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리즈 링크입니다. 지난시리즈를 읽으시는게 이해하는데 더 좋은데 너무 많네요.
https://pgr21.net/?b=8&n=35432 1편 강한남자(알파) 편 링크입니다.
https://pgr21.net/?b=8&n=35475 2편 높은 프레임 편 링크입니다.
https://pgr21.net/?b=8&n=35581 3편 shit test 편 링크입니다.
https://pgr21.net/?b=8&n=35732 4편 AFC와 provider 편 링크입니다.
https://pgr21.net/?b=8&n=35777 5편 ASD와 키노 편 링크입니다.
https://pgr21.net/?b=8&n=35824 6편 ioi편 링크입니다.
https://pgr21.net/?b=8&n=35953 7편 라뽀 편 링크입니다.
https://pgr21.net/?b=8&n=36038 8편 백트래킹 편 링크입니다.
https://pgr21.net/?b=8&n=36065 9편 폰게임 편 링크입니다.
https://pgr21.net/?b=8&n=36106 10편 미러링편 과 11편 yes set 편 링크입니다.
https://pgr21.net/?b=8&n=36166 12편 스토리텔링 편 링크입니다.
https://pgr21.net/?b=8&n=36185 13편 AA 편 링크입니다.
https://pgr21.net/?b=8&n=36201 14편 술집 오프너 편 링크입니다.
https://pgr21.net/?b=8&n=36307 15편 인다이렉트 어프로치편 링크입니다.
https://pgr21.net/?b=8&n=36349 16편 DHV 편 링크입니다.
https://pgr21.net/?b=8&n=36702 17편 CT편 링크입니다.
https://pgr21.net/?b=8&n=38519 18편 calibration편 링크입니다.
https://pgr21.net/?b=8&n=39399 19편 comfort 편 링크입니다.
https://pgr21.net/?b=8&n=39412 20편 지배력 편 링크입니다.
https://pgr21.net/?b=8&n=39442 21편 고양이노끈이론 편 링크입니다.
https://pgr21.net/?b=8&n=39463 22편 flake 편 링크입니다.
머릿말은 늘 그렇듯 비슷한 내용입니다. 질문을 개인적으로 좀 많이 받았는데 그에 따라 몇가지를 쓰고 싶었던 글이 있습니다.
용어는 영어이지만 자의적으로 번역을 하기보다는 일부러 그대로 썼습니다. 그게 오리지날리티를 존중하는 뜻이기도 하고, 나중에 찾아보실때 용어가 다르면 찾아보기가 힘들기때문입니다. 어제 너무 일찍 잤더니 너무 일찍 깼네요.. 얼른 쓰고 아침먹으러 가야겠습니다.
#23. 이 동상엔 슬픈 전설이 있어.
제가 학창시절에 이야기입니다. 제가 아는 A라는 녀석은 여자애들을 볼때마다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거리를 상대에게 털어놓는다면서 자신은 비가 오면 도저히 잠이 들지 못한다며 뭔가 슬픈 추억이 담긴표정을 짓곤 했습니다. 저는 마음속으로 지금 언어로 치면 '이 자식 또 허세병이 도졌군. 또 개풀 뜯어먹는 소리를 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루는 B라는 여자애와 비오는 날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데 B라는 여자애는 '자신은 비가 오는날을 참 좋아한다. 하지만 비가오면 잠이 못드는 사람도 있으니 마냥 좋아할 수 만은 없다.' 라는 이야기를 했죠. 저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믿는 사람도 있구나 라며 생각하며 혹시? 라는 생각을 했죠. 그리고 이내 그 둘은 사귀었습니다. 물론 사춘기때니깐 가능한 이야기지요. B라는 여성에게 '비가 온다'라는 것에는 'A가 잠못든다'의 이미지가 닻을 내려버린거죠. 이것을 앵커링(anchoring)이라고 합니다.
아이리스 드라마 최고의 히트 장면입니다. 드라마를 전혀 보지 않는 저도 알고 있는 장면이지요. 드라마속에서 이병헌은 분명 전설따위는 믿지 않지만 동상을 보면 슬픈 전설이 생각납니다. 이것은 '동상'이라는 것에 '슬픈 전설'이 앵커링 되어 있는 것이지요. 물론 김소연을 꼬시기 위해 앵커링이 되어 있는척 하고있는 것일 확률이 높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김소연의 경우 '동상'을 볼때마다 '슬픈 전설을 이야기하던 전설따위 믿지 않는 남자'를 떠올리게 될지 모릅니다. 성공적으로 앵커링이 되었다면 그렇습니다. 물론 이게 드라마속 이야기가 아니었다면 김소연이 무슨 말도안되는 개풀 뜯어먹는 소리를 하는 허세남이라고 생각하고 스킵하겠지만, 드라마속의 김소연의 표정을 보면 멘트가 먹혔습니다.
그렇다고 분위기를 잡고 속칭 '허세'를 부리라고 앵커링을 소개해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앵커링은 유머에도 크게 작용합니다. 윗짤은 작년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을 지붕뚫고 하이킥으로 패러디한 유명한 '손아섭 까페베네' 영상의 짤입니다. 야구를 잘 아는 사람도 하이킥을 모르고 보면 그냥 갑자기 저기서 끝나더니 흑백으로 변하면서 웬 노래가 나올뿐입니다. 하지만 하이킥을 아는 사람에게는 흑백으로 변하는 영상과 "cause you are my girl~" 이라는 노래에서 마지막 반전엔딩임을 알게되죠. 저 영상과 음악에 반전엔딩이 앵커링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무한도전이나 감수성같은 재미를 유발해주는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입니다. 무한도전을 지금 처음본 사람이 보면 그렇게 웃을수가 있을까요? 아닙니다. 지금 왜 박명수가 화를 내는데 웃는지 긴가민가 할지도 모릅니다. 감수성을 패러디한 영상에서 왜 음악소리 하나만으로 사람들이 웃는지 모를겁니다. 그것은 시청자들에게 앵커링을 꾸준히 해온 결과입니다. PGR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 막사주는 사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한발 더 나아가 막 얻어먹는 사이라고 댓글을 달지도 모릅니다. 그런것들이 웃긴것은 "막사주는 사이"에 다른 뜻이 앵커링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것들도 그렇지만 유머의 기본은 반복과 변주입니다. 앵커링이 잘 되어있어야 반복도 재미있고 변주는 더욱 맛깔나게 되는겁니다.
애정표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여자친구에게 문자를 보낼때 "뭐해?" 뭐 이런식의 도입문자는 안보냅니다. 대신 "샤브샤브!"라는 도입문자를 보냅니다. 그러면 그때부터 대화를 시작하죠. "샤브샤브"는 굳이 해석하자면 "사랑하고 러브한다, 또 사랑하고 또 러브한다."의 준말입니다......(죄송합니다.) 이러면 이제 간단하게 샤브샤브라고만 던져도 사랑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뿐더러 길을 가다가 샤브샤브 가게를 보면 한번씩 자신도 모를 흐뭇한 웃음이 입가에 지어진다고 하더군요. '정성본 샤브샤브'를 보면 '정성을 다해 사랑하는건가?' 라는 생각이 든다 하구요. 이렇듯 앵커링의 특징은 확대 재생산이 되는겁니다. 사물이나 언어에 다른뜻이 앵커링되어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재미있지만, 그 앵커링 대상을 볼때마다 앵커링된 뜻이 생각난다는 것이죠. 동상을 볼때마다 슬픈 전설이 생각나듯이요. 간혹 여러 연애칼럼에서 "그녀에게 나의 자취를 남겨서 다른것을 보고 내 생각을 하게 만들라." 이런 이야기들을 하시는데 다 앵커링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혹은 같은 시간,예를들어 9시에 꾸준히 연락하다가 연락이 없게 되면 내생각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같은 것들도 앵커링 기반이죠. (다만 이런 같은시간에 연락 같은 선물 같은 앵커링을 저는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다른것들도 그렇지만 앵커링 역시 사람에 따라 달리 통합니다. 평범한 사람이 이 동상의 슬픈전설을 운운하다가는 다음부터 그녀에게 보내는 카톡에는 영원히 1이 안없어질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어느정도 앵커링이 먹혔다는 것은 꽤나 강한 ioi(간략하게 이야기하자면 호감, 6편) 가 뽑혔다고 볼수도 있습니다. 상대가 내가 던지는 프레임에 어느정도 갇힌거죠. 대부분이 그렇지만 이것도 가역반응이라서 ioi가 있어야 앵커링이 잘되기도 하지만 앵커링이 잘되면 ioi가 뽑히기도 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상호영향을 주지요. 앵커링이란 것은 결국 잘 활용하면 상대에게 매력을 주는 화법입니다.
마지막으로 앵커링의 좋은 예에 대해서 대화로그를 덧붙히겠습니다. 제가 최근에 수집한 대화가 없고 떠오르는게 없어서 클럽에서 번호를 딴 실제 pua의 대화로그를 가져와서 살짝 수정한것입니다.
(간단한 안부 대화 생략)
여 : 공부도 하고 연구실도 나가시는거 보니 범생이세요?
남 : 오. 제가 정말 듣고 싶은 말씀을 이야기해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여 : 하긴 클럽다니시는거 보니 범생은 아니시겠다.
남 : 그쪽도 클럽에서 만났는데 나쁜사람?
여 : 아니에요 저는 착해요.
남 : 에이 거짓말하시지 마시구요..
여 : 정말 저는 그날 특별한일 있어서 간거였어요.
남 : 에이 그렇다고 해두죠.
(중략)
여 : 학생이시면 어디 학교 다니시죠?
남 : 음 서울 사시죠?
여 : 네 A대 정문에 살고 있어요.
남 : 헙..이런
여 : 설마 같은 학교에요?
남 : 같은 학교일까요?
여 : 뭐에요? 크 학교 어디에요?
남 : 제가 착하니깐 알려드리는거에요. A대 다니는거 맞아요.
여 : 클럽다니시며서 착하다고 하시니 별로 안믿기는데요?
남 : 앗. 그러면 클럽에서 만난 우리둘은 나쁜 사람들이에요?
여 : 저는 착해요 흐흐
남 : 네 맞아요. 저도 착해요.
여 : (빵터짐) 무슨과에요?
남 : 제가 착하니깐 3개만 더 대답해드릴게요. B과에요.
여 : 아!
남 : 응? 대답만 듣고 계시는거에요? 착한사람은 질문하고 대답을 들으면 자신도 대답을 해야하는거에요~
여 : 저는 C과에요.
남 : 아..혹시 착한 사람들만 다닌다는 그 C과?
여 : (웃음) 착한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는데 저는 착해요.
남 : 당연히 착하죠. 착하시니 제가 번호달라고 한거죠. 그리고 착하시니 번호 달라고 하니 저한테 번호도 주신거겠죠~
여 : 그럼 우리 둘다 착한 사람이네요?(웃음)
(하략)
착하다라는 단어에 앵커링을 걸어서 대화를 유도한 대화로그입니다. 내용은 통화로 한 것이구요. 결국 착하다는 프레임에 갇히면서 앵커링이 먹혀나가는 경우라고 볼수 있겠죠. 마지막에 여성이 둘다 착하다는 것에 즐거워하며 긍정함으로서 멘트는 완전히 먹힌 케이스구요. 특히나 클럽에서 만났기때문에 여성분이 경계하는데, 그 경계심을 풀어주는 방향인 '착하다'에 앵커링을 걸었기때문에 세련된 앵커링이라고 볼수 있겠네요. 저정도 대화를 풀어냈다면 만나서도 착하다는 말만 해도 빵터지는 상황이 될수도 있습니다. 그리고그동안 열심히 읽어주신분들은 중간중간에서 CT불응(17편)이나 shit test(3편)을 넘기는 모습도 보실수 있을겁니다.
정리하자면 특정 대상에 나 혹은 우리가 정의한 새로운 뜻을 불러넣음으로서 웃음을 유발시키고 나의 앵커링의 프레임 속에 상대가 갇히게 만들수 있습니다. 내가 없을때도 그 특정 대상을 보고 내 생각을 하게 만들수도 있을수도 있구요. 앵커링, 잘 활용해 봅시다~
-------------------------------------------------------------------------------------------------------------------------------------
별명도 앵커링의 좋은 예입니다. 상대가 내가 붙혀준 별명을 스스로가 자신의 이름 수준으로 사용한다면 앵커링이 잘 통한 예라고 볼수 있죠. 그러다보면 ioi가 뽑히기도 한다는거죠. 덧붙혀 저 개인적으로는 좋은 단어에 나쁜뜻을 붙히는 별명을 선호합니다. 예를들면 요정 같은 별명요. 긍정적인 의미의 단어에 손하나 까딱하지않고 주문외우듯 입으로만 말만한다고 붙혀준 별명입니다. 가치중립적 단어에 좋은 뜻을 붙혀주기도 합니다. 예를들면 뽁뽁이 같은 것요. 다만 나쁜 단어에 좋은 뜻을 붙혀준다든지 좋은 단어에 좋은 뜻을 붙힌 별명은 가까워지기 전에는 선호하지 않아요. 전자는 돼지라고 붙혀주며 "누구라도 너의 매력을 느끼게 되지.;;" 라고 드립을 친다든지, 후자는 장미, 공주 등으로 붙혀주는것. 통할수도 있는데 가까워지기전에는 비호감을 살 수 있는 리스크가 있어서 선호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