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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3/07 02:36:16
Name 라이징패스트볼
Subject [일반] 미키 17 후기 (노스포)
독일에서 개봉하자마자 후딱 보고왔습니다. 스포일러 없이 본 감상을 말하자면, 솔직히 감독이나 배우들의 네임밸류를 생각하면 좀 아쉬웠지만 그렇다고 보러간게 후회될 정도로 나쁘지는 않았던, 딱 오케이 정도의 영화였던거 같습니다.

트레일러에 나오는대로 영화는 주인공 미키가 외계행성 개척을 위한 우주선에 부활 가능한 '익스펜더블'로 지원하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입니다. 이게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빡센 설정인게, 단순히 미키를 리스크 있는 작업에 투입된다기보다는 그야말로 재활용 가능한 소모재로 활용한다는 느낌이더라구요. 그러다가 우연히 작중 설정에서 절대 금기시되는 '멀티플', 즉 살아있는 상태에서 또다른 복제가 생겨난 상황이 발생하면서 내용이 전개됩니다.

.........근데 이런 꽤나 빡센 설정과 스토리에 비해 영화 자체의 감정선은 심각한 느낌이 전혀 안듭니다. 일단 미키 자체가 능력도, 수완도, 패기도 없는 소심하고 무능한 인간이라 유일하게 할 수 있었던게 결국 아무도 지원하지 않는 익스펜더블이었고, 그 떄문에 우주선에서도 사람취급을 제대로 못받는 상황이 묘사되긴 합니다. 그런데 원작 소설이 어떤 느낌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영화에서는 작중 주인공이 처한 상황에 대해 어떠한 감정이입을 할 여지를 거의 주지 않습니다. 미키가 '소모'되는 장면들은 나름대로 인상적이지만 매우 빠르게 지나가고, 심지어 갈등의 시작이 되는 멀티플도 그렇게 심각하게 전개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일단 기본적으로 원판이 로버트 패틴슨이다보니 그와중에 금방 여친도 사귀고, 계속 죽어나가는 와중에서도 뭐 할거 다 합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미키의 시선으로 진행되는 영화에서 주인공과 주변인물들에 대해 다소 감정적 거리감을 갖고 보게 됩니다. 이게 좋은 의미로는 가볍고 깔끔하다면, 나쁜 의미에서는 약간 슴슴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좀 아쉬웠던 부분은 메인 빌런이었습니다. 토니 콜렛과 마크 러팔로가 연기한 마샬 부부가 두 사람의 연기와는 별개로 너무 클리셰적이라 좀 뻔한 느낌입니다. 이게 지금 현실이 더 기막히고 지독하다보니 더 그런 느낌을 받는 걸수도 있긴 합니다만, 봉준호의 영화를 보면서 캐릭터가 별로라고 생각했던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던거 같아요. 그래서 위에서 말했던 대로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가볍고, 악당들도 밍숭맹숭하다보니 영화에서 전반적으로 확 임팩트있게 다가왔던 장면들이 별로 없었던거 같습니다. 그리고 우주를 배경으로 했다지만 영화에서 전개되는 공간 자체는 좀 협소한 편이라 비주얼적으로 압도되는 느낌도 거의 없습니다. 저는 선택지가 없어서 아이맥스로 봤는데, 굳이 추천하고 싶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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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3/07 08:29
수정 아이콘
이렇게나 재미가 없는데도 몰입감은 있다니 이래서 거장(?)인가 싶었습니다.
오늘은 좀 더
25/03/07 08:38
수정 아이콘
늘 나오던 배경음악도 지루한 영화였어요..설정 고민을 안한 듯한 덜한 듯한
25/03/07 08:47
수정 아이콘
평을 들어보니 굳이굳이 영화관 가야하나 싶은 느낌이네요.
고레에다의 브로커도 그렇고.. 역시 명감독이라도 자라온 환경 베이스를 벗어나면 명작 만들긴 참 어려운 거 같아요.
허저비
25/03/07 08:53
수정 아이콘
하긴 로버트 패틴슨이니까...
대체 왜 저러고 사는지 납득이 안가긴 함. 넌 아침에 거울도 안보냐?
관지림
25/03/07 10:54
수정 아이콘
봉준호니깐 군데군데 의미를 부여하고 찾을려고 하는거지..
이름값떼고 보면 정말 재미 더럽게 없습니다..
바람돌돌이
25/03/07 11:12
수정 아이콘
정말 재밌는 영화라서 몇번 다시보고 싶었네요. 현대인들이 자기보다 약한위치의 사람에 대해 어떻게 쿨하게 대하는지와 한국과 미국에서 일어난 21세기형 선동에 넘어가는 사람들을 그대로 보여줬죠.
25/03/07 12:09
수정 아이콘
전 진짜 재밌게 봤어요. 재밌게 봤다는 단동진 평가랑 비슷한 감상이었습니다.
크낙새
25/03/07 12:18
수정 아이콘
전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25/03/07 13:21
수정 아이콘
정치사회풍자에 아바타향 살짝 첨가한건데
딱히 복제인간이라는 설정은 하찮은 존재라는 걸
보여주기 위한 장치일뿐 그외로는 별 의미도 없고
일차원적인 빌런에 전체적으로 깊이가 얕아서
의도가 노골적으로 보이니 뻔한 과정과 결말을 답습하고
그래서인지 초반이후 재미가 싹 죽어버립니다

물론 지금 현실이 저런 일차원적인 빌런이 사회를
어지럽히는 상황이란 건 충분히 알겠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런 현실에 직설적으로 비판동조하는건
뉴스 보면서 해도 충분해서인지 돈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라방백
25/03/07 14:01
수정 아이콘
마크 러팔로가 인터뷰에서 자기가 3년전에 영화찍으면서 완전 미치광이 독재자처럼 연기를 하려다가 너무 이상한 캐릭터인것 같아서 좀 자제했는데 지금 상황을 보니 더 지를걸 그랬다고 말한것 같은....
시린비
25/03/07 15:13
수정 아이콘
전 그럭저럭 재밌게 봤습니다. 명작이라고 하긴 어려울 수 있겟지만 이렇게 혹평먹을 정도인가 싶을수도 있는 복잡한 밸런스
해외에선 결국 손익분기 실패할거같다고들 하던데
시린비
25/03/07 16:07
수정 아이콘
별 의미 없겠지만 팝콘지수 나온 시점에 토마토 81, 팝콘 84 이라는 모양인데... 여튼 흥행엔 실패할거라는 예측은 변하지 않을듯
앵글로색슨족
25/03/07 19:48
수정 아이콘
호불호 반응이 많은 작품이라 볼지말지 고민이네요
라이징패스트볼
25/03/07 20:50
수정 아이콘
제가 글을 다소 비판적으로 쓰긴 했지만 사실 무난하게 볼만한 SF 배경의 코미디라고 생각하면 영화 자체는 꽤 재밌습니다.
터치터치
25/03/07 22:13
수정 아이콘
재밌게 봤습니다 크크크
실제상황입니다
25/03/07 22:21
수정 아이콘
감성이 키치하고 구도가 노골적이다는 비판은 봉준호 감독 영어 영화 관련해서 매번 나오던 비판이죠. 그런데 반대로 말하자면 그런 우화적인 나이브함 덕분에 결과물 자체는 매번 또 무리 없이 소화할 만하게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게 시네필들이 봉준호 감독에게 기대하던 부분은 전혀 아니겠지만요...
아리아
25/03/07 22:52
수정 아이콘
하도 비판을 봐서 그런가 저는 기대보다 재밌었어요 크크
파라슈
25/03/08 00:13
수정 아이콘
소설도 가벼운 터치의 소품 느낌이었어요.
안희정
25/03/08 00:20
수정 아이콘
무난하게 재밌던데
메카즈하
25/03/08 08:53
수정 아이콘
크리퍼 첨엔 징그럽다가 뇌이징되서 너무 귀여워요(?) 크크크크크
25/03/08 12:35
수정 아이콘
소재가 복제인간이면 처음부터 끝까지 복제인간을 메인으로 내러티브를 요리해야하는데 너무 많은 가니쉬들이 자기가 메인이라고 목소릴 내다보니 
결과적으로 맛이 나쁘진않은데 그래서 이게 무슨 요리지?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한가인
25/03/09 13:01
수정 아이콘
너무 재미 없어서 보다가 한숨 몇번 쉬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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