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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12 14:36
그게 더 편하기 때문에 라는 말이 참 아프게 공감가네요.
그래서 인물평가 또한 평면적으로 단정짓지 않고 싶어요. 어떤 사건 하나로 낙인찍어놓고 뭔 일 나올때마다 그전 사건 '하나때문에' 거릅니다 하는 분들 보면 세상 편하게 사려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갈수록 들게 됩니다.
19/06/12 10:47
뭐 원봉씨 선엽씨 나오는 문제는 차치하고 확실히 이념이나 사고방식에 있어서 "저 사람은 답이 없네. 소통이 안 된다. 하고 싶지도 않다" 싶게 여겨졌던 사람들이 좀 더 본인, 우리들의 삶의 이야기를 하고 미시적인 관점에서 얘기를 들어보면 갑자기 이해가 가는, 다가오는 경험들이 있습니다.
현실에서도 그렇고 피지알 같은 인터넷에서도 그렇고. 그래서 언제부턴가 그런 얘기가 더 좋더군요.
19/06/12 10:52
저도 말씀하신 부분에 동의합니다.
삶이란게 선악구도로 명확하게 그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더라고요. 정작 내가 그 입장에 처하게되면 어떤 선택을 하게되었을지도 생각해보게 되고.. 저도 이제는 이념의 이야기보다는 삶의 이야기가 더 좋습니다.
19/06/12 11:21
그런데 그렇게 보면 변명없는 사람없고 삶이 없는 사람도 없죠. 솔직히 저는 그런 삶의 이야기도 이제는 별로 와닿지는 않습니다. 변명처럼 들리니까요.
19/06/12 11:34
저는 딱히 그 사람에 대해 면죄부를 줄 거냐 말거냐보다는 그냥 미시적이고 개인적인 관점에서 그저 감상을 느낍니다. 다가온 이후에도, 어떤 특정한 주제들에 대한 논지나 판단은 달라지지가 않아요. 그 사람이 달라지지 않는 것처럼. 차이는 여전한데, 그래도 서로가 덜 toxic하게 변하더군요.
19/06/12 11:37
그 미시적이고 개인적인 감상이 거시적인 전체적 평가와 별개로 놓을수 있냐에 저는 의문이 있어서요...
뭐 덜 독해진다는건 좀 이해가 갑니다. 다만 차이가 여전하다는건 전 아닌것 같아서요. 사람의 평가를 완전 뒤집을 정도가 아닌거지 차이가 변하는건 맞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뭐 근데 이거야 제 개인적인 의견이고 이런 이야기는 개개인이 다 다를테니까요.
19/06/12 18:17
정치이념이나 성향은 종교라고 생각합니다.
타종교인이라고 안섞여 살것도 아니고 친구가 안될것도 아니잖아요. 다만 (각자가 자신의 종교에 심취했다는 전제에선)종교주제에선 대화가 절대안되겠죠
19/06/12 11:14
어떤 의미에서는 이문열 입장을 가장 잘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 황석영이고.
어떤 의미에서는 황석영 입장을 가장 잘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 이문열이고. 대한민국 근대 역사 비극의 수많은 단면 가운데 하나네요.
19/06/12 11:18
아우와의 만남도 허구가 아니라 있었던 일을 소설로 옮긴 거였을 겁니다. 나중에 kbs에선가 이문열과 그의 형(남한에 남은 친형)이 연변으로 가서 아버지와 연락을 취하려 하는 내용의 다큐를 방송했었습니다. 황석영을 통해서 알아봤을때만 해도 살아있었던 부친이 이미 사망했다는 소식을 거기서 듣게 됩니다. 전화로 사망 소식을 듣자마자 형님은 그 자리에서 오열이 터지는데 이문열은 실감이 안나는지 어쩔줄 몰라하는 표정을 짓던게 기억나네요.
부친이 월북할때 이문열은 걸음마를 겨우 하는 정도였고, 형은 조금 커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있었다고 합니다.
19/06/12 11:30
이념에 매몰되면 스스로를 연역적이라 생각하게 되기 쉬운데 사람은 귀납적인 존재죠. 강경한 태도는 공부에 기한 강한 신념에서 나오기 보다 어떤 강렬한 경험, 특히 어릴 때 한 경험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고요.
주장 뒤에 있는 경험을 얘기해야 서로 이해 할 수 있는데, 기대와 달리 인터넷은 그런 소통에 생각보다 도움이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현실에서 소외되고 커뮤니티로 도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이들은 사람들로부터 더 멀어지면서 실체가 불분명한 추상적인 대상에 대한 분노만 키워가고.
19/06/12 11:52
맞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유전적인 영향일 수 있고 어릴 적 받았던 강렬한 경험, 혹은 교수 방식의 영향에 이미 가치관이 고정되는 것 같더군요. 그리고 이후에는 정보를 수용할 때 확증편향으로 자신의 기준점을 더욱 강화하거나 혹은 양비론적으로 침식 시키는 과정으로 나뉘는 거 같고.
19/06/12 20:18
말씀하신대로 교육도 크고, 나이 먹어서는 반대되는 정보를 얻어도 생각을 바꾸려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경험이 중요한 것 같아요.
19/06/12 12:33
표현이 너무 멋있습니다. '스스로를 연역적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사람은 귀납적인 존재다'... 사실 어떤 사람이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이념이나 사고관이라는건 합리적인 생각과 고찰에 기반해서 형성됐다기 보다 어떤 우연적인 요소로 생기고 그 다음에 온갖지식을 동원해서 합리화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똑똑하고 배운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이상한 주장을 하는경우가 많이 보이죠. 다만 더 배운사람일수록 더 자기합리화를 잘하는 차이는 있지만요.
19/06/12 15:19
주장 뒤에 있는 경험을 이야기하려면 상대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지요. 주장은 부정당해도 감정이 깊게 상하지 않지만 경험은 부정당하면 상처가 크거든요. 그래서 인터넷 공간도 화자 본인경험의 이야기에는 보통은 조심합니다만, 익명의 많은 사람이 있는 공간이다보면 보통이 아닌 자들도 있기 마련이니까요.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신뢰가 있는 공간은 아무래도 규모가 더 작을수밖에 없지 않나 합니다.
19/06/12 20:19
그래서 보편인류애는 너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인터넷도 그나마 깨끗해 지려면 소규모 폐쇄형이 나은데. 잘못하면 친목질과 작은 사회 문제로 터져버릴 수도 있고. SNS도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지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일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유의미한 관계를 위한 시작점을 제공하는 정도가 한계고.
19/06/12 11:58
제가 뇌졸중 환자를 많이 접합니다.
이 분들은 혈관성 치매인 경우가 많죠. 치매가 오면 시간, 장소, 사람 순으로 기억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모여대 영문과 교수였던 이제는 80이 되었을 환자 분이 생각이 납니다. 혈관성 치매 때문에 날짜를 깜빡깜빡하시는 분이었어요. 그래서 뵐 때마다 날짜를 묻고 기억하게끔 했죠. 그래도 계속 며칠 차이로 틀리기도 하고 어떤 날은 달을 틀리고... 근데 어느날 아주 정확하게 날짜를 말씀하시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놀라며, 와 오늘은 정확하게 기억하시네요 잘 하셨어요 했더니... 아니 6.25를 어떻게 모르나요? 하시더군요. 그 이후로, 전쟁을 겪은 세대들에 대한 제 생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 분들의 정치성향이라든가 여러 가지가 뭔가 한꺼풀을 벗고 보게 되고, 이해하려고 하게 되더군요. 물론 전쟁을 겪었다고 다 같지 않다는 건 압니다만, 치매 중에도 기억날 정도로 그들 가슴에 전쟁은 아로새겨져있는 것이었습니다.
19/06/13 00:33
누군가는 평생 5.18을 새기고 누군가는 세월호를 새기듯이, 6.25도 누군가에겐 지금도 생생한 현실인거죠. 저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19/06/12 13:55
황석영작가가 모아놓은 한국단편 100선이던가 거기에 들어있던 글이죠
작가하나하나 뽑고 그 작가의 대표단편 하나 뽑고 이에 대해 황석영이 코멘트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문동연재시절 챙겨봤는데 아쉬운점은 확실히 00년대 이후작가들의 대한 작품평은 좀 많이 아쉬웠던 크크 물론 뽑은 단편들은 의외로 꽤나 감각적인 작품들이었습니다.
19/06/12 18:54
역시...대작가의 글은, 글자가 수정체를 통과하자마자 요점이 바로 뇌에 입력되어버리는구먼유.
이문열이나 황석영이나 ... 평생 이념에서 자유롭지 못한 채, 양쪽 끝에 서 있으면서도... 통일 문제에 있어서는 서로가 문학적 사명감으로써 통했던 것 같습니다.
19/06/13 07:49
https://pgr21.net/?b=8&n=53766
검색해보니 똑같은 제목으로 5년전에 올라왔었네요. 이 글 말씀하시는거죠?? 5년전 댓글 보는것도 재밌네요.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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