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국에 이 영화를...? 이라고 말하면 할 말이 없습니다. CGV에서 핫딜 1천원 이벤트를 하는데 특별관 하나 없는 제주에서도 해주길래 보고 왔습니다.
<날씨의아이>와 전작<너의이름은>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0. 줄거리
섬 촌놈 남주인공인 16세 모태쏠로 호다카가 가출해 도쿄로 와서 비를 멈추는 능력을 지닌 여주인공 히나를 만납니다. 작중 배경은 두달 연속으로 도쿄에 비가 내리는데 인터넷사이트를 개설, 의뢰인의 돈을 받고 날씨를 잠깐 맑게 하는 '맑음소녀'가 되어 여주인공과 생활합니다.
하지만 능력을 쓸수록 여주인공은 몸이 투명해지고, 고향 부모님의 실종신고 접수 및 총기소지 등의 혐의를 받아 호다카는 경찰에 쫒기게 됩니다. 그러다 결국 여주인공은 투명해져 사라지고 그 이후 기적적으로 도쿄는 맑아집니다. 하지만 남주인공은 싫다고 여주인공 돌려달라 빌었더니 여주인공은 다시 도쿄로 돌아옵니다.
그 대가는 도쿄에 3년동안 비가 내리고 도쿄의 절반정도가 물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시 고향에 돌아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남주는 도쿄에 와서 여주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입니다. 가독성이 많이 구리네요ㅠ
1. 작화
뭐니뭐니 해도 신카이 마코토의 장점은 실사같이 보이는 그림작화입니다. 그 작화 변함없이 보여줍니다. 영화 중간 남주인공이 가출후 도쿄를 방황하는데 '아이맥스' 극장이 딱 보이는 컷이 있습니다. 아이맥스 규격(1.78:1)으로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시국의 여파와 같은날 개봉하는 <터미네이터 - 다크페이트>에 의해 원데이 상영이란 이름으로 어제(29일) CGV 아이맥스관에서 유일하게 상영했습니다. 아맥관에서 보신분들은 더 선명한 화질에 꽉찬 화면비로 더욱 만족하면서 봤을것 같습니다.
또한 <너의이름은>의 인물들이 까메오로 출현, 소소한 재미도 발견 할 수 있습니다. 단지 저 인물들을 보고 몇몇 관객이 으? 어? 이런 추임새를 넣던데... 남의 부끄러움은 왜 내 몫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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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장점이 이걸로 끝?
2. 전작과 유사한 스토리와 개연성
전작인 <너의이름은>과 너무 유사합니다. 남주와 여주가 사랑에 빠지려 하지만 우선 비현실적인 장치에 막히게 됩니다. <너의이름은>에서는 남주와 여주의 시공간적의 불일치, <날씨의아이>에서는 비를 멈추게 하는 능력의 사용으로 인한 이별이겠네요. 주인공들과 마주하는 재난또한 존재합니다. <너의이름은>에서는 일본으로 떨어지는 운석, <날씨의아이>에서는 비정상적인 폭우와 한여름에 내리는 눈 등의 기상이변입니다. 그리고 이 두 주인공을 가로막는 전형적인 일본 어른들이 있습니다. <너의이름은>에서는 마을주민들, <날씨의아이>에서는 주인공을 쫒는 경찰들입니다.
이런 유사한 내용으로 전개되지만 스토리를 푸는 과정은 아쉽습니다. 부기영화가 <너의이름을>을 이렇게 언급했습니다. 첫사랑에 대한 그리움을 재난을 통해 범지구적 휴머니즘으로 확장, 우리 곁에 없는 모두를 향한 그리움으로 확장시켰다.
하지만 <날씨의아이>에서는 여주를 다시 만나고 싶어하는 남주의 개연성이 크게 와닫지 않습니다. 여러요인이 있겠지만 저는 딱 잘라 말해서 주인공이 우연찮게 발견한 [총]이라 생각합니다. 남주가 여주를 구출하기 위해 총을 쏘고, 여주인공을 만나겠다고 경찰에 총을 겨눠?? 물론 <너의이름은>에서도 내가 미래를 보고왔으니 대피해주세요. 이런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있었지만 어느정도의 개연성을 유지한 이유는 그나마 현실적이기 때문입니다. 근데 이 총이란 장치는 아무리 주인공을 이해하려 해도 이해할 수 없게 만듭니다.
[내가 히나를 만나고 싶어하는데 왜 막는거에요]
대충 이런 내용으로 남주는 경찰에게 이야기 하는데, 아니 누가봐도 막을수 밖에 없잖아..;
2-1. 호밀밭의 파수꾼(추가내용)
그나마 남주인공의 행동에 개연성을 부과하는 장치입니다. 보고 돌아오는길에 생각나서 검색하고 정리했었는데 정작 글 쓰면서 사용하지 않아서 추가합니다.
고향에서 가출한 이후 스가의 사무실에 취업하기 전까지 항상 남주인공이 달고 다니는 책입니다. 나무위키에서 쓰여진 호밀밭의 파수꾼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성적이 나빠서 펜시 기숙고등학교에서 쫓겨난 주인공 홀든 콜필드(Holden Caulfield)가 뉴욕을 방황하던 3일간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홀든은 위선자들이 판치는 학교를 떠난다는 핑계로 퇴학을 당하기 전에 먼저 뉴욕으로 떠난다. 그리고는 뉴욕의 술집, 호텔, 클럽 등을 전전하며 우울한 기분을 떨쳐내려 하지만 어딜 가나 위선자들이 판을 친다. 결국 환멸을 느낀 주인공은 여동생 피비(Phoebe)에게 돌아가 동생의 순수한 모습에 정화되는 결말로 끝난다.
남주인공인 호다카의 입장에서 도쿄는 뉴욕과 같으며, 자신을 가로막는 어른들(경찰과 스가)은 뉴욕에서 만난 위선자들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사회에 저항하고 본연의 가치를 찾는 콜필드 신드롬의 영향을 받은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고 저는 이것이 작품 내 주인공의 행동을 정당화시킨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3. 과도한 보컬곡
일본 애니메이션이 그렇지만 신카이마코토는 특히 영화 중간중간에 보컬곡을 잘 넣습니다. 그중 대표적인게 <초속5센치미터> 의 'one more chance one more time', <너의이름은>의 '전전전세'는 딱 관객들의 뇌리에 남게 하는 곡들이죠.
근데 <날씨의아이>는 딱 이거다 하는 보컬곡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큰 음향을 사용하는 장면은 남주인공 호다카가 여주인공 히나를 구름 위에서 만나 낙하하는 장면입니다. 여기서 보컬곡이 삽입되고 크게 노래가 흐르는데 이게 좋은 의미로 느껴지기보다 '아 쫌 과한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피로하다고 해야하나?
이는 <날씨의아이>의 보컬곡이 영화 중간중간에 삽입되었기 때문이라 봅니다. <너의이름은>에서는 영화시작 오프닝과 엔딩 보컬곡을 제외하면 내용에 들어간 삽입곡은 단 2개입니다. 하지만 <날씨의아이>에서는 시작후 바로 오프닝 보컬곡이 없고 어느정도 스토리가 진행 된후 첫 보컬곡이 등장합니다. 이 보컬곡을 포함 3곡의 보컬곡을 듣고, 위에 언급한 낙하씬에서 4번째 보컬곡을 듣기 때문에 피로해진게 아닌가 싶습니다. 적절하기 보다 뜬금없이 삽입된 느낌의 곡도 있었는데 기억이 안나네요...
4. 엔딩의 해석
위에 줄거리에서 언급한대로 남주는 여주를 만나는 대가로 도쿄는 3년동안 비가내리고 현재진행형입니다. 지하철대신 배가 대중교통의 역할을 대신하고, 마당이 있는 집에 살던 사람들은 높은 건물과 아파트에서 살고있습니다.
운석충돌의 재난을 막기위해 동분서주하고 결국 엔딩에 남주와 여주가 만난 <너의이름은>에 비해, <날씨의아이>는 도쿄를 제물삼아 남주와 여주가 만나고 끝납니다. 남주인공 호다카가 자신때문에 이렇게 됬다고 하니 남주를 도와준 남자 스가는 대답합니다.
[너네가 세상을 바꿨다고? 원래 세상은 미쳐있었다. 니네 탓 아냐]
저는 이 대사가 <날씨의아이>의 주제라 생각합니다. 일본의 관동대지진 이후 방사능의 상황. 그리고 얼마전 있었던 태풍 하기비스의 피해 등등 여러가지 생각이 나는데, '원래 세상은 미쳐있었다'의 의미는 염세적이고 관료주의적인 일본의 어른들때문이다. 라고 신카이 마코토가 이야기 하려는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반대로 '원래 세상은 미쳐있었다' 라는 의미는 재해는 막을 수 없으니 신경쓰지마라 라고 해석할수도 있긴한데 감독의 성향상 이런점을 노린것 같지않습니다만... 엔딩 관련한 다른분들의 의견을 듣고싶네요.
5. 흥행은?
시국이 시국인 만큼 <너의이름은>보다 덜 흥행하는건 맞는데 개봉중인 영화들이 음; 특히 커플들이 볼 영화는 터미네이터를 빼면 일단 남은게 저번주 개봉한 <82년생 김지영>과 <날씨의아이> 두개뿐인지라. 일단 개봉관은 <터미네이터-다크페이트>와 <82년생 김지영>이 비슷하게 가져가고 <날씨의아이>는 그보다 적은 상영관으로 시작하고있습니다. 다음 주에 개봉하는게 <신의한수-귀수편>을 제외하면 또 마땅한 작품은 안보이고 <겨울왕국2> 나오기전까지 적당히 유지하다 내릴 것 같습니다.
의외로 오늘 학생커플들이 많이 보러왔던데 10~20대 위주로 보지않을까 생각합니다. 액션영화를 제외하면 결국 남은 선택지가 <82년생 김지영>과 <날씨의아이> 두개만 남는데, 두개다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어서 커플남성은 어떤선택을 할지... 이래서 솔로가 좋습니다.
6. 결론
전작의 기대를 가지고 가면 아쉬운 작품. 이 시국에 이걸? 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보면 더더욱 아쉬울수도
7. 개인적인 영화 속 명대사
[썸탈때는 확실하게, 사귈때는 에메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