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0대의 마지막 1년을 보내고 있는 침착해라고 합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최근 몇 년간의 이슈들, 특히 이번 인국공 관련하여 여러가지 생각이 들어서인데요. 현 정권의 시작 전후로부터 참 많은 생각을 해왔었지만 pgr자게에는 저의 개인적인 생각들을 적은 글을 올린적이 없었습니다. 허나 한번쯤은 이런 글을 쓰고 싶었는데 마침 타이밍인 것 같아 적어봅니다. 꽤 두서없는 글일 수 있습니다.


1.        노력과 공정의 환상과 믿음. 그리고 균열
제가 대학교에 들어선 2011년 무렵 최고의 베스트셀러는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였습니다. 당시 그 책은 자기계발의 바이블이었으며 또한 20대들에게 보내는 기성세대들의 메시지였습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 없듯이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라는 메시지였겠죠. 뭐, 좋은 메시지입니다.

허나 이런 메시지는 너무나도 공허했습니다. 그 앞의 비전도 어떠한 구체적인 길의 제시도 없이 ‘노력하라. 그러면 열릴것이다’라는 말은 뜬구름잡는 소리였죠. 책에서도 옛날 감성 뿜뿜 내뿜으며 흔히 말하는 꼰대의 시각으로 20대들을 다그치는 말들이 주 메시지였으니까요. 주 메시지라 함은… 어느 정치인이 말했듯 ‘노력해야지 방법이 없습니다’.

끝도 모르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던 20대들에게 지난 몇 년간은 너무나도 힘겨웠습니다.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낮아지기만 하는 취업률과 경제성장률. 알바와 인턴마저 높은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 어느 것 하나 쉬운게 없는 청춘의 삶. 그리하여 2015년 즈음부터 생겨난 신조어들은 지금까지의 가치관을 부정합니다. 이른바 ‘YOLO’, ‘소확행’은 ‘고생끝에 낙이 온다’라는 낙관적이기만 한, 어찌보면 무책임한 말들을 정면반박하며 대두되었으니까요.

그와 동시에 또다시 재조명받은 것이 바로 ‘금수저론’입니다. 탄핵정국의 한 축을 담당했던 정유라 사태는 지금까지의 기성세대들이 말한 노력의 가치를 순식간에 부러뜨려 놓습니다. 노력하면 이루어 질 것이다. 경쟁을 통한 결과는 공정할 것이다. 하지만 이 말들은 하나의 전제를 가지고 갑니다. ‘금수저는 예외이다’. 이런 부조리를 알게 된 청춘들은 촛불을 들고 일어서게 됩니다.

탄핵 이후의 현 정권은 정의와 공정에 대하여 말하고자 했습니다. 실제로 카피프레이즈가 그랬으니까요. 어쨌든 약 10년간의 보수정권의 끝은 너무나도 처참했고 그걸 본 청춘들은 ‘진보정권은 다를거야’라는 믿음을 가지게 됩니다. 노력이 보답받을 수 있는 사회, 노력의 가치가 공정히 평가되는 사회.

허나 그런 믿음은 대선으로부터 약 3년지난 지금, 별로 남아있지 않습니다. 정권이 들어선지 1~2년 지날 무렵부터 그런 균열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조국사태를 맞이함으로서 그 최정점을 찍게 됩니다. 2010년 즈음부터 대두되던 강남좌파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죠. 입롤로는 페이커를 압살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누구들처럼, 입정의로는 롤즈 뺨때기 후려치는 사람들의 존재가 현재의 기성세대의 한 축이라는 것이 밝혀진 것이죠. SNS로는 정의를 위해서 싸우는 투사가 현실에서는 사다리를 사수하기 위해 아둥바둥하던 사람들임이 밝혀지면서 청춘들의 믿음은 완전히 깨지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노력하라는 말은 [노오력]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어떤 노력이든 그 노력을 압도하는 무언가가 존재한다면 노력의 가치는 절하될 수 밖에 없겠지요. 도대체 어떤 노력이 더 중요한가요? 공부나 운동을 열심히 하는 노력? 부모를 잘 만나는 노력?


2.        오갈데 없는 20대 남성
저는 페미니즘에 ‘일부’ 동의합니다. 산업화 시대를 거치며 노동력의 가치가 중요했던 한국사회는 자연스럽게 남아선호사상에 빠져들었고, 이는 남존여비의 사상을 한국문화 깊숙히 자리잡게 하였습니다. 2010년 이후, 선진국의 문턱을 넘어가고 있는 한국의 사상은 그때와 많이 달라졌습니다. 탈가부장제의 시대를 살아가며 많은 사람들이 지금까지의 남성중심 사회의 폐해와 여성의 사회적 지위의 약화에 문제점을 지적하였으며 이를 극복해나가고 있는 현재의 상황이 앞으로의 한국사회의 발전을 위해서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 생각합니다.

허나 이 생각으로서 발현된 것은 ‘가해자’로서의 남성에 대한 보복주의입니다. 과정적 성평등이 아닌 결과적 성평등을 위하여 앞으로의 모든 과정에서 여성에게는 어드밴티지, 남성에게는 핸디캡을 부여한다는 것이 현재 페미니즘의 사고이며, 이는 제가 페미니즘에 ‘일부밖에’ 동의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정확한 분석이 동반되지 않은 채로 강제적으로 시행되는 ‘평등화정책’은 20대 남성들에게 의구심만 만들 뿐입니다.

그러면 생각을 해볼까요. 위의 남존여비사상으로 가장 큰 혜택을 받은 사람들은 현재의 기득권 세력입니다. 그리고 가장 큰 피해자는 현 기득권의 동년배인 여성분들이겠죠. 만약 자리를 내어주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은 현재의 기득권 세력인 40~50대 분들이어야 할 것입니다. 허나 그 기득권 세력은 자신의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 아닌 20대 남성의 자리를 빼앗아 20대 여성에게 주고 있습니다. 가해자와 피해자는 다른데 있는데 제3자끼리 합의를 종용받고 있는 셈입니다. 20대 남성은 가만히 있다가 뺨맞는 셈이지요.

이 구조는 현재 대두되고 있는 비정규직의 문제와 비슷합니다. 2010년 즈음부터 비정규직의 문제는 계속해서 굴러가고 있습니다. 기업 친화적이었던 보수정권의 비호하 비정규직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이번 정권에서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의 수로 문제점을 풀어내려 하고 있다는 것이죠.

허나 이런 구조 역시 현재 20대, 크게 보면 10대의 일자리마저 담보로 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자연스럽게 이후의 공채를 줄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사람이 넘쳐나는 공기업에서 대규모의 채용을 할 필요성을 못 느낄 테니까요. 특히 공기업입니다. 이익창출보다 공적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세워진 기업의 재원이 넘쳐날 리 없으니까요. 그러니 가만히 있던 20대, 10대 청년들이 뺨맞는 셈입니다.

사족입니다만, 위의 이야기에서 가끔 ‘사기업 가면 되는거 아니냐’는 말씀이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파이가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20대 입장에서는 가만히 있다가 자기 파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는데 도대체 누가 좋아한다는 건가요. 사기업 취업의 문턱도 결코 낮지 않습니다. 그 문턱 더 높이겠다는데 좋아할리가요.

위 두 이야기의 공통분모는 [20대 남자]입니다. 물론 이 외에도 더 이야기가 있지만 이정도도 충분하겠지요. 20대 남자는 가만히 앉아있다 페미니즘에 뺨맞고 비정규직에 뺨맞는 상황입니다(다만 확실히 할 것은, 이 상황이 페미니즘이 나쁘다, 비정규직이 나쁘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런 상황을 만든 기득권층의 잘못이 크지요).


3.        어디로 가야하오…
58년 개띠를 위시한 베이비부머의 퇴직과 함께 새로운 일자리와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을것이란 환상은 이미 사라졌습니다. 퇴직을 하든 말든 그들은 민주주의 사회의 1표를 행사하는 시민이거든요. 정치는 아직까지도 기득권층 위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노년 인구가 더 많은 현 상황에서는 청년정책보다 노년정책이 더 중요한 가치를 가집니다. 국민연금은 조만간 바닥을 드러낼테지만 현 기득권층은 꿀 빨거 다 빨고 가실거거든요. 미래세대의 짐은 나몰라라 하고서요.

선거시즌때 pgr에서 다음과 같은 요지의 댓글을 본적이 있습니다. ‘대학생들이 무엇을 알고 표를 제대로 행사하겠는가’. 20대 남성 회의론이 나올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들입니다. 네. 저 롤하다가 현타와서 이런 글 적고 있는 거겠지요. 롤은 커녕 마지막으로 게임을 한지가 언제인지도 모르겠지만요. Uneducated된 20대 남성은 도대체 어디로 가야하는 것일까요.

글의 요지를 이거다하고 딱 정하고 쓴게 아닌, 최근에 제가 느낀 것들을 적다보니 내용의 핵심이 없네요. 그냥 저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공정한 사회를 부르짖던 현 정권 및 기득권층에 대한 배신감, 여기 맞고 저기 맞는 샌드백신세의 한탄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이 글이 노력을 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것도 아니고, 사회의 모든 책임을 기득권에게만 돌리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사회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외면받는 20대 남성들은 어느 대나무숲에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해야 하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