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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9/26 19:18:12
Name Quantumw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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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한국인은 왜 영어를 잘 못할까? (수정됨)


'영어'. 한국인들에게 트라우마이자 애증의 단어입니다. 학창 시절부터 수없이 많은 시간을 들이며 고통받지만, 영어는 여전히 큰 벽으로 느껴지죠. 요즘은 덜하지만, '영어를 잘한다'는 것은 과거에 무언가 권력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에는 영어 유치원이나 '기러기 가족'처럼 어떻게든 영어를 가르치려는 의지가 강해서, 어릴 때부터 영어를 접한 세대가 많습니다. 여러 매체를 통해 영어 단어를 자연스럽게 접하다 보니, 젊은 세대는 이전과 같은 영어 공포증은 덜하고 곧잘 하는 친구들도 많죠. 하지만 중장년층 이상에게 영어는 여전히 '트라우마'로 남아있을 겁니다.  

지금도 유튜브에 조금만 검색해 보면 '한국인은 왜 이리 영어를 못하는가'에 대한 훈계와 일갈이 가득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국뽕'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한국인들이 이런 영상에는 '선생님의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반성해야겠습니다' 같은 댓글을 다는 경우가 꽤 있다는 겁니다. 다른 주제로 '한국인'을 싸잡아 훈계하고 비판하는 영상이었다면 엄청난 비난을 받았을 텐데도 말이죠. 그만큼 한국인, 특히 중장년층의 영어 콤플렉스는 엄청나다는 걸 실제로도 많이 느꼈습니다.

사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미국에서 몇 년간 살면서 아예 정착할까도 생각했지만, 결국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그중 하나가 바로 영어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회화는 그냥 머리에서 나오는 대로 계속 말하다 보니 의사소통은 어떻게든 됐는데, 가장 어려웠던 건 작문이었습니다. 회화는 문법이 좀 틀려도 용납되는 분위기지만 작문은 다르니까요. 한번은 글을 써서 냈다가 '너, 관사 쓰는 법부터 배워야겠다'라는 빨간 글씨와 함께 퇴짜를 맞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제가 유독 외국어 감각이 떨어지는 탓도 있겠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유독 한국인과 일본인의 영어 실력이 처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정말 한국인과 일본인이 선천적으로 외국어 습득 능력이 떨어지는 걸까요? 지리적으로 외진 곳에 있어 외국인을 접하기 어려운 환경 탓도 크고 교육방식 등등 여러이유가 있지만, 여러 나라 사람들을 만나며 생긴 호기심으로 비교언어학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바로 '영어권과는 지리적 거리가 너무 멀고 문화가 다를 뿐만 아니라, 어족이 완전히 달라 언어적 친연 관계가 거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사실 영어와 한국어가 많이 다르다는 건 모두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지만, 언어학적으로 접근해서 얘기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없고 보통 한국인이 처음 배우는 외국어가 영어이다 보니 그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 잘 와닿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 한번 알아보려고 합니다.


1. 문장 비교

개념적인 이야기보다 실제 예시를 보는 것이 더 쉽게 와닿을 것 같아 간단한 문장 하나를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한국어: 그의 부모님은 그가 파티에 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이 문장을 미지의 외국어(언어 A)로 작문해 보겠습니다.

언어 A: Ebeveynleri, onun partiye gitmesine izin vermediler.

아마 '???' 이런 반응을 보이실 텐데, 문장 구조를 설명해 보겠습니다.

Ebeveynleri(그의 부모님은), o(그)nun(가) parti(파티)ye(에) gitmesi(가는 것)ne(을) Izin(허락) ver(하지)me(않)dilier(으셨습니다.)

정체 모를 외계어 같지만, 단어와 문장 성분 몇 개만 외우면 그냥 순서대로 쭉 나열해서 작문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정확히 1:1로 대응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편의상 생략했습니다. 약간의 추가 문법 공부가 필요하긴 해도, 70~80% 이상이 대응되기 때문에 문법을 거의 공부하지 않고 단어만 외워서 나열해도 말이 통하는 수준입니다.

자, 그럼 영어로 해볼까요?

His parents haven’t allowed him to go to the party.

물론 많이 배우신 우리 pgr러들한테는 아무것도 아닌 문장이겠지만, 이 단순한 문장을 쓰기 위해 배워야 할 것은 단어 외에도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제로베이스의 한국어 화자가 이 간단한 문장을 익히는 게 얼마나 골치 아픈지 '언어 A'와 비교해 보겠습니다.


1) 어순과 문장 구조

어순이 다른 것은 많이들 아시겠지만, 단순히 어순을 넘어 문장 구조 자체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한국어 순서 그대로 영작하면 'His parents he to the party going did not allow.'라는 괴상한 문장이 탄생합니다. 만약 현지 직장이나 대학원에서 이딴 식으로 작문했다가는 다음 날 책상이 사라져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마 직장 상사는 자신을 모욕했다고 여길 수도 있겠죠.

이 문장의 구조를 분석하면 S+V+O+OC, 바로 그 악명 높은 '5형식' 문장입니다. 학창 시절 '대체 5형식 같은 걸 왜 배우나' 하고 의문을 가졌던 분들이 많을 텐데, 문장을 만드는 방식 자체가 우리말과 완전히 달라서 이런 식으로 유형화하지 않으면 문장 하나하나를 통째로 외워야 합니다. 여러분을 고통스럽게 하려고 5형식을 만든 게 아니라, 한국어처럼 문장 구조가 다른 언어의 화자에게는 이렇게 유형화하는 것이 오히려 더 효율적입니다. 제대로 익히지 않은 상태에서 작문하다가는 원어민 입장에서 끔찍한 문장들이 탄생하게 되요. 물론 언어 감각이 뛰어나고 암기력이 좋다면 그냥 문장별로 받아들여도 되겠지만.....

이게 다가 아니죠. 'Allow는 5형식 동사이고, 목적격 보어로 to부정사를 취한다' 같은 설명을 들으면 다들 PTSD 오시죠?
앞서 소개한 정체 모를 언어 A?   어순과 문장 만드는 방식이 80% 이상 똑같아서, 무식하게 문장을 통째로 외울 필요도 없고, 5형식이니 뭐니 하는 것들을 알 필요도 없습니다.

2) 시제 or 상

또 다른 PTSD 유발자, 'have + p.p.'입니다. '현재완료' 시제라는, 한국어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괴상한 개념이죠. 과거완료, 과거, 현재, 현재진행, 현재완료, 미래, 미래완료에 가정법 과거, 가정법 과거완료까지...

거기에 동사의 과거형도 외워야 합니다. 'Allow'는 착하게도 -ed로 끝나서 다행이지만, 불규칙하게 변하는 동사는 또 얼마나 많습니까. go-went-gone처럼요. 우리를 열받게 했던 쌍둥이 단어 lie-lay-lain, lay-laid-laid도 빼놓을 수 없죠.

몇몇 영어 강사분들은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원어민처럼 문장을 통째로 가슴으로 느끼세요!"라고 말합니다. 아니, 살면서 듣도 보도 못한 개념을 어떻게 가슴으로 받아들입니까. 한국어에서 완료시제를 구분하고 동사가 시제에 따라 이렇게 형태가 바뀌는 경우가 있던가요?

다시 '언어 A'로 돌아가 봅시다. 과거형은 어떻게 만드냐고요? 동사 어간에 '-di'만 붙이면 끝입니다. 한국어의 '-었-'과 거의 같은 기능을 하죠. 주다'가 'vermek'인데, 한국어처럼 어간 '주-'만 쓰려면 'ver-'만 남기면 됩니다. 여기에 부정의 의미인 '-me-'('않-'과 유사)를 붙이고, 과거형 '-di-'를 붙이면 'vermedi', 즉 '주지 않았다'가 됩니다. 한국어에는 없는 현재완료니, 동사의 과거형이니, 과거분사니 하는 개념들을 전혀 알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3인칭 복수를 나타내는 '-ler' 같은 요소가 붙고, 시제 개념이 한국어보다 살짝 복잡하긴 하지만 영어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영어와의 차이로 3인칭 복수 단수 같은 것도 언급도 해야 하는데 언어 A에는 이 요소가 이미 있어서 뺐습니다.

3) 격변화 (him)

어찌 보면 사소한 것일 수 있지만, 한국어에서 '그'는 문장의 어느 위치에 가든 조사만 붙여 주면되고 형태가 변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영어에서는 'he'가 위치에 따라 'his'나 'him'으로 형태가 바뀝니다. 중국인들도 이 개념이 생소한지 신경 쓰지 않으면 'him' 자리에 'he'를 쓰는 실수를 하더군요. 이건 그리 어려운 개념은 아니고, 사실 '언어 A'에도 한국어와는 약간 다른 방식의 변화가 있어 따로 익혀야 합니다.

4) 전치사 (to)

'to'와 같은 전치사 역시 한국어에는 없는 개념입니다. 조사와 비슷하지만 느낌이 좀 다릅니다. 이 경우는 어렵지 않지만, 'in'을 써야 할지, 'on'을 써야 할지, 'at'을 써야 할지 헷갈렸던 경험은 다들 있으실 겁니다. '언어 A'를 다시 볼까요? 'parti' 뒤에 '-ye'를 붙여 'partiye'라고 하면 한국어의 '파티에'와 똑같은 의미가 되고, 그걸로 끝입니다. 마침 발음도 '-ye'와 '-에'로 비슷하네요.

5) 관사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가 아는 '그 파티'라서 'the party'가 됩니다. 참고로 한국어와 '언어 A'에는 이런 개념 자체가 없고, '파티' 앞에 지시사 '그'를 붙이든 말든 의미 전달이나 문법에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관사가 영작문의 '최종 보스'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문법은 고군분투 끝에 어느 정도 몸에 익혔지만, 이건 끝까지 감을 못 잡고 귀국했습니다. 열심히 작문을 해 갔는데 제대로 보지도 않고 "너, 관사 쓰는 법부터 좀 배워야겠다"라는 핀잔을 들었을 때의 좌절감이란….

예시 문장의 'the'는 그나마 쉬운 편인데, 정말 영작하다 보면 환장할 때가 많습니다. 더 환장하는 건, 우리는 '그'를 붙이든 안 붙이든 상관없는데 왜 저들은 저럴까 싶다는 점입니다. 원어민 입장에서 관사 사용이 틀리면 문장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매우 어색하게 보인다고 합니다. 실수가 잦으면 '수준 낮은 글'로 여겨져 아예 제대로 읽지도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마치 우리가 '아빠는 방에 들어가신다'처럼 조사를 잘못 쓴 문장을 봤을 때 느끼는 어색함과 같다고 합니다. 더 답답한 건, 원어민에게 왜 그렇게 쓰냐고 물어보면 "없으면 어색하니까" 이상의 답을 듣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교육받은 원어민은 아주 헷갈리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정확하게 쓴다는 점에서 '조사'와 비슷한 느낌인 것 같습니다.

6) 기타

사실 한국어에서는 "그의 부모님은 그가 파티에 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라는 문장에서 앞의 '그의'를 빼고 "부모님은 그가 파티에 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라고 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언어 A'도 마찬가지로, '그가'에 해당하는 'onun'을 생략하는 것이 오히려 더 자연스럽다고 합니다.  (문장 성분이 정확히 1:1로 대응되지는 않아 같은 위치에서 생략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영어에서는요? 구어에서는 몰라도 문어에서는 'His'를 임의로 생략하면 안 됩니다. 영어 초보인 한국어 화자들이 자주하는 실수기도 하죠.


2. 언어적 거리

예시에서 보이듯이 저 간단한 문장 하나를 영어로 만드려고 해도 한국인 입장에서는 생소한 문법요소를 배우고 숙달이 되어야 합니다. 대부분 pgr러가 처음 보셨을 법한 언어 A? 그냥 문법 안배우고 단어만 외운 다음 문장 이어 붙여도 의미는 80프로 정도 통할 정도고, 나머지 20퍼를 채우기 위해 세부적인 차이를 배우면 되는 정도 입니다. 만약 제로 베이스인 한국인에게 영어와 '정체 모를 언어 A'를 동시에 가르친다면, 무엇을 더 쉽게 느낄까요? 당연히 '언어 A'일 겁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서도 '이놈의 영어' 대신 '언어 A'가 우리의 주요 외국어였다면 학창 시절이 덜 고통스러웠을 것이라고 느끼는 분이 있을 겁니다.  

이제 '언어 A'의 정체를 밝히겠습니다. 바로 형제의 나라에서 사용하는 언어인 '튀르키예어(터키어)'입니다. 지금은 거의 폐기된 가설이지만, 한때 한국어와 튀르키예어는 '우랄-알타이어족'으로 함께 묶였을 만큼 공통점이 상당히 많습니다.

'영어는 어렵다', '일본어는 쉽다'와 같이 언어의 난이도는 어떻게 정해질까요? 모국어와 해당언어와의 언어적 거리에 따라 결정 됩니다. 물론 고대 그리스어나 라틴어처럼 문법이 까다로워 절대적으로 어렵다고 여겨지는 언어도 있고, 인도네시아어처럼 절대적인 난이도 자체가 쉽다고 여겨지는 언어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언어 습득의 난이도는 상대적입니다. 미국 국무부 산하 외교관언어연구소(FSI) 자료에 따르면, 영어 원어민이 스페인어나 프랑스어처럼 영어와 가까운 언어를 배우는 데는 약 24주(600시간)가 걸립니다. 반면, 한국어는 영어와 구조가 완전히 달라 영어권 사람이 배우기 가장 어려운 언어(Category 5)로 분류되며, 약 88주(2200시간)의 학습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기본적인 소통에만 4배 가까운 시간이 걸리는 셈이니, 고급 수준으로 가는 데 필요한 시간 차이는 말할 필요도 없겠죠. 그냥 4배로 적용해도 영어 원어민이 가까운 유럽어 4개 배울때 한국어 하나 간신히 익히는 겁니다.

이를 반대로 적용해 보면, 영어 원어민에게 한국어가 '가장 어려운 언어 중 하나'라는 말은 곧 한국어 화자인 우리에게 영어가 그만큼 어려운 언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영어 하나 익힐 시간에 유럽어권 화자들은 이웃나라 유럽어 4개 배우는 셈이에요. 유럽인들이 몇개국어 많이들 한다는데 솔직히 말해서 그렇게 대단한게 아닙니다. 그 다국어 한다는게 죄다 유럽언어라면.... 요즘은 한국어를 잘하는 영어권 외국인들이 많아져서 좀 머쓱해지긴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소수입니다.

이 언어적 거리는 주로 지리적 거리, 문화적 유사성, 그리고 어족이라는 세 가지 요인이 작용합니다. 영어는 한국과 지리적으로 지구 정반대 편에 있고, 문화도 다르며, 어족도 완전히 다르니 우리가 배우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3. 어족

문화적, 지리적 거리가 가까우면 언어를 배우기 쉽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니, '어족'에 대해 설명해 보겠습니다.

'어족(Language family)'은 '인도-유럽어족'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했습니다. 18세기 인도에 파견된 영국의 법관 '윌리엄 존스'가 제창한 개념인데, 그는 고대 라틴어와 그리스어에 정통했습니다. 그가 고대 인도어인 산스크리트어를 연구하다 보니 유럽의 고전어들과 공통점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발견했고, 연구를 거듭한 끝에 인도(힌디어계열), 페르시아, 그리고 유럽의 대부분 언어가 약 6,000년 전의 한 조상 언어에서 갈라져 나왔다는 놀라운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참고로 이 카테고리에 일본어, 중국어, 아랍어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중국어, 아랍어는 언어 자체의 난이도보다도 한문과 아랍문자의 압박이 크지 않나 싶습니다. 아랍어는 인도 유럽어랑 영향을 많이 주고 받아서 관사도 있고 비슷한 요소들이 꽤 있거든요. 중국어는 문법 간단하고 어순도 똑같고 한국어,일본어 같이 서구권 화자가 매우 생소해하는 교착어도 아니고...)

거칠게 말해, 오늘날의 인도어(힌디어), 페르시아어, 유럽의 언어들은 수천 년 전에는 사실상 같은 언어였다는 겁니다. 너무 오래전에 갈라져서 지금의 언어들만 봐서는 짐작하기 어렵지만, 기본적으로 같은 조상에서 나왔기 때문에 문장을 만드는 방식, 어휘, 문법 요소에 공통점이 많습니다.

시제에 따라 동사 형태가 바뀌고, 문장 내 위치에 따라 명사 형태가 바뀌는 것(언어학적으로 '굴절어')은 인도-유럽어족의 전형적인 특징입니다. 우리에게는 이게 이상하게 느껴지지만, 인도-유럽어족 화자들에게는 이런 변화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입니다. 오히려 영어는 이런 격 변화가 많이 사라져 형태론적으로는 '고립어'에 가까워진 편입니다. 어떤 언어들은 남성, 여성, 중성 명사에 따라 단어 하나가 수십 가지 형태로 변하기도 하는데, 이런 언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에게 영어의 격 변화는 코웃음이 나올 정도로 쉬울 겁니다.  그리고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시제 개념들도 많은 인도-유럽어에 존재하며, 관사 역시 많은 인도-유럽어에 공통적으로 나타납니다.  그냥 어족이 같은 걸 넘어서 그 하위 분류인 어파까지 같으면 더 쉬워집니다. 같은 게르만어파에 속하는 네덜란드어나 북유럽어 화자들은 영어를 거의 반쯤 사투리 수준으로 여기기도 하더군요.

결론적으로, 아주 오래전에 갈라져 나온 페르시아어나 인도어(힌디어) 화자들조차도 우리가 영어를 볼 때 느끼는 생소함보다는 어느 정도의 친숙함을 느끼며, 영국과 인접한 국가일수록 그 친숙함은 훨씬 커집니다. 우리가 머리를 싸매고 배우는 영어의 여러 요소가 그들에게는 그저 자연스러운 것이고, 마치 우리가 튀르키예어를 배울 때처럼 단어만 외우고 세부적인 차이만 익히면 되는 수준인 거죠. 물론 갈리진지 오래 되면서 현지 원주민 언어랑 섞이고 많은 변화가 생기면서 러시아어-영어, 페르시아어-영어, 힌디어-영어 같은 건 우리가 튀르키예어 배우는 거보다 더 어려울 정도(GPT 선생 왈)로 거리가 멀어지긴 했습니다. 그래도 적어도 한국인이 영어 배우는 거보다는 나은 건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4. 영어 or 인도 유럽어 화자들한테 한국어는 어떻게 보일까?

여담으로 영어나 서구권 언어 화자들이 한국어나 터키어 같은 언어를 보면 어떤 느낌을 받을까요?

글 최상단에 있는 끔찍한 표처럼 보입니다. (그림 여기다 붙이려 했는데 잘 안되서)

한국어와 같은 언어는 문법적 기능에 따라 명사나 동사 자체가 바뀌기보다는 어간에 조사나 어미 같은 요소를 붙여 말을 만드는 방식(언어학적으로 '교착어')을 씁니다. 서구권 언어 화자들은 이 개념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해서, 자기들 기준으로 한국어를 분석한 결과가 최상단에 있는 끔찍한 도표로 나타나는 겁니다. 그들은 문법적 상황에 따라 '하다'라는 동사 자체가 변화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냥 어미를 익혀서 상황에 맞게 붙이면 되는 건데, 그 개념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영어에서 문법에 따라 명사나 동사 형태가 바뀌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영어 화자에게 한국어가 가장 배우기 어려운 언어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인도-유럽어족 화자들은 한국어같은 교착어들처럼 조사나 어미 붙여서 문장 조립하는 방식을 너무나 괴이하게 느낀 나머지, <반지의 제왕>의 저자 톨킨은 모르도르의 암흑어를 한국어와 같은 교착어 방식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톨킨이 당시 한국어를 알았을 리는 없고 인접해 있으면서 교착어를 쓰는 핀란드어를 참고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유럽에서 한국어와 유사한 방식으로 문장 만드는(교착어) 나라가 우랄어 계열인 헝가리어, 핀란드어, 에스토니어어가 있는데 이들 언어는 유럽언어 화자들한테 '도무지 이해하기가 불가능한 괴악한 외계언어' 취급을 받았다 합니다.


5. 결론

한국어는 영어와 어족이 다를 뿐만 아니라, 한국어랑 와 비슷한 문장구조를 가진 교착어인 튀르키예어, 핀란드어랑 비교해도 지리적·문화적 영향으로 인도-유럽어의 요소가 섞여 들어온 것도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영어의 거의 모든 개념이 한국인에게는 매우 생소하게 느껴집니다. 젊은 세대야 서구권 문화를 접할 일이 많아 덜하지만 해외여행도 자유롭지 않았던 중장년층 세대한테 '영어'는 사실상 외계어처럼 느껴질 수 밖에 없는 거죠.

핀란드 같은 경우는 교육의 영향도 있지만 영어와 친척 관계인 북유럽 언어와 오랜 기간 교류해 온 영향이 큽니다. 튀르키예도 페르시아, 동유럽 같은 인도-유럽어권 화자들과 수많은 교류를 해와서 그런지 수일치 같은 개념도 들어와있고 여하튼 한국인 보다는 좀 낫구요. 다른 어족이지만 아랍어 권도 영향을 많이 주고받아서인지 의외로 공통점이 좀 있습니다. 정관사(알자지라,알함브라,알지브라의 '알'이 아랍어의 정관사)도 있고 공통되는 문법 요소가 생각보다 있습니다. 중국인은 한국인과 아주 큰 차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순이 비슷해서(좀만 복잡해지면 차이가 있음) 그런지 한국인,일본인 보다는 살짝 나은거 같구요.

어쨌든 한국인이 영어를 배우는 것은, 영어 화자에게 가장 어려운 언어 중 하나인 한국어를 배우는 것과 같은 수준의 고통입니다. 같은 '인간의 언어'지만 공통점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에요. 우리는 이걸 학창 시절 내내 제1외국어로 배우며 고통받아 온 것이죠.

그러니 너무 자학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특히 서구권 문화를 지금처럼 어릴 때 부터 접하지 않은 세대에게 영어는 정말 외계어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어다. 다행히 이제는 인공지능 번역 기술의 수준이 엄청나게 발전해서, 영어에 대해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될 날이 머지않은 것 같습니다.


ps. 댓글 읽어보니 글이 길어서 그런지 본문의 의도와 달리 '자학'하는 느낌의 댓글이 많은 느낌이 들어서 그냥 한문장으로 요약하겠습니다.

'한국인이 영어 못하는 건 하필 재수없게 영어와 언어학적인 거리가 전세계 나라들 중에서도 거의 손꼽을 정도로 멀어서 그런거고, 한국어랑 상대적으로 가까운 언어가 영어의 위치에 있었으면 우리가 서양애들 외국어에 소질 없다고 비웃었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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짭뇨띠
25/09/26 19:25
수정 아이콘
영어 배울 때 어려웠던게 of 의 쓰임과 관사 a 붙이냐 마냐였던 것 같습니다.
of는 이제 자동개념 정립이 되었는데 이놈의 a는 아직도 몰라요.
작문을 위한 패턴을 익혀놓았지만 이제는 llm으로 딸깍
Quantumwk
25/09/26 19:28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전치사,관사는 그걸 모국어에서 쓰는 나라 출신이 아니면 그 감각을 익히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반대로 저쪽 화자들은 한국어의 '조사'개념 익히는 걸 매우 어려워 하구요. 물론 이제는 GPT로 딸깍 하면 되긴 합니다.
전기쥐
25/09/26 19:25
수정 아이콘
한국과 중국은 바로 붙어있는데도 일부 한자어 어휘는 받아들였을지언정, 어순은 크게 다른 게 신기해요. 오히려 중국어는 한국어보다 영어의 어순에 더 가깝다는 게..
Quantumwk
25/09/26 19:27
수정 아이콘
한국어와 중국어는 '어족'이 다릅니다. 지리적으로 붙어 있어서 어휘를 많이 공유할 뿐이지 공통점이 생각보다 없어요.
전기쥐
25/09/26 19:29
수정 아이콘
두 언어가 일부 어휘는 공유해도 결국 어순을 바꾸기는 그렇게 어려운 거였다는 걸까요.
Quantumwk
25/09/26 19:31
수정 아이콘
(수정됨) 그걸 떠나서 한국어랑 중국어는 일단 뿌리가 다른 언어입니다. '어족'이 같다는 건 오래전에 같은 언어에서 갈라져 나왔다는 건데 중국어-한국어는 아예 조상이 다르다고 보면 됩니다.

매우 멀리 떨어져 있지만 튀르키예어는 한국어와 아주 오래전에는 비슷한 언어(알타이어족) 였을 가능성이 높구요. 지금은 알타이어족설은 거의 폐기되긴 했지만 'Somewhat related'정도로는 아직도 보는 거 같습니다.

물론 인접해 있으면 어족이 달라도 어순이 비슷해지는 경우도 있는데 중국-한국이 유럽처럼 완전 섞여서 사는 수준은 아니었던거 같습니다.
친친나트
25/09/26 19:41
수정 아이콘
어차피 세계 대부분의 주요 언어가 SOV 또는 SVO라서 이런 기본 어순은 역사-비교언어학적으로 크게 의미는 없긴 할겁니다만, 어순이 바뀔 수도 있기는 합니다. 라틴어랑 후손 언어들이랑 어순이 다를거에요.
Quantumwk
25/09/26 19:43
수정 아이콘
인도유럽어에서도 SOV가 종종 있죠. 근데 제가 본문에서 여기하려고 한건 단순히 어순을 떠나 문장 만드는 방식이 인도-유럽어 계열과 한국어가 완전 다르다는 겁니다. 단순히 어순 문제가 아니에요. 가장 직관적으로 들어오는게 어순이라서 이게 가장 와닿겠지만....
VictoryFood
+ 25/09/26 23:24
수정 아이콘
물리적 거리는 가깝더라도 고대인들이 걸어서 민족이동하는 거리는 멀었죠.
히말라야산맥과 천산산맥을 넘기 어려워 중동지역에서 아래로 이동한 민족이 중국에, 위로 이동한 민족이 한반도에 오게 된게 아닌가 싶습니다.
티아라멘츠
25/09/26 19:27
수정 아이콘
요즘 인공지능 번역이 일취월장해서 독해 정도는 슬슬 꽤 맡길 수 있더군요
마스터링할때 시나리오를 일일이 다 영어로 읽는건 가능은 해도 엄청 피곤한데 정말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Quantumwk
25/09/26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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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문 수준도 상당히 올라 갔습니다. 관사 같은게 영어 작문할때 진짜 최악인데 이젠 별로 고민할 필요가 없어요.
두꺼비
25/09/26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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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습관이라고들 말하는데 이게 진짜 습관이라고 하기보다는 언어가 가진 하나하나에 문화와 사고방식과 관점 등의 말로 형용하기 힘든 깊은 무언가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침먹었어?가 왜 Did you ate breakfast 가 아니라 Have you ate breakfast 가 되는지를 말로 설명이 가능하기는 할 거 같은데 어디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감도 안오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그래야 할 거 같아서"라고 대답하고 말았습니다
그 때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 노력해도 네이티브 꼬맹이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은 게 언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Quantumwk
25/09/26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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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본문에 적었지만 시제 개념 자체도 인도-유럽어 계열과 우리가 많이 다릅니다. 그래서 같은 인도-유럽어 계열 화자면 아침먹었어?가 Did you ate breakfast 가 아니라 Have you ate breakfast가 되는지 이해하는걸 아주 어려워 하지 않을 겁니다.

'어족'에 따른 차이에 대해 얘기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이 없어서 써본 글입니다. 단순히 '영어'의 사고 방식이 아니라 '인도-유럽어'전반에 흐르는 언어의 사고방식이 있고 우리는 같은 계열이라고는 일반적으로는 상상도 못하는 '페르시아어(이란)'화자도 영어 화자와 공유하는 언어적 사고 방식이 있다는 거죠.
동쪽의소나무
+ 25/09/26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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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몰라서 여쭙는데, 왜 eaten 이 아니고 ate 예요?
두꺼비
+ 25/09/26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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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법적으로는 eaten을 쓰는 게 맞습니다. 그리고 have 대신에 did를 써도 문법적으로 맞습니다

그런데 실생활에서 쓰면 문법적으로 틀린have you ate 쪽이 문법적으로 맞는 did you eaten 보다도 자연스러워지는 게 아리송해지는 부분입니다
동쪽의소나무
+ 25/09/26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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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생활엔 저렇게 쓰는 게 오히려 자주 있는 일인가 싶어서 여쭤봤는데 정말 그런가 보네요. 감사합니다.
친친나트
25/09/26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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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과 별 상관 없는 얘기이긴 한데, 결국 필요성의 차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방콕에서 영어로 여행 가능하지만 상하이에서는 불가능한게 태국사람들이 학교교육을 더 잘받았거나, 태국어가 중국어에 비해 영어와 가까워서는 아닐거에요.
한국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영어 쓸 일이 너무 없죠.
Quantumwk
25/09/26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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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전 사실 회화는 본문에서 얘기한 언어학적인 거리가 완전 결정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고 그냥 많이 쓰면 는다고 생각은 합니다. 회화에서 문법을 엄격하게 따지지는 않으니깐요. 영어 지지리도 못했던 저도 몇년 있으면서 뇌에서 나오는데로 얘기하면서 익숙해지니깐 생존은 가능한 수준이 되더군요. 물론 회화도 공통 요소가 많으면 더 빨리 잘 하게 되긴 합니다.

본문은 사실 '작문'을 염두에 두고 쓴글입니다.
No.99 AaronJudge
25/09/26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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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나름 개인 특기로 자칭할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는데
요즘 GPT 보면 딸깍으로 다 해줘서 뭔가 허무한 느낌…내가 그토록 원서 보고 공부한 시간은…….


근데 좋긴 해요 크크크 편합니다
Quantumwk
25/09/26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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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학 가시죠. 그래도 미국가서 모든걸 다 GPT에 의존 할 수는 없으니깐요 흐흐
No.99 AaronJudge
25/09/26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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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그건 트럼프가 막아버렸…… 답은 영국 캐나다인가요 흐흐
그리고 한국 사람이 특성상 외국어 배우기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고립어다 보니까…
중국어 일본어 가깝다 해도 솔직히 유럽 애들에 비하면 멀디 멀죠 거기는 2-3개 언어는 기본이라던데 너무너무 부러웠습니다.
스페인어 이탈리아어는 보다보면 거의 비슷해보이기도 하고요
Quantumwk
25/09/2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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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스페인어-이탈리아어는 그냥 아예 안배워도 대충 통하는 수준이랍니다.

위에 적었지만 영어 화자 기준 한국어 하나 배울때 영국 근처에 있는 나라들 언어는 4개 배울수 있습니다. 사실 저 자료는 '기본 적인 의사소통'수준이고 수준이 올라 갈 수록 '언어학적인 거리'에 의한 난이도 차이가 더 느껴져서 이거보다 더 배울거라 생각해요. 한국어 하나 마스터 할때 유럽언어 5~6개정도는 마스터 할겁니다.

중국어 일본어 가깝다 해도 솔직히 유럽 애들에 비하면 멀디 멀죠 -> 이건 한국어가 조상언어를 알 수 없는 고립어라 그런것도 있습니다.(알타이어족설은 거의 폐기 됨) 근데 일본어는 어족이 다르다기에는 너무 공통점이 많아서 'Somewhat related'는 된다고 언어학자들이 보는 거 같습니다. 실제로 한국인들이 가장 쉽게 배우는 외국어가 일본어구요.
뉴민희진스
25/09/26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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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에 비하면 한국인이 10배쯤 영어를 잘하던데요.
Quantumwk
25/09/26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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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일본어의 발음 체계가 한국인보다 영어에 더 불리한 면이 있어 보입니다,.
근데 솔직히 말하면 우리가 더 잘한다는 건 우리 느낌이고 원어민 입장에서는 큰 차이로 느끼지는 않는 듯합니다.

물론 평균으로 따지면 그래도 우리가 일본보다는 낫지 않나 싶지만요....
No.99 AaronJudge
25/09/26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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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일본인이나 한국인이나 원어민 입장에선 그 발음이 그 발음일 것 같긴 해요
사용하는 어휘력이나 문법같은것도 막 엄청 차이나지는 않을것같다 싶고….
Quantumwk
25/09/26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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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원어민들의 음운 개념은 한국어랑 완전 달라서 어릴때 영어를 익히지 않은 한국인들의 발음은 그들입장에서 일본인의 발음과 엄청나게 다른 수준은 아닙니다. 한국식 영어 발음 들려 주니 원어민들 무슨단어인지 아예 짐작도 못하는 유튜브 영상 많이 나왔죠.
번개맞은씨앗
25/09/26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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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 수식어 → 피수식어

영어 : 피수식어 ← 수식어

영어와 달리, 한국어는 that이나 to 등을 이용해 뒤에서 앞으로 수식하는게 잘 발달하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한 차이라 생각해요.

역순으로 수식하는 것에 뇌가 잘 훈련되어 있지 않은 거죠. 대신 수식어를 잔뜩 갖다 둔 다음에, 피수식어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훈련되어 있는 것이겠고요.

수식어 수식어 수식어 피수식어 : 한국어

수식어 피수식어 수식어 수식어 : 영어
Quantumwk
25/09/26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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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지금 님이 말한게 본문에 얘기한 '어족'이라는 개념에 포함되어 있는 거에요.

영어가 속해있는 '인도 유럽어'족 언어들이 댓글에 설명하신것처럼 문장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니 디테일만 다르지 문장 만드는 방식은 상당히 흡사해요. 그러니 '인도 유럽어족'어권 권 화자는 한국인에 비해 영어 문장 만들기가 상대적으로 쉬워지는 거죠.

이 '어족'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써본 글입니다.
번개맞은씨앗
25/09/26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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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수식어가 나오면 일단 의미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일단 의미를 만들고, 뒤에 수식어를 붙이면서, 그 의미를 수정해나가는 거죠. 그런데 수식어부터 일단 잔뜩 나열한 뒤에 마지막에 피수식어가 나올 경우, 피수식어가 나올 때까지 무슨 의미인지 만들어지지 않은 거라 생각해요. 

나는 집에서
— 여기까지 들어서는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죠. 나와 집이 파편적으로 있어요. 
나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나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마트에서 구입한 
나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마트에서 구입한 바나나를 
나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마트에서 구입한 바나나를 먹었다. 
— 이 경우에는 먹었다가 나오기까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죠.

나는 먹었다
— 이 경우에는 일단 의미는 있어요. 파편적이지 않고, 일단 연결되어 의미를 만드는 거죠.
나는 먹었다 바나나를
나는 먹었다 바나나를 마트에서 구입한
나는 먹었다 바나나를 마트에서 구입한 집에서 멀리떨어진
나는 먹었다 바나나를 마트에서 구입한 집에서 멀리떨어진 지난 달 새로 이사 온
— 그리고 이렇게 다듬어가는 거죠.
번개맞은씨앗
25/09/26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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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제 주관적인 생각입니다만, 술어와 목적어의 관계도, 피수식어와 수식어의 관계라 볼 수 있다고 봐요.

먹었다 바나나를 — 술어 목적어 — 피수식어 수식어
바나나를 먹었다 — 목적어 술어 — 수식어 피수식어

즉, 주술목인지 주목술인지도, 그 본질은 '수식어가 뒤에서 수식할 것인지, 앞에서 수식할 것인지'인 거라 봐요.
번개맞은씨앗
25/09/2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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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 목적어
- 이건 파편적이고

주어 술어
- 이건 일단 연결되어 의미를 형성한 거라 볼 수 있을 거예요. 아직 완결된 건 아닐지라도요.

나는 피아노를
나는 피아노를 연주했다.

나는 연주했다
나는 연주했다 피아노를.
그리움 그 뒤
25/09/26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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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이 주제에 대해 연구한걸 본 적이 있는데 가장 큰 이유가 한국인과 일본인의 완벽주의라고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언어를 배움에 있어 아이들을 생각해보면 아이들은 문장, 문법을 잘 모르기에 처음에는 그냥 되는대로 단어위주로 얘기하다가 점점 주어 술어 목적어 보어 관사 등을 붙여서 말하게 됩니다.
그런데 어느정도 크게 되어 다른 언어를 습득할 때는 단어부터 생각하는게 아니라 전체 문장, 문법부터 생각하게 되면서 어려워진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여기서 한국, 일본인들은 전체 문법이 완벽하게 맞는지 확신이 안들면 말 자체를 시도하는걸 꺼리게 되어 언어를 습득하는게 늦거나 어렵다고....
Quantumwk
25/09/26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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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이건 흔히들 많이 생각하는거고 제가 본문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건 '전세계에서 한국어와 일본어가 영어와 언어적으로 가장 거리가 먼 언어 중 하나다'입니다. 이상하게 한국인들이 영어에 관해서는 자꾸 본인들한테 문제를 찾으려 하는 경향이 있는 데 그런 요소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냥 언어 자체가 너무 달라서 그런거에요. 한국인들이 배우는 유일한 외국어가 영어인 경우가 많으니 이게 얼마나 다른건지 체감을 잘 못하는 거구요.

외국어라고 영어-한국어처럼 쌩판 다른게 아니고 한국어랑 상당히 흡사해서 수월하게 배울 수 있는 외국어 생각보다 꽤 있습니다.
국어 시간에 배웠던 '우랄-알타이어' 계열(지금은 폐기 수순이지만)은 대부분 영어보다 쉽게 배울 수 있어요. 이런 언어를 접할 기회가 잘 없으니 자꾸 한국인들이 '우리가 문제인가?'하면서 자책하는 거죠.

튀르키예어가 오늘날 영어의 위치에 있었다면 한국인이 튀르키예어 배우려고 허덕이는 미국인들을 비웃었을 겁니다. 유럽애들이 영어 더 잘하는게 한국인보다 외국어 습득력이 대단히 뛰어나서 그런게 아니에요.

일본어 같은 건 완전 구닥다리로 가르쳐도 한국인들 일본어 다른 국가 출신들보다 잘만 합니다.
키비쳐
25/09/26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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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비쳐
25/09/26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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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제대로 올라간 거 같네요. 글 보면서 예전에 PGR에 올라왔던 글이 생각나서 공유드립니다.
Quantumwk
25/09/26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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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제가 하고 싶은 말은 한국어와 비슷한 계열의 언어는 링크 건 글처럼 달달 외우지 않아도 쉽게 익힐 수 있다는 겁니다.

유럽인들이 다른 유럽언어 익힐때도 마찬가지구요.

일본어는 링크 거신거처럼 안해도 한국인들 잘만 배웁니다. 유럽인들도 링크 거신것처럼 안해도 영어 잘만 배웁니다.
25/09/26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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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kbs 다큐대로 일반적인 수준은 회화 교육과 연습 안해서 생기는 영향도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Quantumwk
25/09/26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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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회화는 그런면이 없는 건 아닌데 종합적으로 보면 한국교육과 한국인 탓이라기 보다 그냥 재수없게 영어가 한국어랑 너무 거리가 멀어서 그런겁니다.

댓글 보면서 느끼는데 유독 영어에 대해서는 다들 자학이 심한거 같습니다. 본문은 한국인이 영어 못하는 거 본인들 탓 아니니 자학하지 말라는 글인데 거의 모든 댓글이 '자학'하는 댓글이네요 흐흐흐

그냥 유럽애들은 영어랑 가까운 언어라 잘하는거고 한국인은 영어랑 멀어서 못하는 거고 걔네들이라고 무슨 대단한 교육법 같은거 있는 거 아닙니다.

일본어 같은 건 더 구닥다리로 가르쳐도 한국인들 일본어 다른 국가 출신들보다 잘만 합니다. 일제 강점기때 거의 초등, 중등 교육도 제대로 못받은 할아버지 할머니들 나이드셔서도 일본어 어느정도 하시더군요. 영어 같은 거였으면 너무 안쓰면 까먹어서 잘 못쓰셨을 겁니다.
25/09/26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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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추천!
Quantumwk
25/09/26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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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감사합니다. 댓글 보면서도 느끼는게 참 한국인의 영어 컴플렉스는 뿌리깊다 느낍니다. 남탓이나 다른 이유찾기 좋아하는 한국사람인데 (저도 포함. 사실 제가 영어 못하는 걸 제탓이 아닌 다른 이유탓 하려고 쓴 글임 크크) 유독 '영어'에 대해서만 '우리가 잘못해서다'라고 하니깐요.
몰겠어요
25/09/26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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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드립니다.. 잘 읽어습니다
Quantumwk
25/09/26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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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뒹굴뒹굴
25/09/2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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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그냥 미팅이나 콜에서 말이나 잘하면 되지..로 변절 했습니다.
글은 LLM을 믿는 걸로 ㅠㅠ
Quantumwk
25/09/26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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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런방식으로 하면 되긴 합니다 흐흐
통합규정
25/09/26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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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사가 진짜 한국인 킬러죠.

단어 달달 외워서 영어 어휘력은 현지인 보다 월등하게 높은 한국인이 미국 초등학생이 무의식적으로 쓰는 관사를 틀리는
Quantumwk
25/09/26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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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전 손발 다들고 왔습니다. 원어민한테 어떻게 쓰냐고 하니까 돌아오는 대답
'a를 써야 자연스러우면 그걸 쓰고 the를 써야 자연스러우면 그걸 쓰고 안쓰는게 자연스러우면 쓰지 말아라'였습니다.

나름 열심히 배워서 제 감각대로 글 써서 냈더니 돌아온 결과는 '너 관사 쓰는 법 좀 배워야겠다'였고 GG 쳤습니다.

사실 원어민도 일부 상황에서는 헷갈린다고는 하더군요. 근데 좀만 교육받으면 (님의 언급처럼 초등학생 수준이어도) 웬만한 사용처에서는 거의 안틀리고 관사 틀리게 쓴 문장이 몇개 보이는 순간 더 이상 글 안 읽고 던저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관사 잘 못 쓰면 원어민들한테는 우리가 '은 는 이 가' 틀리게 쓴 문장 처럼 이상하게 보인답니다.

그리고 모국어에 대부분 관사가 있는 유럽어권 출신들은 영어 관사 정도는 껌으로 여깁니다. 몇몇 유럽 언어는 관사의 모양이 상황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바뀌어서 그거까지 익혀야 하는데 (영어로 치면 어쩔 떄는 the 어쩔때는 tha 어쩔떄는 tho 이런식) 영어 관사 사용 정도는 껌인듯.
콩순이
25/09/2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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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제가 요새 못하는 영어 더 배우기 싫어서 영어 안할련다 하고 일본어 배우기 시작했는데, 진짜 히라가나부터 배웠는데도 1년 안된 지금 일본어 n3 시험 준비중입니다;;, 물론 이해안되는부분이 꽤 있지만 영어보다 적은 시간을 들였는데 좀 더 성과가 눈에 보이는거 같더라구요;;
Quantumwk
25/09/26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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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우랄 알타이어계로 불리는 언어들 중에

일본어 몽골어 튀르키에어 핀란드어 헝가리어 정도 순으로 한국인이 배우기 쉬운듯 합니다. 일단 이 언어들은 영어보다는 한국인한테 확실히 쉬워요.

사실 유럽언어들끼리에 비해서는 일본어-한국어는 어족이 달라서 나름 다른점이 많지만 영어에 비하면 선녀 of 선녀죠.

유럽애들이 영어 배우는 건 님이 일본어 배우는 거보다 더 쉬운거고 걔네들이 언어 몇개 한다고 으스되는거에 위축 될 필요가 없습니다.
콩순이
25/09/26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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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그렇군요 ㅠㅠ 사실 일본어 전엔 스페인어 배우겠다고 깝죽거렸다가 너무 어려워서 포기한적이...
10년 넘게 영어 짝사랑하다 접었는데 좋은 글 감사합니다^^
Quantumwk
25/09/26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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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감사합니다. 사실 유럽언어 중에는 그나마 영어 문법이 쉽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스페인어만 해도 명사에 남성, 여성 있고 격변화도 더 복잡하다고 하더군요. 발음은 한국인한테는 영어보다 좀 더 쉽다고는 들었는데.....

사실 유럽인들이 영어 쉽게 배우는 이유중에 하나가 유럽어 중에 영어가 그래도 문법이 간단한데 그 간단한 문법조차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문법의 간단한 버전이니까 더 쉽게 느낀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반대로 영어권화자가 다른 유럽언어 배우는게 좀 더 어렵다고 하더군요. 문법이 훨씬 더 복잡하니깐....
수메르인
25/09/2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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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일본어는 고립어입니다. 그 쉽다는 일본어조차 한국어와 많이 달라 고립어끼리도 서로 고립되는 입장이죠(...)
차라리 영어를 잘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는게 낫지 싶네요. 우리가 영어 어려운 것처럼 다른 나라 사람들도 한국어 어려워하니..
Quantumwk
25/09/26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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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제가 하고싶은 말을 정확히 해주셨습니다. 이제 llm시대라 더더욱 한국인의 뿌리깊은 영어 컴플렉스는 이제 좀 버렸으면 합니다.

사실 일본어-한국어도 다른 외국어보다는 낫다는 거지 둘다 계통을 알 수 없는 고립어로 분류되기 때문에 다른 부분이 꽤 있고 생각처럼 쉽지는 않죠.

근데 요새 분자 인류학이니 이런 결과 보면 한국어-일본어 정도는 어떤 방식으로든 얽혀 있다는 설이 꽤 많은 듯 합니다. 단순히 이웃나라라서 영향 받은게 아니라 뿌리 자체가 겹치는 면이 있다는 의견이 꽤 있더군요. 애초에 어족 분류 하는게 인도-유럽어 계열 기준으로 만든거라 아시아 언어 계통 밝히는데에는 효과적이지 않다고 보는 의견도 있구요.
수메르인
25/09/26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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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한국인이 북방계라 했는데 요 근래 연구를 보면 대다수가 순다랜드 거쳐 올라온 남방계라는 쪽이 주류라 그런 관점에서보면 마냥 다르다보기에도 어려워보이긴 합니다. 실제로 원삼국 시대까지만 해도 한반도 남부와 일본열도는 실상 동일한 어족, 혈통이었다고 하니 고구려-백제를 위시한 북방계가 한반도 주류가 되기 전까진 두 민족으로 갈라져 있었다보는데 맞지 싶네요.
Quantumwk
25/09/26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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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제가 가끔 가는 '분자 인류학' 카페 주인장 분이 '일본어는 A+B+C 언어가 섞여서 만들어 진거고 한국어는 A+D+@ 언어가 섞여서 만들어진거다. 언어A의 요소를 공유하기 때문에 다른 어족이라고 보기에는 공통점이 많다. 근데 base가 되는 언어가 달라서(일본어는 언어 B, 한국어는 D) 기초 어휘나 발음들은 크게 다르고 그래서 어족이 다른거다'라는 가설을 제시 하시더군요.

한반도 남부와 일본열도는 실상 동일한 어족, 혈통이었다고 하니 -> '반도 일본어족'이라는 가설에서 이런얘기 하더군요. 근데 워낙 민감한 주제기도 하고 아직 완전히 증명된건 아니라고는 합니다. 반도 일본어족 가설이 맞다면 한국어와 일본어의 공통 요소에 해당하는 언어A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베라히
25/09/26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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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권 기준으로
한국어와 일본어 중에서
어느 쪽이 더 배우기가 어려울까요?
Quantumwk
25/09/26 21:44
수정 아이콘
(수정됨) 미국 외무부 기준으로는 가장 어려운 카테고리5에 똑같이 속해 있는데 발음은 한국어 (닫힌 발음이 많아서 영어권 화자들이 발음하기 어려워함. 일본어는 발음이 상대적으로 간단하죠. 그래서 일본인들 영어발음이 더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글자 체계는 압도적으로 일본어를 더 어려워 하는 거 같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회화는 한국어, 작문은 일본어를 더 어렵다 느끼겠죠. 근데 어차피 두 언어 다 영어권 화자 한테는 별나라 세계 언어일겁니다.
55만루홈런
25/09/26 21:45
수정 아이콘
영어공부 해보고 싶지만 어차피 ai느님이 번역해주실테니 ai느님 믿고 가겠습니다
Quantumwk
25/09/26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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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전 이제 독해와 작문으로서의 영어는 거의 필요 없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저도 요즘 영어 글은 읽기 귀찮아서 그냥 다 번역 돌려 버립니다. 영어 잘 못해서 애먹었어도 읽기는 많이 했었는데 한국어보다 독해 속도가 훨씬 느려서 그냥 AI로 번역 돌려버리네요.

회화는 사람들이 많이 말하듯이 그냥 부딪히면서 뇌에서 나오는대로 말하다 보면 대충 되긴 합니다. 물론 '을'의 입장인데 그런 엉터리 영어 하면 곤란하지만 갑이나 동등한 레벨이면 그런 영어 해도 어느정도 이해해주더군요. 작문은 직장이나 대학원생이 그런식의 엉터리 작문하면 안되는데 이제는 AI 시키면 되구요.

근데 머지 않아 회회도 동시 통역수준으로 (지금도 어느정도 됨) 되긴 할겁니다.
25/09/26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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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한국을 떠난지 20년도 더 됐으니 관사에 대한 감각이 좋은편이라 생각하긴 하는데, 간단한 이메일 쓸때 조차도 고민할때가 아직도 꽤 많아서 아마 평생 깨우칠 일은 없을것 같네요
Quantumwk
25/09/26 22:05
수정 아이콘
그래도 저처럼 핀잔을 들으실 수준은 아니겠네요. 원어민들도 일부 사용처에서는 헷갈리는거 같고 고로 님이 헷갈릴정도면 원어민도 종종 틀릴 가능성이 높을 거 같습니다.

근데 이젠 너무 고민 말고 그냥 AI 시키면 됩니다 흐흐
다크서클팬더
25/09/26 22:06
수정 아이콘
(수정됨) 분사(particle) 개념이나 종속절에서의 원형 부정사를 처음 봤을 때는 이게 뭔가 싶었죠
그러다가 문법 용어를 영어로 접하고 나서 이게 이해가 되기 시작했는데, 한국어에서 굳이 짚고 가지 않는 개념이라 받아들이기 힘들기도 했습니다.
특히 부정사를 한정되지 않은 술어(finite-infinite)로 개념을 잡기 이전과 이후에 영어를 보는 관점이 많이 변했던 것 같습니다.
Quantumwk
25/09/26 22:18
수정 아이콘
(수정됨) 본문에 적었지만 그냥 언어적 사고방식과 구성 원리가 완전 다른 언어라 한국인이 그걸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게 더 이상한겁니다. 그걸 무리 없이 받아 들였다면 언어 감각이 비상하거나 반대로 한국어를 잘 못하거나 둘중 하나일겁니다. 근데 유럽애들은 님처럼 그런 문법 개념을 잡는 과정 없이도 그냥 바로 익힐 수 있고 (자기들 언어에 녹아 있는 개념이니) 일부 디테일한 차이점만 익히면 되는거죠. 심지어 아랍어나 페르시아어 화자들 마저도 한국인 보다는 덜 생소하게 느낄 거구요.

반대로 우리가 우랄-알타이어계열 언어 배울때 문법적 고민은 많이 할 필요가 없습니다. 기본적인 구조와 틀은 흡사하고 디테일만 익히면 되는거죠. 근데 슬프게도 우랄-알타이어 계열 언어중에 메이저하게 쓰이는 언어가 거의 없으니 우리가 그걸 느낄 기회가 없었을 뿐입니다. 기껏해야 일본어 정도만 있을 뿐이죠. 일본어를 본격적으로 파본 사람은 이걸 여실히 느낄 겁니다.

그래서 한국사람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도 외국어 배우는게 한국인이 영어 배우는 것처럼 항상 어려울거라고 생각하고 근데 쟤네들은 잘하니까 뭔가 특별한 비결이 있겠지? 하고 착각을 하는거겠죠. 걔네들도 특별한 비결이 있는게 아니라 그냥 비슷하니까 빨리 배우는 것 뿐인데....
Ashen One
25/09/26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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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두 언어가 너무 달라서 그렇죠. 한국 사람들이 일본어는 금방 배우더군요. 그 차이죠.
그래도 어떤 언어든 결국엔 단어 싸움인데, 이 단어 싸움에 왕도가 없어서 결국 똑같아 지긴 하는 듯 합니다.
Quantumwk
25/09/26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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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한국어-일본어는 어휘 공유도도 엄청 높죠. 어족이 달라서 생각보다는 차이가 있음에도 한국인한테는 가장 쉬운 외국어로 느껴지는 거 같습니다.

요즘 세대가 영어를 좀 더 쉽게 느끼는 것도 일상생활에서 영어 단어를 많이 쓰고 서구권 문화도 깊숙히 들어와서 그런거 같구요.
가스트락스
25/09/26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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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쓰는 사람에게도 최고난이도 영어 쓰는 사람에게도 최고난이도인 아랍어는 대체 무슨 언어길래...
Quantumwk
25/09/26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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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아랍어는 꼬부랑 글자의 압박이 크고 글쓸때 모음을 생략해 버리는 괴랄한 시스템에 목구멍에서 올라오는 특이한 발음들이 있어서 그런듯합니다.

근데 인도-유럽어랑 영향 많이 주고 받아서 막상 아랍인들은 영어 생각보다 엄청 어려워하지는 않는 거 같습니다. 생각보다 공통점이 있어요. 격변화 같은것도 비슷하게 있고 이게 더 복잡하기 때문에 격변화가 많이 사라진 (문법이 상대적으로 간단해진) 영어 배우는 걸 아주 어려워하지는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중동 사람 좀 봤었는데 영어 가지고 엄청 애먹어 하지는 않았어요. 영어처럼 아랍어도 관사 있고....
안군시대
25/09/2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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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개인적으론 우리나라 사람이 영어 문법 어렵다고 욕할게 못되는게, 우리가 이렇게 자연스럽게 한글로 글을 쓰면서도 솔직히 조사가 뭐고, 관사가 뭐고, 형용사가 뭔지 생각하면서 쓰십니까? 심지어 어순을 막 뒤죽박죽으로 써도 서로 뜻이 다 통하는데요? 그러면서 영어 쓸 땐 문법 엄청 따지잖아요?
Quantumwk
+ 25/09/26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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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모국어이면 문법같은거 몰라도 자연스럽게 되는건데 외국어이면 어쩔수가 없습니다. 모국어라 자연스럽게 익히고 쓰고 계신건데 막상 외국인이 한국어 문법 특히 조사같은거 다 틀리게 쓴 글 보면 그런말 못하실겁니다. 뜻이 안통하는건 아닌데 읽기 굉장히 불편하고 솔직히 읽고 싶은 마음 별로 안들어요. 예전에 중국인 직원이 조사 다 틀리게 써서 온적이 있었는데 '그냥 영어로 써라'라고 했어요. 기본적인 맞춤법 다 틀린 글 보느니 그냥 엉터리 영어가 더 읽기 나을 정도입니다. 어차피 저도 영어 잘 못해서 엉터리 영어로 써진건 그리 민감하게 안 느껴지거든요.

지금이야 LLM 도움 받으면 되지만 영어 쓰는 나라 가서 밥벌이 한다고 할때 기본적인 영문법 틀리게 글 쓰면 욕 디지게 먹었었습니다. 뒤죽박죽 써도 된다는 건 그냥 여행으로 놀러거가나 비공식적으로 글쓰고 놀때 그런거고 직장에서 님도 님 부하직원이 보고서 쓰는데 기본적인 맞춤법 다 틀려서 오면 그리 관대한 마음 안드실겁니다. 심지어 커뮤니티에서도 기본적인 맞춤법 많이 틀리면 지적질 엄청나게 들어오는데요 뭘....

애초에 문장구조가 유사한 외국어는 크게 고생하지 않고 익힐 수 있는데 영어는 그렇지 않아서 힘들다는게 글의 요지입니다. 영어는 구조가 완전 다른 언어라 문법을 제대로 익히지 않은 상태에서 글 쓰면 참사 일어나는 거구요. 심지어 회화도 최소한의 구조는 갖춰서 말해야지 그냥 한국어 어순대로 던지면 기안84가 하는 영어가 되는거고 아무리 그래도 이정도 수준의 영어로는 의사소통 잘 안됩니다. 그냥 여행간게 아니라 직장에서 밥벌이 한다고 하면 그런 영어로 하다가는 바로 다음날 책상 없어져 있을 거구요. 아니 애초에 면접을 못 뚫겠죠.

일본어만 배워보셔도 이게 무슨말인지 바로 느끼시게 될거에요. 그냥 단어만 갈이 끼우면 문장의 90프로 이상 완성이라 영어배우는 난이도랑 차이가 엄청 나거든요.
김첼시
25/09/2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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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들은 또 다르더라구요 어릴때부터 부터 외국인과 영어를 많이접해서인지 그냥 쉬운단어로도 의사소통 잘하고 우리때랑은 확실히 다른느낌 문법 틀릴까바 전전긍긍하는것도없고 그래도 우리나라 영어교육이 맞는방향으로 가고있긴하구나 느껴졌음
Quantumwk
+ 25/09/26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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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회화는 문법 좀 틀려도 큰 상관은 없습니다. 문법 의식하지 말고 대충 말하고 익숙해지면 의사소통은 어느정도 하게 되요.

물론 이것도 본인이 '을'의 입장이거나 영어권 조직에서 높이 올라 가려면 엉터리 영어로는 절대 안되겠지만요....

근데 회화도 기본적인 문장구조가 비슷한 일본어 같은게 훨씬 빨리 늡니다. 그냥 단어 떠올리는데로 던지면 무리 없이 다 통하거든요. 영어의 경우는 막 던지는게 한계가 있고 최소한 기본적인 문장은 어느정도는 만들어야 합니다. 문법 너무 고민할필요는 없는데 영어 문장의 기본 구조는 지켜야 하고 그냥 막던지면 기안84가 하는 영어처럼 됩니다. 아무리 그래도 기안 84처럼 하면 영어 잘 안통합니다.
25/09/26 23:02
수정 아이콘
보자마자 어? o? 이거 터키어같은데 했는데 터키어였군요 크크 외국인중에 한국어를 정말 티 안나게 잘하시는 분들 보면 몽골 터키 중앙아시아 등 sov 어순인 분들이 많더라고요
Quantumwk
+ 25/09/26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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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네 알타이어로 분류되는 말 쓰는 사람들이 한국어 잘하죠. 그냥 이쪽 언어 공부해보면 그쪽 사람들이 한국어 잘할 수 밖에 없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그걸 얘기하고자 쓴 글이에요.

한국사람들이 영어 말고는 다른 외국어를 접하는 경우가 잘 없으니 '문장 구조가 비슷한 외국어가 영어보다 훨씬 쉽다'가 무슨말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일본어라도 배워본 사람은 뭔말인지 알지만.....
+ 25/09/26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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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부할 때 가장 이해가 어려웠던 것이 시제... 지금도 머리에 쥐납니다.. 아직도 Would you like something to drink? 에서 왜 Will이 아니라 Would인지 이런게 이해가 안가요.. 결국 원어민들이랑 이야기할 때나 얘네들이 자주 쓰는 표현을 외워서 그대로 따라하는 식으로 이해보다는 암기식으로 하게 되더군요..
Quantumwk
+ 25/09/26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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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솔직히 일단은 닥치고 암기하는게 답이고 그렇다고 문장 by 문장으로 다 외우는건 너무 비효율 적이니 외국인이면 문법을 어느정도는 배울 수 밖에 없습니다. 골탕먹이려고 문법이 만들어진게 아니라 원어민이 아니면 어쩔 수 없이 문법은 어느정도는 익힐 수 밖에 없습니다. 어릴때 부터 살아서 자연스레 몸에 익힌게 아니면 어쩔 수가 없어요.

그리고 글의 요지는 나중에 익히는 외국어라도 일본어 같이 유사한 면이 많은 외국어는 훨씬 쉽게 익히는데 영어는 그게 아니라 힘들다는 겁니다. 유사한 면이 많은 외국어는 문법을 특별하게 익히지 않아도 단어만 갈아 끼우면 '자연스럽게' 구사하는게 어렵지 않은데 영어는 애초에 문장 구성방식이 완전 달라서 어릴때 익힌게 아니면 '자연스럽게'하는게 거의 불가능합니다.

시제 같은 경우 인도-유럽어 계열은 영어와 유사한 형태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이쪽 사람들은 님처럼 머리에 쥐나지 않고 영어의 시제 개념을 자연스레 받아 들일 수 있습니다. 이런면때문에 그들한테는 영어 학습 난이도가 내려가는 거구요.
선플러
+ 25/09/27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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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오면서 말씀하신 would에 대한 설명을 못 들으셨다면, 안타깝게도 그동안 좋은 선생을 못 만나서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조동사는 Modal이라고 부르는데, 이 녀석들은 시제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실제 대화에서는 대개 뉘앙스의 영역이에요.

많은 책이나 강의에서 would like 를 want의 존댓말 정도로 설명을 하죠. 아쉽죠.
여기서 would에는 "tentativeness(조심성?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네요)"의 어감이 들어있습니다.
단순히 will의 과거가 아니에요.

I'd like something to drink. - 마실 것 좀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정도의 어감입니다.
Would you like ... - 이거는 그 조심성의 말투로 물어보는 것이고요. 그래서 종업원들이 이런 말투를 쓰는 것이죠.

회사에서 택배 왔을 때, "어, 그거 제꺼 같은데요..?" 할 때 "That would be mine."
단정하지 않고, 약간 조심스럽고, 상황을 고려한 부드러운 주장의 뉘앙스입니다.

will은 would보다 확신과 의지를 드러낼 때 씁니다.
Modal은 단순히 시제 차이만 있는 게 아니라, 말하는 태도의 차이라고 보셔야합니다.
동쪽의소나무
+ 25/09/26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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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 계열끼리는 구글이든 삼성이든 핸드폰 바꿔도 금방 적응하지만, 애플로 처음 넘어가면 뭐 어쩌라는 건가 싶죠.
윈도우 계열 쓰다가 유닉스 공부하면 그저 막막한 느낌이고.

어떤 분야든 계열이 다르면 애초에 접근방식이나 설계의도부터 차이나기 때문에, 익히는 게 쉽지 않더라구요.
Quantumwk
+ 25/09/26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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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 계열끼리는 구글이든 삼성이든 핸드폰 바꿔도 금방 적응하지만, 애플로 처음 넘어가면 뭐 어쩌라는 건가 싶죠.
윈도우 계열 쓰다가 유닉스 공부하면 그저 막막한 느낌이고. -> 이걸 딱 언어로 적용해서 얘기한게 본문입니다. 좋은 예시네요.
이디어트
+ 25/09/27 00:24
수정 아이콘
한국어는 조사가 의미를 결정하기에 순서가 중요하지 않지만
영어는 조사가 없는 대신 문장 내 단어의 순서가 순서만으로 뜻을 가진다는 말을 들은 뒤로 영어에 대해 이해
하기는 개뿔 여전히 어렵습니다
영어원문은 그냥 ai믿고 갑시다.. 저의 답변도 ai를 믿고..ㅠ
+ 25/09/27 00:31
수정 아이콘
제 경우 공부나 학문으로 접근해서가 가장 큰 문제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사일런트힐
+ 25/09/27 00:47
수정 아이콘
아랍 문자는 보기 보단 쉽습니다. 아랍어가 문제죠.
미드웨이
+ 25/09/27 00:48
수정 아이콘
과거에는 교육을 탓했지만 많은 정보를 알수있는 현재에는 교육을 탓할 일이 아니란 여론이 많아졌죠.

한국어라는 언어 자체의 문제때문에 영어를 배우기 어려운거고 교육으로는 한계가 있는거죠.
오히려 기존의 주입식 교육이라도 해서 읽기라도 제대로 할수있게 시킨게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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