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삼일째네요.

15년.


사실 4~5년전 자게, 혹은 유게에 아픈 강아지를 떠나보내면서 슬퍼하는 분들을 보면서 나름 자부심 아닌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저희 집 멍뭉이는 그 전까지 큰 병치레가 거의 없었거든요. 지나가다가 보는 인터넷 속 강아지와 우리집 멍뭉이는 차원(?)이 달라! 이러면서 맨날 부비부비해주고 그거 귀찮다고 한심하게 처다보는게 참 좋았는데...

우리집 강아지는 겁이 참 많습니다. 어릴때 사회화 교육이라고 해야하나요? 다른 강아지랑 교류도 좀 하고 산책도 자주 해야했는데, 그땐 강아지란 생물이 신기하기만 했던 초보 애견인이어서 산책도 자주 못시켜줬거든요. 그랬더니 애가 산책만 가면 가족 옆에 촐싹 붙어서 다녀요. 집에 있을땐 자기가 왕인 마냥 왈왈 짖다가도 밖에만 나가면 '나 좀 보호해주세요'하면서 촐랑촐랑 거리는 멍뭉이. 집에선 그렇게 애원을 해도 거부하던 애가 밖에만 나가면 꼭 자기 안아달라고, 만져달라고 사정을 하는 녀석. 이제 생각해보니까 일화가 참 많네요. 옆에 있을땐 너무 당연하게 생각을 했는데...


그렇게 안심하고 있다가 몇년 전부터 끝이 보일 것 같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눈이 멀기 시작하더라고요. 처음에 병원가서 약 같은거 먹으면 될거라는 아주 멍청한 생각을 했었는데 찾아보니까 백내장이고 이건 수술을 하면 할 수 있지만, 노년의 개한테는 체력회복이 어려워 힘들 수도 있다는 걸 들어서 잘 키우자고 다짐을 했었죠.

그러나 점점 늘어가는 병은 사랑하는 마음보다 더 가슴 깊이 다가왔습니다. 요실금에 걸려서 이제 오줌을 가리지 못하고 앞이 안보이다보니 가다가 벽에 부딪치기를 반복하고... 앞이 안보여서 무서우니까 시도 때도 없이 짖고... 솔직히 짜증도 엄청났고 화도 나면서 괴롭고 그랬습니다. 그럴때마다 다가와서 옆에 쪼르륵 앉으니까 화풀리고...

그리고 삼일전, 아무래도 오늘이 마지막이 아닐까 싶어 가족들을 모두 불러 저녁 먹으면서 헤어짐의 시간을 가지려고 했는데...
그날 오후 하늘나라로 갔네요.

참 허망했어요. 하루는 더 버틸거라 생각을 했는데 아버지가 문자주시면서 하늘나라로 갔다고 하더라고요. 인사도 못했고 아침에 나가면서 저녁에 꼭 보자고 말하고 갔는데 그새를 못참고 가다니.



위에도 잠깐 썼지만, 저희 집 강아지는 큰 병치레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말하는 '사라진 후의 상실감'을 애써 인정하지 않으면서 살아왔어요. 그리고 막상 제가 그 경험을 하니까... 정말 뼈속 깊이 가슴이 저며옵니다.

집에 처음 들어올때 우리집 멍뭉이 얼굴 한번 쳐다보고 옷 갈아입으러 가면 쪼르륵 따라와서 제 다리 붙잡는 행위가 없어졌어요.
지 마음에 안들면 짖기도 하고 눈치도 주던 애가 사라지니까 아예 생각도 못했던 적막감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이게 가장 큰데... 지난 15년간 계속 지켜왔던 멍뭉이 집을 처분하니까 하하하.... 텅빈 공간을 매일 보는게 정말 괴롭습니다.



앞으로 사랑으로 키워왔던 멍뭉이 떠나보내실 때가 된다면, 꼭 작별인사는 미리 해두세요.
그날 아침 작별인사 못하고 그냥 집을 나선게 사무치게 후회가 됩니다. 아침마다 생각이 나요.

지금 생각해보면 키우면서 힘들었던 건 힘든게 아니었어요. 그까짓 힘든 여정은 지금의 상실감에 비하면 계속 겪어도 무방한 사소한 일이었습니다. 혹여나 강아지 키우실 분들은 마음을 단단히 먹으셔야 합니다.

저는 다시는 강아지는 못 키울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