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0/01/31 18:41:26
Name 여왕의심복
Subject [일반] 타미플루 처방은 인플루엔자 환자의 자살을 비롯한 신경정신과적 부작용을 늘리지 않는다.
안녕하세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위기로 다들 걱정이 많으신 가운데 어떻게 보면 신종코로나바이러스보다 더욱더 위험한 인플루엔자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나와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원래 이글을 오랫동안 준비하고 있었는데, 신종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글 때문에 분량과 내용이 대폭 축소되었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자세히 정리해드리겠습니다. 

1. 인플루엔자의 무서움

우리가 흔히 독감이라고 부르는 인플루엔자(Influenza)는 광범위한 정의로 보면 감기(Common cold)가 맞습니다. 감기라는 것이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하는 상기도 감염을 의미하기 때문에, 인플루엔자는 감기의 일종으로 이해해도 됩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플루엔자를 독감, 즉 독한 감기로 부르는 것 자체를 삼가는 분위기입니다. 이는 인플루엔자의 질병부담이 다른 일반 감기와는 다른 차원이기 때문입니다.

2015년 메르스를 독감 정도로일뿐이라고 표현하셔서 고생을 하신 몇몇 의학자들이 계십니다만, 그만큼 심각하다는 역설적인 의미로 여긴다면 그렇게 틀린 표현까지는 아닙니다. 인플루엔자는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인 바이러스 중 하나이며, 전세계적으로 매년 유행하는 몇 안되는 바이러스입니다.

매년 전체 세계 인구의 약 10~20%가 감염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고, 전세계에서 연간 30~65만명 정도가 인플루엔자로 인한 호흡기 질환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연간 3,000명 정도가 인플루엔자로 인해 사망한다고 발표된적이 있을 정도니 인플루엔자는 단순한 감기로 여기기에는 너무 심각합니다.

현재까지 인간이 개발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방법은 백신과 치료제 두가지 입니다. 그런데 상당수의 바이러스로 인한 질환이 치료제는 커녕 백신도 없는 상태인데, 인플루엔자는 백신과 치료제가 모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그 무섭다는 HIV도 이제 약물치료를 잘받으면 거의 평균수명 가까이 보장이 되는 상황에서도 말입니다.

2. 인류의 인플루엔자에 대응하는 무기와 그 한계

이러한 인플루엔자에 대해서 인류는 두가지 주요한 무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인플루엔자 예방백신이고, 나머지는 타미플루로 대표되는 항인플루엔자 제제입니다. 그러나 인플루엔자 백신은 생각보다 효과가 떨어지며, 타미플루도 많은논란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논란은 타미플루 자체가 인플루엔자의 심각성이나 감염력을 떨어뜨리는데 효과가 없다는 주장이며, 또 다른 논란은 타미플루의 복용이 자살시도와 같은 심각한 신경정신과적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주장입니다. 이러한 자살과 관련된 주장은 작년과 재작년 우리나라와 일본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타미플루 처방을 줄이는 큰 동기로 작용했습니다. 또한 이후 이루어진 여러 연구들에서도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논란은 더 커졌습니다. 

3. 최신 연구 결과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 공단 빅데이터를 활용한 연구가 얼마전 발표되었으며, 저와 제 동료가 직접 수행한 연구결과입니다. 

2009년 이후 인플루엔자로 진단받고 타미플루를 처방받은 집단과 처방받지 않은 집단을 비교하였을 때 자살과 자살시도는 타미플루 복용여부와 큰 관계를 보이지 않았고, 중등도 이상의 신경정신과적 부작용은 오히려 타미플루를 처방받은 군에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여러분들께서도 타미플루 처방에 있어서 조금 더 안심을 하셔도 될듯하고, 인플루엔자에 잘 대응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걸리는 의료기관의 부담도 줄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래는 발표된 연구 논문의 링크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닉네임을바꾸다
20/01/31 18:56
수정 아이콘
이러니 백신도 없고 약도 없던 시절에는 수천만 명이 죽지...
약과 백신이 있어도 이정도니...
jjohny=쿠마
20/01/31 18:56
수정 아이콘
일단 Abstract만 간단하게 읽어봤습니다.
국가단위 연구라서 그런지 케이스가 백만단위네요 헣헣
좋은 연구 감사드립니다.
DownTeamisDown
20/01/31 19:05
수정 아이콘
저도 타미플루 먹었었던 기억이 있는데 예전에 처음처방받을때는 비싼약이어서 좀 그랬는데 처방받았을때 확실히 효과는 있어서 확 좋아지던 기억이 듭니다.
그때는 타미플루가 비보험인가 했었는데 확실히 먹어보니 돈값은하는 약이라는 생각이 들던...
jjohny=쿠마
20/01/31 19:09
수정 아이콘
(수정됨) 궁금한 게, 중증도 이상의 케이스에서 Oseltamivir 복용군이 NPE가 낮게 관측되었다는 건, NPE는 인플루엔자 감염증에서 촉발된 증상이었던 것으로 추측할 수 있을까요? (전체 감염증 환자들 중에 NPE 발생 비율이 약 1퍼센트인데, 생각보다 높네요...)
여왕의심복
20/01/31 19:11
수정 아이콘
간접적으로 인플루엔자의 합병증으로 생각할수있습니다. 플루의 심각성은 연구할때마다 놀랍니다.
jjohny=쿠마
20/01/31 19:13
수정 아이콘
그렇군요... 추가 설명 감사합니다.
새삼 매년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하는 거 꼬박꼬박 잘 맞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올해 안 맞았는데...
20/01/31 19:15
수정 아이콘
으어어 옥스퍼드 계열은 못 보는데 ㅠㅠ
암튼 좋은 논문 출판하시게 된 점 축하드립니다
그러면 일본에서 나왔던 타미플루 먹고 이상행동 나타난다는 study들은 의미가 없었던 것일까요?;;
여왕의심복
20/01/31 20:33
수정 아이콘
대조군이 없거나, backward 연구라 한계가있었던거같습니다.
토니토니쵸파
20/01/31 19:18
수정 아이콘
항상 정리 된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다행히 올해 타미플루 부작용 관련된 이야기는 이전보다 적은 것 같네요.
VictoryFood
20/01/31 20:08
수정 아이콘
역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를 모두 합치면 1억명도 넘어가겠죠?
Sardaukar
20/01/31 20:14
수정 아이콘
1차 대전과 연계된 스페인 독감만 해도 수천만이니까요
세상의빛
20/01/31 20:14
수정 아이콘
제1저자 선생님과 선생님의 노고와 성과에 존경의 박수를 보냅니다.
좋은 학술지에 논문이 게재되어서 보람차실 것 같습니다. 부럽습니다.
선생님 질문이 두가지 있습니다.
1) oseltamivir 사용군과 미사용군의 NPEs HR이 adjusted model이 보이는데 어떤 변수로 보정하셨는지 궁금합니다.
2) Non-adjusted model에서는 oseltamivir 사용군에서 HR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았는데 어떻게 해석하셨는지 궁금하네요.
지금 초록밖에 볼 수 없어서리...
여왕의심복
20/01/31 20:35
수정 아이콘
보정변수는 연령, 성별, 동반질환 약 15가지, 동반약제 약 15개정도, 최근 1년내입원력, 응급실 내원력 정도입니다. 저희는 타미플루가 최소한 늘리지는 않는것같다는 보수적인 보고를 했습니다.
세상의빛
20/01/31 21:43
수정 아이콘
답변 감사합니다.
아이지스
20/01/31 20:23
수정 아이콘
유언비어 막는게 정말 어렵네요. 앞으로
인생은이지선다
20/01/31 20:30
수정 아이콘
병원이나 약처방을 별로 안좋아하는 사람이고 어지간한 감기는 몸뚱이로 이겨내자는 주의입니다.
어느 날 열이 펄펄 나길래 여느 때 처럼 롤이나하면서 버티면 낫겠지 싶어 버티고 버티다, 진짜 병마에게 패배를 선언하지 않는 사람임에도 서랜치고 병원에 가니 열이 40도가 넘고 신종플루라면서 입원을 하라더군요. 지금 와서 생각하면 열이 40도가 넘는데도 밤새 랭겜하던 제가 마주한 상대가 롤유저인지 신종플루인지 분간도 못할 미친짓었네요.

그 때 처방해준 약이 타미플루였는데 먹는순간 [독하다]라는 말이 위장에서 부터 메아리치는데 어휴...어릴 때 먹은 가루약과는 차원이 다른, 쓴게 아니라 진짜 이 놈은 뭔갈 죽이는 놈이고 내 몸에서 뭔가가 죽어가고 있다는게 실시간 세포로 느껴졌었네요.
먹으면서 내 인생 가장 역한 먹을 것이 분명하다 싶었는데 5분뒤에 먹은 병원 밥...와..그 병원은 밥에다가 타미플루를 탔는지 진짜 역해서 못 먹었습니다.
닉네임을바꾸다
20/01/31 20:55
수정 아이콘
타미플루를 능가하는 병원밥...크크
전 그냥저냥 먹을만하던데...
병원밥의 신경정신과적 부작용을 연구하면...읍읍
20/01/31 21:39
수정 아이콘
존경합니다. 나는 뭐하고 사나 싶네요.
스칼렛
20/01/31 22:47
수정 아이콘
우리가 물론 모든 부작용의 기전을 알지 못하지만 oseltamivir는 딱히 정신과적 부작용을 일으킬만한 약은 아닌 것처럼 보이긴 하죠. 이젠 좀 더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게 하는 좋은 논문이네요. 감사합니다.
Timeless
20/02/01 01:19
수정 아이콘
먼저 축하의 말씀을 올립니다!

이 건은 일본에서 2007년 타미플루 복용한 10대가 뛰어내려 자살하는 사례가 몇 건 발생해서 촉발된 논쟁인데, 이후 10년에 걸친 조사를 통해 위 논문 결론처럼 항바이러스제 사용과 관련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결국 일본 타미플루 약전에 삽입되었던 10대에서 사용 주의 문구가 삭제됐습니다.

일본은 매년 이상행동 일으킨 환자를 분석해서 보고를 해줍니다. 지난 해 보고서(2018-2019년) 요약은 다음과 같습니다.

10대에 많지만, 더 어린 경우도 생길 수 있다. (4~18세, 평균 10.25세, 중앙값 10세)
여성에 비해 남성에서 보고가 많다. (70%)
이상행동은 발열 후 2일 사이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90%)
이상행동이 발생하는 타이밍은 수면에서 각성된 직후가 많다. (70%)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경우에 더 많다. (70%)

결론적으로 인플루엔자 감염의 한 증상인 이상행동에 대해 소아청소년 확진자나 의증 환자에서는 타미플루 복용 여부와 관계없이 위와 같은 내용에 대해 알리고, 주의를 줘야 합니다.
성큼걸이
20/02/01 02:24
수정 아이콘
불과 몇년전에 타미플루 부작용으로 suicidal risk를 들었던거 같은데 해리슨도 바뀌려나요
여왕의심복
20/02/01 11:05
수정 아이콘
아마 슬슬 바뀌지 않을까합니다.
응~아니야
20/02/01 02:26
수정 아이콘
인플루엔자 감염자에게 생기는 환각 및 자살시도 증가가 사실은 인플루엔자 뇌병증에 의한 것이라는 가설도 있던데...
여왕의심복
20/02/01 11:06
수정 아이콘
저희도 유력하게생각하는 가설이지만 증명이 필요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4212 [일반] (일상글)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가게 [5] aurelius5911 20/01/31 5911 6
84211 [정치] 김문수, 전광훈과 극우 성향 자유통일당 창당 [57] 及時雨10673 20/01/31 10673 0
84209 [일반] 타미플루 처방은 인플루엔자 환자의 자살을 비롯한 신경정신과적 부작용을 늘리지 않는다. [24] 여왕의심복11103 20/01/31 11103 27
84208 [일반] 최신 논문을 통해 찾아본 신종 코로나 감염증 [24] 턱걸이최대몇개10024 20/01/31 10024 9
84207 [일반] 무기의 시대(Age Of Weapon) (4) [4] 성상우6021 20/01/31 6021 1
84205 [일반] '저희 나라'는 사용가능하다. [78] 실제상황입니다17936 20/01/31 17936 16
84204 [일반] [현대사] 미국이 바라본 문선명과 통일교의 정체 [10] aurelius11492 20/01/31 11492 8
84202 [일반]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유행 관련 FAQ 및 최신 정보 (2020.01.31. 1530) [376] 여왕의심복70849 20/01/27 70849 222
84201 [정치] 우한폐렴이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냐 [192] slo starer15763 20/01/31 15763 0
84200 [정치] 의료기관들이 N95 마스크를 구할 길이 없네요 [146] metaljet18895 20/01/31 18895 0
84197 [일반] 교모세포종 2번째 글 [19] 두부두부7637 20/01/30 7637 14
84196 [정치] 한국당 예비후보 호남서 단 1명뿐…'전국정당화' 전략 고심 [83] 강가딘11117 20/01/30 11117 0
84195 [일반] '남→여' 성전환 20대, 여대생 된다. 숙명여대 합격 [133] 톰가죽침대16539 20/01/30 16539 10
84194 [일반] 고액체납자 지도 [54] 쵸코하임12486 20/01/30 12486 12
84193 [일반] 5g요금제에서 lte요금제로 바꾸는 법 [24] 키르아9472 20/01/30 9472 2
84190 [일반] 일본에서 감염자 3명 중 2명이 무증상자라 합니다. [35] 짐승먹이12995 20/01/30 12995 0
84189 [정치] 서울 아파트 중간가격이 9억원을 돌파했습니다. [293] 미뉴잇18134 20/01/30 18134 0
84188 [일반] 이번주말 제주여행 가려는데 고민입니다 [24] 프란넬7266 20/01/30 7266 1
84187 [일반] [단상] 혐중, 혐일 그리고 한국의 고립 [109] aurelius15174 20/01/30 15174 20
84186 [정치] 한국당의 중국인 입국금지 법안 발의 관련하여 [117] 1등급 저지방 우유12125 20/01/30 12125 0
84185 [일반] 중학교 특별활동 [애니메이션 감상부]의 추억 [10] 삭제됨6980 20/01/30 6980 8
84184 [정치] 제가 살고 있는 지역에 우한 교민이 격리됩니다. [172] Timeless17499 20/01/30 17499 0
84183 [일반] 중국의 인구와 출생아 수가 실제보다 과장됐다? [23] 데브레첸9735 20/01/30 9735 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