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2/11/01 23:39:54
Name 제네식
Subject [일반] You can do it
'You can do it'

"야, I can do it 아냐?"

친구가 내 책상을 보면서 말했다.
때는 고3, 모두 눈에 불을 켜고 공부하던 시기였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데, 그때 우리 학교에선 책상에 무언가 힘이 될 만한 글귀를 써넣는 게 유행이었다.
평범하게 '힘내!' 라던가, 'D-몇일'로 남은 시간을 세기도 하고, 어떤 친구는 영화 황비홍의 '남아당자강' 가사를 적기도 했다. '열혈 남자는 태양보다 더 뜨거워야 한다.'였던가.
나도 그런 시류에 편승하는 느낌으로 써넣은 것이 'You can do it' 이었는데, 왜 'I' 가 아니라 'You'인지 묻는 친구들이 꽤 많았었다.
당시에는 그럴싸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나도 왜 그렇게 썼는지 확답을 할 수 없었거든. 그저 웃으며 넘기거나 튀고 싶어서 그랬다고 대답하고는 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다.

'You can do it'

나는 나 스스로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
'이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일까?'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이게 정말 잘하고 있는 걸까?'
의심이 들었다.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날 믿을 수 없었다.

그런 내가 '난 할 수 있다'고? 웃기지도 않지. 공허한 말이다. 누가 그 말을 믿을까? 나조차도 믿지 못하는데.
스스로 자신이 없어서, 확신할 수 없어서 다른 증거가 필요했다. 내가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무언가가. 설령 그것이 '책상'에 불과하더라도.

'넌 할 수 있어.'

책상은 항상 내게 말했다. 하지만 좋은 대답을 줄 수 없었다. 그때는 책상과 오랜 시간을 지내지 않았고, 그래서 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졸업한 지 9년이 넘어간다. 지금도 딱히 공부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9년이란 시간은 강산과 함께 나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이제는 좀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 책상은 아마 수명을 다했겠지. 지금은 땅에 있을까, 새 삶을 살고 있을까?
아니, 책상이란 건 단지 형태에 불과하다.

'넌 할 수 있니?'

갈대처럼 흔들리며, 표류하던 배처럼 목적없던 9년전의 나에게, 오늘에야 답을 준다.

'그래. 난 할 수 있어.'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2/11/02 01:30
수정 아이콘
나도 할수 있어야하는데.....
세상 사는게 쉽지가 않네요
12/11/02 14:01
수정 아이콘
yes we can.
요즘엔 "이렇게 해도 될까? 하지 않는게 좋겠지."라는 마음이 자꾸 들기도 하네요.
12/11/02 14:19
수정 아이콘
갓 제대 후 가장 패기 넘칠 때에는 그저 뭐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흐흐 이젠 그 때와는 사뭇 다르네요..
박현준
12/11/02 17:41
수정 아이콘
can i help you?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0065 [일반] You can do it [4] 제네식2848 12/11/01 2848 0
40064 [일반] 삼성 라이온즈 V6 [23] style4454 12/11/01 4454 0
40063 [일반] 올해 삼성이 우승하면 삼성왕조??? [76] 순두부6150 12/11/01 6150 0
40062 [일반] The World's Best Engineering Schools (세계 최고의 공과대학들) [21] Neandertal7458 12/11/01 7458 0
40061 [일반] 에반게리온Q의 새로운 티저가 공개되었습니다. [27] Do DDiVe4776 12/11/01 4776 0
40060 [일반] 본격 PGRer 칭찬 이벤트 결과 발표 [71] 절름발이이리6509 12/11/01 6509 3
40059 [일반] 똥에게 [36] 이명박5655 12/11/01 5655 19
40058 [일반] 고교생 훈계하다 맞아 숨진 가장…다섯식구 생계 막막 [55] 그리메7734 12/11/01 7734 0
40057 [일반] 화광, 적벽을 채우다 ② 不共戴天之讐 [7] 후추통5508 12/11/01 5508 0
40056 [일반] 오늘 좀 열받는 일이 생겼네요. [15] 파라돌5870 12/11/01 5870 0
40055 [일반] 가볍고 훈훈하며 즐거운 만화, 애니메이션 - 5 - [24] 화잇밀크러버7106 12/11/01 7106 0
40054 [일반] To her [12] 아마돌이3608 12/11/01 3608 0
40053 [일반] 소녀시대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습니다. [29] 효연짱팬세우실5910 12/11/01 5910 0
40052 [일반] 슈스케 누가 우승할까 [51] 그리메5365 12/11/01 5365 0
40051 [일반] 싸이 강남스타일 빌보드 6주 연속 2위 [32] 타테시6986 12/11/01 6986 0
40050 [일반] 어느 부부이야기14 [11] 그러려니3258 12/11/01 3258 0
40049 [일반] 아직 삶도 모르는데 하물며 죽음을 알 수 있을 것인가.. 격언 모음 [2] 김치찌개3963 12/11/01 3963 0
40048 [일반] 사랑일까? 情일까? [14] 그리움 그 뒤3570 12/11/01 3570 1
40047 [일반] 역사채널e 48 - 사라진 기억 [3] 김치찌개3452 12/11/01 3452 0
40046 [일반] 10대,20대에 꼭 해봐야 할 것들! [10] 김치찌개5591 12/11/01 5591 0
40044 [일반] 최근 1년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번 작가 Top10 [21] 김치찌개6044 12/11/01 6044 0
40043 [일반] 내가 싫어하는 국회의원중의 한명 [47] 틀림과 다름6579 12/10/31 6579 1
40042 [일반] 여자분과 갈만한 식당을 몰라 고민하시나요? [38] Love&Hate13190 12/10/31 13190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