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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10/21 08:01:32
Name Neanderthal
Subject [일반] 여러분들의 차는 어느 가문 출신인가요?...

제가 어렸을 때 제가 살던 제주도에서는 자동차를 소유한다는 것은 그 집이 부자임을 나타내는 증표였습니다. 자동차를 소유한 집은 손에 꼽을 정도였고 이동을 위해서 버스를 탄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택시는 정말 급할 때나 짐이 많아서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결코 자주 선택되는 옵션이 아니었지요. 그냥 "이동 = 버스 이용"이 불변의 법칙이던 때였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단지 차가 있다는 사실 만으로 부자라고 한다면 누가 봐도 웃을 일이지요. 심지어 저 같은 사람도 차를 가지고 있을 정도니 이제 차도 정말 대중화가 되었다는 생각입니다. 이제는 단순히 차의 소유 여부가 아니라 "무슨" 차를 소유하고 있느냐가 그 사람의 경제력을 대충 판가름할 수 있는 지표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이런 자동차의 대중화가 아주 오래 전에 진행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자동차 대중화에 있어서 가장 상징적인 모델은 다름 아닌 포드사의 모델 T라고 하는 자동차였습니다. 이 차는 포드사에서 1908년에 처음으로 선 보였고 이후 1927년 생산이 중단될 때까지 포드사를 대표하는 차종으로서 엄청나게 많은 대수가 팔린 베스트셀러 카였습니다.



내연기관 위에 기본적인 것들만 얹어놓은 Model T


이 모델 T는 이전의 차량들과는 좀 다른 철학에서 만들어진 차였습니다. 물론 모델 T가 생산되기 전에도 자동차는 생산되고 팔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까지 자동차라고 하는 물건은 대중들이 보편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상품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모델 T가 출시되기 전까지만 해도 일단 차종을 떠나서 절대적인 자동차의 생산 대수가 많지가 않아서 자동차라는 물건 자체가 시장에 많이 없었고 그나마 가격도 비쌌기 때문에 중산층이 쉽사리 구입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었습니다. 자동차를 처음부터 끝까지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들다 보니 생산할 수 있는 대수가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포드의 모델 T는 포드사의 창업자 헨리 포드가 "웬만큼 급여를 받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살 수 있는 차를 만들겠다. (그래서 내가 떼돈을 좀 벌겠다...--;;;)"는 신념하에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출시가 되었기 때문에 자동차에 대한 접근성을 일반인들에게까지 크게 높여서 그 동안은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열려 있었던 자동차라는 상품을 대중적인 상품으로 만드는 시초가 되었던 의미 있는 차이지요. 그리고 이렇게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이 차가 팔릴 수 있었던 것은 달리고 서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기능들만 구현해서 제조원가를 낮추고 최초로 “조립 라인”이라는 공정을 통해서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 차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모델 T의 출시로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도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도 자동차라는 것을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진정한 미국의 자동차 문화는 결국 이 모델 T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한 마디로 포드의 모델 T는 실용성과 대중성을 극대화해서 자동차 문화의 지평을 넓힌 차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나중에 이런 포드의 모델 T와는 철학이 아주 다른 차종이 하나 등장합니다. 바로 제너럴 모터스에서 출시한 캐딜락 라살(LaSalle)이라는 차였습니다. 이 차는 포드의 모델 T가 단종 되었던 1927년에 처음으로 시장에 선 보였던 차인데 여러모로 포드의 모델 T와는 대조적인 자동차였습니다.



제너럴 모터스 1927년 캐딜락 라살...(딱 봐도 고급스러워 보인다...)


우선 이 차는 최초로 특정인이 설계를 해서 만들어진 차량입니다. 그러니까 태생부터가 일단 고급지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 차를 설계했던 사람은 할리 얼(Harley Earl)이었는데 얼은 "하나로 모든 사람들에게 다 맞는" 차가 아니라 “남들이 소유하고 있는 차들과는 다른” 그 사람이 신분에 걸맞고 과시욕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차별화 된 "멋"이 있는 차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얼은 자동차라는 게 단순히 나를 목적지로 이동시키고 시장에 가서 장본 거 싣고 오는 용도로서만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차를 보면 그 자동차의 소유주를 특정 짓게 할 수 있는 무언가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런 그의 철학을 바탕으로 해서 만들어진 차가 바로 GM에서 GM의 여러 차종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독자적으로 브랜드화해서 생산한 라살이었던 것이지요.

지금 현재 거리를 누비고 있는 차들은 모두 저 모델 T와 라살 가운데 어느 한쪽을 좀 더 닮은 구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소유하고 있는 차는 제조사만 포드가 아닐 뿐이지 철학은 포드 모델 T를 그대로 계승(?)했다고 봐도 전혀 무리가 없는 차이고 아니, 그냥 포드 모델 T의 증손자라고 봐도 되겠습니다(--;;;). 반면에 BMW 7시리즈나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 벤틀리 플라잉스퍼 같은 차들은 라살의 적통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태생이야 자동차계의 흙수저일지라도 그리고 주인이라는 제가 겨우 엔진 오일이나 갈아주고 타이어나 교체해 주는 정도일 뿐인 못난 주인임에도 불구하고 군소리 없이 제가 가자는 곳으로 묵묵하게 저를 이동시켜주는 저의 차를 앞으로도 계속 사랑하렵니다.



모델 T의 철학을 계승해서 그런지 오늘따라 멋져 보인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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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0/21 08:03
수정 아이콘
다시오신 네덜란드님! 좋은 글 많이많이 부탁드립니다요~
바카스
15/10/21 09:45
수정 아이콘
(진지) 네안데르탈인데요
wish buRn
15/10/21 10:01
수정 아이콘
네덜란드에서 오셨답니다. 속지주의로 부르죠.
iAndroid
15/10/21 08:03
수정 아이콘
네덜란드(?)님 복귀 축하드립니다~ 다시 돌아오셨군요.
동해원짬뽕밥
15/10/21 08:09
수정 아이콘
네덜란드!!
스테비아
15/10/21 08:31
수정 아이콘
제목 보고 내용 보고 어랏?? 닉을 봤더니...!! 반가워요!
15/10/21 08:49
수정 아이콘
미국에 비해 독일의 자동차 산업은 늦게 시작되었나봐요.
돈보스꼬
15/10/21 08:52
수정 아이콘
네덜란드님 반갑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15/10/21 08:57
수정 아이콘
반갑습니다.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15/10/21 08:59
수정 아이콘
웰컴백!
김피곤씨
15/10/21 09:01
수정 아이콘
내연기관 위에 기본적인 것들만 얹어놓은 점에서 비슷한 건가요..
tannenbaum
15/10/21 09:13
수정 아이콘
음 전 T로 가야겠군요
헤헤
srwmania
15/10/21 09:21
수정 아이콘
흥미있게 잘 읽었는데 분량이 너무 짧... ㅠ_ㅠ
AttackDDang
15/10/21 09:35
수정 아이콘
기만자다!!!!! 아삼공이 어떻게 모델T계승입니까 동급 아반테보다 300이상씩 비싼데 크크크크크
15/10/21 09:41
수정 아이콘
그쵸 저도 이생각 크크
바카스
15/10/21 09:48
수정 아이콘
아이유 남친 차니깐요
Neanderthal
15/10/21 10:10
수정 아이콘
요번에 보험갱신하면서 보니까 차량가격이 500만원정도 책정이 됐더군요. --;;;
15/10/21 09:37
수정 아이콘
그래서 아이써T!
어니닷
15/10/21 09:41
수정 아이콘
어 저도 아삼공인데.. 반갑네요.
연환전신각
15/10/21 09:57
수정 아이콘
제목 보고 현대 그룹 정씨 가문인지 삼성 그룹 이씨 가문인지 물어보는줄 알았네요. ;
현대 기아차 타는지 르노 삼성차 타는지.........
크라쓰
15/10/21 10:15
수정 아이콘
저차 색깔배합이랑 디자인 진짜 이쁘네요
페르펙티오
15/10/21 10:48
수정 아이콘
네덜란드님 환영합니다
15/10/21 11:09
수정 아이콘
네덜란드님 환영합니다
루크레티아
15/10/21 11:12
수정 아이콘
네안델란드님 반갑습니다.
냉면과열무
15/10/21 11:39
수정 아이콘
네안데르샬님 반가워요. 또 글 써주세요.
15/10/21 12:02
수정 아이콘
써티 비싸지 않나요?! T를 계승한 모델은 사실 없다고 봐야..??
Neanderthal
15/10/21 12:39
수정 아이콘
제가 2007년 말에 옵션 하나도 없는 깡통차를 약 1550만원인가에 샀었는데 그새 이 차 가격도 꽤 올랐더군요...--;;;
신의와배신
15/10/21 12:17
수정 아이콘
돈(모델 T)과 멋(라살) 중에서 어느쪽이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네덜란드라고 대답하겠습니다

돌아오셨네요. 짝짝짝
언뜻 유재석
15/10/21 12:21
수정 아이콘
하긴 네덜란드....
스푼 카스텔
15/10/21 12:45
수정 아이콘
제가 모는 아반떼는 모델T의 방계에서 성공한 짜식쯤 되겠군요
15/10/21 13:21
수정 아이콘
네덜란드가 좋죠.
물맛이좋아요
15/10/21 13:39
수정 아이콘
전 캐논데일 탑니다. 자전거지요. T의 의지를 계승한다!
Neanderthal
15/10/21 13:46
수정 아이콘
이거 혹시 자전거계의 라살 아닙니까?...(의심의 눈초리...)
물맛이좋아요
15/10/21 14:10
수정 아이콘
제 자전거의 이름은 "동네마실호"라구요!
-안군-
15/10/21 14:42
수정 아이콘
네덜란드(?)님 반갑습니다.
제 차는 T로 시작하는 '투'스카니니까.. 진정한 T 시리즈의 적통!!... 입니까?
Neanderthal
15/10/21 14:58
수정 아이콘
2000cc 이상은 해당사항 없습니다. --;;;
반반쓰
15/10/21 14:48
수정 아이콘
소설중에 컨베이어 벨트를 만든 포드를 신으로 떠받드는 내용이 있었던것같은데 제목이 기억이 안나네요
재밌게 봤던거같은데..
15/10/21 15:44
수정 아이콘
멋진 신세계라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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