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는 조선을 망하게 한 일등공신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고종의 친정 이후에도 권력에 집착했고, 있어서는 안되는 일들을 마구잡이로 벌였습니다. 명성왕후(민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아주 많지만, 그녀가 처해던 현실을 보니 그의 행동이 꽤나 이해되기도 합니다. 먼저 대원군이 연루된 음모/암살 사건을 한 번 짚어보겠습니다. 

민승호는 민비의 양오라버니이자 대원군과 대적하던 권신이었습니다. 어느날 그는 집에 배달된 우편을 열어보았는데, 우편을 여는 순간 커다란 폭발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민승호 옆에 있던 민비의 친어머니와 민승호의 아들 그리고 민승호의 부친도 그 자리에서 사망했습니다. 이로써 민비는 양오라버니와 친모 그리고 조카까지 한꺼번에 잃은 것입니다. 이는 조선 역사상 최초의 폭탄테러였으며, 당시 이렇게 정교한 폭발물을 다룰 수 있는 자는 권력 상층부 아니고서야 있을 수 없었습니다. 당시에도 사람들은 대원군을 의심하였지만, 결국 조사는 그에게 미치지 못하고 꼬리를 자르는 수준에서 마무리되었습니다.  

흥인군은 대원군의 형이었나 고종의 친정에 찬동하면서 민비와도 우호적 관계에 있던 인물이었습니다. 어느날 그의 집이 알 수 없는 이유로 불이 났으며 용의자로 대원군 측근(신철균)의 문객이 지목되어습니다. 그는 심문 당한 후 처형되었으나, 그 이상 수사가 진척될 수 없었습니다. 

대원군의 심복 안기영은 1881년 대원군의 서장자 이재선을 임금으로 추대하려는 음모를 꾸미다 발각되어 처형당하게 됩니다. 이와 같은 엄청난 일을 꾸미는 것은 대원군의 암묵적인 합의 없이 진행되기 어려운 것이었지만, 결국 이번에도 대원군은 수사를 피해가고 주모자 안기영과 이재선만 처형되었습니다.  

임오군란은 구식군대가 중앙정부로부터 차별대우를 받아 발생한 사건입니다. 당시 조선정부는 이제 막 신식군대를 육성하려고 했고, 따라서 없는 자원을 거기에 몰빵했습니다. 이에 극심한 차별을 받던 구식군대는 급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고, 그나마 밀린 급료를 받게 되었는데 쌀포대에 돌이 섞인 것을 발견, 결국 분노를 참지 못하고 봉기한 사건입니다. 

그런데 처음 이는 국지적 사건이었습니다. 병사들은 일부 고위대신들의 집을 불태웠을 뿐이지 본격적인 대규모 반란을 일으킨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태를 수습하고 싶었던 김장손과 유복만은 대원군을 찾아가서 지도를 요청했고, 이때 대원군은 병사들의 폭동 이용하여 재집권을 모의했습니다. 대원군은 사태를 확대하라고 지시했고, 대원군의 심복 허욱이 군복을 입고 이들을 지휘했습니다. 

이제 병사들은 중앙정부의 무기고를 탈취하고 민씨 일가의 집을 습격하였고, 심지어 신식군대의 지도교관이었던 일본인 호리모토 레이조를 살해했습니다. 그 외에 다수의 일본인을 살해했습니다. 이는 외교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는 일이었지만, 대원군은 이를 저지하지 않았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허욱은 대궐에 침입하여 민비를 살해하려고 했으나, 대궐에 들어갔을 때에는 민비가 이미 도피한 후여서 이를 성공시키지 못했습니다. 대원군은 민비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했으나 일단 죽었다고 간주하고, 장례식까지 치러주었습니다. 그리고 무력으로 자기 친아들 고종을 위협하여 실권을 장악했습니다.

하지만 민비는 청나라 쪽과 연락이 닿아 구원을 요청하였고, 결국 청나라의 군사력과 정치적 압력으로 대원군은 실각할 수밖에 없었으며 청나라의 군대가 대원군을 청나라로 압송했습니다. 솔직히 민비 입장이었으면 자기 어머니랑 양오라비도 죽인 자가 자기도 죽이겠다고 덤벼들고 있는데 청나라를 아니 부를 수 없었겠지요. 

한편 임오군란은 청나라와 일본이 조선을 두고 본격적으로 경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1885년 대원군은 위안스카이의 도움을 받아 귀국하게 됩니다. 당시 중국은 조선이 러시아랑 접촉하는 등, 청나라의 심기를 거슬리는 행동을 하자 이에 대한 압력 수단으로 대원군을 조선에 복귀시킨 것입니다. 그리고 1887년 대원군은 위안스카이와 모의하여 고종을 폐위할 음모를 꾸미게 됩니다. 그런데 정치적 이해관계가 충분히 조정되지 않아 이는 무위로 끝나게 됩니다. 

동학농민의 봉기는 19세기 조선 최대의 농민봉기였습니다. 그들의 분노는 정당하였고, 그들의 열정은 진실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대원군은 이들을 이용하여 복귀하는 것을 추구했습니다. 대원군은 전봉준과도 접촉하였고, 다른 동학 지도자들과도 연락을 주고 받았습니다. 대원군은 동학군이 봉기에 성공한다면, 자신의 장손 이준용을 왕으로 추대하려고 했습니다.  

대원군은 민비를 죽일 수만 있다면 그 어느 세력과도 손잡을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는 위정척사파와도 교류하였고, 동학교도와도 접촉하였고, 갑신정변 이후 정권으로부터 버림받은 개화세력과도 접촉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일본과 접촉하여 민비를 죽이는 음모를 꾸몄습니다. 먼저 그는 자신이 포섭한 개화파를 이용하여 각국 공사들에게 민비의 폐출의 정당성을 홍보하였고 또 그 자신이 수시로 일본 공사관에 출입하면서 음모를 꾸몄습니다 미우라 고로 등이 대원군을 끌어드려고 했다가 대원군이 거절했다고 알려졌는데, 겉으로 그렇게 말하면서 수시로 일본 공사관에 출입한 것은 모순되는 행동이었습니다. 유길준 또한 이점을 지적했습니다. 

결국 1895년 8월 16일 대원군은 오카모토 류노스케의 민비 암살 계획에 서명하였고 이 자리에는 장남 이재면과 장손 이준용도 있었습니다. 대원군은 자신의 권력욕을 위해 자기나라의 왕비를 외국인과 내통하여 암살하는 계획에 찬성한 것입니다. 갑신정변의 주모자들이 아무리 부도덕한 일을 저질렀다 한들, 이들 중 그 누구도 대원군만큼의 과감하고 파렴치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습니다.

민비를 이 세상 그 누구보다 싫어했던 윤치호마저 대원군을 이 사건 이후 이역(李逆, 반역자 이하응)이라고 기록했을 정도입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을 보면, 대원군 이하응은 조선이 망하게 하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사람 중 한 명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