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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12/13 10:58:22
Name 아이유_밤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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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11] 32년간의 성탄절. (수정됨)




성탄절.
크리스마스.

저는 어려서부터 교회를 다녔습니다.
교회에서는 성탄절이 년중 큰 행사였지요.
많은 사람들이 이맘때쯤 교회를 가면 과자를 준다 라는 사실은 이미 많이들 알고 계실겁니다.
그 과자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아시는분은 많지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그 과자들의 출처들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해드리려고 합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성탄 전야제를 합니다. 각 기관별로 찬송, 콩트, 뮤지컬, 워쉽 등등을 준비해서 성대한 전야제를 올리죠.
전야제를 위해서 길게는 두달, 짧게는 2주이상의 준비기간이 필요하지요.

저는 이 준비기간이 그렇게도 좋았습니다. (왜인지는 몰랐었지만)
그냥 연말+방학+시험끝(어차피공부도안했으면서) 이 모두 합쳐져서 마냥 신났던건지, 교회에 가면 또래친구들과 꽁냥거릴수 있는게 좋았던건지 잘 모르겠지만, 11월 중순쯤부터 교회앞에 트리가 설치되고 반짝반짝 불빛이 나면 그렇게 황홀했드랬죠.

성탄 전야제가 끝나고나면 대략 9시 정도가 됩니다. 성도님들은 집으로 귀가하셔서 이벤트(?)를 준비하시고, 학생부(중1~고3)및 청년부(20~)는 남아서 야식을 시킵니다(?) 그리고 마피아게임이 시작되죠(?) 당연히 사회는 제가봅니다(???)

그렇게 11시 정도까지 지루한 시간들을(?) 보낸뒤에, 11시엔 이제 조를 나눕니다. 1구역, 2구역, 3구역,4구역,5구역...
각 구역엔 그 구역에 대해 잘 아시는분들과, 장로님들, 그리고 짐꾼이 될만한 학생+청년들을 적절히 배분을 합니다.
이때, 저는 아, 누구와 같은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이 추운 겨울길을 짐을들고 걸어도 하나도 춥지 않을텐데..하는 생각과함께 교회를 다니면서 손에 꼽을만큼 간절한 기도를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내가 원하는 사람과 같은조가 됩니다. 역시 하나님은 내 기도는 들으시는군.
하.지.만 장로님들과 집사님들은 따로 구역바꾸기가 안되지만 학생청년은 굳이 안바꿀이유가 없죠.
남자랑 가기 싫다며(정말입니다. 다른 친구 랑 가고싶어서 그랬던걸껍니다. 저랑 같은조여서가 아니라. 그니까 제가 그게요 아니) 저친구랑 가겠다고 낼름 다른조로 가버리고, 그 조에있던 등치는 스벤만한 후배녀석이 데헷 하며 저에게 옵니다. 신은 없습니다.
그리고 출발하기전 다시한번 인원체크를 합니다.
1조 장로님: "어? 여기있던 친구 어디로갔어? 스벤닮은. 너 이리와야지~짐꾼으로 뽑은건데"
2조 : "어, 거긴 왜 짐꾼이 둘이야~ 여기는 짐꾼이없는데"
1조 장로님은 신이 분명합니다.

결국 1조에 스벤은 2조로 가게되고, 2조에 있던 누구는 그대로있고 그옆에있던 친구가 옵니다.
십계명에 내 이름을 욕되게 일컫지 말지어다.
잘 지키지도 않던거같은데 하필이면 이럴때 생각이 납니다.

이제 출발합니다. 아, 이 행렬을 '새벽송' 이라고 칭합니다.
교회 성도님들의 집을 곳곳마다 돌면서 문앞에서 찬양을 부릅니다. 아기예수님 탄생일을 기리고 축하하며 축복을 나눠주기 위해서 성도님들의 집을 방문합니다. 그러면 문이 열리고 찬양을 같이 따라 부른 뒤 과자를 받아옵니다. 그걸 이제 인벤,아니 짐꾼이 주섬주섬 넣어서 들쳐맵니다.
1 구역당 7~11가구정도를 돌았던것 같습니다. 정확하진 않네요. 어쨌건 그정도를 돌다보면 짐꾼 힐링포션이 필요한데 이건 간혹 성도님들이 챙겨주십니다. 찬양을 부르고있으면 따뜻한 차를 쟁반에 담아서 가져와주시죠.
차가운 공기가 가득한 크리스마스 새벽에 내손을 따뜻하게 해주며 김이 솟아오르고있는 아 뭐야 생강차야 아....
인벤 아니 스벤 아니 짐꾼 HP가 부족합니다.

이렇게 새벽송이 끝나갈때쯔음, 도로엔 차가 없습니다.
머리가 쨍~ 하는것 같은 기분좋은 추위, 주황색 불빛이 비추고있는 횡단보도, 차한대안보이는 한적한 도로, 저는 이 장면을 참 좋아했습니다. 그냥 멍하니 보고만 있어도 좋았습니다. 거기에 눈까지 소복소복 내리는 크리스마스면 더더 좋았었습니다.

이렇게 복귀하면 장로님과 성도님들은 집으로 돌아가시고, 전도사님과 몇몇 선생님의 지휘하에 과자 분류작업이 시작됩니다. 곽과자대로, 봉지과자대로, 개별과자대로. 그리고 포장작업과 동시에 야식이 준비됩니다. 치킨 혹은 컵라면 혹은 김밥, 혹은 ALL
개별과자 몇개, 카라멜, 사탕 몇개, 봉지과자 한개씩 해서 포장작업에 돌입합니다. 물론 작업하면서 이상하게 몽쉘 빈껍질이 늘어납니다. 불량공정이 많은 탓이겠지요.

이렇게 작업이 다 끝나고 나면, 대략 3~4시 정도가 되었던것 같습니다. 길었던 하루가 이제 끝나긴 개뿔 마피아가 시작됩니다. 저는 사회자로 징집됩니다. 이렇게 동이트는것을 다같이 보고, 크리스마스날 11시 예베를 다들 정수리로 참석하며 이제 성탄절이 마무리가 될건데 밖에눈이왔으면 일단 던지고 봅시다.

저에게 성탄절은 딱 저것뿐이였습니다. 너무 기다려지고 행복한 한해의 마무리의 시작단계였던것 같네요.

여자친구가 없어서 갈곳이 없어 매년 크리스마스때마다 교회에 갔던거는 저기요, 선넘지 마시죠.


p.s 이사를 가고나니 이제 저 교회가 너무 멀어져서 갈수가 없더라구요..제 나이는 저것보다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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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돌아가야해
19/12/13 14:16
수정 아이콘
날것 그대로 잘 쓰셨네요^^
대부분의 교회에서 있었던(?) 유구한 전통인가 봅니다.
고분자
19/12/13 17:51
수정 아이콘
고생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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