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좋아하는 만화가인데, 평소에는 시덥잖은 히피 조크를 주로 그리는데 (그래서 좋아하는....) 가끔은 진지한 만화도 그립니다. 이건 그 중 하나.

너무 이미지가 많아서 제가 임의로 취합해서 올립니다. 오리지널 풀버전은 아래:기쁘거나 황홀경을 느껴본 적은 있지요. 근데 그런 감정은 일시적인 거잖아요. 사람들이 '행복' 이라는 말을 쓸 때에는 영원히 지속되는 그런 감정을 의미하지요.


그런 행복한 상태에 있다는 것은 당신이 궁극적인 목표를 성취했고, 완전한 상태에 있다는 이야기지요.


제가 그런 개념의 행복이란 것은 있을 수가 없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또 말합니다. '인생은 여행같은 거에요. 하나의 목적을 이루고 뭐 그런 게 아니에요' 라는 식으로요.
근데 그것도 말이 안돼요. 왜냐하면 그 역시 '인생이라는 여행은 웃음과 기쁨으로 가득차있다' 라는 전제를 까는 거잖아요? 게다가, 목적이 없는 여행같은 것은 있을 수가 없거든요. 목적이 없이 돌아다니는 사람이라면 집 없는 도둑놈하고 다를 게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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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인생에서 사람이 느끼는 다채로운 감정을 폭력적으로 단순화하고 이분하는 개념인 거죠.


이런 식으로 폭력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사람들한테 '너 행복하니?' 라고 물어보는 것 만으로도 사람을 슬프게 만들기도 하죠.


안녕~ 외계인! 너 뭐하니?
블록반짝이 놀이 하지~
블록반짝이 놀이가 뭐야?


음... 이 블록들을 가져다가


이렇게 조립을 해


조립을 잘 하면 얘들이 빛이 나거든.


예쁘네.
고마워.


너 이걸 얼마동안 한 거야?
평생 동안


이걸 하면 행복하니?
행복? 그게 뭐야?


음, 행복이란 건, 니가 항상 기분이 좋은 거야. 마음이 흡족하기 때문에 많이 웃게 되지.


글쎄... 잘 모르겠어. 난 블록반짝이 놀이가 좋긴 해. 근데 이걸 쌓다 보면 팔이 아플 때도 있고, 잘 안되면 짜증도 나지. 그래도 난 이걸 하면서 의미를 느껴.


근데 너 말을 듣고 보니 행복하진 않은 것 같아. 아마도 난 불행한가봐.


그거 참 안됐다. 그래도 예쁘긴 해.
고마워 (외계인무룩.....)

어쩌면 이건 내가 이상한 건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제가 태어나기를 분노가 가득차게 태어나서 냉소적으로 세상을 대해야만 평화로운 것일 지도 모르죠. 제가 모르는 행복함을 남들은 다 느끼고 있는 건지도 몰라요.

하지만 다른 가능성도 있죠. 어쩌면 행복이네 뭐네 하는 것은 말장난인지도 몰라요.

근데 보다 중요한 것은, 그러든지 말든지 난 상관이 없다는 겁니다. 난 행복하지 않아요. 그리고 행복한 척 할 필요도 못 느낍니다. 난 하고 싶은 일이 많아서 바쁘고, 관심이 있는 일도 많고, 종종 경이로움을 느낄 일도 많거든요.

일을 할 때는 내가 의미있어 보이는 일을 하면 되는 거지, 그걸 해서 딱하니 행복하지 않아도 상관 없어요.

난 달리기를 좋아합니다. 한 번에 80 킬로씩 달려서 발톱이 빠질 때까지 달려요.

난 책읽기를 좋아해요. 가끔은 복잡한 이야기로 가득찬 두꺼운 책을 읽기도 하고, 가끔은 피식하게 하는 멍청한 이야기가 들어있는 얇은 책을 읽기도 하죠.

난 일을 열심히 합니다. 하루에 12시간씩 일하고, 머리가 멍해져서 밥 먹는 것도 까먹고 종종 몸에서 이상한 냄새가 날 때까지 책상에 앉아있곤 해요.


이런 것들을 할 때 내가 기쁨의 눈물을 뚝뚝 흘리거나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진 않아요. 오히려, 종종 고통스럽죠.
하지만 재미있기 때문에 합니다. 난 바쁘고 싶고, 아름답고 싶고, 많은 경험을 하고 싶어요.

행복하진 않아요. 하지만 바쁘고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걸로 충분한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