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유튜브에서 킅슬렁 킅슬렁 하면서 KT vs 젠지 경기 반응, 분석을 열심히 챙겨보는 게 저번주 삶의 낙이었던 킅붕이입니다.

KT 선수들의 폼이 너무 좋아보여 이정도면 결승진출 기대해볼 수 있을지도? 하면서 설레발로 즐거워하고 있었는데
예상하기 쉽지 않았던 한화생명의 3:0 완승 과정을 보니 한화 선수들의 전반적인 폼 상승과 팀합, 그리고 경기 설계가 눈에 띄더군요.
물론 지금 다들 패자조의 멸망전에 시선이 대부분 향해 있지만, 결승진출팀에 대한 관심도 적지 않을 거라 생각이 들어
어쩌면 롤력 높은 분들에게 너무 당연한 얘기만 나열하는 글일 수도 있겠지만, 제 머릿속으로만 생각하기보다 글로 정리하며 양 팀 간 비교평가를 해보고 싶어 글을 적어봅니다.


[[플레이오프 UR2 총평]]

일단 분명히 KT가 정말 멋진 모습을 보여주면서 젠지를 3:2로 이겨냈습니다. 본인들의 손으로 쟁취한 승리가 맞습니다.
그래도 세트를 하나하나 되짚어보면, KT가 완벽하게 젠지보다 우세해서 이긴 매치승은 아니었습니다.
3세트 비디디의 시그니처 픽인 탈리야를 픽했음에도 젠지에게 초반에 날카로운 유효타를 여러 번 맞은 뒤 이어지는 숨막히는 사이드 운영에 해법을 내놓지 못한 채 조금씩 질식사한 모습도 있고
4, 5세트도 특정 중요 포인트에서 KT가 아주 조금이라도 더 실수했거나 운이 따라주지 않았거나, 혹은 젠지의 팀적 움직임이나 캐니언의 폼이 더 좋았다면 (4세트 키아나 활용이 더 좋았거나, 5세트에서 초반 전라인 주도권을 땄을 때 오공을 가만 놔두지 않았다거나)
둘 중 한 경기는 넘어갔을 가능성이 좀 더 높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감코진과 선수들인 지금도 많은 피드백으로 보완하고 있겠지만 다시 젠지를 만난다고 가정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만큼 분명한 강팀입니다. 그래서 이번 승리가 더 값진 것이고요.

반면 한화생명은 압도적 스코어의 영향일 수도 있지만 단점이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제우스와 바이퍼는 1세트 뿐만 아니라 항상 한타에서 목표를 정확히 인지하고 상수 역할을 해온 선수들이니 거들 말이 없습니다. 정말 안정감 넘치고 필요할 때는 해주는 선수들이니...
피넛과 딜라이트가 초반 게임설계를 굉장히 잘 하면서 2세트 초반부터 티원을 무너뜨리기 시작했습니다. 3세트에서도 중요한 한타마다 계속 이야기가 나오는 정글서폿의 중요성을 제대로 보여주기도 했고
단단함이 사라졌던 제카가 경기 내내 솔리드한 모습을 보여준데다 3세트에는 본인의 시그니처인 미드 사일러스로 초중반 크랙 플레이를 하면서 미드의 우위를 점하며 바이퍼의 스몰더를 키울 시간을 제공했습니다.
거기다 밴과 픽으로 티원의 주요픽을 봉쇄하면서 선수들이 자기 롤을 제대로 해주었더니 한화 입장에서 매우 만족스러운 경기 결과가 나왔습니다.
물론 단점이나 실수가 없었냐고 하면 그건 아니겠지만, 한화가 티원의 실수를 잘 카운터하고 수차례 결정타를 먹이기도 한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티원은 한화의 실수를 유의미하게 받아치지 못했습니다.


[[라인별 비교 및 중요포인트]]

1. 탑 (퍼펙트 < 제우스)
제우스가 상대적 우위를 점할 것은 분명합니다. 딜러든 탱커든 브루저든 다 해낼 수 있는 선수고 한타에서 자기 몫 이상의 주도적인 역할을 해낼 선수입니다. 티원과의 1세트 한타에서 보여주는 순간 판단력과 집중력은 어마어마하더군요.
반면 퍼펙트는 체급이 많이 올라왔다 하더라도 제우스를 압도할 가능성을 기대하기보다, 잘 버티고 잠그면서 한타의 기여도에서 많은 걸 기대할 수 있는 선수일 겁니다. 물론 플레이오프 기간동안 든든한 모습도 보여줬고, 암베사로 보여줬던 특대승민 기가승민 모드가 나온다면 활약을 기대해볼 만 하겠습니다.
탑의 관전포인트는 제우스의 손에 달렸다기보다 퍼펙트가 얼마나 걸어잠글 것인지, 만약 퍼펙트의 주챔피언이 아닌 탱커 챔피언들을 픽해야 할 상황일 때 얼마나 잘해주는지에 달려 있을 것 같습니다.

2. 정글 (커즈 > 피넛)
정글은 커즈와 피넛 선수 둘 다 헤매던 시점이 있었지만 현재 모두 폼이 많이 올라온 상태라 지나간 경기들 기반으로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보여준 플레이 기반으로는, 물론 피넛도 매 경기마다 본인 몫을 제대로 해줬지만, KT를 자신의 손으로 월즈에 올려놓을 수준의 주도적 플레이를 선보였던 커즈의 상대적 우위가 점쳐집니다. 다만 피넛의 라스트 댄스가 얼마나 멋진 경기력으로 나타날지도 지켜봐야겠습니다.
변수가 있다면 키아나가 될 것 같습니다. LCK에서 보여진 키아나의 모습은 전패 수준으로 좋지 않지만 분명 강력한 카드이니 두 선수의 키아나 숙련도가 어느 정도일 것인지, 만약 픽을 하게 된다면 팀적으로 맛을 살릴 수 있을지, 반대로 상대에게 주고 제대로 카운터칠 수 있을지가 중요한 관전포인트가 될 수 있겠습니다.

3. 미드 (비디디 > 제카)
탑만큼이나 격차가 날 것으로 기대되는 라인은 미드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쵸비의 지난 경기 컨디션이 떨어져 보였을지라도 쵸비를 눈에 띄지 않게 할 수 있다는 것은 비디디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요.
거기다 웬만한 상위 티어 미드 챔피언은 다 할 수 있는데 상황에 따라 신드라도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고, 이번에는 조이와 리산드라라는 카드까지 보여주며 끝나지 않는 악장을 보여줍니다. 말자하는... 일단 팀적 요소가 크니 보류합니다.
어쨌든 피어리스에서 마지막까지 밴픽에서 희생하면서 조합을 맞춰줄 수 있다는 최상급 미드는 너무도 귀한 존재입니다.
반면 제카는 가끔 급한 플레이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기본 체급이 워낙 좋은데다 AD 미드에 분명한 특장점이 있는 선수라, 비디디에게 일방적으로 무너질 가능성은 낮고 오히려 사이드나 한타에서 더 주도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아직도 제카의 요네와 아칼리는 무서운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워낙 고점이 높은 선수들이라 둘 다 잘하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두 선수의 추가로 숨겨진 조커픽은 무엇일지 그리고 제카의 저점이 어느 정도로 나타날지가 관전포인트가 아닐까 합니다.

4. 바텀 (덕담 피터 =< 바이퍼 딜라이트)
바선생님의 원딜력은 말해 무엇하며 딜라이트의 이니시와 교전능력은 고점이 터지면 답이 없는 선수라고 봅니다.
그래서 예전 같았으면 바텀은 무조건 한화의 손을 들어야 했겠지만 지금은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덕담의 단기 포스로만 논하자면 현재로서는 2025 LCK 원딜 세 손가락 안에 든다고 말해도 부족하지 않아 보입니다. 최소한 올해 중에는 이렇게 꾸준히 잘하는 원딜 직스는 덕담 이상을 못 본 것 같습니다.
피터도 맵 장악력, 시기적절한 라인전 개입능력, 그리고 전광석화 같은 이니시로 아예 특정 세트는 본인 손으로 승리를 결정지을 능력이 있는 선수임을 보여줬구요.
다만 덕담과 피터의 저점은 분명 바이퍼 딜라이트보다 낮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경기 내의 컨디션과 정글의 폼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을 듯 합니다.
관전포인트는 KT 바텀의 폼이 얼마나 빛날 것인지와, 바이퍼 선수가 상황에 따라 직스가 풀리면 본인이 뺏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지난 티원전만큼 잘 사용하는 모습이 보일 것인지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결론]]
큰 변수를 제외하고 현재까지 보여준 경기력으로만 판단했을 때 저의 승부예측은 KT vs HLE 2:3 입니다.
기대를 너무 많이해서 실망하고 싶지 않아서일 수도 있지만, 분명 도무지 흔들릴 것 같지 않던 한화생명의 전차군단은 지금도 무섭습니다.
동시에 최근 경기들과 젠지전에서 보여준 KT의 고점은 여기가 고점의 끝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다만 KT는 젠지와의 경기에서 준비한 모든 것들을 5세트까지 쏟아부은 반면 한화는 아직 꺼내지 않은 카드가 많이 남아있을 테니 이것도 유리한 부분이겠지요.
결과가 어찌되든 한쪽으로 일방적으로 치우친 경기가 아닌 두 팀의 준비된 최고점이 맞붙는 순간을 보고 싶습니다.

얼른 토요일이 왔으면 좋겠네요.
횡설수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