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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3/16 10:35:46
Name Respublica
Subject [일반] 미묘하지만 완전히 다른 층위
법과 도덕에 관한 논쟁들을 보면 미묘한 차이가 완전히 다른 의미의 층위를 만들어 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도 내전이 일어나기도 하지요.

1. 긍정의 층위
a. 할 수 있다. (가능)
b. 해야만 한다. (강제)
c. 하는 것이 좋다. (권유)

2. 부정의 층위
a. 하지 않을 수 있다 (가능)
b. 하지 못한다/할 수 없다 (강제)
c. 하지 말아야 한다 (권유)

3. 층위의 충돌
1a 와 2a 는 충돌하지 않습니다.
1c 와 2c는 충돌합니다. (모순)
1b와 2 전부와 충돌합니다
2b는 1 전부와 충돌합니다.

1c와 2a, 2c와 1a는 충돌하지 않으나 미묘하게 어색합니다. 이점에서 많은 논쟁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이 스탠스 위에 서있는 것을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것도 있고, 회색분자처럼 보일 때도 있기 때문이겠죠.

a는 구속없음, b는 법, c는 도덕으로 대치시키면,
법으로 강제하지 않으나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것,
도덕으로 권유하지 않으나 법적으로 강제되는 것들이 있죠. 다만 법과 도덕 모두 대중의 의지에 따라 시간이 흐르면서 변하기에 끊임없이 충돌의 영역이 생기고는 합니다.

저는 형법의 과잉보다는 시스템의 정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물망 밖의 작살 보다는 촘촘한 그물망이 물고기를 더 많이 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물망이 너무 좁아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좁은 그물망일수록 물고기들은 탈출하고 싶어지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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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입니다
21/03/16 10:55
수정 아이콘
(수정됨) 권유의 층위에서 "하는 것이 좋다"에 대응하는 것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입니다. "하지 못한다/할 수 없다"도 수사적으로 강제의 층위라고 할 수 없는 것은 아니겠으나 "해선 안 된다/하지 말아야 한다"등이 보다 기본적인 표현이라고 보구요. "하지 못한다/할 수 없다"는 능력에 대한 진술에 더 가깝죠. 그리고 권유의 차원, 즉 "하는 것이 좋다/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도덕이라기보다는 미덕입니다. 물론 도덕을 어디까지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지만 당위적 측면에서 보자면 미덕이라고 하는 편이 보다 엄밀하다고 생각합니다. 좋고 나쁘고까지 도덕이라고 할 것 같으면 도덕의 층위가 지나치게 넓어지죠. 도덕 좋아하시는 분들은 그렇게 하고 싶으시겠지만... 하여튼 그러니까 강제의 층위가 곧 도덕의 층위고 제도적으로는 법의 층위가 되는 거죠.
Respublica
21/03/16 13:35
수정 아이콘
네 지적 감사합니다. 일단 3부류로만 나누려다 보니 경계가 애매해진 감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도덕 미덕 양심의 선이라는게 정말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Respublica
21/03/16 14:01
수정 아이콘
또 강제성이라는게 사회적 지탄의 측면보다는 형사적처벌의 수준으로 생각했기에, 조금 거칠게 나눈 것 같습니다.

집중하고자 했던 것은
[할 수 있으나 안하는 것이 좋다] 라는 것을 (절대)금지의 층위로 받아들이거나, (무한)허용을 뜻하는 것이 아니지만 자주 오독된다는 이야기었습니다.
-안군-
21/03/16 13:21
수정 아이콘
강제성: 법 > 도덕 > 양심
보편성: 도덕 > 법 > 양심
주관성: 양심 > 도덕 > 법

a를 구속없음이라 하셨는데, 저는 저걸 양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양심은 개인별로 다 기준이 다르지만, 결국 개인적인 것이라 남에게 강요하지만 않는다면 상관없죠. 양심이 마비된 사이코패스라 하더라도 남에게 위해를 가하지만 않는다면 사회생활을 할 수 있듯이요.
문제는... 자기 양심을 타인에게도 강요하는 태도라 봅니다. 예를들어 나쁜 사람은 사적으로 죽여도 된다는 양심을 가진 사람(덱스터?)이 자기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그리고 그걸 행동으로 옮기지만 않는다면 상관없는데, 스스로 행동으로 옮기는걸 넘어서 자신의 그런 생각을 남들에게도 전파하려 하고, 선동의 수준까지 간다면 심각한 문제가 되겠죠.
Respublica
21/03/16 13:51
수정 아이콘
예 충돌에만 집중하다 보니 엄밀함이 많이 떨어지는 구분이었다고 생각하고, 양심이란 키워드도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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