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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2/27 01:07:33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3775705410
Subject [일반] <미키 17> - 순한 맛 노동우화. (노스포)
<미키 17>을 언택트톡으로, 개봉 전에 보고 왔습니다. 개봉 전인 만큼 최대한 스포 없이 써보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일단, 저는 이 영화는 '봉준호 맛'이 꽤 두드러지는 영화이면서, 그게 꽤 순한 맛으로 들어간 영화라고 생각해요. 극단에 위치한 영화가 아마도 <마더> 정도라면, 풍자적 시선이나 그런 것들이 묘하게 톤 다운된 형태로 들어간 영화라고 생각해요. SF, 서부극 등등 이런저런 장르적 잣대를 들이댔을 때, 대충 규격에 맞는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기도 한 영화같기도 하구요. 가장 가까운 건 '봉준호식 군상극'이겠죠.

그런 점에 있어서, 영화는 '블록버스터', 'SF' 다 어울리지 않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많은 측면에서 영화는 많은 가능성과 이야기들을 탐색하되, 탐구하진 않는 영화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나하나 꽤 강렬한 주제와 이야기를 담고 있으면서도 영화가 이에 대해 깊게 파고들어 탐구하는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이 듭니다.

저는 그래서, 독특하고 기발하되, 기괴하진 않았습니다. 처음에 시놉시스나 관련 이야기를 들었을 때 예상했던 독특함이나 기발함은 조금 감소된 느낌이긴 해요. 어찌보면, 철저하게 '우화'로 기획된 작품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래서 영화의 톤 자체가 덜 직설적인 느낌이긴 하거든요. 다만, 마크 러팔로가 연기한 '마셜'은 꽤 눈에 띕니다. 그런 점에서 약간은 이 인물만 관념적인 느낌이 들기도 해요.

이 '관념성'이라는 측면이 어찌보면 앞선 두 영어 영화, <옥자>와 <설국열차>와의 차이가 아닐까 싶은데, (별개로, 저는 <설국열차>는 꽤 좋아합니다.) 우화이고, 영화의 시점을 철저하게 1인칭으로 유지한 덕분에 봉준호 감독의 다른 영어 영화보다 덜 추상적이고, 덜 관념적인 영화입니다. 개인적으로 여전히 '설명조'는 있지만, '설교조'는 좀 줄었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구요.

영화에서 가장 중심적인 은유는 반복된 노동에 대한 풍자적 시선입니다. 그러니까, 연속해서 죽는 것에 대한 블랙 코미디이자, 풍자인 셈인데, 저는 묘하게 이상하게도 '시지프 신화'가 떠오르긴 하더라구요. 다만, 이런 저런 해석을 덧붙이기엔 주인공인 '미키'가 너무 낙관적이고 긍정적이라 좀 애매하긴 하네요. 여튼, 노동에 대한 풍자적 시선과 동시에, 계급적 코미디가 분명 작가의 이름을 보지 않고서도 알아맞추게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서 영화는 많이 탐색하고, 조금 탐구하되, 쉽게 패를 보여주는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찌보면, 원작이 있는, 그래서 어느 정도는 완성된 흐름이 있는 영화로써, '봉준호스럽지만 또 그렇지만은 않은' 영화가 나오는 건 당연한 귀결 같기도 합니다.

p.s. 로버트 패틴슨은 참 연기 잘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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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곰
25/02/27 07:44
수정 아이콘
아이맥스같은 특별관에서 봐야할까요 일반관으로 충분할까요
aDayInTheLife
25/02/27 08:16
수정 아이콘
일반관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드러나다
25/02/27 08:13
수정 아이콘
우주 기생충 같은 느낌인가보네요
aDayInTheLife
25/02/27 08:16
수정 아이콘
그보다는 훨씬 순합니다.
기생충은 서늘했잖아요. 크크
빼사스
25/02/27 09:03
수정 아이콘
슬픈 영화죠. 중반에 찡하기도 했고 밑바닥 노동자 미키의 성장기이자 사랑 이야기로 보면 다들 재밌게 볼 거 같아요.
aDayInTheLife
25/02/27 09:29
수정 아이콘
그쵸 크크크크 뭔가 낙관적인 캐릭터에 가려져 있지만 여전히 시선은 냉정하다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25/02/27 09:30
수정 아이콘
언택트톡 보니 이동진 평론가도 비슷하게 느낀 것 같더라고요. 드립을 빌려서 표현하면, 진매보단 진순에 가깝지 않나 싶었구요.

봉준호 영화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서늘함이나 씁쓸함이 좀 덜하다, 그렇지만 봉준호스러움은 여전하다 싶었습니다.

+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왜 트럼프 이야기가 나온지 알겠...
aDayInTheLife
25/02/27 09:49
수정 아이콘
그쵸, 순한 맛 봉준호. 딱 그 느낌이었습니다.
시린비
25/02/27 09:38
수정 아이콘
토요일 예매했습니다 재밌기를
aDayInTheLife
25/02/27 09:49
수정 아이콘
재밌게 보세요!
25/02/27 10:11
수정 아이콘
원작 자체가 색이 좀 옅은 작품이죠. 하드하지 않은 소프트 SF, 정치/종교/계급의식을 비틀고 있지만 농도는 옅은.
이런 류의 소설이 각색하기에 따라 다양한 스펙트럼의 영화로 분화할 수 있어서 기획 초기부터 관심을 가졌습니다.
원안에서 나머지는 다 지우고 한 두가지 키워드만 남겨서 집요하게 파고 들면 봉준호의 그간의 '한국 영화'가 되는 거고
대형 스튜디오와 자본이 붙게 되면 보다 많은 요소를 절충하면서 봉준호 향을 첨가하는 '미국 영화'가 되는 거고.

주어진 재료와 무대 안에서, 어느 정도는 예측 가능한 범위 내의 각색을 거쳐 봉준호는 제 역할을 잘 했습니다.
(무엇보다, 배우들이 신나서 연기했을 것이 눈에 보임 크크)
메인 재료가 아무리 달팽이라 해도 이연복 셰프가 조리하면 에스카르고가 아닌 중국 음식이 되듯
헐리우드 혹은 제작비를 보고 오해하여 처음부터 봉준호의 맛이 아닌 영화를 기대하고 극장을 찾는 불상사만 아니라면, 대체로 무난하게 만족하면서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aDayInTheLife
25/02/27 10:23
수정 아이콘
아 원작 자체가 좀 그런 면이 있나보네요.
확실히 봉준호 향 첨가에 가까운 느낌이긴 합니다. 무난하고 모난 데 없되 봉준호 냄새는 물씬 나는 크크
틀림과 다름
25/02/27 11:11
수정 아이콘
(영화는 보지 않고 인터뷰를 읽어봤는데요)

그 인물은 특정한 인물이 아니고
우리가 아는 인물"들"을 합친거라고 하더군요
aDayInTheLife
25/02/27 11:31
수정 아이콘
네 관념적 인물들이 좀 보여요.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들에 비해 봉감독의 영어 영화는 좀 관념적 인물들이 눈에 띄더라구요.
닉언급금지
25/02/27 16:07
수정 아이콘
주연상과 조연상 동시 수상하면 좋겠어요.
aDayInTheLife
25/02/27 16:29
수정 아이콘
흐흐흐 잘하긴 하더라구요.
55만루홈런
25/02/27 23:56
수정 아이콘
이 영화를 볼까 말까 고민하는 이유중 하나가 sf 치고 볼거리가 없다는 후기를 봐서... sf면 액션이 뛰어나던가 볼거리가 있어야 좀 흥미가 생기는데 둘다 없는 영화라는 후기를 보니 시놉만 보고는 딱히 안땡기긴 하네요 크크크크크
aDayInTheLife
25/02/28 05:14
수정 아이콘
SF는 첨가제 느낌이라…크크
cruithne
25/02/28 22:26
수정 아이콘
좋은쪽으로든 나쁜쪽으로든 설국열차 같더라고요. 순한맛 이라는게 딱 적절한 표현 같습니다.
근데 마크 러팔로는 그렇게 묘사해놓고 트럼프가 아니라고 하면 크크크크크크
aDayInTheLife
25/03/01 00:45
수정 아이콘
눈 가리고 아웅? 크크크
호잉스
25/03/01 01:48
수정 아이콘
너무 재미있게 봤습니다 순한맛이라는 표현이 딱이네요 봉준호식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주면서도 봉준호 영화중에서 가장 해피엔딩이 아닌가 싶네요
aDayInTheLife
25/03/01 08:04
수정 아이콘
확실히 냄새는 나는 데, 뚜렷하진 않아요. 봉준호 맛이 최대한 줄어든 느낌입니다.
승승장구
25/03/01 14:33
수정 아이콘
얼마전부터 영화를 즐길때 개연성 부분을 최대한 배제하려고 노력중입니다만
도대체 왜 저런 캐릭터여야 할까 왜 왜 저렇게 행동할까 악당들의 저 클리셰들은 바뀔수 없는걸까
도대체 봉준호 감독은 원작에서 어떤 매력을 느꼈길래 이걸 건드렸을까... 이런 의문을 다 버리긴 어려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연기는 짧지 않은 런닝타임에 비해 끌고나가는 힘이 상당히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패틴슨 연기는 흠잡을데 없이 훌륭했다고 생각하고
토니 콜릿의 연기도 여전히 너무 좋았습니다
평작이상은 되는것 같네요
aDayInTheLife
25/03/01 16:42
수정 아이콘
네 저도 봉준호 감독 최고작은 아니어도 괜찮은 작품 같긴 합니다.
25/03/01 19:14
수정 아이콘
소위 말하는 뻔한 패턴의 뻔한 이야기 거든요?
동화적으로도 우화적으로도 SF적으로도 양념이 밍밍한게 맞습니다.

그럼에도 슴슴한 평냉을 적당히 간해서 먹는맛이라서 괜찮았습니다. 러닝타임이 두시간20분인데 뒤 한시간반은 삭제된거 봐서는 먹어본맛이 맛은 있었습니다.
aDayInTheLife
25/03/02 00:44
수정 아이콘
적어도 장르적 미끄럼틀(?)은 기가 막히게 타는 영화가 아닌가 싶기도 해요. 적어도 어느 부분이 빠지는 영화는 아니기도 하다는 생각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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