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더 무비는 매력적이고 화끈한 외견적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맥스든, 혹은 돌비관이든 사운드와 화면이 충만한 극장에서 보신다면 아마 무리없이 즐길만한 영화라는 데는 크게 이견이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동시에 많은 부분에서 뛰어난 다른 작품(들)과 비교하게 되는 작품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까, 예를 들면, 감독의 전작인 <탑건: 매버릭>이나, 레이싱 영화에서 (비교적) 최근에 나왔던 <포드 v 페라리> 같은 영화들이요.
영화는 굉장히 노골적으로 <탑건: 매버릭>과 닮아 있습니다. 베테랑이고, 난봉꾼이지만 실력 하나는 진퉁인 사고뭉치와 재능은 있되 아직까지 설익은 뉴비가 팀이 되는 과정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고, 그 수단이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라는 게 많이 닮아있습니다. 그리고, 약간은 '열화된 버전'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어찌보면 전작의 유무가 차이일 수도 있고, 비슷한 역할을 해야할 '루벤'-'아이스맨'의 서사의 차이일 수도 있습니다만, 여튼 많은 부분에서 '뒷 이야기가 풍부하던' <탑건: 매버릭>에 비해 소니와 주변인의 서사는 조금 앙상한 느낌이 듭니다. 혹은 가끔씩은 지나치게 느끼해지는 경향이 있기도 하구요.
서사의 측면에서 감독의 전작이 떠오른다면, 소재를 다루는 방식은 아무래도, <포드 v 페라리>와 비교하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7천 RPM'이라는 글자로 떠오르는 그 순간을 비슷하게 다루고 있거든요. 다만, 서사가 힘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리고, (중간에 데이토나가 있지만) '르망 24'라는 하나의 클라이막스를 향해 달려가는 <포드 v 페라리>에 비해 9번의 그랑프리로 나눠지는 의 밀도의 차이는 조금 있긴 합니다. 스포츠 영화였지만, 동시에 좋은 드라마 영화였던 <포드 v 페라리>에 비해 훨씬 더 '오락 영화', '대중 영화' 스러운 구성과 전개를 보이는 차이도 있구요. 다만, 덜컥거리던 클러치의 소리와 엄청난 팔로우 샷을 보여줬던 <포드 v 페라리>에 비해서는 '시점' 샷에 더 많은 비중이 할애되어 있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조금 더 하자면, 영화는 지나치게 '단정한 느낌'이긴 합니다. 그러니까, 대작-오락 영화라는 걸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안정적이고, 또 무난한 선택을 하는 느낌이긴 해요. 극장에서 경험하고 체험하기는 좋은 영화일 수 있지만, 많은 부분이 충분히 예측가능하고, 또 변주도 많이 없는 영화기도 하거든요.
저는 '레이싱 영화'라는 관점에서, <그란 투리스모>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 영화는 딱 <포드 v 페라리>와 <그란 투리스모>의 중간 지점에 놓고 싶습니다. 분명 극장에서 보기 좋은 영화입니다만, 굉장히 많은 부분에서 <탑건: 매버릭>의 그림자가 보이는 걸 부인하기도 어려운 영화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