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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4/10/30 16:44:15
Name likepa
Subject [일반] 내 아들의 친모 달리기 훈련기.
가끔 글 올리는 40대중반 아재입니다.
몇 년 전부터 달리기 권유 글을 올렸는데 이제는 다들 아시다시피 러너 포화상태가 되었네요.
티켓팅처럼 번잡해진 대회 접수, 대회에서 깃발들고 주로 막고 뛰는 무개념 크루 & 신천지 크루, 야금야금 올라간 대회 참가비 등으로
올해는 초반에 하프대회만 몇 번 참가하고 이번주말 예정이 JTBC 풀코스에만 전념하고 있었습니다.
기록보다는 완주 목표지만 조금이라도 덜 괴롭게 완주하고 싶어 꾸준히 훈련을 하던 몇 달 전 여름.

아내 : “나도 달리기 해볼까?”
저 : “(개나 소나 뛴다더니 당신도) 오오 너무 좋지!”
아들 : “나도나도”

달리기 경험이 전무한 둘을 데리고 한달 2주후의 5K 대회를 목표로 훈련을 개시 합니다.
자세, 호흡, 보폭 등등 누구를 가르칠만한 수준은 안되지만 그래도 다치지 않게 뛰는 방법 정도만 전수해가며 1주일에 2~3번쯤 
가족 러닝을 이어갔습니다.
대회는 9월 중순에 열렸고 예상외로 아내와 아들 모두 35분 정도로 5K를 완주하네요. 
(솔직히 대회 당일 너무 더워서 둘 다 포기할 줄 알았는데 말이죠)
완주를 축하하며 마라톤 대회의 하이라이트인 완주 후 목욕탕 & 삼겹살 & 맥주로 완주 뽕을 누리며 늘어지던 식사자리에서
아내는 한달 후에 열릴 10K 대회를 나가겠다 선언합니다.
동참하겠다는 아들은 초등 비만 아동이라 몸무게를 줄이기 전까지 10K는 무릎에 무리가 있을 수 있어 관두는 것으로 설득 후 
아내만 열심히 훈련시켰습니다.

14년의 결혼 생활 중 갑과을의 입장이 바뀐 한달간의 훈련은 너무나도 달콤했습니다.
연애초반 때 까지만 해도 요번 훈련기간처럼 참 내 말을 잘 따라줬는데….

10K 대회 당일. 아들은 출발점이자 골인지점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저는 아내와 5K까지 동반주, 반환점 이후로는 각자도생 하는 것으로
(아이가 기다리고 있으니 저라도 먼저 들어오기 위해서였죠) 전략 수립 후 준비 땅!을 했습니다.
1K당 7분15초 정도로 아내를 리드해줬고, 중간중간 많은 질문과 염려에 성실히 대답해줬습니다.

여보 내 자세 괜찮아? 여보 지금 속도 괜찮아? 여보 요번 급수대 물을 마실까? 
여보 오르막 몇 번 남았어? 여보 코너는 안쪽으로 돌아야된다 그랬던가?

생존을 위해 착하고 다정한 남편인 저는 모든 질문에 성실히 답변을 해 주었고, 
5K 반환점 이후 “힘들면 아들 생각해, 끝까지 포기 하지마, 당신은 충분히 할 수 있어” 응원의 말을 남기고
서브3 주자인척 4분30초 페이스로 남은 5K를 달려 먼저 골인하였습니다.
골인 후 아들에게 엄마 마중 갔다 온다며 주로를 역주행 하다 보니 9K 지점에서 아내가 기특하게도 포기하지 않고 달리고 있더군요.
옆에 붙어서

저 : “여보 잘하고 있어. 끝까지 쥐어짜. 허리피고. 어깨 힘빼고. 보폭 줄이고”
아내 : “아! 힘들어 말 걸지마. 내가 알아서 할거야!”

아무리 사람이 화장실 가기 전후가 다르다지만 25분 전 질문요정은 힘듬에 절여져 분노요정이 되어있더군요.
여튼 아내는 1시간 14분대의 준수한 기록으로 완주하였습니다.
이후 조만간 하프마라톤 도전을 선언하는 아내를 워워 말렸습니다.

하프부터는 정말 피똥 싼다. 10K까지는 극기의 영역이지만 하프부터는 고통의 영역이다.
당신은 내가 옆에서 코치해줘서 단기간에 10K를 뛴 거지 하프 뛸 려면 6개월 이상 스스로 훈련계획도 세우고 시행착오도 겪어가며 
경험과 거리를 늘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겨울은 러닝에 진심인 찐들의 시간이다 우선 4개월 겨울동안 스스로의 의지로 뛸 수 있나 도전해봐라

다행히 아내는 제 의견을 받아 들여줬고 저는 도와주고도 욕먹는 코치 자리에서 해방되었습니다.
농담 반 진담 반 이지만 하프부터는 정말 스스로의 의지로 훈련하는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마지막으로 요즘 5K를 성인남성이 뛸 수 있는가?, 유이의 기록은 빠른 것인가? 너무 신기한? 논쟁이 많아서
초심자의 10K 완주를 옆에서 지켜본 다분히 개인적인 의견을 조심히 말씀드릴까 합니다.

5K를 성인남성이 뛸 수 있는가?
-        뛸 수 있습니다. 다만 안 다치게, 안 힘들게 뛰는 ‘방법’을 익힐 시간이 필요합니다. 
  다짜고짜 5K 뛰라면 대다수의 성인에게는 어려운게 맞습니다.

유이의 10K 기록은 빠른가?
-        네 빨라요. 모든 완주자들은 포기한 사람보다, 편하게 걸은 사람보다 빨라요.

짧지만 온화한 가을. 찐들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더 추워지기 전에 달리기 시작해 보시는 것도 좋을 날씨 입니다.
다들 퇴근준비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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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30 16:54
수정 아이콘
전 올해 제마 접수 실패해서 내년 스트레스 안받으려고 서포터즈 나갑니다. 원하는 기록 이루시길….. 글을 읽다보니 오동철 선생님 아내분은 하프 뛰셨을까가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http://bbs.marathon.pe.kr/tt/site/ttboard.cgi?act=read&db=story&page=38&idx=267
24/10/30 17:02
수정 아이콘
오동철 선생님 대단하네요. 저도 제마 접수 실패할까 겁나서 올해초에 제마 하프/풀코스 셋트로 신청해서 겨우 참가합니다. 내년에는 춘마노리고 있는데 점점 메이져 대회 참가하기가 쉽지 않네요.
슬래쉬
24/10/30 16:57
수정 아이콘
런닝 한번 할때마다 무릎 통증이 일주일 가서 ㅡㅜ
체중 좀 줄이고 다시 도전해봐야겠어요
24/10/30 17:03
수정 아이콘
쿠션화를 신고, 보폭을 줄이고, 무릎을 굽히고, 우선 이 세가지에 집중해서 아아아주 천천히 1K~2K만 뛰어보세요. 하루뛰고 하루쉬고를 반복하다보면 어느 순간 아 이자세로 뛰면 안 아프구나 하는 감이 오실겁니다.
슬래쉬
24/10/30 17:40
수정 아이콘
오래 걷거나 서있기만 해도 무릎 통증이...
어려서 농구를 많이 해서인지 연골이 닳아서 자세문제가 아닌것 같습니다 ㅡㅜ
썬콜and아델
24/10/30 17:00
수정 아이콘
아내님 아들님

정말 자원해서 달리기를 하신게 맞습니까?
24/10/30 17:04
수정 아이콘
맞..겠죠? 우선 저의 열정이 전염된거라 믿고 있겠습니다.
24/10/30 17:14
수정 아이콘
아! 힘들어 말 걸지마. 내가 알아서 할거야!

모든 완주자들은 포기한 사람보다, 편하게 걸은 사람보다 빨라요.

두 대목에서 빵빵 터졌습니다. 추천 두번 드릴 수 없어서 아쉽네요. 또 글 써주세요!
서린언니
24/10/30 17:39
수정 아이콘
15년 전쯤 풀코스 완주하신 어머님 생각나네요.
아들은 10km도 못뛰는데 크크
필리캣
24/10/30 18:22
수정 아이콘
정말 피지알에 오랜만에 글 다네요.

작년 5월부터 러닝 시작해서 작년제마 올해 동마 호카이도마라톤 국제평화마라톤까지

전부 풀코스 완주했네요.완전 런린이에서 시작해서 제가 이렇게까지 러닝에 빠질거라곤 생각도 못했습니다.

내년 2월 오사카 3월 동마까지 섭3 목표로 훈련중인데 못하면 어때요.러닝 오래오래 하고싶습니다.

40대 중반에 취미 얻기가 쉽지 않은데.건전한 취미를 얻게되서 행복한 요즘입니다.

제마 안전하게 완주하시길 빕니다!!
치키타
24/10/30 18:28
수정 아이콘
저도 올해 6월에 러닝 시작해서 10K 두번 나가봣는데, 내년 대회 신청 어떻게 할지 걱정입니다.
저도 이제 40 돌입인데, 다행히 기초체력이 되는지 두번째 10K에 49분 끊어서 나름 뿌듯해하고 있습니다.
저는 5키로도 수월하고 10키로도 힘든데 못 할 정도는 아니여서 깝치다가..신스랑 장경인대 당첨 됫엇던 건 함정입니다. 요즘도 10키로로 마일리지 쌓고 있는데 날이 추워지면서 인대가 빡빡해지는거 같아서 무서운 나날입니다. 모두 건강 챙기셔서 무리하지마시고 러닝 즐기세요.
24/10/30 18:56
수정 아이콘
저희동네 새벽런하다 엄마랑 어린아들이 동반주하는걸 한번 본적이 있는데 세상 대단하다 싶더라고요
24/10/30 19:07
수정 아이콘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 가족끼리 대회나온 사람들이 제일 부럽더군요!
에이치블루
24/10/30 20:18
수정 아이콘
[14년의 결혼 생활 중 갑과을의 입장이 바뀐 한달간의 훈련은 너무나도 달콤했습니다.
연애초반 때 까지만 해도 요번 훈련기간처럼 참 내 말을 잘 따라줬는데…]


터졌습니다 크크크크
소이밀크러버
24/10/30 22:14
수정 아이콘
글 재밌게 쓰시네요 흐흐
양념반자르반
24/10/30 22:47
수정 아이콘
족저근막염이 있는 저로써는 부러운글입니다 ㅠㅠ
바다로
24/10/31 10:15
수정 아이콘
족저근막염 오래가더군요. 다시 달리는데 6개월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스케쳐스신발 계속 신고 다녔고, 약간의 불편함이 남아있던 마지막 한달정도 테이핑을 한게 효과가 있었습니다.
데몬헌터
24/10/31 07:03
수정 아이콘
당장 5km 쉬어가면서 뛰라면 30분 이내 쌉가능이긴 합니다만 10km는 힘듦니다 흐흐
엔지니어
24/10/31 08:41
수정 아이콘
뛰다보면 거리 욕심보다 페이스 욕심이 너무 나는데, 페이스를 조금만 높이면 바로 부상이 와버리네요..
이 글 보고 자극 받아서 다시 뛰어봐야 겠습니다.
다리기
24/10/31 09:30
수정 아이콘
체중 감량 성공하고 나서 런닝 시작하면서 두어달 후에 10km 정도는 도전해야지 룰루랄라 했던 기억이 나네요.
오기로 3km 15분에 뛰어보고 10km는 바로 포기했습니다. 나름 운동 꾸준히 했던 거 같은데 끝나고 나니 걷기도 힘들더라고요.
결국 6개월 뒤에 3km 15분 다시 도전, '멀쩡하게' 룰루랄라 집에 갈 수 있는 정도를 목표로 삼았었지요.

그리고 6개월째 런닝을 시작 못하고 있습니다. 대충 2~3km 걷다가 흠 내일부터는 뛸까? 하고 들어오기만 3개월째..
내년에는 진짜루 훈련 좀 해서 10km 대회 도전하는 게 목표입니다. 이번엔 진짜라구요
+ 24/10/31 19:46
수정 아이콘
그.. 너무 빠르게 달려서 그렇습니다 전 아직도 상당히 과체중인데 처음 페이스 10분대로 시작해서 2달만에 10k 대회 나가서 1시간3분 찍었고 오늘은 15k lsd 하고 왔네요 님은 5분 페이스로 달린건데 생각보다 엄청 빠른 속도거든요 저는 2배 느리게 시작했죠
한걸음
24/10/31 11:33
수정 아이콘
풀코스 3시간 초반대 찍으시는 아버지 덕분에 본가가서 자고 있으면 가볍게 10km 뛰러가자고 종종 끌려나갑니다. 요새 러닝이 유행이다보니 한 번 기록 측정을 해볼까 싶기도 하네요.
후치네드발
24/10/31 11:51
수정 아이콘
화목한 가정이네요. 함께 오래오래 건강히 러닝하시길
24/10/31 12:03
수정 아이콘
요새 본문의 표현을 빌리자면 개나 소나 다 뛴다고 하길래
'나도 한번 뛰어볼까' 하는 생각 중인데 추천해주실만한 신발이 있을까요? 약 15년 전 군대 연병장 뛴 이후로 뛰어본 적이 없는 중년 남성용으로...
24/10/31 12:23
수정 아이콘
신발도 좋은데 스마트 워치 하나 구입하셔서 심박수 체크하면서 뛰어보세요.
뛴다는게 참 광범위한 이야기라, 심박수 너무 올리지 않는 선에서 뛰면 정말 할만하더라고요.
24/10/31 14:34
수정 아이콘
아내와 아들 둘다 써코니 트라이엄프 시리즈 신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러닝 처음하시는 분들에게는 이 신발이 제일 호불호 없이 잘 맞더라구요. 다른 메이커도 괜찮은게 많지만 깡 마른 체질이 아니시라면 카테고리상 쿠션화로 분류되는 신발들이 달리기용 다리근육들이 자리 잡기전에 관절 부상예방에 도움이 되는거 같아요.
24/10/31 12:21
수정 아이콘
천천히 뛰면 5km는 웬만하면 뛸듯한데, 10km 부터는 좀 극기의 영역이고, 하프는 뭐 경험하지 못해서...
싸구려신사
24/10/31 16:55
수정 아이콘
크크 화목해보여서 보기좋네요.

저는 여력이 되면 내년 초즈음 10km 나가볼까 생각중인데 대회에 혼자 참가하는사람도 많나요? 그리고 첫 대회는 보통 언제쯤 시작되는지(3월?)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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