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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3/04 00:59:56
Name 나눔손글씨
Subject [일반] 왜 영세 건설업체들은 사회보험 정산을 받지 않을까 (수정됨)
공사비를 이루는 항목은 크게 재료비, 노무비, 경비 3가지 항목으로 구성된다. 그 중에서도 경비에는 각종 보험료, 안전관리비, 수수료, 수도광열비 등이 포함된다. 보험료는 공사/용역의 성격에 따라 보증보험이나 손해배상보험 수수료가 계상되어 있을 수 있지만 가장 주된 부분은 역시 4대보험이다.

4대보험은 아시다싶이 국민연금, 국민건강, 고용, 산재보험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상적으로 4대보험에 가입한다면 사업주와 근로자는 정해진 율에 대해 각 50%를 나누어 부담하거나 산재보험처럼 사업주가 전부 부담을 하기도 한다.

건설공사의 설계내역서를 살펴보자. 공사는 발주처로부터 시행사가 도급을 받아 대신 시공하고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그래서 도급비에는 직접노무비에 해당하는 항목에 대해 4대보험료를 지불하게 된다. 공사업체 직원이 발주처를 위해 업무를 하는 기간이니 그 공사기간 동안의 4대보험료를 반영하는 것이다.

매년 국토교통부에서 고시하는 율에 따라 4대보험료를 계산하여 내역서 상에 반영한다.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은 정해진 비율대로 그 금액을 전부 계상한다. 반면 국민연금, 국민건강보험료는 정해진 비율을 전부 계상하지만 나중에 정산을 하게 된다. 바로 사후정산제도다.

올해 국민연금보험료는 9%인데 이 중에서 가입자분, 회사분이 각각 50%이므로 근로자는 4.5%를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설계내역서에는 직접노무비의 4.5%를 국민연금보험료로 반영한다. 하지만 이 금액을 전부 그대로 지급하지 않고 실제 근로자가 납부한 금액증빙에 따라 공사가 완료된 후 사후정산해서 지급하는 것이다.

보통 도급비가 1억 정도 되는 공사건이라면 국민연금, 국민건강보험료는 100~200만원 정도 예산이 잡힌다. 크진 않지만 작지도 않은 금액이다. 하지만 내가 만나본 업체들은 한결같이 사후정산을 신청하지 않았다. 아예 0원으로 정산을 받겠다고 신청한 것이다.

표본이 많지는 않다. 그래서 다른 공사건들도 찾아봤다. 3억미만 공사건에서는 상당히 높은 비율로 정산을 받지 않았다.(3억은 그냥 임의적인 값이다.) 다른 곳은 어떨까. 구글 검색으로 지자체 계약공개내역을 찾아봤다. 여지없이 준공 전 설계변경 때 사회보험료를 전액 삭감해서 0원으로 정산한 건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국민신문고를 통해 문의해보니 시공업체에서 제출한 대로 반영했을 뿐이라는 답변만 받을 수 있었다.

왜 그런걸까? 같이 일했던 공사업체 직원분에게 물어봤다. 아니 4대보험도 다 가입되어 있는데 정작 보험료는 왜 정산을 안 받는건지.

이유는 여러가지 있지만 핵심은 효율이 안 나온다는 것이었다. 이 사후정산제도를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연금보험, 건강보험공단에 사업장 성립신고를 해야한다. 하지만 건설업체는 일반적인 회사와는 다르게 본사/현장으로 나눠서 성립신고를 해야한다. 가령 어떤 회사의 본사가 강남에 있고, 건설현장은 동탄2신도시, 세종시 6-2생활권, 과천지식정보타운 이렇게 3군데 있다면 각각 성립신고를 하고, 근로자의 이동이 있으면 취득/상실신고를 해야한다.

한 공사건, 한 현장에만 뛰는 작업팀은 없다. 영세 건설업체의 경우 공사규모가 작다보니 매달마다 작업현장이 달라지고 인원이 바뀐다. 계약기간이 6개월이라고 해서 6개월 내내 시공을 하는 공사건은 없다. 단가공사처럼 1~2년 계약을 하고 발주처에서 필요할 때 작업을 지시하는 공사도 있다. 시공관리책임자는 현장검토하고 설계변경 건이 생기면 발주처에 요청을 한다. 영세업체다보니 시공관리책임자뿐 아니라 회사대표까지 직접 작업을 한다.

현장을 분리해서 성립신고하고 매번 근로자의 취득/상실신고를 하는 것은 안 그래도 일손이 부족하고 고령화된 영세업체 입장에선 만만치 않은 작업이라는 것이다. 만약 현장을 분리하지 않고 그냥 전부 본사로 근로자 취득신고를 하면 현장인 명부를 확인해서 작업자별로 일할계산한 보험료를 정산받을 수 있다. 계약기간이 길면 정산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서류작업이 된다. 그러다보니 시공사에서도, 발주처에서도 정산하는 것을 꺼려하게 된다. 어떤 지자체 감독은 아예 0원으로 정산하는 것을 원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 작업일수가 많지 않으면 막상 정산해보아도 예산에 반영된 보험료의 일부밖에 받지 못한다. 그러니까 실제 들어가는 품에 비해 나오는 금액은 얼마 안 되니까 다른 업무에 우선순위가 밀려 보험료를 안 받게 되는 것이다. 보험료 정리할 시간에 설계변경 요청하고 작업내용 더 파악해서 실무 뛰는게 효율적이라는 것.

이 사유가 다른 업체들에게도 모두 동일한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2006년에 정립되어 14년간 지속된 사후정산제도는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었더라도 직관적이지 않고 사용자가 불편해서 추가비용이 들어가면 효능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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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4 01:06
수정 아이콘
건설업 사대보험은 뭔가 복잡하더군요..
참치성애자
20/03/04 01:56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공실이
20/03/04 06:34
수정 아이콘
허.. 이건 문제 있네요. 기껏 만들어놓은 제도 이용하기 불편해서 못쓴다니...
대왕세종
20/03/04 06:56
수정 아이콘
건설사 다니면서 모르고 있었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김소현
20/03/04 07:56
수정 아이콘
심지어 작년부터 건설업근로자에 대한 건강보험 부과 일수도 기존 20일에서 8일로 줄었습니다.
4대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건설업근로자에 대한 개선책이라고 내놓은 것인데, 정작 회사입장에서는 4대보험료 증가+일거리의 증가로 인하여
대부분 꼼수로 일처리하고 있죠. 예를 들면 지속적인 근로자인데 한달에 7일만 일한것으로 처리하고 나머지 일수는 다른 사람 명의로 일용근로자 신고를 한다던가 하는...
최종병기캐리어
20/03/04 07:58
수정 아이콘
대부분이 일용직노무자다보니 고용보험만 0.45% 원천징수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글 내용처럼 무시하는 경향이 강하죠.
도르마무
20/03/04 08:10
수정 아이콘
건설현장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듯 한데요..
분야불문 일손 적은 영세사업체들은 다 비슷비슷 합니다.
사대보험이나 세금관련 이슈는 어차피 둘 중 하나기 때문이죠.
토해내거나, 돌아오는 금액이 적거나.
업무대비 수지타산 안맞으면 하이패스죠.
20/03/04 08:31
수정 아이콘
건설업 전산시스템 운영 / 유지보수한지 좀 됐는데 전에는 시행시공개념에 원도급사라 이런문제가 없다가 지금은 월에 1000명쯤 되는 일용직 관련 사항들을 보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사후정산에 대해선 몰랐던 부분이네요.

저희는 노임기반 시스템을 따로 운영중이고 해당하는 노임일수가 특정 카운트 20 / 8 (2018. 7월부 적용이었나요)가 되거나 등으로 인해 취득 / 상실 / 보수변경에 대한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비슷하게 인접한 현장을 오고가시는 분들에 대한 컨트롤이 안된다는 점인데 개선을 해보려고 하다가 혼자서 관리하다보니 뒤로 좀 놓아버린 경우기도 합니다.

현장별로 사업장을 만들어야 하다 보니 손이 많이 간다거나, 역으로 저희기준에선 현장을 나눠서 (소장을 2명 두고, 2개 현장 관리)하는데 원도급사에서 1개의 현장으로 처리하고 싶어하면 사업장 신고를 1개로 하고 두 현장의 자료를 섞어야 한다거나 변수들도 제법 많네요. 그래도 영세업체들보단 낫지 싶은 상황입니다. 4대보험은 기본적으로 그래서 다 처리가 되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인거 같은데 사후정산 잘 받고 있나 모르겠네요.

해법이 사실 쉽게 나지 않는 부분인데 저런걸 파고드는 좋은 노무시스템이 훅 하고 들어와야 겠지만 겪어본바 좋은 시스템이 있다고 해결되는 만능은 없었던 것으로 ... ㅠㅠ
나눔손글씨
20/03/04 09:48
수정 아이콘
일용직 월에 천명이면 매우 큰 현장이네요. 별도의 전산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는 규모라면 도급액도 크기 때문에 보험료 규모가 커서 왠만하면 전부 정산받고 있을 겁니다. 다만 영세업체들은 시공관리책임자가 연세도 많고 여러개 현장을 동시에 관리하거나 시공까지 겸하다보니 시시각각 바뀌는 제도나 법령에도 취약하고 전산시스템은 다루기 어려워하시고 그렇습니다. 알바하다보면 주휴수당 계산도 실수하는데 이런거 보면 직관적이고 좋은 제도라는게 참 만들기 어려운거 같네요.
20/03/04 09:55
수정 아이콘
시스템을 잘 만든다고 만들어도 제도의 유동적인 부분과 전산쟁이들이 제일 싫어하는 무수한 예외의 법칙이 나타나기 때문에 따라가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기도 합니다.

이게 한달동안 일을 한 사람으로 보면 지급할 금액은 A현장+B현장+C현장 = D 가 되니까 본인은 D만 받으면 되는데 정작 회사입장에선 투입에 대한 원가 정산을 해야 하다보니 A, B, C를 다 구분지어야 하고 그러기 때문에 매칭을 위한 값이 다 다르게 들어가서 4대보험 정산할때 사업장신고까지 개별이면 ..... 하..... EDI 등록하는 데이터 빼주는 과정도 그렇고 정말 여러모로 실무들이 쉽지가 않은 상황인데. 이 과정에 시스템상의 헛점 또는 사용성에 있어 익숙치 않아 발생하는 몇몇 예외가 겹쳐지면 시스템이 있어도 이런데, 없으면 어떨지 말도 못할 것 같습니다.
애잔한 개구리
20/03/04 10:15
수정 아이콘
지방 작은 건설회사 직원입니다.
다른 곳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희 회사의 경우만 놓고 보면,
본문에 말씀해 주신 대로 건강, 연금보험료가 적지 않기 때문에 사무실에서는 어떻게든 일용노무자들의 보험료를 정산하려고 하지만, 보통 당장 손에 쥐는 노임이 적다는 이유로 보험료 정산을 꺼리는 일용노무자분들이 많더라구요.
회사 입장에서는, 보험료 정산을 통해 적게나마 1) 관리비, 이윤을 늘릴 수 있고 2) 매출, 즉 실적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일이 많아져 좀 번거롭더라도 보험료 정산을 하는 편이 좋습니다.
나눔손글씨
20/03/04 14:51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가급적 하는게 좋지만 정산을 안 하는 곳이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습니다. 전기, 소방 같은 전문공사는 그런 비율이 더 높은 것 같더라고요. 금액 작다고 해도 최소 수십만원은 나오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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