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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2/08 22:27:50
Name Neandertal
Subject [일반] 빌 게이츠를 무시했던 사나이...(스티브 잡스 아님)


1980년 빌 게이츠는 IBM과 32페이지짜리 계약서를 작성하게 됩니다. 이 계약서에 따르면 앞으로 IBM은 OS를 포함하여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만드는 모든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대가로 마이크로소프트사가 IBM으로부터 초기에 받을 돈은 $186,000.- 였습니다. 계약 내용치고 초기에 지불되는 금액이 그리 크지 않아보였지만 빌 게이츠는 계약서에 있어서 돈 보다도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두 가지 조항을 집어넣는 것을 관철하였습니다.

첫 조항은 IBM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만드는 소프트웨어의 사용 라이센스를 가지지만 독점권은 가지지 못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즉,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자신들이 원한다면 IBM에 제공한 것과 같은 소프트웨어를 다른 하드웨어 회사들에도 제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조항은 소프트웨어의 소스코드에 대해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독점적 권리를 갖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IBM은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를 그 형태 그대로 자신들의 컴퓨터에서 설치하여 판매할 수는 있었지만 소프트웨어를 개선하거나 바꿀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한 권리는 오직 마이크로소프트사에만 귀속되게 되었습니다.

빌 게이츠는 곧 앞으로 IBM컴퓨터의 복제 컴퓨터들이 우후죽순처럼 시장에 나올 것이고 일단 IBM 컴퓨터에 자신들의 소프트웨어를 깔게 되면 그게 곧 표준이 되어 다른 복제 컴퓨터들에도 자신들의 소프트웨어를 깔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을 정확하게 간파하고 있었고 곧 자신들과 IBM사와의 역학관계가 역전될 것임을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아무튼 IBM과의 계약에 성공하고 난 후 빌 게이츠는 자신의 이 계약이 얼마나 중요한 계약인지 어머니에게 자랑을 늘어놓습니다. 거기에는 자신이 하버드대학교를 중퇴한 것이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이었음을 증명하고 싶었던 심리도 있었지요.



마리 게이츠 (가운데 여성)


얼마 후 본인 자신이 성공한 비즈니스 우먼이었던 빌 게이츠의 어머니 마리 게이츠는 우연히 IBM의 사장인 존 오펠을 만나게 됩니다. 그 자리에서 마리 게이츠는 자기 아들이 IBM과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되었다면서 얼마 전 아들이 했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런데 존 오펠은 빌 게이츠는 고사하고 마이크로소프트라는 회사 자체를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IBM 입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자신들에게 납품하는 여러 회사들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존 오펠


나중에 빌 게이츠를 만난 자리에서 마리 게이츠는 이 이야기를 합니다. "아들아, 내가 IBM 사장을 만났는데 니가 말했던 중요한 계약은 고사하고 니가 누군지도 모르더라. 니가 말한 계약이 그 정도로 중요한 건 아닌갑네..."

몇 주후 존 오펠이 IBM본사에서 간부들과 회의를 할 때 IBM이 마이크로소프트사와 맺은 계약에 대한 보고를 받게 됩니다. 빌 게이츠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시애틀에 기반을 두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라는 회사와 이런 저런 내용으로 계약을 맺었다. 이 보고를 듣고 존 오펠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아! 마리 게이츠 아들 말이지? 그 여자 괜찮은 사람이야!"


출처: 월터 아이작슨 [The Innovators: How a Group of Hackers, Geniuses, and Geeks Created the Digital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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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15/02/08 22:29
수정 아이콘
재밌네요 크크크
보드타고싶다
15/02/08 22:41
수정 아이콘
IBM은 저 옛날옛적부터 아직까지 하드웨어로는 여전히 잘나가는군요..
damianhwang
15/02/08 22:48
수정 아이콘
웅? IBM 요새 하드웨어 사업 안하지 않나요? 아..메인프레임은 하는군요;-) 급검색해봄 ;;
Neandertal
15/02/08 22:56
수정 아이콘
IBM의 기업가치는 약 1,913억불...마이크로소프트는 3,479억불...애플은 6,927억불이군요...

애플 > 마이크로소프트 > IBM
Darwin4078
15/02/08 23:20
수정 아이콘
무시했다기보다... 그냥 저때는 빌게이츠가 존재감 자체가 없었죠.
MS-DOS도 처음 시작은 CP/M의 카피캣이나 다름없었죠. 우수한 점이라면 싼가격?

그래도 마소의 성장과정을 살펴보면 대세를 주도하는 독창적인 모습을 보이진 않아도 적절한 카피와 적절한 독창성으로 경쟁자들을 하나하나 꺾어가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죠.
Neandertal
15/02/08 23:26
수정 아이콘
원래 개발자에게 비교적 싼 가격에 후려쳤다죠?...본인들이 살 땐 전체 권리를 다 샀고 IBM에 넘길 때는 라이센스만 주고...타고난 사업가 기질이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낭만토스
15/02/08 23:24
수정 아이콘
아니 그 다음 이야기를 해주셔야죠 ㅠㅠ
궁금하네요
Neandertal
15/02/08 23:28
수정 아이콘
저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이 납니다...IBM측에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OS를 탑재한 퍼스널 컴퓨터를 출시할 때 기념행사에 빌 게이츠를 포함해서 마이크로소프트사 사람들은 단 한사람도 초청하지 않았었다고 하네요...물론 그 뒤에 갑을관계는 완전히 역전되지만 말입니다...빌 게이츠는 그 출시행사에 초대받지 못했지만 그냥 자기가 참석했다고 합니다...그리고 속으로 "조금만 기다려라..."이러면서 웃었다는군요...
王天君
15/02/08 23:47
수정 아이콘
크크킄크크 흥미롭네요
오빠나추워
15/02/08 23:48
수정 아이콘
탐인줄 알았습니다... 탐색기...

정신차리고 보니 여기 자게였군요.
좋아요
15/02/09 00:53
수정 아이콘
암튼 빌형 난사람은 난사람이에요
김연우
15/02/09 09:35
수정 아이콘
왠지 한국이었으면
'그딴 계약 몰라'하면서 IBM 마음대로 쓰고, 마이크로소프트가 뭐라 하면 힘을 이용해서 회사 없애버렸을거 같습니다.
IntiFadA
15/02/09 12:22
수정 아이콘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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