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단 한번, 단 한번의 기회로 원했던 모든걸 얻을 수 있게 된다면
그 기회를 잡겠어? 아니면 그냥 날려 버리겠어?
영화를 보고 나왔을때 혼란스러웠다.
노래는 기회가 왔을때 기회를 잡겠냐? 날려버리겠냐 라고 하면서
극중 주인공은 인기 래퍼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하고
자기 일하러 간다며 공장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는 이해해 줄 수 있지? 라며 친구들에게 말한다.
영화관을 나선 순간에도,
임요환이 서지훈에게 3:0으로 질때에도,
이천수가 프리킥으로 월드컵에서 골을 넣을 때에도,
김성식이 wcg에서 워3 금메달을 딸 때에도,
이 의문은 화두가 되어 나를 따라다녔었다.
그리고 나는
제대를 하고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하고
퇴사를 하고
취업을 하고
퇴사를 하고
골드를 달고
멍을 때리고…
어느날 침대에 누워 멍때리며 티비를 돌려보는데 8마일이 나왔다.
벌써 15년 가까이 됐네. 라며 중얼거리며 보았다.
이전에는 눈여겨 보지 않았던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공장 반장이 일들 잘하고 있나 여기저기 살펴보다가 에미넴 옆에서 일하는 친구를 보더니
오늘 밤 야근할수 있겠냐고 물어본다.
야근수당이 두둑하기에 그 친구는 당연히 할 수 있다고 말하며 고맙다고 했다.
그 모습을 본 에미넴이 ‘헤이 반장. 나도 야근 시켜줘. 잘할 수 있어.’
라고 했지만 반장은
‘일도 안하고 뺀질뺀질 놀러만 다니는 놈이 뭔 야근이야. 안돼. 돌아가. 야근시켜줄 생각 없어’
라고 말하며 퇴짜를 놓았다.
그 모습에 빡쳤는지 에미넴이 열심히 일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결국 반장에게 인정받아 야근을 따낸다. 근데 하필 그날이 랩 대회하는 날이었다.
그리고 에미넴은 대회 나가서 사립 고등학교 다니면서 유복한 집안에서 자랐던 흑인 래퍼를 박살내고
(에미넴에게 쪽 당한 이 흑인 래퍼는 이후 공부 열심히 하여 어벤저스 팔콘이 된다.)
야근 늦는다며 공장으로 얼릉 뛰어간다.
극 중 주인공은 자신이 노래를 불렀던 그 한번의 기회가 반장에게 인정받은,
야근을 하기로 한 것이라고 생각했나 보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이번에도 래빗이 물었다.
이번에는 친구가 아닌 나에게 묻는 것 같았다.
“공장에 돌아가서 일해야돼. 이해해 줄 수 있지?”
배시시 웃음이 나왔다.
안돼 병신아. 너 거기서 공장 들어가면
꿈은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이라고 네가 말했던 그 상황의 반복이야.
에미넴 너 데뷔할때 매니저한테 롤렉스 시계 살 수 있냐고 물어봤다며?
공장 가면 평생 일해도 사기 힘들어. 그냥 래퍼해.
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이전처럼 공장으로 돌아갔다.
시간이 지나서 보면 다르게 보일까?
그때 보면 다른 놓쳤던 부분이 보일까?
15년쯤 지나서 다시 한번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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