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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7/31 17:05:57
Name 깃털달린뱀
Subject [일반] 법과 계약이 절대적인 건 아니더라

트럼프식 외교를 보다보니 예전 직장에서의 일이 생각이 많이 납니다.

기본적으로 저는 대문자 T입니다. 감성보단 이성과 합리, 논리 등을 중시합니다. 법이나 계약이 있으면 당연히 그걸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고 움직입니다. 사업가보다는 학자에 가까운 스타일입니다. 문언의 의미를 분석하고 그 빈틈을 파고들거나 활용하는 걸 선호하죠. 그리고 전 이게 보편적이고 옳은 행동양식이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제 믿음이 산산히 깨진 계기가 있습니다. 바로 신입 시절 맡았던 'A 프로젝트'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A 프로젝트는 물가, 부대비용 상승 등으로 사업수지가 악화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팀장은 저에게 '관련 사유로 협력업체 B에 증액을 요구하는 자료를 만들어라'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래서 전 당장 B업체와의 계약서부터 찬찬히 읽어봤습니다. 그리고 알게된 것은 이 증액 요청이 ['법적, 계약서 상 근거가 전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천재지변이나 일정 수준 이상 물가가 상승한 경우에는 증액을 요구할 수 있는데, 계산해보니까 거기 미달한 것입니다. 솔직히 제가 봤을 땐 그냥 우리 힘들다고 억지 땡깡 부려보라는 소리처럼 들렸습니다.

이런 상황이니 자료든 근거든 만들어질 리가 없었습니다. 끙끙 앓다가 팀장님께 관련해서 말씀 드렸더니 '해 보기도 전에 포기하는 게 어딨냐, 계약서가 전부냐, 일단 만들어 봐라'라는 말만 들었습니다.


그래서 몇날며칠을 고민하다 문득 계약서 상의 빈틈을 하나 찾았습니다. 비록 이유는 달랐고 상대 입장에선 뒤통수 맞은 거라고 인식할지언정 법과 계약 상으로 정당하게 돈을 받아낼 수 있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방안을 보고하고 팀장한테 된통 깨졌습니다. ['너 지금 B랑 소송 하자는 거냐?']고요.

결국 전 해당 건을 마무리 못한 채 제 사수가 이어받아 작업했습니다.


[그리고 어처구니 없게도 그 '읍소'가 통했습니다.] 계약서 상으로는 전혀 근거가 없는데, 상대 측에서 우리 증액 요구를 받아들인 겁니다. 전 이때 크게 혼란에 빠졌습니다. 아니 도대체 왜? 말이 안되는 거 아냐? 저게 왜 돼?


제가 간과한 부분은 자사와 B의 '관계'였습니다. 프로젝트 A는 꽤나 성공적으로 진행중이었고 B도 이익을 꽤나 많이 보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양사의 관계 또한 좋았습니다. 증액 요청 금액은 B 입장에선 그렇게까지 크지 않았고, 사업 주도권을 가진 우리 회사와 사이가 틀어져서 프로젝트가 어그러지는 걸 막고싶었을 것입니다. 또 우리 쪽에 빚을 지워둬서 나중에 다른 문제가 발생했을 때 유리한 입장에서 해결할 수 있을 거란 계산도 있었겠지요. 우리가 비협조적으로 나가는 순간 저쪽 또한 피곤해지니까요. 좋은 게 좋은 거죠.

반면 제가 제안한 대안은 그 관계를 깨부수는 방법이었습니다. 뒷통수를 치는 거였죠. 물론 법정으로 가면 저희가 이기겠습니다만 그 돈 좀 받겠다고 주요 협력사인 B와의 관계를 최악으로 박살내버리는 악수였습니다. 회사 평판도 나빠져 추후 사업 수주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을 거고요.


[결국 계약서 상 근거 없는 읍소가 근거 있는 소송보다 우월했던 것입니다.]

이때 정말 많은 걸 깨달았습니다. 결국 법과 계약 또한 소송까지 갈 때를 대비한 최후의 수단일 뿐이란 것을. 반대로 소송까지 갈 각오가 아닌 이상 아무리 적법하고 계약 상 옳더라도 고차방적식을 풀어가며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법과 계약을 절대적으로 떠받들던 제 세계관이 깨졌습니다. 그리고 그 괴리를 못견디고 결국 못해먹겠다고 때려치웠습니다.


국제 정치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트럼프의 관세 꼬장은 법적 근거가 '전혀' 없습니다. WTO적으로도, 양국이 맺은 FTA로도. 그냥 하는 겁니다. 방위비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이미 바이든 정권 시기 방위비 협정을 맺었고 재협상 기간은 한참 뒤입니다. 그런데 계약은 절대적인 게 아니었습니다. 어기면 어쩔 건데요. 소송이라도 할래요? 국가 간 문제를 공정하게 판결해줄 사법부도 이 세상에는 없는데? 그냥 힘 있으면 법이고 계약이고 찢을 수 있는 겁니다.

그리고 저는 이러한 현실이 너무나 개탄스럽습니다. 힘이 있으면, 다른 믿을 구석이 있으면 얼마든지 깨버릴 수 있는 게 법과 계약이라니. 이렇게 신뢰를 갉아먹다보면 결국 우리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시기로 되돌아가 지옥로 들어갈 겁니다.

그렇지만 이것이 냉혹한 현실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뭘 할 수 있는데?]

모르겠습니다. 그저 이 비합리적인 야만의 시대에서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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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을바꾸다
25/07/31 17:10
수정 아이콘
뭐 계약이 세상 모든걸 범위에 넣고 조율할 수 없는데 그걸로만 돌아가야한다라고 믿으신것도 그다지...합리적인건 아닌...
깃털달린뱀
25/07/31 17:15
수정 아이콘
물론 법과 계약이 모든 걸 규율할 순 없고 회색지대는 협상으로 채운다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명백히 계약 상 아닌 것도 역학관계에 따라 뒤집을 수 있다는 게 충격이었습니다. 'CCTV 없으니까 신호위반 해도 돼'가 규모가 억 단위의 사업에도 적용될 거라곤 생각을 못해봤거든요.
닉네임을바꾸다
25/07/31 17:20
수정 아이콘
(수정됨) 뭐 부모님이 우릴 키운것도 뭔 계약을 해서 키운게 아닌데요...식사를 제공하는것 용돈을 주는 것 교육을 시키는 것 등이 어디 계약서를 써서 하는게 아니잖아요 그나마 최근에야 법 등에서 강제적이게 된 부분이 생겨지긴 했지만 인류역사의 99.9퍼에선...전혀 없던 부분인데요...
억단위건 뭐건 가장 중요한건 계약서 글자따위가 아니라 그 프로젝트가 성공되어야하는거니까요...
그리고 계약서 근거가 없더라도 증액 요구는 cctv없으면 신호위반해도 된다같은거와는 많이 멀어보이는데...
뭐 할 수 있다정도가 아니라 해서는 아니된다 그런 워딩이지 않고서야...
깃털달린뱀
25/07/31 17:26
수정 아이콘
아뇨. 법과 계약이 다루지 않는 영역의 문제가 아니라 다루는 영역임에도 다른 이유로 얼마든지 뭉갤 수 있단 걸 깨달았다는 얘기입니다.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서 유도리있게 넘어갈 수도 있다' 정도는 이제 납득할 수 있습니다. 다만 어차피 소송 갈 거 아니면 법이고 계약이고 다 뭉개도 된다는 마인드가 당연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닉네임을바꾸다
25/07/31 17:36
수정 아이콘
(수정됨) 뭐 법에 있으니까 해도 문제 없어라고 막 나가던 지금도 법 조문 하나하나가지고 구질구질하게 하시는 분이....
법이 다루는거라고 다 법으로 끌고가면 안된다는 케이스도 있는지라...그래서 대화를 하고 타협도 하고 하는것이죠
25/07/31 18:38
수정 아이콘
근데 본문예시는 뭉게거나 한게 아니고 그냥... 부탁하고 들어준거 아닌가요?
감자크로켓
25/07/31 17:18
수정 아이콘
계약은 최소한 혹은 기본적인 기반일 수 있겠지만, 결국 계약 자체도 양측의 관계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걸 생각하면, 계약이나 법리적인 것만으로 비즈니스를 해나가는 건 한계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계약 외적인 요소, 커뮤니케이션도 많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깃털달린뱀
25/07/31 17:20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계약은 그저 틀일 뿐이죠. 전 그게 절대적인 틀, 기반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경우에 따라 얼마든지 가변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영역이었단 걸 그때 깨닫게 됐습니다.
25/07/31 17:23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읽고갑니당
Liberalist
25/07/31 17:26
수정 아이콘
법과 계약이 중요한 이유는, 그걸 우회하여 양자 협의 내지는 동의로 일을 끌고 나갈 때 상호신뢰라는 자원을 소비하게 되기 때문이죠. 법과 계약은 이 자원을 절약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이고요. 본문에서 깃털달린뱀님께서 경험하신 사례의 경우는 이 상호신뢰가 이미 충분히 축적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 정도의 소모는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었던거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사업이 삐걱대서 양자간 불협화음이 있는 상태였다? 그러면 분쟁조정절차 거쳐서 법정 가자고 했겠죠.

마찬가지로, 트럼프가 하는 행위도 결과적으로는 국가간의 신뢰, 미국이라는 나라가 쌓아올린 브랜드 가치를 자원으로 쓰고 있는 걸로 보면 됩니다. 그것도 대책없이 펑펑. 지금이야 뭐, 미국 이름값이 해내온게 워낙 많았다보니까 별 티가 안 나는 것처럼 보이기는 하는데, 글쎄요. 그거 바닥나는 순간이 미국 패권의 종말이라고 봅니다.
NoGainNoPain
25/07/31 17:27
수정 아이콘
글 내용만 보면 님한테는 변호사가 가장 어울리는 직업이 아닌가 싶긴 합니다만, 정말 딱 맞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변호사란 직업도 필요에 따라서는 소송까지 가기보다는 소송을 최후의 수단으로 깔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직업이거든요.
법과 계약을 절대적으로 떠받드는게 아닌가 하는 법조계에서도 본문의 사수와 같은 일을 해야 하는 것은 필수적으로 따라온다는 거죠.
메르데카일일팔
25/07/31 17:34
수정 아이콘
그래서 인간이 존재하는 한 정치가 필요할 수밖에 없죠.. 그 정당과 정당의 그런 정치만이 아니라, 게임을 해도 일을 해도 세상 모든 일이 정치라는 게.
시드라
25/07/31 19:24
수정 아이콘
정치라는 단어를 다르게 보면 관계를 위한 합의더군요

저도 예전에는 정치질 이런걸 무작정 나쁘게 봤는데
직장물 좀 먹다보니 이건 어느정도는 필수라는걸 깨달았죠
Winter_SkaDi
25/07/31 17:36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최근 업무 관련하여 계약서를 수정할 일이 있어서 법 지식도 없는 제가 한참 들여다보고 있는데
법과 계약으로 가면 문자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가 너무 무섭습니다;;

상호존중하며 으쌰으쌰 잘해보자?
근데 있잖아. 이런 문제가 생겼을 때는 말이야... 하면서 책임소재를 나누고 대응방법을 나누는데....
25/07/31 17:37
수정 아이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때 이전에 맺은 양국이 사인한 조약은 응가 닦은 휴지만 못한 것이 되었습니다. 
우울한구름
25/07/31 17:38
수정 아이콘
뭐 사실 국제관계는 언제나 힘과 이익의 논리로 돌아갔다고 생각합니다. 미국도 언제나 필요하면 명분을 만들어서 힘들 휘두르곤 했죠. 다른 나라들도 그렇고요. 트럼프가 이상한건 힘으로 규칙을 깨서가 아니라 저게 정말 미국에게 이득이 되는게 맞는가라는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번개맞은씨앗
25/07/31 17:56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네요.

약속이 기본이고 힘싸움은 예외라 생각되지만, 그건 실은 약속에 익숙해져서 갖게 된 관점일뿐, 힘싸움이 기본이고 약속이 특별한 거라 이해하는게 진실에 가까운 거라 봅니다. 이 사실을 잊지 않으려면, 실제로 힘싸움의 경험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보고요. 사소하게는 시장에서 가격을 깎아달라 하는 것도 힘싸움이라 할 수 있겠죠. 명시된 가격을 약속이라 본다면요. 물론 심각한 잘못을 저지르면 안 되는 것이지만, 세상에는 그리 심각할 것도 없는데 암묵적 룰에 그저 순종하기만 하게 되는 부분들이 있고, 여기서 거절당할 것을 감수하고 원하는 걸 요구함으로써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는 거라 봅니다. 거꾸로 내게 그런 요구가 들어올 때, 이를 학습의 기회로 삼고, 대응해보고 관찰하고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고 보고요. 
가만히 손을 잡으
25/07/31 18:04
수정 아이콘
결국 일은 사람이 하는 거거든요.
이 진리를 몸으로 아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껄껄.
25/07/31 18:07
수정 아이콘
감정이 모든 일에 최우선이다 라는 걸 깨달은 이후로 시야가 많이 바뀌더라고요
25/07/31 21:16
수정 아이콘
이거죠!
열받게 하거나 등등 뭔가의 이유로
감정선이 흔들리면 이성적인 손해사정이나 숫자는 따위가 되어버린 경우가 정말로 많지요
25/07/31 18:35
수정 아이콘
민사는 니들만 괜찮으면 다 괜찮음이 기본 전제라서
우리 이래도 될까요?라는 질문에 그럽시다 라고 하면 괜찮은거죠

대신에 요즘 세상에 계약이 중요해지는건 니들만 괜찮다고 해도 그 괜찮음에 영향을 받는 제3자가 이의있음을 시전할 수 있어서 그렇죠
그럴때는 원래 계약이 이렇다 하는게 제일 쉬운 회피기동이니까요

에누리가 그렇잖아요 파는 사람이 깎아주면 괜찮은건데
파는 사람이 점원이면 깎아줄 권한이나 계약이 있는지가 중요한 상태가 되는거죠

그러니까 둘만 좋고 시비 안걸릴거 같으면 계약보다 합의가 먼저죠
고흐의해바라기
25/07/31 18:41
수정 아이콘
법은 최소한의 도덕
계약서는 창보다는 방패에 가까운 것
T가 과하게 높으면 살기 힘들다
제가 살면서 깨달은 것들입니다 흐흐
에프력이 보기보다 많은 도움과 이득이 된다는 걸
티력만 뽐내다 많은 걸 잃고 깨달았습니다
둥글둥글 능글능글
시드라
25/07/31 18:59
수정 아이콘
계약서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헌게 그 관계 이지요

세상의 많은 일이 합리적으로만 돌아가지 않다는걸 저도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배웠습니다

통녹, 문자, 이메일 등 근거자료, 디펜스자료는 만들되 상대방의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대응하려고 노력중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트럼프의 갑질은 트럼프에게는 별 영향 없을듯 하지만 애프터 트럼프 시대의 미국에게는 여러모로 미국에게 불리하게 돌아올 껍니다

인류 역사가 그리했듯이요
이민들레
25/07/31 19:05
수정 아이콘
법이 최소한의 도덕이라는것도 좀 애매한 표현이죠.
25/07/31 19:30
수정 아이콘
법이라는 건 모래알처럼 많은 사람들이 살고 - 그 많은 사람들간에 접점이 없다시피해서 사실상 인간관계라는 것이 거의 적용되지 않고 - 그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동등하다는 전제 하에서 적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말씀하신 회사와 회사간의 관계 - 서로 밀접한 관계를 지니며 또한 관계도 동등하지는 않은 - 에 바로 법을 들이미는 게 안 맞는 이유겠죠.

국제관계또한 대인관계와 달리 당사자 숫자가 적고, 또 평등하지 않습니다. 인구 10억짜리 대국과 인구 300만짜리 소국간에 모든 국가는 평등하다 같은 논리가 통할리가 없죠. 세상은 절대자가 만든 법에 의해 돌아가는 모형정원이 아닙니다. 강한 무력과 경제력 등을 갖춘 대국들과 그렇지 못한 소국들이 서로 섞여서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인 약육강식의 장이죠

비합리적인 야만이라고 말씀하시지만 그게 지금껏 이 세계의 기본 룰이었고, 태어나서부터 한미동맹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던 우리는 그걸 간과하고 있었을 뿐일 겁니다.
25/07/31 19:39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본인의 경험을 여과없이 잘 얘기해주셔서 좋았네요
개인적으로 소위 극T성향인 분들을 비호하긴 하는데 특정 분야의 업무나 일처리에서는 꼭 필요한 성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일 상당부분이 논리 외에 감정으로도 돌아간다는걸 이해하지 못하시는 경우 마찰이 일어나더라고요
본문도 아마 그런 경우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25/07/31 20:04
수정 아이콘
세계가 규칙을 정하고 그렇게 하자고 한 게
20세기 중후반 미국이 주도한 질서인 거고 (UN, GATT, WTO 등)
그건 인류사에 있어 아주 예외적인 시기였던 거죠.

이제 인류는 그렇게 살게 된 건가 싶었던 건데...
메가트롤
25/07/31 21:00
수정 아이콘
인간은 감정의 생물임을 이해하는 것이 극T가 되는 길이죠 크크
설탕물
25/07/31 21:30
수정 아이콘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적이 있어서 공감 가는 바가 있네요. 옛날에 제갈량이나 한삼걸 같은 특출나게 똑똑한 재상 급 사람들이 철인정치를 하며 집단의 리더가 됐으면 더 나라가 부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살다 보니... 리더형 타입이 있고 참모형 타입이 있는거 같아요. 전 참모형 타입이지 기본적으로 사람이 리더십이 있거나 사람들을 잘 포용하고 하지는 못하겠다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기술이 중요한 기업들은(it 같이) 투자와 인재 육성에 있어 해당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서 거대 기업들의 대부분이 어릴때부터 두각을 보이는 전형적인 영재형 타입인거 같고(빌게이츠, 리누스, 세르게이 브린 등등) 기성 기업들 보면 학력이나 그런 이과 타입의, 수학영재형 머리가 굳이 필요하지 않은거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25/07/31 23:39
수정 아이콘
계약보다 앞서는 건 새로운 계약이죠. 회사가 계약을 어긴 것이 아니라 새로운 계약을 제안한 것이고, 상대방이 이에 동의하여 새로운 계약이 체결된 것 뿐입니다.
25/08/01 03:20
수정 아이콘
공무원이 적성에 맞으실텐데 요새 공무원들은 정말 저렇게 움직이거든요
피해망상
25/08/01 11:49
수정 아이콘
안그러면 감사때 할말이 없으니까요.. 공공부문 다 그렇게행동할수밖에 없습니다.
25/08/01 05:47
수정 아이콘
법은 지배계급의 의지를 성문화한 것이다라는 말도 있죠.
25/08/01 07:03
수정 아이콘
법과 계약도 결국 인간의 도구고 도구가 인간에 맞추는게 맞죠. 인간이 도구에 맞추는게 아니라
air flow
25/08/01 07:16
수정 아이콘
많이 공감이 가는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25/08/01 08:07
수정 아이콘
아마 반대의 경우더라도 글쓴님의 회사에선 감액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요. A랑 관계가 좋고 혹은 절대갑이라면 받아주셨을꺼에요.
서로 상호로 법대로 하자는 얘기는 오케이 한번 정말 법대로 해봅시다가 되는 것이니까요
25/08/01 08:23
수정 아이콘
(수정됨) 강자의 논리가 법이고 정의였던건 유사이래 변한적이 없습니다.

법과 계약서의 문구들을 따지는건 그 앞에 있는 수많은 문제 해결 방법을 모두 사용 후 '갈때까지 갔을때' 하는 행위이고
법으로 해결하러 민사재판을 가도 판사가 제일 먼저 시도 하는건 쌍방의 원만한 합의인데
그걸 처음부터 꺼내면 될일도 안되요.
blue_six
25/08/01 09:38
수정 아이콘
아마 사회생활(조직생활, 사업)을 시작한지 얼마 안된 이들과 고인물들간 가장 큰 시각 차이가 여기서 나는게 아닐까 합니다.
전 회의론자라 세상사를 문서화하여 완벽하게 통제, 기능하게 한다는건 불가능 하다고 봅니다. 찐빠의 확률은 늘 상존하는거고 법에는 늘 구멍이 있기 마련이라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과 계약은, 그리고 그것에 기반한 문서는 가장 믿을만한 안전장치이자, 없어서는 안 될 업무처리의 알파요 오메가이긴 하죠. 결국 남는건 문서고 계약서는 쌍방간 신뢰의 증명이니까요.

그렇게 업무처리를 하고 성과를 냈던 수많은 노력의 토대 위에 지금 저희들이 있는것이고, 부족한 부분들은 차츰 보완하면서 살아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청탁금지법 이전엔 대수롭잖게 주고 받았던 금품들이 만연했었고 그 이후로는 좀더 클린한 사회로 발전했습니다. 그 청탁금지법의 해석례는 담당자가 아니면 제대로 알지 못할정도로 많고 심지어 전문가들도 "사회적 통념상"이라는 개념을 끌고 오기도 합니다. 여의도 사학연금 신축건물은 삼성물산이라는 국내 1타 시공사가 공사도중 건설비 증액 요구가 있어 한바탕 진통이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어찌저찌 준공이 끝나긴 했네요.

https://youtu.be/yFZKfnXO004?si=z7IbcOa8ZNvXROhY

그렇게그렇게 우리는 일을 쳐내고 굴러가며 오늘도 출퇴근을 하는게 아닌가. 뭐 그런것 같습니다. 완벽한 계약과 법의 세계 vs 힘이 지배하는 야만의 세계라는 세계관 보다는 그 중간 어딘가가 실제 세계와 가장 비슷하지 않을까요. 부족하지만 어떻게든 일을 해내는 직장인으로서 주말이니 또 하루 견뎌봅니다.
안군시대
25/08/01 09:54
수정 아이콘
세상에는 형사법만 있는게 아니라 민사법도 있죠. 그리고 민사재판의 상당부분은 합의로 이뤄집니다. 법에 딱 정해놓은 대로, 혹은 판사가 정해준대로만 하는게 아닌 경우가 재판정에서도 벌어지는거죠.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글 등을 보다보면 세상만사를 형사법적으로만 판단하려 드는 경우가 참 많더라고요. 반드시 유무죄를 가려야 하고, 유죄라면 반드시 형벌을 줘야만 하고.. 근데 그게 전부가 아니죠.
사부작
25/08/01 11:32
수정 아이콘
이걸 정말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nm막장
25/08/01 12:31
수정 아이콘
제가 항상 사기를 주저하는 상품이 있는데요.
보험입니다. 계약서 및 가입을 위해 읽어야 할 문서가 너무 길거든요. 이해가 잘 안되요. (저는 선량하니까? 왜 이런거까지 신경써야 하는데?)
이게 제 생각이지만, 이런저런 경우들이 워낙 예외적으로 많이 발생하니까 뭐가 생길때마다 그걸 문서에 딱 박아놓은 거 처럼 보이는데 쓰니님은 이쪽 업무에 종사하시는 것도 괜찮지 않을 까 합니다.
집요하게 파들어가서 헛점을 노리는 사람들을 대응해야 하는 경우라면 본문에서 말씀하신 태도가 매우 좋을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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