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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1/26 14:19:23
Name The xian
Subject [일반] 퇴원 후 두달 반 - 저는 다이어트를 할 생각이 손톱만큼도 없습니다. (수정됨)
술도 거의 안 마시고 담배는 아예 입에도 안 대는데도 정상치의 3~6배를 웃도는 간수치, 혈당수치 400+ 이 나오면서 갑자기 진단받은 당뇨병, 그리고 중증 근무력증 등의 각종 일들과 지독한 과로가 겹치며 쓰러져서, 지난 11월에 입원했다가 퇴원한 지 두달 반 정도가 흘렀습니다.

퇴원한 날부터 사이다와 콜라는 탄산수와 제로 콜라로 바꾸고, 커피는 아메리카노로 바꿨습니다. 퇴원하고 회사로 복귀하자 마자 제가 한 일도 제 자리에 있는 과자와 인스턴트 라면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굉장한 고역입니다. 내 물건을 공짜로 나눠주는 게 고역이냐고요? 아닙니다. 식습관 바꾸는 게 고역이지요.


저는 모 회사의 빨간색 콜라를 30년간 애용해 왔습니다. 대학생 때 가장 많이 마셨는데 1년에 400-500병 정도를 마신 것 같습니다.(그 병이란 게... 1.5L 기준입니다.-_-) 뭐. 대학생 때는 지금처럼 지병을 달고 산 것도 아니었고 몸무게도 정상체중이었다는 게 함정이지만 말이죠. 어쨌거나 그놈의 제로 콜라. 어떤 분들은 설탕의 끈끈한 맛이 없어 더 깔끔하다고 하시지만 저에게는 맛 없는 검은 탄산수일 뿐입니다. 그래도 어쩝니까. 마시긴 마십니다. 그런데 맛이 없으니 마시는 빈도가 줄어듭니다. 보통 콜라에서 맛 없는 콜라로 바꾸니 마시는 빈도가 주 1-2회로 줄었습니다.  

결론. 덜 마시게 되니 비록 개미 눈물만큼이지만 돈이 굳었습니다. (PROFIT!!)


탄산수는 집에서도 쌓아 놓고 애용합니다. 저는 모 회사의 라임맛 탄산수가 취향에 잘 맞아서 그것만 마시고 있습니다. 초콜릿은 개인물품으로 여전히 남아 있지만 상시용이 아니라 응급처치용으로 바꿨습니다. 당이 심각하게 떨어지는 자각증상이 나타날 때마다 하루에 단 한 번에 한해 먹고 자각증상이 없거나 덜하면 안 먹습니다. 분량은 '자유시간' 기준으로 한 번에 1/5개씩 잘라 먹습니다.

에너지 드링크와 과자와 인스턴트 라면은 퇴원 이후로 아예 안 먹습니다. 애초에 술도 회식 때나 마셨지만 지금은 병 때문에 그것마저도 안 마시고, 담배는 예나 지금이나 아예 입에도 안 대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하루 세 끼 먹는 식생활도 조금 변화가 있습니다.

아침은 집에서 먹고, 점심식사도 회사 근처의 점심뷔페를 이용하는 것은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접시의 구성이 달라집니다.

우선, 접시에 밥과 다른 반찬 반을 퍼 오고 나머지 반에는 무조건 채소만 퍼 옵니다. 그리고 채소를 주로 먹으면서 좀 질릴 때에는 밥과 반찬을 먹습니다. 그러다 보면 덜어온 접시의 채소는 다 먹어서 없어지고, 밥과 다른 반찬만 절반 가량, 혹은 그 이상 남습니다. 남으면 미련 없이 버립니다.

저녁식사는 좀 많이 바꿨습니다. 샐러드 한 접시로 끝내거나, 상황에 따라 간단한 추가 메뉴를 먹는 정도입니다.

물론 저는 다이어트를 하는 게 아니니 꼭 채소만 먹는 건 아닙니다. 고기는 여전히 좋아합니다. 때로는 다른 사람들과 찌개도 먹으러 가고 다른 메뉴도 먹으러 갑니다. 다만 채소 위주가 아닌 보통 메뉴를 먹어도 의사 지시에 따라 제 몫으로 나오는 밥의 절반은 무조건 덜어줍니다. 남에게 주든 아니면 안 먹든 말이죠. 집에서도 절반 이상 밥을 줄여서 먹습니다. 국이나 설렁탕 같은 건 국물 다 안 들이킵니다.

어쨌든 그러다 보니.

[저: OOOOO 주시고요. 주실 때 저는 밥의 양만 반으로 줄여주세요. 다른 건 그대로 넣으시고요.
점원: 네. 아, 손님. 다이어트 하시는군요.
저: 다이어트는 안 하지만, (의사 지시로) 식사조절이 필요해서요.
점원: ????? (그게 다이어트 아닌가? 하는 표정)]


퇴원 후 밥 먹으러 가면 흔히 이런 패턴의 대화가 발생합니다.


그 결과, 두 달 반 만에 몸무게가 약 12kg 정도 줄었습니다. 중증 근무력증 때문에 운동량을 늘리기 거의 불가능한 걸 감안하면 꽤 줄였습니다. 운동을 정상적으로 했다면 좀 더 뺐겠지요. 하지만 체중 외의 다른 지표는 아주 유의미하게 좋아지지는 않고 있습니다.

뭐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몇 달 전에 입원한 증상이 나타나서 피로가 누적되고 몸이 작살난 건 실제로는 몇 달 전이 아니라 최소한 5년 혹은 그 이상 되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누적된 5년 이상의 세월의 무게는 너무나 크고 그 세월 동안 쌓인 데미지는 너무도 깊습니다. 고작 식습관만을 두 달 남짓 바꿨다고 모든 수치가 퇴원한 지 두세달 만에 정상수치로 돌아오면 그거야말로 저에게는 기적이겠지요. 의사 선생님 말로는 정상수치로 가도 최소한 6개월 혹은 그 이상 유지해야 그나마 마음을 조금 놓아도 될 거라고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몸무게가 줄어든 것도 그냥 그런가보다 합니다.

이렇게 노력을 하고도 몇 달이 더 지나서도 호전되지 않으면? 그 때 일은 그 때 가서 생각하지요 뭐.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가뜩이나 인망 없는 성질머리가 좀 더 사나워집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정도는 아닙니다만요. 그리고 먹는 게 사는 낙 중 하나였는데 그런 제가 먹고 싶은 대로 음식을 못 먹으니 스트레스가 좀 많이 쌓인 상태입니다. 더 큰 문제는 그 쌓인 스트레스를 마땅히 풀 데도 없는 거지만 이건 나중에 생각하도록 하지요 뭐.


누군가 샐러드를 사는 저에게, 밥을 반 덜어놓는 저에게, 맛 없는 콜라나 탄산수 사러 가는 저에게 다이어트 하냐고 물어보면 저는 물을 때마다 다이어트를 할 생각이 손톱만큼도 없다고 합니다. 그게 사실이니까요. 네. 저는 다이어트를 하는 게 아니고, 입원 전이나 지금이나 다이어트를 할 생각이 손톱만큼도 없습니다. 그저, 지난 자문자답 글에 쓴 것처럼 단지 죽고 싶지 않아서 발버둥치느라 채소를 열심히 먹는 저를 보고 사람들이 다이어트 한다고 오해하는 것일 뿐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한동안은 제 주변 사람들이 그렇게 오해를 하시도록 유지해야 할 것 같습니다.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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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리프
18/01/26 14:21
수정 아이콘
다이어트로 스트레스 받으시는 바에야 본인이 원하시는 삶을 사는게 건강에 이로울수도 있죠.
아무쪼록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AttackDDang
18/01/26 20:20
수정 아이콘
다이어트. 아니라고 하셨는데.....ㅜ
Slip Away
18/01/26 14:26
수정 아이콘
조용히 위추드립니다. 결혼 이후 거의 15kg가 불어버려 생활 자체의 불편함을 많이 느끼는데 애초에 운동은 너무 싫어하고 먹는거 자체가 낙인지라 참 괴롭네요. 그나마 평소에 군것질 거리를 전혀 안하는건 다행이지만 탄수화물 중독자라 기본 식사량부터 식탐까지 어마어마 하다는게 문제겠죠. 아침을 볶은 곡물에 우유 타먹고 저녁 식사량을 좀 줄이긴 했더니 살이야 조금 빠진것 같지만 뭔가 헛헛하며 성질머리가 더러워 진검 덤이네요 ㅠㅠ

조금이라도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시안님 글 잘 보고 있어서 말이죠 아하하하.
18/01/26 14:27
수정 아이콘
1년에 1.5리터 500병.. 혹시 꿈에 북극곰 나오지 않았나요
토욜저녁축구와치맥캬
18/01/26 14:29
수정 아이콘
와 공감합니다. 저도 코카콜라 박스채로 쟁겨놓고 일주일에 10병씩은 마신거 같네요. 물 대신 먹었는데 어찌나 맛있던지
홍승식
18/01/26 14:30
수정 아이콘
제가 그렇지 않아도 드러운 성질이 더 드러워질까봐 다이어트를 못합니다.ㅠㅠ
Chandler
18/01/26 14:32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저도 5년전 당뇨 진단받고(당시 공복혈당 300..)인슐린 주사 맞으면서 살고 있는데...저 같은 경우는 한번 15키로 정도 빼고나서 더 뺏다가 다시 좀 쪗다가 반복하면서 기존보다 10키로정도 빠진상태서 유지중입니다.

주사맞는게 제가 심각한 상태라 받은 처방인데..오히려 혈당관리는 잘 됩니다. 혈색소 수치도 완전 정상으로 돌아왔고, 공복 혈당도 높은날도 105정도...보통 90대입니다.

맨처음엔 저도 시안님 처럼 독하게 했는데...요즘엔 그래도 안정기에서는 멀쩡하게 먹을때는 먹습니다. 다만 술은 확실하게 끊었고, 제로콜라와 탄산수는 원래 좋아했었고...아메리카노에 시럽도 원래 넣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좀 지겨우면 라떼정도는 괜찮습니다. 일단 공복혈당 안정화와 혈색소 안정화 까지는 화이팅 하시고 그 다음엔 적당히 어느정도 타협하면서 혈당 조절하는 밸런스가 잡힐겁니다. 대신 주사는 계속 맞고 있습니다. 사람마다 체질이나 상황이 다르겠지만 관리하다보면 정상혈당이 잡히는 식이와 운동과 주사(혹은 당뇨약)간의 밸런스가 잡히고 분명히 좋아질겁니다. 올해로 진단 5년차인데 이 밸런스 잡히는게 제일 중요한거 같아요. 화이팅하십쇼
방과후티타임
18/01/26 14:35
수정 아이콘
안좋은걸 알면서 이놈의 콜라를 끊을수가 없으니....후우....
Suomi KP/-31
18/01/26 14:36
수정 아이콘
남의 일 같지 않네요...

전 급성 당뇨로 쓰러진 후(쓰러질때 혈당치가 680이였죠. 담당 교수님 왈, 자기가 지금까지 본 임상기록 깨졌답니다...) 병원 입원치료 1주일 반, 주사 처방 1달만에 약으로만 조절중이네요. 아침 기준 공복 혈당은 대략 80~95 사이 유지중입니다. 뭐, 살도 쓰러질때보다는 많이 빠졌는데, 그래도 100 이하를 못 가네요... 씁.

초기만 관리 잘 하시면 나중에는 좀 드시고 싶은거 드셔도 괜찮을껍니다. 다만 보상심리 + 스트레스에 휘둘리지 마시고 딱 하루 드셨으면 그 다음날은 저게 먹는 식으로 비율만 조절 잘 하시면 드시고 싶은거 드시면서 지내도 괜찮습니다. 부디 스트레스 덜 받으시길 빌께요.
18/01/26 14:38
수정 아이콘
흠 나랑드사이다 추천드립니다
속삭비
18/01/26 14:39
수정 아이콘
몸관리 성공하셔서
건강해지셨으면 합니다.
월간베스트
18/01/26 14:45
수정 아이콘
이것도 유전자 차이일까
저는 무적권 제로만 마십니다
단게 땡길때도 있지만 콜라는 무적임
제 입맛엔 제로 정도의 단맛이 딱이에요
그렇다고 딱히 날씬한것도 아니긴 하지만서도......
진짜 문제는 단보단 짠.......
고기는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심지어 고기만 먹는 다이어트도 있으니....
문제는 역시 탄수화물과 나트륨......
겨울삼각형
18/01/26 15:01
수정 아이콘
고지혈증 위험으로 또다시 약처방받은 입장에서..

존경스럽네요, 식습관 바꾸는게 너무 힘들어요.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들이 많은데!!
18/01/26 15:01
수정 아이콘
콜라 사이다 맥주를 끼고 살던 남편이 종합성인병동이 되더니만 일정 계기를 기점으로 거의 근절 수준으로 안 마십니다. 고지혈 고혈압 고혈당 통풍 지방간 초기 당뇨 등등.. 아무튼 예전에는 1.5리터 기준 일주일에 2개를 먹었다면 지금은 한달에 한컵 수준이에요. 물론 많이 좋아졌고 유지중입니다. 식단도 고지방 고탄수에서 많이 바뀌었구요.

몸이 회복되는 기간은 좋지 않게 되었던 시간 그 이상이 걸린다고 하더군요. 거기에 나이가 들수록 회복력은 더 떨어지구요. 시안님의 꾸준한 노력으로 건강 되찾으시기를 바랍니다. 옆에서 아픈 거 보고 있으면 그것만큼 안타까운 게 없었어요.
진산월(陳山月)
18/01/26 15:10
수정 아이콘
체중이 줄었다는 것은 좋은 징조인거지요?
중증근무력증이라는게 신경이 쓰입니다만 운동을 못하는게 우려가 되긴 하는군요.
부디 현 추세를 잘 유지하셔서 6개월 이후에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어쨌든 건강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기운내세요...
영원히하얀계곡
18/01/26 15:18
수정 아이콘
피지알도 점차 연령층이 높아지니 개인 건강관련글들이 점점 늘어나는군요.
시안님 닉네님도 18년전쯤인가 소맥게시판부터 봤었던 분인데, 안타깝습니다.
구경만1년
18/01/26 15:21
수정 아이콘
시안님 얼른 건강 회복하시길 바랍니다
이제 저희같은 7X 년생분들은 건강 관리를 필수로 해야합니다 ㅠㅠ
공고리
18/01/26 15:43
수정 아이콘
건강관리 잘하세요.
요즘 저도 주위에서도 아픈 사람이 많아서 건강이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뉴스 모음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세상의빛
18/01/26 15:52
수정 아이콘
중증 근무력증은 불치병이지만...
힘내십시오. 시안님
By Your Side
18/01/26 16:00
수정 아이콘
꼭 건강 찾으시길 바랍니다.
은하관제
18/01/26 16:07
수정 아이콘
자의로 하는 식습관 조절도 힘든 일인데, 타의로 시작하시게 된 만큼. 고생 정말 많으십니다. 나중에, 건강 많이 좋아졌다는 글을 조금이나마 기대해 봅니다.
Finding Joe
18/01/26 16:27
수정 아이콘
식단 조절이 세상에서 제일 어렵죠.
힘 내시고 건강 꼭 찾으시길.
18/01/26 16:31
수정 아이콘
그냥 다이어트 하신다고 하시면 될 것 같은데..
18/01/26 19:03
수정 아이콘
저도 그냥 콜라쳐묵쳐묵 탄수화물 우왕굳 야식은 사랑~ 이러고 살았는데
운동을 많이 하는편이라 유지하다가, 관절부상때문에 1년 운동쉬니까 20 키로찌더라구요. 크크크크
당뇨병올꺼같아서 탄산수로 바꾸고 탄수화물줄이고 야식금지 맥주금지 ㅜㅠ
만 하니까 10 키로 빠지는 매직..
내친김에 저탄고자까지 해서 예전몸무게 회복했습니다.

탄수화물 당분 끊고 보니까 별로 먹고 싶지도 않다는게 젤 신기하더라고요.
콜라도 탄산때문에 먹고 있었다는걸 탄산수로 대체하고 나서 알았습니다.
하지만 제로콜라는 아님..리얼 아님 크크
우훨훨난짱
18/01/26 20:44
수정 아이콘
치킨시킬려다가 봣는데 안시켜야겠네요
지구별냥이
18/01/27 01:05
수정 아이콘
언제나
뉴스모음 잘 보고 있습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불굴의토스
18/01/27 09:04
수정 아이콘
다이어트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시안님 실망입니다.위장좀 그만 개로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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