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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6/28 17:43:10
Name 기네스북
Subject [일반] 제발 이쪽으로 축구공이 오지 않길...
그날도 평소와 같이 모자를 푹 눌러쓰고 남들보다 일찍 등교했습니다.
머리카락 한올이라도 보일까 눈치를 보면서
구석지고 그늘진 곳만 찾아 걸었습니다.

교문에 도착하기 전 모자를 벗어 가방에 대충 넣고는
교실까지 고개를 숙인 채 땅만 보고 갔습니다.
책상에 앉으면 가장 먼저 도시락을 꺼내 먹었습니다.
물론 아침밥을 먹고 나왔지만 꾸역꾸역 삼켰습니다.
배가 터질 듯하지만 참습니다.
그날 있을 6교시의 지옥 같은 시간보다 견딜만 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나 둘 등교한 학생들이 많아질수록 나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들이 쌓였고,
그 시선을 피하던 고개는 더 굽어졌습니다.

종소리가 들리면 어김없이 머리채를 잡혔습니다.
성공적으로 마녀사냥을 한 것처럼 그 학생들은 승리의 미소를 띄고 있었고,
다른 학생들은 혹시나 내눈과 마주칠까봐, 죄책감이 들까봐 아무도 나를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아니, 다시 떠올려보니 그들은 안심하는 표정을 지었던 것 같습니다.

점심시간, 마녀사냥꾼들의 눈을 피해 그림자처럼 교실을 빠져나왔습니다.
다행히 우리 학교에는 내가 피할 공간이 있었습니다.
운동장 끝 아무도 없는 수의실 옆 좁은 틈
오늘도 그 자리에 쭈그려 앉았습니다.
그리고 눈을 감고 끊임없이 기도했습니다.
제발 이쪽으로 축구공이 오지 않길...

-

지금도 학교 종소리를 들으면 파블로프의 개처럼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릅니다.
최근 지인의 아이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여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간다고 들었습니다.
그 아이도 저와 같은 아픔을 겪었을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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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6/28 17:46
수정 아이콘
아 왕따 이야기인가보군요 ㅠㅠ 안타깝네요 ㅠ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먹지못해서 일찍가서 먹고 ㅠㅠ
16/06/28 17:59
수정 아이콘
전학할땐 하더라도 학교폭력위원회를 열어서 가해자 학생들도 전학을 시켜야 한다 생각합니다.
학교 폭력위원회는 가해자 부모가 신청해야 되니 적극적으로 행동해서 책임을 지게 해야됩니다.
학교 폭력 가해자들은 진짜 미성년이고, 초범이고를 떠나서 행동에대한 책임을 바로 지게 해야 되요.
가해자들은 진짜 인간인가 싶습니다.
16/06/28 18:00
수정 아이콘
아 가슴아프네요.
전 그래도 좀 무시하고 그런건 좀 있었어도 왕따 시키고 그런건 없던 좋게 말하면 그나마 낭만이 있던 시기에 학창 시절을 보내서....
학교생활이 얼마나 지옥 같았을지 상상이 안가네요.....왜 이딴 쓰레기 같은게 생겨서....
Cazellnu
16/06/28 18:03
수정 아이콘
사회에어 보고듣는것 그리고 가정교육까지 총체적 문제죠
이젠 일벌백계를 해버려서 저런짓하다 걸리면 큰일난다를 심어주는 수 밖에없을것 같습니다
슈퍼집강아지
16/06/28 18:14
수정 아이콘
하교시간에 주변복지관이나 청소년 수련관 가셔서 사회복지사 선생님들 만나보시라고 조언을 해봐주셔요. 최근엔 학교에 상주하는 사회복지사나 상담사가 있는데, 아이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방문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더군요. 외부에 있는 복지사나 상담사를 만나보는걸 권유해봐주세요.
슬프군요.
마늘간장치킨
16/06/28 18:20
수정 아이콘
한국에서 왕따피해자를 제일 쉽게 지켜줄수 있는건 조폭대행업체라는게 정말 싫습니다.
하지만 제 지인이나 친척 중 누군가 왕따관련해서 고민하고있다면 두말않고 추천할겁니다. 현실적으로 최선이니까요
공권력인 경찰은 멀고 학교에서는 덮고 쉬쉬하기 바쁘고
학교폭력 신고상담센터는 https://www.youtube.com/watch?v=rqnW769l1Fs 이 영상 본 이후로 없는곳이라 생각하고있습니다.
지금은 이름이 바꼈을수도 있겠네요
데프톤스
16/06/28 18:27
수정 아이콘
어린 나이에 그런일을 겪으시고.. 아침밥 먹고 나왔는데 도시락을 꾸역꾸역 먹는 장면 생각하니 울컥하네요...
진짜 나쁜놈들 ㅠㅠ
크리슈나
16/06/28 18:29
수정 아이콘
글을 읽고나니 그간 잊고지냈던 눈뜨면 학교를 가야한다는 사실이 지옥같았던 시절이 떠오르네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그 때 절 도와준 친구가 해준 가장 힘났던 말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기네스북님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기네스북
16/06/28 18:32
수정 아이콘
지금은 저도 잊고 살고 있습니다만,
그때를 기억하면 악몽 같네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도로시-Mk2
16/06/28 18:52
수정 아이콘
저도 국민학교 5학년~중학교 1학년 동안 집요한 괴롭힘을 받았기 때문에 글쓴이님의 고통을 잘 이해합니다.

학교를 가는 것 자체가 엄청난 고통이었고, 그 당시의 강력한 기억은 평생 트라우마로 남아서 지워지지 않을듯 합니다.

가해자와 방관자들 전부 언젠가는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을 것이라고 믿고 있답니다.
주커버그
16/06/28 18:58
수정 아이콘
싫으면 그냥 거리를 두면 되는 것이지 왜 굳이 괴롭히려 할까요? 전 항상 그 심리가 궁금하네요.
16/06/29 00:40
수정 아이콘
부모님이 원하는 실적을 만드려면 퍼지지 않는 긴장이 필요하고 나보다 못난 아이를 괴롭히면 역공을 방어해야 되는 즉 전투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긴장이 생겨서 좀 더 업무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장기적으론 좋지 않죠
그러니까 자신이 퍼지는게 싫어서 자꾸 전투상태를 만드는겁니다
주커버그
16/06/29 13:10
수정 아이콘
..! 정말 심리학적으로 그런 거예요?
16/06/29 13:43
수정 아이콘
네 남보다 잘나지고 싶은 욕심에 그러는겁니다
후배를바란다
16/06/28 19:13
수정 아이콘
왕따를 당하진 않았지만 저도 그 안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노력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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