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6/06/11 00:38:52
Name 하디
Subject [일반] 박사 전문연구요원 합격 후기를 가장한 사실상 텝스 후기, 아니 자랑...입니다.
안녕하세요. 10년 이상 거의 눈팅 중인 유령회원입니다. 요새 전문연구요원을 폐지한다 어쩐다 말이 많은데요, 다행히 저는 몇 년이라도 일찍 태어난 덕택에(...) 이번에 합격하여 박사 전문연구요원에 편입하게 되었습니다.

박사 전문연구요원은 박사과정 수료(학점이수를 마치는 것) 이후 연구학기에 지정된 연구소(대학교)로 출퇴근하며 군 복무를 대체하는 것입니다. 어차피 학교에 가서 하던 연구를 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면제에 가까운 것이라서 많은 학생을 국내 박사과정으로 이끄는 주 요인이 됩니다. 그만큼 좋은 제도이다 보니 2013년에 제도가 개편된 이후로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데요, 조만간 saturation(...) 될 것이라는 많은 사람의 예측을 무시하고 커트라인이 수직으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개편된 제도는 석사과정 학점과 텝스를 반영하는데요, 학점이야 뭐 어떻게 바뀔 여지가 없는 것이라서(물론 높은 학점이 갖는 메리트는 엄청납니다.) 사실상 텝스가 당락을 좌우하게 됩니다. 개편된 제도하에서는 매년 전기와 후기 두 번씩 계속 지원할 수 있으므로 탈락자가 쌓이고 쌓여서...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아무튼, 저도 2014년에 대학원에 입학했고, 전문연구요원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입학할 시점까지만 해도 텝스가 높지 않아도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대략 6백 초중반이면 합격할 수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작년 후기쯤 되니 텝스 750으로도 탈락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르러... 늦은 나이에 군대에 끌려갈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왔습니다. 입대를 미루는 동안 병무청에서 우편 하나만 날아와도 심쿵하는 그 기분은 굉장하죠. 하 병무청... 너란 남자...

작년 12월 시점에서 대략 60점도 더 올려야했는데, 남은 텝스 응시횟수는 7번 정도였죠. 그런데 이놈의 점수가 정말 안 오르는겁니다. 오히려 떨어지기 일쑤였어요. 설렁설렁 공부하던 예전에는 금방 오르더니 말이죠. 700 이후로는 잘 안 오른다는 게 정말인가 봅니다. 사실 700도 잘 못 넘었죠. 화요일 5시에 문자로 날아오는 텝스 점수를 보며 좌절한 적이 몇 번인지 모르겠네요. 공부할 때도 실전처럼 스피커로 청해를 하면서 실력이 늘었다고 생각했는데, 어째선지 시험장만 가면 귀가 막힌 마냥 안 들리고 말이죠. 남은 시험 횟수가 줄어들수록 마음은 궁핍해져만 가고... 서른 다 돼서 입대하는 상상이 되더군요. 주변의 비웃음은 덤이고요. 아무튼, 마지막 시험을 앞둔 날까지 원하는 점수를 얻지 못했고, 최후의 시험을 치렀습니다(물론 후기에도 지원할 수 있으나, 그때에는 도대체 몇 점을 받아야할지 감도 오지 않고, 이번에 불가능하면 후기에도 어려울 것 같더군요.). 마지막이란 생각에 벌벌 떨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예전보다 더 잘 풀리고 느낌이 좋았습니다. 열흘 뒤에 점수를 받았습니다. 어휘를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최고점을 찍었더라구요. 정말 극적이었어요. 결승전에서 홍진호를 상대로 역스윕한 이윤열이 된 기분이었죠. 다행히 연구실에 혼자 있었기 때문에 저도 모르게 콩댄스를 추었습니다.

점수가 안정적이었기 때문에 선발과정에 오류가 생기지 않는다면 당연히 합격이겠지만, 사안이 사안인지라 마음 한켠에 2%의 불안감이 있긴 했습니다. 전산오류라도 나면 꼬이는 것이기 때문에... 게다가 6/8에 예정되었던 발표가 어제로 미뤄져서 약간의 스트레스가 더해졌지요.

아무튼 합격을 확인하고,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뭐 사실상 자랑이지만 어딘가에 자랑좀 해보고 싶어서요. 큰 인생과제 하나를 끝낸 기분이네요. 이제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어서 좋아요. 전문연이 의미있는 제도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공근에이스
16/06/11 00:43
수정 아이콘
이번에 경쟁률이 너무 낮아가지고 503 예상 했었는데.. 513이라는 어마무시한 컷결과를 보고 정말 놀랐습니다
16/06/11 00:45
수정 아이콘
저도 컷보고 정말 경악했네요. 510이하일줄 알았거든요. 전문연 카페에서 어그로 소리까지 듣던 예측이 사실로...
16/06/11 00:58
수정 아이콘
고생하셨습니다 전문연이 없어지면;... 박사되고나서도 군대를 가야되는건가요 덜덜
16/06/11 01:26
수정 아이콘
혹시 그럼 텝스를 몇점 받으신건가요?
16/06/11 01:35
수정 아이콘
780정도 나왔어요. 750이어도 합격은 가능했을 것 같네요.
astroholic
16/06/11 02:23
수정 아이콘
학점이 높으신건가요? 텝스 커트는 내려갔네요???
기니피그
16/06/11 04:53
수정 아이콘
흐.. 병역이란게 이래나 저래나 족쇄이긴하군요.
16/06/11 10:00
수정 아이콘
아이고 후임님(?) 반갑습니다 크크..
훈련소 가실 때 3M 슈퍼그립 챙겨가면 아주 좋습니다
16/06/11 11:22
수정 아이콘
먼저 하고있는 선배들이 훈련소 갈때 준비물도 알려준다고 하더라구요. 의외로 가져가야 할 것들이 좀 있나봐요.
bellhorn
16/06/11 15:02
수정 아이콘
4주 훈련이라면 진짜 바리바리 싸들고 가는거 추천드립니다.
16/06/11 10:14
수정 아이콘
텝스 780이면 Ielts 기준으로 어느정도 될까요. 7.5 정도 되려나.
16/06/11 10:16
수정 아이콘
전문연구요원이 되지못한다고해서 바로 현역으로 끌려가진 않아요.. 아직 병역특례라는 제도가 남아있어어.. 또 기본적으로 석사 이상은 병특티오를 자기가 가지고있어서 어렵지 않게 병특업체에 입사할수있거든요..
물론 이런거 다 알고계시겠지만 이번에떨어지면 현역간다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셔서 합격하신거 같네요. 뭐이러니 저러니해도 하던연구 학교에서 계속할수있는 전문연구요원이 최선이죠. 수고하셨습니다.
16/06/11 11:20
수정 아이콘
네 제가 나이로는 올해가 사실상 마지막이고, 석사 병특은 하고싶지 않아서요. 같이 준비하던 동기들 중에서는 저만 나이가 많아서 열심히 한 편인 것 같네요. 운도 따라줬구요.
16/06/11 10:44
수정 아이콘
지나가던 카이생은 멍...
이거 엄청 힘든거였구나 후덜덜
16/06/11 18:54
수정 아이콘
저도 같은 생각을 크크크크크크
16/06/11 11:36
수정 아이콘
기쁨의 콩댄스 크크크크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16/06/11 11:57
수정 아이콘
후기는 대략 850은 맞아야 안전할걸로 보이니 영어학원들은 엄청 호황이겠죠.
치맛살
16/06/11 12:20
수정 아이콘
저는 작년 후기가 마지막이었는데 다행히 합격했습니다. 4~5년 전에 텝스 770 받은 기억이 있어서 우습게 생각했었는데, 텝스 다시 쳐보니 550부터 나오더라구요. 작년 초부터 텝스공부 하면서 550(3월)->620(3월)->630(4월)->700(6월)->660(8월)->740(8월)->780(9월)으로 간신히 올렸어요. 뭔가 업적 달성한 기분들더군요. 크크 짜릿했습니다.
16/06/11 13:43
수정 아이콘
이런게 진정한 업적 달성이죠!!
세이굿바이
16/06/11 12:36
수정 아이콘
이윤열선수가 된 기분으로 콩댄스를 시전했다니 너무하십니다. ^^

물론 축하는 먼저 드리고요.
물키벨
16/06/11 13:05
수정 아이콘
전기컷이 513 이라고요? 허허... 이번후기는 20대 진입에 내년 전기 도 거의 520가까이 나오겠네요.. 보니까 지원자 목록에 나이 많은 학생들이 많이 보이던데 이게 다 재도전하는사람들임에 감안하면 이번에 합격 못한 연구실 동생들 진짜 스트레스 받겠네요.
16/06/11 13:42
수정 아이콘
이제는 커트라인이 어느정도까지 오를지 짐작도 안되는 상황이죠. 준비하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정말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에요. 커트는 한없이 높아지는데 점수는 오르지 않고, 나이는 차고 연구도 제대로 못하고... 떨어지면 입대행인데 인생꼬이는건 기본이요, 창피해서 얼굴도 못들고 다닐 것 같더라구요ㅠㅠ
맥아담스
16/06/11 14:07
수정 아이콘
전 20대 초반에 이미 텝스 900점을 넘고 토익은 만점이 나왔는데...
군대는 카투사 떨어지고 육군 현역으로 갔다왔네요 ㅠㅠ
전문연 부럽습니다... 이공계를 갔어야했는데...
실론티매니아
16/06/11 17:14
수정 아이콘
홍진호선수는 왜 완파당한건가요? 크크
축하드립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네요
16/06/12 20:33
수정 아이콘
텝스 800 맞던 날의 기쁨은 평생 잊지 못할 거 같네요. 그날따라 리딩에서 신이 내려오셔 1개 빼고 다 맞았다는..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좋은 연구 많이 하시길~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5710 [일반] PGR 솔로매칭이벤트 6개월후 이야기입니다. [23] Love&Hate11200 16/06/12 11200 34
65709 [일반] [KBO]김성근감독 허리수술 복귀 이후 일어난 일들 [91] QM310001 16/06/12 10001 1
65708 [일반] 삶의 정수(quintessence)를 찾아서 [11] 마스터충달3863 16/06/12 3863 2
65707 [일반] 국민의당 뉴스가 지나치게 대서특필되고 있지 않나요? [79] 삭제됨8103 16/06/12 8103 1
65706 [일반] 서울시 "지하철 안전 위해 정부 재정 지원 필요" [179] 릴리스10081 16/06/12 10081 6
65705 [일반] 비리 제보한 '만삭 임산부' 직원 추궁해 실신시킨 안철수 측근들 [33] 갈색이야기11577 16/06/12 11577 1
65704 [일반] [KBO] 2017 예비 FA들 예상 [86] QM38507 16/06/12 8507 1
65703 [일반] 미국의 가수, 크리스티나 그리미 사인회 도중 피살 [24] Leeka12161 16/06/12 12161 1
65702 [일반] 2016 퀴어퍼레이드 후기 [13] 王天君8863 16/06/12 8863 17
65701 [일반] [세계증시] 6월 FOMC 미팅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관하여 [5] Elvenblood4777 16/06/12 4777 7
65700 [일반] 14~16년 가온 월간 스트리밍 차트 1위 곡들 [18] Leeka5165 16/06/12 5165 0
65699 [일반] [UFC] 채드 멘데스가 USADA의 불시 약물검사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16] The xian6334 16/06/12 6334 2
65698 [일반] [나눔] 또 책입니다. [19] Mighty Friend4437 16/06/11 4437 1
65697 [일반] [스포일러] 워크래프트 영화 감상 [57] 류지나8360 16/06/11 8360 3
65696 [일반] 자게는 자랑질 게시판의 줄임말라면서요?(아이고배야) [81] 번취리14525 16/06/11 14525 72
65695 [일반] 그 놈을 만나다 [16] 해피어른5957 16/06/11 5957 26
65694 [일반] 본 투 비 블루에 대한 개인적 감상 (스포, 짧음, 헛소리) [4] 빙봉2337 16/06/11 2337 0
65693 [일반] 불편하다는 말 함부로 쓰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52] 루트에리노10625 16/06/11 10625 64
65692 [일반] 두서없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리뷰 (약스포) [29] 삭제됨4494 16/06/11 4494 2
65691 [일반] 이렇게 나는 보수주의자가 되어가는 것인가? [49] i_terran9211 16/06/11 9211 16
65690 [일반] 음주에 대한 수학적이고 과학적인 접근 [19] 모모스201312067 16/06/11 12067 15
65688 [일반] 대한민국의 루프물 [1] kien6534 16/06/11 6534 0
65686 [일반] 박사 전문연구요원 합격 후기를 가장한 사실상 텝스 후기, 아니 자랑...입니다. [25] 하디14610 16/06/11 14610 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