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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4/04 17:38:43
Name 너T야?
Subject [LOL] [패러디]CS 깎던 말파이트 (수정됨)
즐거운 금요일에 월급루팡하면서 끄적여봤네요.
불금되세요~


십여 년 전이다. 내가 롤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실버 구간을 전전할 때였다. 솔랭을 돌리다 보면, 가끔 팀에 이상한 유저를 만나게 되곤 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팀 탑에는 채팅이 느린 말파이트가 있었다. 갱을 갈테니 궁을 써서 먼저 싸우고 있으라고 부탁을 했다. 라인전을 굉장히 사리는 것 같았다. 좀 딜교를 해줄 수 없냐고 했더니,

“갱 한번 온다고 갑질이오? 못 잡을 거 같으면 라인 망치지 말고 다른 라인이나 가우”

대단히 무뚝뚝한 말파이트였다. 더 재촉하지 않고 한타 때 궁이나 좀 잘써 달라고만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cs를 먹고 있었다. 소규모 교전은 그럭저럭 합류하는 것 같더니, 탑 2차에서 압박을 당하며 궁도 빠지고 플도 빠지고 하더니, 이내 한타 참여를 안한다.
내가 보기에는 템도 다 뽑았고 한타를 해야 하는데, 자꾸만 라인에만 머물러 있다. 인제 다 됐으니 그냥 한타하자고 해도 못 들은 체한다. PC방 시간이 끝나가니 빨리 끝내자고 해도 통 못 들은 체 대꾸가 없다. 점점 차 시간이 빠듯해 왔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인제는 초조할 지경이다.

템이 충분히 나왔으니 이제 그만 궁이나 쓰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3코어는 뽑아야 탱이 되지, 물몸이 궁 박는다고 한타가 되나?”

하면서 오히려 야단이다. 나도 기가 막혀서,

“더이상 내어줄 오브젝트도 없는데 무슨 성장을 더 한단 말이오? PC방 시간이 없다니까‥‥‥.”

말파이트는
“서렌치시우. 난 안 하겠소.”
하는 퉁명스런 대답이다.

30분 넘게 게임하다가 그냥 서렌 칠수도 없고 PC방 시간은 어차피 충전하면 되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諦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3코어 뽑고 바론 한타는 참여하시오.”
“글쎄, 물몸으로 한타하다가 죽으면 넥서스까지 밀린다니까. 라인 막으면서 기회를 엿봐야지, 미드만 모이면 끝인가?”
좀 누그러진 말투다.

이제는 마을에서 어떤 템을 살건지 하루종일 고르고 있지 않은가? 나도 그만 지쳐 버려 성장만 했다. 얼마 후에, 말파이트는 가시갑옷을 뽑더니, 다 됐다고 슬금슬금 한타각을 본다. 사실, 말파는 다 궁쓰고 죽으면 1인분이다.

이번 게임을 이기고 빨리 골드에 가야 하는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플레이를 해 가지고 점수를 올릴 턱이 없다. 불친절하고 무뚝뚝한 말파이트다.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그러다가 뒷텔을 타더니, 말파이트는 태연히 뒤 포지션을 잡고 적 미드, 원딜을 압박했다. 그 때, 어딘지 모르게 태산같아 보이는, 그 든든한 모습, 그리고 끝까지 기다렸다가 정확히 미드와 원딜에게 궁을 박고 에이스를 띄웠다. 내 마음은 약간 누그러졌다. 말파이트에 대한 멸시와 증오심도 조금은 덜해진 셈이다.

게임을 끝나고 로비에서 내 듀오였던 서포터는 탑이 든든했다고 야단이다. 솔킬 당하지도 않고 라인이 밀려도 꿋꿋이 버텼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여느 탑이랑 비교해서 별로 특출난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듀오의 설명을 들어 보면, 탑이 너무 합류를 하면 사이드가 밀리고, 단순히 궁극을 맞추는 것만을 목표로 하면 적이 대처를 쉽게 하며, 궁극기와 텔을 들고 있는 것이 오히려 적을 압박한다는 것이고, 욕을 먹어도 던지지 않는 탑은 좀처럼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그 말파이트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시즌2 유저들은 로비에서는 온갖 욕설이 난무하지만, 게임에 들어가면 오직 상대를 빡치게 한다는 그것에만 열중했다. 그리고 스스로 보람을 느꼈다. 그렇게 순수하게 심혈(心血)을 기울여 한판한판을 했다. 이 말파이트도 그런 심정으로 라인전을 버텼을 것이다. “그 따위로 해서 무슨 골드를 간다고.”하던 말은 “그렇게 욕설과 패드립이 난무하는 그런 롤판에서 어떻게 던지지 않고 30분을 라인전을 할까.”하는 말로 바뀌어 졌다.

오늘, 롤에 들어갔더니 우리 정글이 아무무를 하고 있었다. 궁 딸깍 정글을 구경한 지도 참 오래다. 요사이는 젊은이들은 재미없다고 탱커를 하지 않는다. 든든하게 땀흘리던 탑챔들도 칼챔이 정복한지 이미 오래다. 문득 십여 년 전, 탑에서 죽치고 있던 말파이트의 모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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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뱃은귀여워
25/04/04 20:30
수정 아이콘
예전애 말파 자주 했던 사람로서 킥킥거리면서 봤습니다. 굴 재밌개 잘 쓰시네요!
25/04/04 23:29
수정 아이콘
탑신으로서 인정하는 부분이 바로 [상대를 빡치게하는데 열중한다] 란 지점인데 대부분의 탑신들은 상대 탑만 이기면 우리한타 다 져도 사실 노상관인 지점이고 그때문에 아군이 적이되는 순간이 자주 찾아오죠. 전 채팅을 참는것으로 간신히 티어를 올렸지만 저분은 소통과 설명으로 견뎌냈으니 필시 일종의 경지에 오른분이실터.. 롤은 좀 못해도 삶은 잘 살고 계실거 같네요
manymaster
+ 25/04/05 01:25
수정 아이콘
비슷한 패러디가 스타에도 있었죠. 무려 프로판에서 말입니다. 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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