 다 나쁜놈들이다.
그러나 그게 누구인지, 방구석 폐인인지 히키코모리인지, 연예인인지 의사인지, 니 여자친구인지 내 직장 동료인지. 한국인인지 조선족인지, 유대인인지 흑인인지, 조선인인지 재일인지
정체는 밝혀진 바가 없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