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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3/23 22:27:59
Name 치열하게
File #1 20191122_m_wsj_1000003_700x421.jpg (67.3 KB), Download : 80
Subject [일반] 끝나지 않은 사랑의 타이밍 - 영화 '결혼이야기' 추천스포리뷰 (수정됨)



1. 스포가 아예 없는 리뷰

제목만 보면 제가 이 영화를 보게 될 이유는 딱히 없습니다.
로맨스를 비롯한 남녀 사랑이야기엔 관심이 별로 없거든요.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딱히 선호하는 것도 아니기에 지나칠 영화였습니다.

그렇게 별 관심 없이 지나가야 할 영화를 보게 된 이유는 '호평'이었습니다.
여기저기 다니는 커뮤니티에서 '괜찮다'라는 반응이 있었고, 그것은 호기심으로 발전했습니다.
게다가 나오는 배우도 MCU의 팬이기도 하고 스타워즈 시퀄을 본 저이기에 익숙했습니다.

그래도 만약 끌리지 않았다면 보지 않았을텐데 본 것을 보면 미묘한 끌림이 있었겠지요.
'결혼이야기'라니.
제 인생에 없을지 모르는 이벤트가 대놓고 제목이자 소재이고 남녀사랑이야기 같은데 말이죠.
그래도 볼만 했습니다.

특히 배우들의 연기가 쩝니다. 특히 후반부,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다들 말하게 될 '그 장면'.
그 부분의 연기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동기의 30%는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 때 영화를 끊고 살았던 저이기에 스칼렛 요한슨이나 아담 드라이버나 '연기 잘하는 배우'라 하는데
저는 제 눈으로 확인한 적이 없었기에 별 기대를 한 것은 아니었는데 왜 그런 수식어가 붙었는지 단번에 이해했습니다.

그래서 저와 같이 조금이라도 사전정보를  차단하고 싶은 분들께는 '배우연기'로 추천해드립니다.
영화 내용도 당연히 추천할 만한 요소지만, 그거 조차도, 시놉시스 조차도 사전정보가 될 수 있기에






2. 스포가 조금 있는 리뷰

그래서 제목이 '결혼이야기'이지만 내용이 '이혼'에 관한 것이란 것은 몰랐습니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로라 던이 결혼이야기로 여우조연상을 받는데 거기 설명에 '이혼'이란 말을 들었습니다.

(사실 '작은 아씨들'도 보았었는데 로라 던이 상을 받는 다면 '결혼이야기'보다는 작은 아씨들이 더 어울리지 않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저의 기준으로 이 영화에서 로라 던의 역할이 그렇게 크게 안 느껴졌고, 작은 아씨들에서는 4자매와 함께 어머니도 있는 것을 포토카드로
할까 오래 고민할만큼 존재감이 컸거든요.)


'어라 내가 생각한 것과는 다른가? 부부상담사로 나와서 힘든 결혼 생활로 이혼하려는 부부를 다시 붙여주는 역할인가보네.
마냥 꽁냥꽁냥한 영화는 아니군'

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화 보신 분이라면 얼척 없어하실 생각을 제가 했죠.

'파경을 맞았지만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한 가족을 예리하고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영화'

메가박스에 나온 말 그 자체가 스토리입니다. '한 가족'이라고 했지만 영화는 더 구체적으로는 아내와 남편을 바라보죠.
변호사를 통하지 않고 서로가 합의하에 이혼하려 했으나 갑자기 변호사가 개입하면서 상황은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어 갑니다.
낮에는 서로를 향해 비수를 드러내는 모습이,
밤에는 아들도 있고 하니 서로에게 조금 더 따뜻하게 대하는 모습이 대조적으로 느껴지고
서로를 이해해 주던 것이 무기가 되는 아이러니한 모습과
결국엔 터져버리는 그런 모습(위에서 말한 '그 장면')

그런 것들이 결혼의 끝인 이혼을 다룬 이 영화에서도 사람의 마음을 달래주는 힘을 부여한 거 같습니다.



3. 대놓고 모조리 스포가 조금 있는 리뷰

'그 장면'

두 주인공이 서로에게 대놓고 악담을 퍼붓는 '그 장면'
울었습니다.
엉엉 운 것은 아니고 보면서 눈물이 다 나더군요.

두 주인공에게 크게 감정이입을 해서 그런건 아니었습니다.
또 아이처럼 부모님이 싸운다고 운 것도 아니구요.

그냥 서로 사랑했던 두 사람이 사랑했기에 할 수 있는 나쁜 말들이,
게다가 최선을 다해 말하는 그 나쁜 말들이
참 서글펐다고나 할까요.  
두 배우가 왜 연기를 잘하나? 하면 이 장면이죠.

이렇게 아담 드라이버는 다크사이드로 빠지게 된 것입니다.....

이 글 제목에 대해서 말을 해보겠습니다.
영화 내내 'LA'와 '뉴욕'이라는 장소가 나옵니다.
서로의 갈등의 시초이기도 한 장소들이죠.

극한직업에서 말한 '어메리칸 스타일'로 결말이 나는 와중에
저는 결혼하고 나서도 사랑의 타이밍이 엇갈릴 수 있구나를 생각했습니다.
보통 사랑의 타이밍이란 것은 결국 이어지지 못한 남자와 여자를 보며 그 이야기를 하죠
결혼이라는 것이 결말인 수많은 작품들이 있기에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을 종착역으로
타이밍을 말하곤 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두 주인공의 타이밍은 결혼 후에도 어긋나고 그것이 이혼으로 이어졌다고 봤습니다.
LA에 있는 대학교 교수직을 맡게 되었는데(정확한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여튼 중요한건 LA에서 살게 되었다는 것)
이 기회가 더 빨리 왔다면 그래서 타이밍이 맞았다면 이혼으로 가는 열차를 탔을 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상황에 여주도 아무 감정이 없다면 별일 아닌 듯 반응했겠지만 저는 스칼렛요한슨의 눈이 빨게지는 것을 봤거든요.


영화의 특성상 저도 그렇고 '이혼에 대해 누가 더 책임이 큰 가?'를 생각 안할 수는 없습니다만,
다 보고 난 후 저는 그 사실이 중요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누가 더 잘못을 했는 가를 논하게 되면 더 잘못을 한 사람이 메인 주인공이 되겠지만 그것을 따지지 않기에
두 사람 자체에 집중을 하게 되지요.
또 잘못을 논하는 게 아니기에 두 사람의 타이밍이 어긋난 것이라 보았고,
신발끈을 묶어줄 수 있지 않았을까요...





ps. 영화판은 그러니(스포주의) 뮤지컬 컴퍼니 판 'being alive'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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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23 22:33
수정 아이콘
이번 오스카 작품상 후보들 전부 재밌더군요. 봉준호 4관왕 기념으로 싹다 달렸는데
결혼이야기는 별로 기대 안 했었는데 의외로 재밌었습니다.
뭔가 이혼 법적 다툼 과정에 대한 부분도 신기했고요.
치열하게
20/03/23 23:15
수정 아이콘
악에 바쳐지는 과정이 신기했죠. 다른 데에선 거의 받쳐진 상태에서 시작하기에요.
서쪽으로가자
20/03/23 22:41
수정 아이콘
결혼이야기는 괜찮은 듯 하면서도 많이 아쉽긴 했습니다.
배우들 연기는 뛰어났고, (정작 왜 저 배우가 조연상인지는 이해가 안됩니다... 영화의 갈등을 폭발시키는 '역할'은 인정인데, 연기 비중 자체는 극히 제한적인 느낌이었거든요), 전개 과정이 와 닿는 부분도 많았지만,
마찬가지로 감정적으로 이성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많았어요.
치열하게
20/03/23 23:20
수정 아이콘
어쩔 수 없이 마냥 이해하기 어려운 '결혼'이란 벽이 있었죠. 저에게도
valewalker
20/03/23 22:47
수정 아이콘
이번 아카데미 어워드 보면서 제일 궁금했건 작품들이 결혼 이야기랑 작은 아씨들이였어요.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치열하게
20/03/23 23:21
수정 아이콘
작은 아씨들은 잔잔하게 평범하게 괜찮은 느낌이었습니다. 남에게 '님 이 영화 한 번 봐바. 괜찮아' 느낌 보다는 '어? 그 영화 본다고? 괜찮아 그 영화' 정도의 느낌이죠
몽키.D.루피
20/03/23 22:57
수정 아이콘
저도 아무 정보없이 보기 시작했을땐 재밌었는데 보면볼수록 여자 쪽 엔딩이 너무 판타지라서 별로였습니다. 남자는 소송으로 상금 날리고 이것저것 작품 연출하면서 커리어 망치고 브로드웨이 진출 실패하고 마지막엔 la로 오면서 자기 삶의 기반인 뉴욕도 포기하죠. 남자 입장에서는 이혼 소송이 모든 걸 다 망쳐놓고 나중엔 모든 걸 내려놓게 되는 현실적인 엔딩이었습니다.
근데 여자는 소송 이긴 건 그렇다치더라도 뜬금 능력있는 연출자 엔딩이라니 이게 뭔가 싶었습니다. 더 젊은 애인 만나고 애아빠가 자기 주변으로 이사와서 아이도 행복해하는 판타지 엔딩이더군요.
마지막에 남자의 감정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모든 걸 잃고 상처받았지만 공허함 속에서 내려놓고 다시 시작하는.. 군데 여자의 감정은 말그대로 그저 자기연민이나 동정에 지나지않죠. 이혼소송으로 모든 것을 얻었지만 어쨋든 나는 슬프다 왜냐면 어쨋든 이혼은 상처니까.. 이런 식입니다.
여자 쪽이 어느정도로 현실적으로 사는 모양을 보여줬더라면 그래도 잘 극복하고 살고 있구나 했을텐데 영화는 대놓고 여성판타지로 마무리해서 영화 자체의 메시지를 흐려놓은 거 같습니다.
치열하게
20/03/23 23:42
수정 아이콘
댓글을 보니 'being alive' 영상을 안 올린게 생각나 방금 수정했습니다. 이 노래가 나오며 참 좋은 장면이 만들어지지만 한편으로는 남주를 더 불쌍해 보이게 만들죠. 전 결말에서 여주가 남주의 la행과 편지를 보면서 후회는 아니고 이렇게 된 상황의 안타까움을 느끼는 거 같았어요. 그래서 판타지성 결말인지는 인식 못했네요.(한가지 남주의 상황이 점점 안 좋아지는 건 '그 대화'를 위한 빌드업 처럼 느껴졌습니다. 영화가 후반부로 가면 남주 위주로 느껴지지요. 여주가 '그 대화'로 가는 상황은 대사 하나로 퉁쳐서(어머니 집 대출) 감정이입이 덜 했을 수도)

오히려 다른 후기에서는 남주가 왜 연연하는 지 모르겠다고 하더라구요. 극중 상위 천재 같다고
물만난고기
20/03/23 23:06
수정 아이콘
왜 이혼할 때 변호사가 필요한지, 동시에 왜 그들이 그렇게도 끔찍한지~ 이혼의 이유가 사소한 것부터 누적되어 감정적인 것까지 치고 올라오는걸 정말 잘 표현해냈죠.
치열하게
20/03/23 23:42
수정 아이콘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바로 무기로 만들어버리는 것에 든든함과 당혹감이 들거 같습니다. 주인공들은 후자쪽이었죠.
20/03/23 23:12
수정 아이콘
칼에 베인 시퀀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치열하게
20/03/23 23:51
수정 아이콘
평가관(?) 연기가 진짜 일반인 같이 느껴져서 더 대조적으로 긴장하는 게 느껴진 거 같아요. 안 괜찮은데 괜찮은 척 하는 모습과 그 현실이
마스터충달
20/03/23 23:42
수정 아이콘
저는 이 영화... 너무 웃었습니다;;;;;;; 진짜 저에게는 최고의 블랙코미디였습니다. 말씀하신 장면도 웃으면서 봤습니다;;;;;;;;;

사실 결혼이야기라는 제목 자체도 블랙코미디였고....
치열하게
20/03/23 23:57
수정 아이콘
영화를 멀리서 보셨군요.... 저는 가까이서 봤고
실제상황입니다
20/03/23 23:50
수정 아이콘
저는 해피엔딩이라고 봅니다. 헤어졌어도 사랑은 계속되다... 같은 느낌으로다가
치열하게
20/03/24 00:00
수정 아이콘
정말 '가족끼리 그러는 거 아니야' 하는 그런 가족.... 사랑이 식어서 헤어진 게 아니라 갈림길에서 싸운 느낌이랄까요
망개떡
20/03/24 00:33
수정 아이콘
저는 오히려 그 장면의 말싸움이 길으니까 집중하며 보기는 했지만 힘들더라구요. 영화내내 논쟁에 말다툼인데 보고 듣는거 자체가 기가 다 빠져나가는 느낌이었습니다.
후반부에는 '그래. 양쪽 다 이해가. 그러니까 그냥 좀 조금씩 양보 좀 하고 그만 좀 해. 제발 응? 그래도 몇년동안 같이 살았는데 꼭 그렇게까지 해야겠니?' 이런 생각...영화를 너무 가깝게 본 것일까요? 크크...몇년전만해도 이런 기빨리는 영화들도 재밌게 잘 봤는데 이젠 힘드네요.
밝고 잔잔한 영화가 좋아서 작은 아씨들은 기분 좋게 잘봤습니다. 로라던은 결혼이야기에서 되게 얄밉게 보던 이미지가 제 머릿 속에 남아 있어서 작은 아씨들 초반에는 보기가 어색했는데 볼수록 영화 속 엄마의 역할이 멋있었고, 인상적이었습니다.
재밌는 리뷰 감사합니다.^^
치열하게
20/03/24 02:31
수정 아이콘
그 피로감이 아무래도 현실성에 의해서 느껴진 것이겠지요. 저희야 관객인데 아들 입장에서는 어땠을지. 작은아씨들은 보면서 둘째에게 답답함을 조금... 티머시 존잘이던데...
춘호오빠
20/03/24 04:14
수정 아이콘
레볼루셔너리 로드가 많이 생각났던 영화였어요. 이상과 현실에서 끝내 타협하지 못한 남녀의 이야기가 두 영화 모두 현실적이어서 오늘도 비혼주의에 대한 신념이 더욱 굳건해집니다(?). 마침 이 영화와 레볼루셔너리 로드 역시 뉴욕-LA 그리고 뉴욕-파리에서 갈등이 생겼으니 다시 생각해보면 두 영화의 문법이 조금은 비슷했네요. 두 영화 모두 제겐 최고의 영화들입니다.
치열하게
20/03/24 11:16
수정 아이콘
제목은 뭔가 매드맥스 같은 느낌인데 내용은 아니군요....
담배상품권
20/03/24 05:56
수정 아이콘
저도 윗분과 동감입니다.
사실 여자주인공 배경 자체가 흔하디 흔한 레파토리에 엔딩은 끔찍했어요.
실감나는 연기와 묘사만 남은 영화였습니다.
치열하게
20/03/24 11:32
수정 아이콘
연기만으로도 볼만하죠
담배상품권
20/03/24 11:50
수정 아이콘
(수정됨) 뭐 그건 취향이니까요.
제 기준에서 연기와 묘사만 남았다는거지 객관적으로 잘 만든 영화는 맞습니다.
요근래 많은 한국 영화처럼 배우의 연기를 연출과 각본이 못따라가는 영화는 결코 아니죠.
다만 결혼에 대한 일방적인 환상과 여성판타지적인 면이 이를 망치는 느낌이 들었어요.
지금까지의 희생(?)을 보상받는 엔딩은 그 정점이었구요.
결혼과 이혼에 대한 리얼한 묘사를 해놓고 권선징악 느낌나는 엔딩은 좀 아니다 싶어요.
호박주스
20/03/25 03:15
수정 아이콘
저도 작은 아씨들에서의 로라 던 연기가 훨씬 인상적이고 좋았습니다. 결혼 이야기에선 컨셉과 연기 표현이 다소 과하다는 느낌이었는데 아카데미 수상이라 갸우뚱했네요.
치열하게
20/03/25 10:07
수정 아이콘
아버지야 얼마 등장 안하는데 어머니는 솔선수범하며 딸들에게 모범을 보이고 길을 안내하는 게 인상 깊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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