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6/03/20 22:27:51
Name USEN
Subject [일반] 생일2
그녀와 나는 친구였었다

무조건적으로 내 일방적이었던


나는 그녀를 내 사람으로 만들고 싶었다

마음만 너무 앞섰던 나는

그녀와 더 많은 시간을 공유하기를 원했고

이런 내 관심을

그녀는 감시라고 말했었다

이런 내가 그녀에겐 큰 부담이 되었는지

그녀는 어느 날 그렇게

내 앞에서 사라졌다



생각해보니 그때도 비슷한 기분이었던 것 같다

실망과 상실감

그 이후로 내게 남은 건

계속된 기다림 뿐이었고

그녀에겐 아마도

비명과도 같은 문자 몇 통과 부재중 알림일 것이다


너무 보고 싶었다

하지만 두려웠다

나는 그 때와 전혀 다를 것이 없었고

훗날 용기 내 전화할 그 날을 위해

혹여 차단당할까

전화 한 통 하지 못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더니

전혀 와 닿지 않았다

이렇게 좋아하는데, 이렇게 생각나는데


체념하고 잊으려고도 해봤지만

소용없었다

그렇게 몇 달이 흘러

오늘까지 왔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웃음이 났다

이 상황이 재밌어서일까

나란 놈이 그렇지 뭐라는 생각에 나온 실소였을까

사실 그렇게 기분 나쁠 것도 없었다

폰너머로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에서는

내게 보여준 어두웠던 마지막 모습이 아닌

내가 반했던 활발함 그 이상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녀가 그렇게

마치 새로운 곳에 뿌리를 내린 생화처럼

아무 일 없던 듯이 잘 있어 주어서

그걸로 족했다

그런 그녀를 내가 또 망칠 뻔 하다니 끔찍하다

애초에 나는 그녀 이면에 비쳤던 슬픔을 감싸주고자 했던 거니까

그 이상은 내겐 욕심이었으니까

내가 상처가 되진 않았을까 하는 걱정을

조금은 덜 수 있어 괜찮다


언젠가 다시 만날 그 날

그날은 좀 더 나 스스로 떳떳하기를 바란다



다시 켜진 폰에는 캐치콜 문자 한 통이 남아있었다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다행이다

크게 한숨을 쉬고

다시 터벅터벅 걸어간다



죽을 만큼 아팠고

고민으로 밤을 설치던

십월부터 찾아온 내 이른 겨울은

다 가진 않았는지 밤공기가 차다





for SM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일간베스트
16/03/20 22:39
수정 아이콘
SM님을 위한 글이로군요.
다혜헤헿
16/03/20 22:51
수정 아이콘
너무 공감을 해버려서 가슴이 아프네요
예비군좀그만불러
16/03/20 22:52
수정 아이콘
아프네요...
16/03/20 23:02
수정 아이콘
흠..경험글이겠죠? 감정이 이입되서 마음이 좀 무거워지네요.
배고픕니다
16/03/20 23:18
수정 아이콘
ㅠㅠ...
16/03/20 23:32
수정 아이콘
먹먹해지는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잘 추스리시고 언젠가 마음 속의 봄을 틔우시길 기원합니다.
Scarecrow
16/03/20 23:39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체리상
16/03/20 23:58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16/03/21 00:06
수정 아이콘
수민?
지나가던선비
16/03/21 00:46
수정 아이콘
제 얘기네요 ㅠㅠ
테바트론
16/03/21 19:22
수정 아이콘
허허허 이거 참 ㅠㅠ
The Special One
16/03/21 22:14
수정 아이콘
저도 감정이 이입되어버렸네요.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인것 같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4180 [일반] 김밥집(배달) 진상 top 10 [75] 연휘가람17344 16/03/21 17344 16
64178 [일반] [프로듀스101] 생존? 방출? Don't Matter~! [30] my immortal8356 16/03/21 8356 2
64177 [일반]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 다녀왔습니다. (1) [15] 고러쉬6650 16/03/21 6650 1
64176 [일반] 펜션 손님 진상 top 10 [52] Redpapermoon14708 16/03/21 14708 19
64175 [일반] 왜 갑신정변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나? [12] 삭제됨5912 16/03/21 5912 4
64174 [일반] 출사 : 삼국지 촉서 제갈량전 25 (5. 문득 바람의 방향이 바뀌니) [41] 글곰4823 16/03/21 4823 57
64173 [일반] 까페에 흔한 진상손님 TOP10. [77] 19033 16/03/21 19033 38
64172 [일반] 생일2 [12] USEN5257 16/03/20 5257 11
64171 [일반] 생일1 USEN4677 16/03/20 4677 1
64169 [일반] PGR의 규정이 좀 더 일관성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180] Jace Beleren16581 16/03/20 16581 35
64168 [일반] 블루스크린과의 전쟁 후기 [14] 카서스6888 16/03/20 6888 2
64167 [일반] (단편) 내가 가위바위보를 하지 않는 이유 [60] 누구겠소6684 16/03/20 6684 7
64166 [일반] 후한서 군국지 요약. [21] 靑龍6137 16/03/20 6137 2
64164 [일반] P식인의 도움으로 가해차량을 잡(찾)았습니다 [20] 빵pro점쟁이9567 16/03/20 9567 11
64163 [일반] 2016 ESPN 선정 NBA 역대 슈팅 가드 TOP 10 [41] 김치찌개11463 16/03/20 11463 0
64162 [일반] 노가다하면서 고민이 생겨서... [46] 물리쟁이13441 16/03/19 13441 6
64161 [일반] 나는 부모님을 사랑하는가? [36] 삭제됨5207 16/03/19 5207 2
64160 [일반] [NBA] 내일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VS 샌안토니오 스퍼스 이벤트 [246] SKY929107 16/03/19 9107 4
64159 [일반] 안녕하십니까? 가입인사 드립니다. [47] the3j7073 16/03/19 7073 9
64158 [일반] [프로듀스101] 4차 경연 후기 [93] Leeka11374 16/03/19 11374 1
64157 [일반] 출사 : 삼국지 촉서 제갈량전 24 (5. 문득 바람의 방향이 바뀌니) [29] 글곰4984 16/03/19 4984 40
64156 [일반] 음모(陰毛)론 – 털(毛)은 알고 있다... [44] Neanderthal9862 16/03/18 9862 29
64155 [일반] 전 세계에서 가장 젊은 자수성가 억만장자 Top10 [13] 김치찌개6304 16/03/18 6304 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