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0/03/03 08:35:58
Name aurelius
Subject [일반] [토막글] 오쿠보, 정한론에 왜 반대했나? (수정됨)

1873년 오쿠보 도시미치 (사이고와 함께 당시 실권자) 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정한론에 반대했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그저 한 문장으로 그가 반대했다더라 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구체적인 이유를 보니 정말 노련한 정치가였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첫째, 신정부의 성립 이후 제도 변혁과 증세로 국내가 불안정하다. 사소한 일로도 소란이 일어날 수 있다.

둘째, 국가 재정이 매우 어렵다. 대외 정벌을 추진하려면 증세할 수 밖에 없다. 증세하면 인민이 피폐해지고 원한을 갖게 된다. 이를 위해서 지폐를 발행해야 하는데, 이는 물가상승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외채에 의존하게 된다. 

셋째, 부국강병을 실현하는 데는 수년씩 걸린다. 이 시점에서 병력을 동원하면 지금까지의 민생대책은 모두 붕괴되고 만다.

넷째, 전쟁이 벌어지면, 외국으로부터 수입이 늘어 금이 유출된다. 젊은이를 전쟁터로 보낼 경우, 제품의 제조 능력이 하락, 수출이 어려워진다. 함정이나 무기를 외국에서 구입할 경우 재정이 파탄난다.

다섯째, 러시아가 남진을 기도하고 있다. 만약 조선에서 전쟁이 벌어지면 러시아가 어부지리로 덕을 보게 될 것이다.

여섯째, 러시아 뿐만 아니라 영국도 안심할 수 없다. 일본은 이미 영국에 부채를 가지고 있다. 이를 상환하지 못하면, 내정간섭을 초래, 일본은 제2의 인도가 된다.

일곱째, 일본은 영국,프랑스와 대등한 존재가 아니다.현재 그들에게 병력 주둔을 허용하고 있다. 이래서는 독립국가라 할 수 없다. 이 점을 수치스럽게 생각하지 않고, 조선에 무례를 범하는 것은 큰 일은 참고, 작은 일은 참지 못하는 것과 같다.


여기서 인상 깊은 점은 러시아와 영국을 대단히 의식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증세가 필요하고, 돈이 많이 든다는 이야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러시아와 영국의 행보가 우려된다고 말하는 것은 당대 정치인의 평균적 의식으로 보았을 때 아무나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죠. 


역시 외교는 내가 무슨 A와 B의 관계에서 어떤 행위를 했을 때 상대방 B의 반응만이 아니라, C와 D 그리고 F의 반응까지 예측해야 하는 기술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Sardaukar
20/03/03 08:48
수정 아이콘
1873년에 일본 단독으로 조선을 점령하기에 득보다 실이 많았을 것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일본이 그렇게까지 공업화가 진행되진 않은 시점이었고요.

이후 본문에 언급된 사이고 다카모리가 정한론자 데리고 서남전쟁 한번 하고나니 진짜 전체주의 국가가 되어 달리기 시작하는데..
Liberalist
20/03/03 08:58
수정 아이콘
솔직히 일본인들이 유신의 주역이네 뭐네 떠받들어주는 인사들 가운데 그 사람이 진짜로 대단한가 싶은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특히 사이고 다카모리 같은 인물은 사카모토 료마 덕분에 가진 역량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 보여지는 느낌도 있고요.

그렇지만 오쿠보 도시미치, 이토 히로부미만큼은 가진 식견이 확실히 당대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최대치에 이르렀었다고 생각합니다.
오쿠보 도시미치가 암살로 일찍 골로 가지 않고, 이토가 운 좋게 살아남아서 원로 역할을 했다고 가정했을 때의 일제는 정말이지... 아휴;;
20/03/03 09:05
수정 아이콘
우리 모두는 일본어를 쓰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
20/03/03 14:53
수정 아이콘
대한민국 SF의 최고 아웃풋이자, 세계의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어서 고루고루 맛을 봐야할 "비명을 찾아서"가 생각나는 말씀이시네요. 생각나는 김에 한번 더 정독하려고 다녀옵니다 크크...
20/03/03 09:14
수정 아이콘
아마 '바람의 검심'에서 오오쿠보 토시미치를 보신 분도 많을 겁니다. 십본도 편 초반, 켄신에게 정부요인이 되라고 설득하러 찾아왔다가 돌아가는 마차 안에서 세타 소지로에게 살해당하는 콧수염이 오오쿠보입니다.
aurelius
20/03/03 13:35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저도 사실 오쿠보 도시미치나 가츠라 코고로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것도 바람의 검심 덕분이었죠 크크 . 일본근대사 입문을 바람의 검심으로 했습니다 크크
솔로몬의악몽
20/03/03 13:53
수정 아이콘
오쿠보 도시미치가 토막파라서 토막글로 쓰신 것인가요? (매우 재미있는 농담)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4876 [일반] [스연] 일본 아이코 공주는 한류아이돌 EXO 백현의 팬 [8] 어강됴리9727 20/03/05 9727 0
84875 [일반] [헬스]또다시 논란이 생긴 헬스 유투버계 [74] 도뿔이26089 20/03/05 26089 2
84873 [일반] [스연] 대한민국 최초의 트렌디 드라마 [17] 나의 연인11075 20/03/05 11075 3
84872 [일반] [스연] henrik widegren - 통계적으로 유의한 사랑노래 [2] FLUXUX6281 20/03/05 6281 2
84871 [일반] [스연] 골목식당 찌개백반집 고기프로 단골손님 [4] Croove8825 20/03/05 8825 0
84870 [일반] [스연] BTS - Black Swan MV [12] 덴드로븀5553 20/03/05 5553 1
84869 [일반] [스연] 한국 힙합 어워드 수상 결과 [21] 류수정6164 20/03/04 6164 1
84868 [일반] [스연] 윤도현의 러브레터 라이브 스트리밍 [10] style7563 20/03/04 7563 2
84867 [일반] [스연] 세상이 바뀌었고, 이젠 걸그룹도 변해야 할 때 [63] 치열하게13250 20/03/04 13250 1
84860 [일반] [스연] 도쿄올림픽을 무관중으로 치루자는 이야기가 있네요 [19] 강가딘11583 20/03/04 11583 1
84859 [일반] (미국 경선) 수퍼 화요일 결과의 윤곽이 나오고 있습니다. [43] OrBef10913 20/03/04 10913 1
84858 [일반] 코로나19 병의원 손실 보상안 공개 및 상상코로나(?) [80] Timeless10509 20/03/04 10509 9
84857 [일반] [단상] 21세기 한국 외교에 대한 몇가지 생각 [13] aurelius9073 20/03/04 9073 20
84856 [일반] 요즘 출퇴근길 단상 - 예쁜 여자들이 많아졌다! [57] 지니팅커벨여행15206 20/03/04 15206 2
84855 [일반] [스연] 아이유가 참이슬 모델로 복귀합니다. + 근황 [24] VictoryFood10963 20/03/04 10963 4
84854 [일반] 왜 영세 건설업체들은 사회보험 정산을 받지 않을까 [12] 나눔손글씨8345 20/03/04 8345 11
84852 [일반] (삼국지) 손권의 거짓 항복과 세 번의 승리 [41] 글곰8581 20/03/03 8581 15
84850 [일반] [스연] NHK에서 쥬리 다큐멘터리 나올예정 [14] 어강됴리10969 20/03/03 10969 1
84849 [일반] [스연] 방탄 전세계 초동 506만장으로 추정 (차트마스터기준) [35] 로즈마리9766 20/03/03 9766 1
84848 [일반] 제가 사용하는 책상파이 시스템 [18] 담배상품권14195 20/03/03 14195 2
84846 [일반] 남편'을' 덕질한 기록을 공유합니다. (2) [106] 메모네이드15985 20/03/03 15985 50
84845 [일반] [그래픽] 코로나 관련 통계 추이 [112] 김홍기13734 20/03/03 13734 0
84844 [일반] 생각보다 간단하게 해먹기 쉬운 이연복식 간짜장을 집에서 만들어봅시다.JPG [34] 살인자들의섬11584 20/03/03 11584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