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2/03/18 00:09:25
Name 눈시BBver.2
Subject [일반]  검푸른 해협 - 6. 다시 바다로


충렬왕이 돌아온 이후, 고려는 그래도 전보단 간섭도 덜 받고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국대장공주의 간섭은 계속됐지만 그래도 예전보단 나았죠. 홍다구가 고려에 주둔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던 병력도 돌아갔고, 흔도도 고려에 더 손을 쓰려다 쿠빌라이 칸이 거부해 원으로 돌아갑니다. 홍다구 자신도 충렬왕의 요청에 의해 돌아가야 했고, 대신 몽고인이 오긴 했지만 홍다구보다야 나았습니다. 차라리 몽고의 직접 간섭을 받았으면 받았지 배신했기에 더욱 고려에 악랄하게 나온 홍다구보다는 나았거든요 -_-; 재정 상황도 조금은 나아져서 흉년에 곡식을 풀어 구휼할 수 있었고, 원에서도 구휼미를 보내주기도 했습니다.

대신 고려는 원에 더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했습니다. 일본 정벌에 대한 의지를 다시 보여줌은 물론, 원 내부의 반란에 대해서도 고려군을 파견하겠다고 했죠. 쿠빌라이 칸이 거부해서 다행이었습니다만, 일본 정벌 준비는 계속됩니다.

1280년 8월, 원으로 간 충렬왕은 2차 일본 정벌에 대한 계획을 듣게 됩니다. 1차와는 차원이 다른 대규모 작전이 준비됐죠. 1279년 완전히 멸망한 남송군 10만이었습니다.

원으로서는 멸망한 남송의 남은 군대가 문제됐습니다. 항복한 병력만 100만, 이들을 그냥 양민으로 돌릴 경우 뒷감당이 어려웠죠. 늘 하던 방식대로 다 죽여버리기에는 남송의 가치가 너무 컸습니다. 쿠빌라이 칸이 원한 것은 해상교역로, 그 옛날 삼국지 때부터 해상교역이 발달했던 강남 지방을 초토화시킬 순 없었거든요. 그래서 남송은 이례적으로 학살과 약탈에서 제외됩니다. 대신 남송의 병력은 원 제국 여기저기에 퍼지죠. 그러고도 남은 병력이 10만이었습니다. -_-;

일단 병력이라고 하지만 이들이 갖출 물자가 확실히 갖춰진 건 아니었습니다. 병력만 많을 뿐 2차 정벌의 주력 역시 원과 고려의 병력이었죠. 하지만 이 10만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는 무시할 수 없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원으로서는 처리하기 힘든 병력을 동원한 셈이고, 그 병력 수에 비해 2차 정벌에서 쓴 비용은 그리 크진 않다는 참으로 자본주의적인 결론이 나오기도 합니다 (...)

원나라 측에서 준비한 장수는 이번에도 흔도와 홍다구, 그리고 강남군의 대장으로 범문호가 임명됩니다. 이에 대해 충렬왕은 7가지 조건을 냅니다.

- 탐라(제주)를 지키는 병력을 동원할 것 => 고려 본토의 병력을 더 동원할 순 없음
- 고려와 한(여진, 거란)인 병력을 줄이고 몽고군을 더 보낼 것
- 홍다구 관직을 올리지 말고 나중에 잘 하면 상 줄 것 => 이렇게 고려의 김방경과 홍다구의 위치는 동일해지게 됩니다
- 고려 군관들에게 모두 패면을 줄 것 => 원과 고려군에게 동급 대우를 해 줄 것
- 상국의 바다에 접한 지방의 사람들을 사공, 격군에 충당할 것
- 안찰사를 보내 백성들의 고통을 조사할 것
- 내가 직접 합포에서 군사를 검열하게 할 것

이었습니다. 쿠빌라이 칸은 이를 모두 들어주죠.

이후 고려에 돌아온 충렬왕은 다른 조건을 더 겁니다.

- 고려에서 준비한 병력은 병선 9백 척, 군사 1만, 사공과 수부 1만 5천, 군량은 11만 석
- 이 11만석은 고려가 제공할 수 있는 최대치니 더 요구하지 말 것
- 5, 6월에 출발한다고 하는데 만약 여기서 더 늦으면 [큰 일 날 것임]
- 병력도 더 줄 수 없으니 탐라에 주둔한 고려군에서 충당하고, 활, 화살과 갑옷이 부족하니 갑옷 5천 벌, 활 5천 개, 활 시위 1만 개 보내줄 것
- 사공과 수부도 더 보충할 수 없으니 동녕부에서 3천을 뽑아 줄 것
- 고려군 장수들에게 원의 장군직을 주고 호두금패를 줄 것 (원나라 장수들과 동급으로 취급해 줄 것)

고려에서 준비된 장수는 역시 김방경이었습니다. 그는 나이를 이유로 사직하려 했지만 충렬왕은 거부했죠. 지금 상황에서 믿을 건 김방경밖에 없었습니다.

제법 예전에 pgr에서도 나온 말입니다만, 일본은 충렬왕이 일본 정벌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고려를 피해자가 아닌 원의 침략을 도운 침략자로 봅니다. 뭐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그걸 굳이 거부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다만 단지 "침략자"로 본다는 것 역시 잘못된 것이죠. 이는 이 시리즈를 마무리하면서 적겠습니다.

1281년, 모든 병력이 준비됩니다. 고려와 몽고군을 합친 동로군은 900척에 4만 2천의 병력을, 중국에서 동원되는 강남군은 3천 5백척에 10만이라는 대함대를 준비한 것이죠.

동로군은 순조롭게 출발했습니다. 5월 3일에 합포를 출발해 거제도로 갔죠. 여기서라면 1차 정벌 때처럼 해류만 타고 쓰시마 섬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금방 출발하지 못 하고 보름 가량 머물러 있어야 했습니다. 문제가 생긴 것이죠. 강남군과 연락이 되지 않은 것입니다.

원래의 계획은 6월 15일에 잇키 섬에서 강남군과 합류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강남군 총사령관 아라한이 병에 걸리면서 강남군은 급히 총사령관을 바꿔야 했습니다. 그렇게 바뀐 것이 아탑해(아타하이), 지휘관은 범문호 그대로였지만 시간은 더욱 늦어졌습니다. 이렇게 늦은 상황에서 더 빨리 합류할 수 있게 히라도(1차 정벌 때 공격한 서북쪽의 섬입니다. 역시 왜구의 근거지죠)로 합류지점을 변경했지만, 이 소식 역시 늦게 전달됩니다. 결국 양군이 다시 연락이 된 건 6월 하순이었습니다.

보름 가량 체류했던 동로군은 기다리다 못 해 쓰시마 섬으로 진군합니다. 5월 21일 쓰시마섬을 이번에도 별 타격 없이 점령할 수 있었죠. 이어 잇키 섬을 공략했는데, 이게 5월 21일이라는 말도 있고 그 후라는 말도 있습니다. 전자라면 상황이 급하다 보니 병력을 둘로 나눴다고 봐야 되겠죠. 이 과정에서 쓰시마에서 잇키로 향하던 배가 폭풍에 휘말려 130명의 병력과 36명의 수부를 잃기도 했습니다.

당시 잇키 섬에는 쇼니 가게스케의 둘째 아들 쇼니 스케도키가 있었지만 싸우다 전사합니다. 쓰시마든 잇키든 대군을 막을 수 있는 섬은 아니었죠.

6월 6일, 동로군은 마침내 이전에 온 하카타 만에 도착합니다. 하지만 이전과는 전혀 다른 환경을 마주하게 됩니다.


평호도가 히라도, 시카노도가 시카노시마입니다. 이전 편에 나온 다카시마의 위치도 나오네요.

높이 3미터, 시카노시마에서 시작돼 하카타 만 전체를 두른 총 14km에 이르는 거대한 돌벽에 부닥치게 된 것이죠. 1차 침공과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그 동안 일본에서는 여몽연합군의 상륙을 확실히 막기 위해 이런 대공사를 실시한 것입니다.

원래라면 이 때 동로군과 강남군 합동으로 4천 척이 넘는 함선과 14만의 병력으로 한 번에 들이칠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강남군과의 연락 두절로 동로군만이 도착했고, 이들만으로 인공 절벽이 만들어진 하카타 만을 돌파해야 했습니다.

그러는 동안에도 시간은 가고 있었죠.

"명년 5, 6월에 배를 출발시키려 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매년 5, 6월이 되면 흙비가 그치지 않고, 조금이라도 서풍이 분다면 바닷길에 안개가 자욱할 터이니, 만일 시일을 지체하여 곧 배를 띄우지 못한다면 군사와 백성들의 양식이 한꺼번에 떨어질까 염려됩니다."

이 2차 정벌이 여름철에 행해진 것이 고려의 음모였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고려에서는 이런 일을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걱정이 현실이 돼 버렸죠.

여몽연합군에게는 재앙이, 일본에게는 기적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 질게에 제게 질문해주신 분들이 예전에 몇 분 있으셨는데;; 질게 안 봐서 죄송합니다 ㅠ; 질문하실 거 있으면 쪽지로 보내 주세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사티레브
12/03/18 00:15
수정 아이콘
브금없을때 보고있다가 새로고침했는데 깜놀 *.*
12/03/18 00:18
수정 아이콘
한동안 밀렸습니다.
다시 정주행해야겠네요. 질게에 눈시님 팬분(?)의 질문도 하나 올라왔습니다.
12/03/18 00:38
수정 아이콘
병력이나 각종 물자 등을 요구하는 경우는 흔하디 흔한 경우니까요. 일본 원정이 이루어지는 순간, 고려를 동원하는 것은 필수였으니까요. 저 정도 대접을 해주는 것도 꽤 대단하다고 봅니다. 물론 자랑스러운 것은 아니지만요.
포프의대모험
12/03/18 01:03
수정 아이콘
이게 성공했다면 임란이 없었을까요
Je ne sais quoi
12/03/18 01:31
수정 아이콘
호 인공 절벽이라니. 아직도 남아 있나요? 물론 돌 성벽에 가까울 거 같긴 하지만.
12/03/18 01:47
수정 아이콘
1차에서 끝냈어야 되는건데
2차부터 무리죠
그리고 남송의 백만대군의 대부분은 베트남에 꼴아 박았죠
일본 3차정벌할 병력까지도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6013 [일반] [F1] 젠슨 버튼 개막전 호주 GP 우승 [5] giants2865 12/03/18 2865 0
36012 [일반] 나를 감동시켰던 무대 - 서태지 편 - [12] 리콜한방4229 12/03/18 4229 0
36011 [일반] 야구 기록 예찬. [7] Cherry Blossom3610 12/03/18 3610 0
36010 [일반] 헬쥐LTE 예찬 [37] lupin1887178 12/03/18 7178 0
36009 [일반] 3의 수사기관? 네티즌수사대! <코갤> 그들은 누구인가?..jpg(스압) [35] 김치찌개9569 12/03/18 9569 0
36007 [일반] 편의점 음식만먹고 한달 살아보기.jpg(스압) [26] 김치찌개12928 12/03/18 12928 1
36005 [일반] 볼턴의 무암바 선수가 쓰러졌습니다... [57] Exp.10633 12/03/18 10633 0
36004 [일반] 주간경향에서 BBK 관련된 새로운 소식을 내보냈습니다. [3] 타테시5605 12/03/18 5605 0
36003 [일반] B형남자는 어떤 여자를 좋아하나요? [52] 삭제됨13678 12/03/18 13678 0
36002 [일반] 검푸른 해협 - 6. 다시 바다로 [15] 눈시BBver.25076 12/03/18 5076 0
36001 [일반] 소개팅 어플을 통해 만나 카톡친구였던 그녀와의 첫만남 [84] 창이12294 12/03/17 12294 0
35999 [일반] 여러가지 30에 가까워질 수록 드는 고민들!! [10] 삭제됨3746 12/03/17 3746 0
35997 [일반] [뉴아이패드] 16GB WiFi 부품단가 $316로 추산 [58] 새로운삶6307 12/03/17 6307 0
35996 [일반] 2012 프로야구 시범경기 첫번째 직관후기 [18] AttackDDang5194 12/03/17 5194 0
35995 [일반] [프로야구] 드디어 시범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시범경기 일정 올립니다) [14] k`3909 12/03/17 3909 0
35993 [일반] 어제 탈북자 북송 반대 시위에 다녀왔습니다. [121] VKRKO 6904 12/03/17 6904 1
35992 [일반] 귀찮음.. [4] 잠이오냐지금3440 12/03/17 3440 0
35991 [일반] 벌써 제대 1주년입니다~ 자축 하려고요 :) [23] 해바라기3663 12/03/17 3663 0
35990 [일반] 표현의 자유? 논의의 영역 구별하기. [18] 슬라이더3755 12/03/17 3755 0
35989 [일반] 나를 감동시켰던 무대 - 이선희 편 - [3] 리콜한방6162 12/03/17 6162 3
35986 [일반] [자동재생] 이선희씨 어제 참 보기 좋았습니다. [20] 새로운삶5731 12/03/17 5731 0
35985 [일반] 잊어버릴만 하면 갑자기 나타나는 나쁜남자 [32] Absinthe 7634 12/03/17 7634 0
35982 [일반] 대한민국 흔한 청년의 고민 [10] 영원불멸헬륨4601 12/03/17 4601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