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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8/06 23:32:19
Name The xian
Subject [일반] 혹사당한 주인에게 혹사당한 스마트폰이 정신줄을 놓은 이야기
어제 밤. 연속 6주간의 크런치(야근) 모드 종료 이후 자정을 넘겨 집에 돌아와 그대로 드러 누워버린 제 곁에는.
어느 새 배터리가 80% 되면 갑자기 꺼져버리는 지독한 혹사 후유증을 안은 스마트폰과 콜라 한 잔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렇게 될때까지 뭐 했냐고 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지난 6주간 고칠 수 있는 여유가 아예 없었습니다.)

아침이 밝아도 제대로 일어나지 못하고 한참 지난 시간에 겨우 정신을 챙긴 저는 일어나자 마자 여느 때처럼 스마트폰을 켰고.
그 동안 혹사당한 제가 조금 이른 저녁을 먹자마자 정신줄을 놓고 골아떨어진 사이.
그 동안 혹사당한 제 스마트폰도 (전원을 연결한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방전 상태가 되며 정신줄을 놓고 말았습니다.

연락처야 회사 사람 것과 절친 몇, 가족 정도는 아직도 충분히 외우니까 상관은 없고.
그럴 일은 없겠지만 주말에 만에 하나 절친의 경조사나 회사 연락이 온다고 해도 이걸 어떻게 할 수는 없고.
배터리 충전 화면은 계속 뜨니 이걸 배터리만 갈면 끝나는 건가. 아예 새 걸 사는게 나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고.
에이. 다음 폰 나올때까지 버티려고 했는데 안 됐네. 카카오 게임들은 또 일일이 찾아야되잖아. 백업이나 되었으려나. 등등.

미리 고쳐줬어야 하는데 하는 후회가 들면서. 갑자기 스마트폰이 없어진 지극히 평범한 소시민 직장인 + 게이머의 걱정을 하던 찰나.


2년 전에 크런치와 혹사 후유증으로 정신줄을 놓은 다음 더 이상 쓸모가 없다는 식의 취급을 받으며 쫓겨났던 생각이 나 굉장히 서글퍼졌습니다.
저한테 혹사당해 정신줄을 놓은 스마트폰이나 그 때 혹사당했다가 정신줄 놓고 지하철에서 졸도한 저나. 별반 차이가 없더군요.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봅니다. 그 원한은. 그리고 그 원한을 생각나게 만드는 것들에 대한 불쾌함은. 평생 가겠지요.

내일은 원래 계획 일정 다 없애고 저한테 혹사당한 이 녀석을 살릴 수 있는지 알아보는 걸로 일정을 바꿔야겠습니다.
못 살린다면 어쩔 수 없는 거지만 적어도 망가졌으면 새로 사지 하는 마음으로 휴일을 편하게 보내기에는 제 마음이 너무 무겁습니다.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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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란맥
16/08/06 23:36
수정 아이콘
금토일 출근할 일이 생기면 그 다음주가 너무 힘든데 그때마다 '야...이거 누가 알아나 줄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참 서글퍼집니다.
지하철에서 졸도할 정도였으면 몇배는 더 하셨겠네요...
개인적으론 세월이 더 많이 흐르고 나면 불쾌함은 씁쓸함으로 바뀌면서 조금은 나아지던데 스마트폰 잘 고치시고 남은 주말 잘 보내시길 빕니다.^^
yangjyess
16/08/06 23:43
수정 아이콘
꼭 글쓴분과 같은 이유는 아니지만 제 개인적으로 오래 쓴 물건에 대한 집착이 꽤 있습니다. 그냥 버리고 새거 사면 되는데 쉽게 그렇게 못해요. 폰을 두개 쓰는데 하나는 피처폰이고 스마트폰은 무려 노트2를 여태 쓰고 있습니다. 이번에 노트7이 너무 잘나온거 같아서 고민하고 있긴 합니다. 가방은 예전에 이제동 르카프 소속일때 르카프 매장 가서 옆으로 매는거 산거 다 너덜너덜해졌는데 바꿀 생각 전혀 없구요... 크 신발 같은것도 밑창 다 닳아서 비올때 물 들어올 정도 되면 버립니다. 게임 할때도 조금 비슷한데 예를들어 위닝 마스터리그라도 하면 돈 모아도 새 선수를 못사요... 그동안 데리고 있던 선수들 정들어서... 크
동중산
16/08/07 00:58
수정 아이콘
시안님 건강 챙겨가며 일하시길...
16/08/07 19:36
수정 아이콘
증세가 배터리 수명 다 됐을 때랑 똑같네요. 새걸로 갈면 괜찮아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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