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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8/21 18:53:13
Name Neandertal
Subject [일반] 존 카맥은 어디로 갔나?
PGR 회원답지 않게 저는 확실히 게임세대는 아닙니다. 저희 때는 오락실의 아케이드 게임이 게임이라고 하는 말을 들으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었고 PC 패키지를 사서 데스크탑에서 게임을 한다는 것은 확실히 낯선 경험이었습니다. 하물며 XBOX나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콘솔 게임은 더 말할 나위도 없고요.

PC라는 것도 사실 대학교 입학하고 나서 학교 전산실에서 처음으로 접했습니다. 학창생활 동안에도 이상하게 PC에 별다른 흥미도 안 생기고 대학 4년을 거의 컴맹 수준으로 보냈습니다. 진짜로 바탕화면의 바로가기 아이콘을 휴지통으로 보내면 언인스톨 되는 것으로 알 정도였지요...(지금도 별반 나을 건 없다는...--;;;)

그리고 제가 또 게임에 별다른 흥미를 못 느꼈던 것은 손 움직임이 좀 굼떴다는 점도 일정부분 영향을 끼쳤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타자 속도가 느린 축에 속합니다. 게임을 잘 하려면 마우스보다도 키보드 조작이 능숙하고 빨라야 하는 데 영 그게 늘질 않았습니다. 오죽하면 스타1도 마우스로만 게임을 했겠습니까? (그러니 배틀넷 같은 데서 다른 사람하고 같이 게임을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비록 CPU하고 하는 게임이긴 했지만 이런 제가 그래도 엔딩을 본 게임이 무려(!) 두 개씩이나 있으니 하나가 [디아블로1]이고 다른 하나는 의외로 [둠3] 이었습니다. [디이블로1]은 정말 흥미진진했습니다. 던전 하나 하나 격파하고 지하로 내려갈 때의 그 조마조마한 감정...경험치가 쌓이면서 레벨이 올라가면 마법이나 전투력도 더욱 더 화려해지는 게임성...거기다가 적절하게 분위기를 잡아주는 배경음악까지...디아블로는 그때까지 봐왔던 어떤 게임들과도 달랐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블리자드라는 이름을 확실하게 각인시켜준 게임은 [스타1]이 아니라 바로 [디아블로1]이었습니다.

[둠3]은 정말로 의외인 게 원래 FPS 게임은 멀미 증상이 있어서 전혀 하지를 못하는 데 이 게임은 이상하게 그런 증상이 없어서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게임을 하려고 데스크탑을 업그레이드까지 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봐도 그때 왜 PC 업글까지 해가면서 이 게임을 하려고 했는지 그 이유가 잘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치매?...--;;;) 이 게임도 정말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어려운 게임이었습니다. 그 당시는 회사를 다니던 때라서 회사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씻자마자 컴퓨터 앞으로 달려가서 밤늦도록 게임을 하곤 했습니다. 그 당시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하프 라이프2]를 더 쳐주는 분위기이긴 했지만 저는 [둠3]이 더 맘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둠3]을 끝으로 저는 지금까지 어떠한 게임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둠3]은 "내 인생의 마지막 게임" 정도가 되는 셈입니다. 게임계가 돌아가는 상황은 잘 모르지만 이제 둠 시리즈도 제가 했던 [둠3]을 끝으로 더 이상 나오지 않는 것 같고 천재 소리 듣던 개발자 존 카맥도 더 이상 게임을 만들지 않는 것 같습니다...모든 것이 다 그렇게 추억으로 흘러가는 것이겠지요...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해 보면 늘 게임과 별 상관없었던 내 인생에 있어서 비록 짧은 기간이나마 제 삶에 게임이 깊숙이 들어와 있던 그 시기가 마냥 신기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디아블로1][둠3]은 그냥 게임이 아니라 저에게는 젊은 시절의 한 때를 돌아보게 만드는 사진첩속의 빛바랜 사진과 같은 게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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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막3장
14/08/21 19:01
수정 아이콘
이제 그 양반은 오큘러스 리프트에서 일하지 않나요?
천재... 자기가 만든 코드의 모든 변수를 기억한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네요. 과장이긴 하겠지만...
그리고 디아블로 1은 정말.. 크크 첫판 뚱땡이 보스흐흐
Neandertal
14/08/21 19:06
수정 아이콘
지금도 게임 계속 만들고 있나요?...한 때는 뭐 우주선 같은 거 만들겠다고 한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2막3장
14/08/21 19:07
수정 아이콘
http://mirror.enha.kr/wiki/%EC%A1%B4%20%EC%B9%B4%EB%A7%A5
게임기획은 이제 안한다는 걸로 봐서는 게임 안만드나 봐요~
우주선 이야기도 있네요 흐흐
눈짐승
14/08/21 19:07
수정 아이콘
네이버캐스트 취미의발견에 게임대백과사전을 보시면 그분의 그 후 여정을 대략적으로 아실 수 있습니다.
최근 올라온 기사에 따르면, '여담이지만 존 카맥은 가상 현실 게임의 기초를 닦는 데에 사활을 걸고 있다. 2013년 11월 23일에는 자신이 설립한 이드소프트에서 퇴사하면서까지 오큘러스 VR로 옮기길 고집했고, 올해 8월에는 자신이 12년 동안 800만 달러(약 81억 원)를 들여 운영해 왔던 우주 로켓 회사 '아르마딜로'도 정리하기 시작했다.' 라고 하네요.

http://www.thisisgame.com/webzine/news/nboard/4/?n=56042
해당 기사입니다.
hm5117340
14/08/21 19:13
수정 아이콘
일단 둠 신작은 리부트 형식으로 개발중이라죠 비공개 시연회에선 반응이 괜찮았다 그러던데 물론 과매기형은 관여하지 않습니다만...
Neandertal
14/08/21 19:16
수정 아이콘
과매기 형이 없는 둠은 둠이 아니얏!...--;;;
화잇밀크러버
14/08/21 19:35
수정 아이콘
계속 도전하고 있죠. 대단한 사람입니다.
14/08/21 20:04
수정 아이콘
레이지 나온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시간이 쫌 지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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