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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5/18 13:21:29
Name htz2015
Subject [일반] 불멸의 게이머, 기억하고 계십니까?
저는 글을 쓰는 재주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PGR에 쓰고 싶어서 글을 올립니다.

아주 오래전, 스타리그가 살아있던 시절, 인기 절정을 달리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그때 당시엔 스갤 문학이라는 소설 창작이 활발했고, 저는 스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주제에 (지금도 스타는 잘 모릅니다.) 그 글들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뭔지도 모르는 글을 재밌게 읽었다니, 지금 생각하면 참 말도 안되지만, 여튼 어릴땐 그랬습니다.

그 와중, 스갤에서 한 소설을 알게 됩니다. 불멸의 게이머라는 소설이었습니다. 처음엔, 제목만 보고 그냥 이런 소설도 있구나, 하고 넘어갔습니다.

몇개월 후, 아니, 몇년 후일지도 모릅니다. 불멸의 게이머라는 소설이 머릿속을 불현듯 스쳤습니다. 도대체 무슨 소설이었을까?

저는 불멸의 게이머를 찾아 이 PGR이라는 사이트에 도착했습니다. 그때가 아마... 2010년? 2009년? 이었을겁니다. PGR의 연재 게시판에서 소설을 보고, 읽는 것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 메모장에 한편 한편 소설을 복붙한 파일을 MP3에 넣고, 밤을 새워가며 조그만 액정으로 소설을 읽었습니다. 그 소설은, 정말 대단하다는 말로 밖에 표현이 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잘 모르는 주제에, 주인공 임건호가 기상천외한 적들을 이기는 방법을 찾아낼때에는 심장이 빠르게 뛰었고, 주인공 일행이 희망이 보이지 않는 절망적인 상황에 직면 했을때엔 좌절감까지 느꼈습니다.

결말까지 전부 읽고, 이 소설의 메세지를 깨달았을때, 제 인생에서 이 소설은 떼놓을 수 없는 소설이 되었습니다.

불멸의 게이머는 세기의 대작가가 쓴 아름다운 소설도 아니고, 깔끔하지 않고 거친 소설이었습니다. 제 마음을 움직인 유일한 소설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평생 잊을 수 없는 소설이 되었고, 저도 이런 글을 쓰고싶다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그렇지만 한가지 의문이 있었습니다. 불멸의 게이머를 광고하기 위해 작가님이 올리신 만화가 있었는데, 그 만화에서 던진 문제의 해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 만화의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어느날 절망에 빠진 인간을 앞에두고 악마가 말했다.
<네 소원을 들어주지>
돌이킬 수 없는 절망과 삶의 무게에 죽음까지 결심했던 인간은 말했다.
<저... 정말 입니까?>
그 인간은 마치 구원을 받은 듯이 기뻤다.
그러나 악마가 말했다.
<하지만, 네가 빌 수 있는 소원에는 조건이 있다.>
<.....>
<우선 소원은 너자신에 한정된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소원은 너에게 단1푼의 돈도 줄 수 없다.
소원은 너에게 어떤 권력도 줄 수도 없다.
네 외모와 몸을 고쳐줄 수도 없고
너에게 가치 있는 지식을 줄 수도 없다.
인간 이상의 다른 존재가 되는 것도 역시 불가하다
넌 미래를 알 수도 없고
과거도 현재도 알 수 없다.
타인을 해하는 것도 안되며
같은 의미로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안된다
기상이나 현상을 바꿀 수도 당연히 없다.
네가 이유없이 사랑받고 존경받는 것도 안된다.
소원은 너에게 어떤 물질 능력 지식
돈이나 권력이 될 수 있는 그 무엇 어떤 것이라도 전부 줄 수 없다.>
<......>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원은
네가 죽는 것을 막지도 않는다. 자 마음껏 소원을 빌어라>
인간에게 도저히 씻을 수 없는 패배감을 주었다고 생각한 악마는 기뻤다
하지만 악마는 몰랐던 것이다.
이 인간은 진실로 절망에 빠져 있었던 인간이기에 절망이라는 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잠깐을 고민하던 인간은 말한다.
<어쩌면 당신은 악마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내 소원은....>

---

수년 동안 고민했지만 이 문제의 해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마침내 궁금증이 한계에 달하자, 저는 저번 달에 이 작가님을 힘겹게 찾아 해답을 직접 물어 보았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은, '절망을 믿지 않게 해주세요'가 인간의 답이었다는 것입니다. 너무나 간단했고, 불멸의 게이머를 읽었다면 알 수 있는 대답이었는데 깨닫지 못한 자신에 자책감마저 조금 들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돌아 볼 수 있었습니다. 추욱 늘어져 만사에 무기력하고, 글을 쓰겠다 생각하나 며칠 가지 못하고 그만두는 저 말입니다.

당장 바뀔 수는 없을겁니다. 하지만, 어릴때 느꼈던 그 감정을 갖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싶습니다.

불멸의 게이머를 기억하시는 분이 PGR에 있다면, 그리고 그 분이 저처럼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면, 꼭 힘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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