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넷에 먼저 올린 적이 있는 글입니다.
약탈혼은 남자들이 여자들을 강제로 훔쳐와서 결혼하는 것으로 전세계 다양한 문화권에서 성행했었습니다. 과거에는 피임방법도 없어서 여자들을 납치하고 애가 생기면 어쩔 수 없이 결혼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런 약탈혼이 초기 결혼문화의 원형이라고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보쌈문화가 이에 해당하겠습니다. 면사포와 결혼반지도 약탈혼의 잔재로 신부를 잡아올 때 쓰이던 어망과 잡아온 후 족쇄를 채우던 것에서 기원합니다. 현재 같으면 바로 고소되어 감방에 가야 하는 경우이죠. 이런 약탈혼이 문화로도 남아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국 윈난성의 징포족은 결혼을 며칠 앞두고 신랑이 신부 부모의 허가를 받고 마을 청년들과 함께 밭에서 일하고 있는 예비신부 납치하는데 가리개천으로 눈을 가리고 신랑집으로 데리고 옵니다. 또 로마건국역사에도 이런 약탈혼 이야기가 나옵니다. 로물루스 형제에 의해 세워진 로마는 건국 초기에 젊은 여자들이 부족했었습니다. 큰 파티를 열어 인근의 사비니인들 초청했는데 이때 딸과 아내를 동반하게 한 후 갑자기 습격하여 사비니 여자들을 강간하고 남자들은 쫓아버렸다. 시간이 지난 후 사비니의 남자들이 아내와 딸을 되찾기 위해 힘을 길러 로마를 쳐들어갔으나 이미 로마인들과 사이에 자식까지 낳은 사비니 여인들은 어느 편도 다치기를 원치 않았고 로마인들과 사이에 낳은 자식들을 데리고 로마군과 사비니군이 대치하고 있는 전쟁터 가운데로 뛰어 들어가 화해하라고 호소하여 결국 양측은 화해하고 동맹을 맺었습니다. 그 유명한 다비드가 그린 "사비니 여인들"이 이 내용입니다.
현대로 가까워지면서 약탈혼은 점점 사라져갔습니다. 가난한 남자들에게는 약탈혼 외에는 결혼할 방법이 많지 않았지만 만약 약탈혼을 하게되면 여자 집안 사람들에게 복수를 당해 본인의 목숨도 위험해 질 수 있습니다. 이에 약탈혼 대신 처갓집에서 일을 하면서는 결혼을 하는 풍습도 생기는데 데릴사위가 이에 해당하고 김유정의 "봄봄"에 잘 나와있습니다.
남성의 노동력이 귀하거나 남성의 생산성이 높은 경우 또는 남녀간의 차별이 심한 문화권에서는 신부쪽에서 지참금을 부담하고 결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성의 노동력이 귀한 경우 남자쪽에서 지참금을 주는 문화권도 있습니다. 제주도는 전통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의 생산성이 높은 지역 (농삿일이나 해녀일) 이었습니다. 귀한 여성노동력을 사온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결혼할 때 남자쪽이 결혼식비용을 다 내고 심지어 예단이나 지참금을 남자가 준비해서 신부쪽에 주었습니다. 중국 모쒀족은 모계사회로 여자들이 유아와 생산활동을 담당하고 재산도 여자들 통해서 상속됩니다. 일거리가 없는 남자들은 주로 외지로 나가서 일을 합니다. 저우혼이라는 풍습이 있는데 이는 제약이 많은 결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섹스를 하는 남자친구를 만나는 것으로 아이를 낳기 위해 만나며 자유로운 이성관계를 할 수 있습니다. 여자 집에 가서 사는데 남자가 싫어질 경우 남자의 가방을 문 앞에 걸어둡니다. 이는 남자에게 떠나라는 표시라네요. 일반적인 결혼과 달리 저우혼은 의무감같은 게 적은 관계로 집안에서 반대하는 경우도 드물어서 쉽게 할 수 있다고 합니다. 평생 여러 번의 저우혼을 하는게 일반적이라네요. 물론 일반적인 결혼을 하는 모쒀족도 있다고 합니다.
중세 유럽의 왕족들은 신부가 많은 지참금을 가지고 다른 왕족 남자와 결혼을 했으며 위의 경우와 다르게 이는 재산과 권력을 지키기 위함이었습니다. 현대의 재벌가들이 서로 결혼으로 결합하는 것과 비슷하며 이는 대등한 관계로 여자에게도 상속권이 보장되었습니다. 그래서 여성에게도 왕위계승권이 있기도 했죠.
<다큐프라임-결혼의 진화> 다큐멘터리를 보고 이것저것 적어보았습니다.
배틀크루저와 자연선택
https://pgr21.net/?b=8&n=65055
가축화된 포유류는 어떤게 있나?
https://pgr21.net/?b=8&n=65034
쌀, 보리, 밀 이야기 (자화수분-자웅동주식물)
https://pgr21.net/?b=8&n=65012
코카인과 코카콜라
https://pgr21.net/?b=8&n=64989
미토콘드리아 (Mitochondria) 와 인류의 여정
https://pgr21.net/?b=8&n=64967
콜레라와 Cholera toxin 이야기 (설사하면 왜 죽을 먹어야하나?)
https://pgr21.net/?b=8&n=64943
커피 이야기 - Caffeine
https://pgr21.net/?b=8&n=64908
소주 이야기
https://pgr21.net/?b=8&n=64887
진료비통계지표 - 국민건강보험 (보험진료 통계)
https://pgr21.net/?b=8&n=64863
비아그라와 시알리스 이야기
https://pgr21.net/?b=8&n=64842
육두구 이야기
https://pgr21.net/?b=8&n=64818
기생충 이야기
https://pgr21.net/?b=8&n=64765
지헬슈니트 (낫질) 작전 - 1940년 독일-프랑스 전투
https://pgr21.net/?b=8&n=64736
타이레놀과 울트라셋 이야기
https://pgr21.net/?b=8&n=64724
토마토는 과일인가? 채소인가?
https://pgr21.net/?b=8&n=64700
정자왕 침팬지
https://pgr21.net/?b=8&n=64675
각국의 의료보험
https://pgr21.net/?b=8&n=64650
판피린 3형제 이야기
https://pgr21.net/?b=8&n=64605
게보린 3형제 이야기
https://pgr21.net/?b=8&n=64581
이부프로펜, Cyclooxygenase, 아스피린 이야기
https://pgr21.net/?b=8&n=64555
적록색맹과 비타민씨 이야기
https://pgr21.net/?b=8&n=64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