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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7/31 19:45:23
Name 이스칸다르
Subject [일반] 수사 경험담 - 욕심에 눈이 멀면 사기 당한다.
제가 수사기관에서 근무를  약 10년 정도 했습니다. 검사는 아니고 그냥 수사권을 가진 일반 공무원이었습니다.  
살인사건, 사기사건, 단순 절도, 폭행, 탈세 등 참 여러가지 사건을 담당해서 처리했네요. 근무하다가 느낀게 인간에 대한 불신이랄까? 인간이란 처벌을 받을 것 같지 않으면, 걸릴 것 같지 않으면 그냥 막 나가는 동물이더군요.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아주 높은 학력과 대기업 근무경력을 가진 똑똑한 사람이 사기 당한 사건입니다.
이 분이 은퇴후 해외에 노후 생활을 위해 해외 투자를 했는데  한국에서 도망간 현지의 저학력, 양아치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사기 당하고 결국 범죄와 연루되게 됩니다.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가 사기 당한 경우도 있으니 특별히 예외적인 사항은 아니었지만 인상이 깊었습니다.  

아주 높은 투자 이익이 발생할 것이다. 그냥 투자하면 떼돈 번다. ===> 사기 당하는 지름길입니다. 그 사람이 아무리 똑똑하고 사회 경험이 많다고 해도  벼락부자가 되려는 욕심, 높은 수익율을 올리려는 욕심에 빠지면 답이 없습니다.

참고로 사기는 형사 사건이고, 채무 불이행은 민사사건인데  한국의 독특한 사법환경이라고 할까?  돈 빌려주고 못 받으면 사기로 고소합니다. 투자했다가 손해보면 사기로 또 고소합니다. 이건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의 수사력은 한정되어 있는데 너무나  많은 사기사건 고소 때문에 수사력이 낭비되고 있습니다. 막상 수사해보면 단순 채권 채무관계, 투자 관계일 뿐인데 "속았다고"합니다. 속기는 뭐를 속습니까? 자기 자신의 욕심에 눈이 먼것 뿐입니다. 금액을 기준으로 사기 고소를 제한한다던지, 사기 사건을 고소하려면 법원의 인지세처럼 사기 피해금액의 얼마를 수사기관에 제공하여야 한다는 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사기 안당하는 비법 - 별 다른 것 없습니다. 그저 성실하게 투자환경을 살펴서 자기 책임아래 돈을 쓰는 것입니다. 세상에 눈먼 돈이 없다는 걸 알고서 그에 맞게 생활하면 됩니다. 세상에 돈이 되는 정보가 있으면 그 정보를 가진 사람 혼자서 독식하려고 하지, 왜 남과 나누겠습니까?

혹시 사기를 당했다면 어떻게 해야 하냐구요? 그럼 혼자서 피해를 감수하십시오. 괜히 친척, 동네 사람, 알고지내던 사람을 끌어들여 내 피해를 떠넘길 생각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사기 사건 수사의 특이점중 하나인데, 사기 피해자가 사기 가해자가 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누구에게 사기당해서 1억을 손해보았는데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면 손해액이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하면, 사기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끌어들입니다. 인간의 속성이니 그건 당연하지만, 그렇게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를 망가트리면 나중에 재기를 하거나 사업을 할 때 고생이 말도 못하게 심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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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31 20:38
수정 아이콘
세세한 사례 좀 하나 들려주시면 안될까요?
이스칸다르
20/07/31 20:48
수정 아이콘
수사상 얻은 비밀을 누설할 가능성이 있어서, 일부러 애매 모호하게 썼습니다.
VictoryFood
20/07/31 20:42
수정 아이콘
민사로 손해를 보전할 수 없으니 형사로 거는 거죠
고의에 의해서 손해를 보면 손해보다 더 많은 보상을 민사로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대신에 형사로 걸면 민사 보상이 제한되게 하구요.
이스칸다르
20/07/31 20:56
수정 아이콘
다른 나라의 법률은 어떠한지 모르지만, 한국의 사법상 사기라는 죄목에 대해서는 절차든 죄목의 정의든 정말 수정이 꼭 필요합니다. 사건 같지 않은 사건으로 수사력이 낭비되어 정말 잡아야 할 범죄는 놓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지안
20/07/31 22:36
수정 아이콘
사기 안 당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허황된 욕심을 버리는 거더군요.

세상에 쉽게 돈 버는 일은 없는데, 내 돈을 주면 정말 말도 안되게 돈을 쉽게 많이 벌게 해준다고 한다.

이런 거만 걸러도 사기당할 일이 크게 없는 거 같아요.
-안군-
20/07/31 23:27
수정 아이콘
제가 요새 사기혐의로 고소를 당해서 남 얘기가 아닌것 같네요.
이게 좀 웃긴게 제가 있던 회사의 대표가 다른 이사들의 뒤통수를 쳤다가 역풍을 맞아 줄고소를 당했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개발만 열심히 하던 저를 고소하면서 "얘가 그랬대요~!"를 시전...
문제는 그 말을 믿고 형사가 절 불렀는데, 가서 조서를 한참 꾸미다가 형사가 스스로 좀 이상한겁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태도를 바꿔서 날 고소한 그 대표의 죄목을 저한테 캐내더니... 몇 주 있다가 저한테 문자가 왔더라고요.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습니다." 크크크...

암튼 제가 살다살다 경찰서에서 조서도 다 써보고, 나름 흥미진진한(?) 경험이었습니다?
Justitia
20/08/01 07:20
수정 아이콘
맨 마지막 단락 진짜 많이 발생하는 일입니다.
A에게 속은 B가 뭔가 낌새가 이상해질 무렵 C를 끌어들임.
그리고 법정에서는 저는 막대한 손해를 입은 피해자인데 왜 처벌까지 받아야 하느냐고 하는거죠.
형사사건에서 ±0을 외치는 피고인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하지만 이거 쌍방폭행도 아니고..
A와의 관계는 아무 상관 없고 C를 속였으니 재판받는 건데 초점이 하늘로 날아간 사람들 많습니다.
metaljet
20/08/01 08:18
수정 아이콘
사기사건 뿐 아니라 거의 모든 범죄자들이 가진 사고방식이죠. 피해의식과 보상심리는 최고의 방어기제니까요.
이른취침
20/08/01 12:53
수정 아이콘
뭔가 엇나간 페미니즘이나 일베와도 일맥상통하네요.
그랜즈레미디
20/08/01 07:43
수정 아이콘
이런글 써서 죄송하지만 입장을 바꾸어 보면, 사기꾼 입장에서는 세상에 눈 먼 돈이 있습니다.

널리고 널린게 눈 먼 돈이죠.

남에게 내 재산이 눈 먼 돈이 되지 않게 관리해야 합니다.
-안군-
20/08/01 18:09
수정 아이콘
욕심에 눈이 멀면, 그 사람이 가진 돈이 바로 눈먼 돈..
뜨와에므와
20/08/01 09:04
수정 아이콘
사회 나와서 체감한 건 내가 만나는 사람의 절반은 사기꾼입니다
세상의 절반이 사기꾼이라는 뜻이 아니예요
그만큼 부지런하다는 거죠 사기꾼들이...
-안군-
20/08/01 13:31
수정 아이콘
강남바닥에 와서 일해보니 그 비율이 80%이상인듯...
사기를 당하는 사람은 없고 사기꾼들끼리 서로서로의 뒤통수를 노리면서 대치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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