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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7/07 11:10:02
Name PKKA
Subject [일반] "8월의 폭풍"으로: 소련과 일본의 40년 충돌사-15
* 본인은 『8월의 폭풍』의 역자이자 연재소설 『경성활극록』의 저자임을 독자분들에게 먼저 알리는 바입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75357299
https://novel.munpia.com/163398

15. 소련과 미국의 대일전 참전논의


스탈린은 상황 변화가 있을 때까지는 일본과의 "기묘한 중립"을 유지할 생각이었고, 미국의 대일전 참전 요구를 혹시 소련을 약화시키기 위해 일본과의 전쟁을 부추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기도 했습니다.

그 때문에 여러 차례 대일전 참전요구를 거절하고, 시베리아 공군기지 대여도 거절했습니다.

그러나 스탈린은 그와 동시에 상황이 변하면 대일전에 참전하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개인적으로 밝혔습니다.

스탈린은 1942년 8월 미국 대사 에버렐 해리먼과의 면담에서 러시아의 전통적인 적인 일본이 패망은 소련에 도움이 된다며 대일전에 때가 되면 참전하겠다는 뜻을 넌지시 밝혔습니다. 같은 해 11월 패트릭 헐리 미국특사와의 면담에서는 대독전 종결 후 대일전에 참전하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밝혔습니다.

1943년 10월 30일에는 모스크바 외무장관 회담의 만찬장에서 코델 헐 미 국무장관에게 독일 패망이 이루어지면 대일전에 참전하겠다고 다시 밝혔습니다.

11월 28일에는 테헤란에서 처칠, 장제스와 회담중인 루스벨트에게 전문을 보내서 대일전 참전 의사를 비공식적으로 말했습니다.

스탈린이 대일전 참전으로 원하는 것은 만주의 이권을 다시 가져오는 것이었습니다. 과거 제정러시아가 가지고 있던 뤼순과 다렌을 다시조차하여 부동항을 확보하고, 포츠머스 조약으로 분할된 남사할린을 되찾고, 전후에도 일본을 목전에서 압박할 수 있는 쿠릴 열도를 차지하며, 일본에 팔았던 중동로철도를 비롯한 만주의 철도들을 장악하고 만주국의 자원 및 공업지대를 확보해 전쟁으로 큰 타격을 입은 소련 경제에 보탬이 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스탈린은 대독전의 승기를 완전히 잡은 1944년 7월부터 본격적인 대일전 참전준비를 시작하였습니다.

스탈린은 5월에 총참모장이자 게오르기 주코프 원수의 절친한 친구인 알렉산드르 바실렙스키 원수를 불렀습니다. 스탈린은 바실렙스키가 대일전 참전 시 극동의 모든 소련군 병력을 지휘할 극동사령관으로 내정되었다고 알려주며 만주에서 수행할 작전의 사전준비를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바실렙스키는 총참모부 부참모장 안토노프 대장, 작전총국장 시테멘코 상장 등과 함께 이때부터 대일전의 사전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이제 스탈린은 단지 참전의사만 밝히는 수준이 아니라 참전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1944년 9월 23일에 해리먼 대사로부터 미국의 대일전 참전계획을 청취한 스탈린은, 그것이 소련 참전을 필수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매우 당황했습니다.

스탈린은 먼저 대일전에서 소련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루스벨트는 이에 10월 4일, 소련의 대일전 참전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는 전문을 발송하며 한편으로는 태평양전쟁에서 소련의 역할을 규정한 육군참모본부의 견해를 전달했습니다. 스탈린은 이때 미국의 전략개념에 동의했습니다.

1944년 10월, 스탈린은 영국의 처칠 수상과 모스크바에서 정상회담을 열며 미국의 해리먼 대사와 군사대표단장 존 딘 소장을 배석시켰습니다.

스탈린은 이 회담에서 처칠 수상과 해리먼 대사에게 독일 몰락후 2~3개월 후에 대일전에 참전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통보하고 연해주와 캄차카 반도의 군사기지를 미군이 사용하게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스탈린은 만주의 이권 뿐만 아니라 대일전에 참전하는 대가를 미국에서 얻어내고 싶어했습니다. 스탈린은 미국이 소련에게 무기와 군수물자를 제공하고 정치적인 견해를 명확히 해 주면 참전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소련은 10월 17일의 회담에서 미국에 전차 3,000대, 자동차 75,000대, 항공기 5,000대, 기관차 500대와 전투병력 150만명이 사용할 2개월분의 식량, 의류, 의약품 및 23만톤의 석유제품 등을 포함한 100만 톤의 물자를 요구했습니다.

스탈린이 대일전 참전보다는 물자지원에 더 관심이 많다는 느낌을 받자 미군, 특히 윌리엄 리히 합참의장과 어거스트 킹 해군참모총장을 비롯한 미 해군의 인사들에게서 소련의 대일전 참전이 얼마나 효용이 있을지 모르겠다는 회의감이 일어났습니다. 이미 태평양전쟁의 승기를 잡았는데 굳이 소련을 끼어들게 해서 동북아시아에 소련의 지분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루스벨트 대통령은 소련참전 회의론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가 바라는 것은 소련의 참전을 통한 대일전의 조기종결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게다가 일본의 광신적인 저항 때문에 일본 본토진공 전에는 일본의 항복을 이끌어낼 수 없을 거라는 견해가 지배적인 상황이었습니다. 소련이 참전한다면 만주의 관동군이 일본 본토로 재배치될 수 없어지며, 본토 진공으로 희생되리라 예측한 50-100만의 미군 희생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었습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소련의 대일전 참전을 유도하기 위하여 남사할린과 쿠릴 열도에 대한 소련의 영유권을 인정한다는 전문을 1945년 1월 얄타 회담 직전에 보내어 스탈린을 기쁘게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1945년 2월 얄타 회담의 비밀 합의문에서 소련은 대독전 종결 3개월 후에 대일전에 참전한다고 명시되었습니다. 소련의 대일전 참전이 연합국 내에서 마침내 기정사실화 된 겁니다.

그런데 1945년 4월 12일, 루스벨트 대통령이 급작스럽게 사망하며 미소 관계에 변화의 조짐이 일어났습니다. 선임자 루스벨트와 달리 반공주의 색채가 강한 해리 S. 트루먼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한 것입니다.

스탈린을 신뢰한 루스벨트와 달리 트루먼은 스탈린의 진의를 항상 의심하고 소련을 견제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루스벨트를 신뢰하여 그의 미국 주도 전후질서 계획에 참여하려던 스탈린은 그의 후계자 트루먼이 루스벨트와 같은 인물이 아님을 깨닫고 그 또한 미국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이며 냉전의 기원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배경하에서 미군에서는 소련 참전 배제론이 고개를 들고 있었습니다. 1944년 10월 회담에서는 미군이 연해주의 기지들을 대여해 일본을 남북에서 동시에 공격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지만, 1945년 4월 시점에서는 이미 승기를 확실히 잡은 남쪽에서 일본을 공격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이 제기되었습니다.

4월 6일 미국 군사대표단장 딘 소장은 시베리아 기지 설치의 백지화를 건의했습니다. 미국 군사대표단은 4월 17일부로 대일 군사작전의 조정을 위한 미소간의 회의 개최를 일방적으로 취소하며 미소 양군의 대일 연합작전 구상은 와해되었습니다.

더글러스 맥아더의 남태평양 사령부 참모들은 소련이 참전한다면 중국, 만주, 한반도가 모두 공산화될 위험이 있다며 소련을 대일전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나 5월 까지는 트루먼 대통령도 그래도 소련군이 참전해야 미군의 희생자를 줄일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하여, 루스벨트가 세운 소련의 대일전 참전유도 방침은 일단 변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트루먼은 소련의 대일전 참전도 싫지만, 그럼에도 소련을 대일전에 참전시켜야 하는 이유가 생겼습니다.

일본이 소련의 중재를 통하여 연합국과 강화를 맺으려는, 이른바 "대소화평공작"을 펼치려 한다는 정보를 입수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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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맨틀
20/07/07 12:26
수정 아이콘
포스팅 잘 봤습니다.
뱀발: 구소련의 계급 체계를 보면 미.영권과 차이가 많이 나서 헷갈리는데요.
대표적으로 상장은 어느 위치에 자리하고 있나요?
대장보다 높고 원수보다 낮은 계급인가요?
20/07/07 14:36
수정 아이콘
상장은 삼성장군으로 중장보다 위, 대장보다 아래입니다.
-안군-
20/07/07 17:06
수정 아이콘
사실상 이때부터 한반도의 분단은 예견되고 있었던것... 20세기의 한반도의 운명은 어차피 열강들의 손아귀에 있었다는게 슬픈 현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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