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을 하고 결혼을 한 뒤 미루고 미루던 PS4를 장만했었습니다. 학부 때부터 취업하면 사야지 했다가 막상 취업하곤 원룸에 옵션으로 있던 브라운관 TV만 있었기에 게임기 사는 건 미루고 있었습니다. 모니터 사는 것도 아까워서 궁상맞게 살던 서울살이는 일 년을 못 채우고 지방으로 내려갔고 궁상으로 모은 돈으로 결혼을 한 뒤 이제 궁상 좀 그만 떨고 사람답게? 지내 보자 해서 그동안 미루고 있던 게임이나 하자 해서 큰맘 먹고 샀었죠
PS4를 사고 어떤 타이틀을 사야 되나 고민하다가 중고샵에서 2만 원도 안 하던 블러드본을 샀습니다. 평도 좋고 해서 샀는데 웬걸 한 시간이 넘도록 첫 번째 스테이지 초기 부분에서 계속 죽고만 있었습니다. 정확히는 시작하자마자 계속 죽고 있었죠. 이딴 게임이 다 있냐며 다시 중고샵에가서 팔아 버리고 언차티드 툼레이더 같은 어드벤처 게임을 사서 주구장창 가지고 놀았습니다. 이제 게임이 손에 익어 가던 즘에 우연히 플스방에 갈 일이 있어서 무엇을 할까 하다가 다크 소울3 이 있기에 한번 해 봤습니다. 게임 실력이 늘었는지 어렵기는 해도 못할 정도는 아니다 싶어서 이 정도면 블러드본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다시 중고샵에 가서 타이틀을 샀습니다.
블러드본은 확장팩까지 해서 내가 유일하게 세 번 엔딩을 본 게임이 되었습니다. 인생 게임의 반열이 들어갈 정도로 재미있게 했고 그 이후로 소울 라이크 게임에 관심이 생겨서 다크 소울3도 구매를 했습니다. 다크 소울3는 블러드본 보단 좀 쉽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미디르 잡는 데 한 달이 걸렸습니다. 주말부부였던 지라 PS4는 주말에만 할 수 있었는데 와이프의 눈총을 받아 가면서도 겨우겨우 잡고 나선 겨우 엔딩을 보고 나니 이상한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내 인생의 난이도가 가장 높은 업적이 다크 소울 엔딩 보기와 SCIE 논문 쓰기라 생각했는데 다크 소울 엔딩을 보고 나니 이상하게 SCIE 논문을 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그때 박사과정 4년 차였기도 했고 졸업을 하기 위해서는 SCIE 논문이 필요했던 시기였기에도 모자란 영어 실력과 SCIE 급 완성도의 논문을 쓰기 위한 연구를 내가 하고 있는지의 의문만 가득 차 있는 답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도 우연찮게 아시는 박사님이 운영위원으로 있는 논문지에서 스페셜 이슈를 발행하려고 하고 있으니 논문을 한번 내보라고 해서 있는 실력 없는 실력 영혼까지 끌어모아 논문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상하게도 그전에도 비슷한 권유를 받았는데도 못한다고 했는데 다크 소울 엔딩 보고 나니 이것만큼 어렵겠나 싶어서 이상하게 동기부여가 되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처음 써보는 SCIE 급 논문이라 결국에 교정도 받고 이래저래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결국 첫 SCIE 논문을 출판했습니다. SCIE 논문이 게재되는 덕분에 박사학위도 과정과도 시기가 잘 맞아서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무난하게 마무리 했습니다.
인생의 참 우연찮은 선택이 정말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얻어 낼 때가 있어서 가만 보면 너무 신기할 때가 있습니다. 다크 소울 살 때까지만 해도 아니 블러드본 살 때까지만 해도 아니 PS4 살 때까지만 해도 PS4 사서 논문을 쓸 거라는 상상을 하기엔 내 상상력이 너무 빈약해서 상상도 못했었죠. 여튼 결국에는 다크소울 하다가 SCIE 썼다는 이야기...오늘 한 게임이 내일 읽을 책이 주말에 볼 영화가 언제가 가게될 여행이 또 어떤 결과를 가져 올지 모르니 빈약한 상상력을 좀 더 길러 볼 필요가 있겠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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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소울이래서 SCIE를 소니 얘기인가 하고 들어온 1인....본문에 PS4도 있겠다...
철자도 원래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SCE)였다가 지금은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라 더 헷갈렸네요. 학계에 발 담근 적도 없어서 SCIE가 뭔지 몰랐다보니...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