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감(?)을 위해 반말체를 썼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교회 행사가 끝났다. 언제나 그렇듯이 이런 일에는 늘 청년들만 고생이다.
다들 삼삼오오 집을 향해 가거나, 따로 밥을 먹으러 이동한다. 그 와중에 현관 소파에 앉아있는 S 자매가 눈에 띈다.
S 자매는 우리 교회에 나온지 얼마 안되는 데다가, 부모님을 따라 나왔기 때문에 아직 친한 사람이 적은 편.
그냥 이대로 두면, 그냥 혼자 집에 너털너털 가버리겠지...
안군 : S 자매, 우리 밥 먹으러 갈까? 내가 밥 사줄께.
S : 아, 아니요... 괜찮아요.
안군 : 에이~ 빼지 말고~ 내가 차로 집에까지 모셔다 드릴께~
이 때, 뒤에 서 있던 후배 H가 눈치없이 말을 건다.
H : 형~ 저도 밥 사주세요~ 저도 밥 잘 먹을 수 있는데. 헤헤...
안군 : 넌 좀 빠져라. 둘이 밥 먹겠다는데...
H : 에이~ 형은 맨날 자매들만 밥 사주고~ 그럼 못써요~
여기까지만 했으면 그냥 무시하고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이 깐죽거리기 좋아하는 녀석이 한마디 더 보탠다.
H : 여자 맘은 그렇게 돈 몇 푼으로 살 수 있는게 아니에요~
가뜩이나, 요새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잔뜩 받아서 심기도 불편한데, 그 한마디에 그냥 울컥해버렸다.
이제 S 자매는 안중에도 없다... 홱 돌아서서 H를 똑바로 노려보며 쏘아붙였다.
안군 : 그으~~래? 몇푼으로 안되면 얼마면 되는데?
H : 아.... 아니, 그런 얘기가 아니라, 사람 마음이란게 돈으로 사는게 아니죠... 단돈 100원으로도 얻을 수 있는거고...
안군 : 그래, 말 잘 했다. 내가 언제나 자매들만 밥 사주더냐? 저저번주 회식때 내가 쏜거는 벌써 잊었냐?
H : 그러니까... 그게, 형이 우리 청년들 중에서 돈 제일 잘 벌잖아요. 몇만원이나 한다고.. 에이...
안군 : 그래. 몇만원. 그거 안아깝지. 나 그 정도 돈 쓴다고 아쉬울 사람 아닌건 인정한다.
그런데, 너 그건 아냐? 내가 지금 이만큼 벌기 위해서, 보석처럼 빛나야만 했던 내 청춘의 나날들을 온전히 일에 바치고,
하루하루 내 생명줄을 끊어먹는 심정으로 업무의 스트레스를 견디고, 땀과 눈물로 하루하루를 전쟁처럼 지내온거.
니가 여자친구랑 시시덕대면서 놀러다니고, 친구들이랑 축구한다고 돌아다닐때도 난 일했고,
교회 애들 끌고 피시방이니 당구장이니 끌고 다닐때도 난 출근을 해서 밤새 사무실의 불을 밝혔지.
그렇게 내 목숨과 바꾼 피 같은 돈, 내가 내 맘대로 쓰고 싶다는데, 그게 그렇게 아니꼽더냐?
다시 한번 묻겠다. 사람 마음이란거, 그거 얼마야? 얼마면 되겠어??!! 그게 그렇게까지 비싼거냐?!!
H : ...
안군 : 대답 안해? 얼마냐고?!!!
주변이 일순간 조용해졌다. S 자매는 어느샌가 슬금슬금 사라졌고,
H는 아무 말도 못하고 있고, 내 동기들이 내 팔뚝을 잡아 밖으로 끌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