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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4/11/08 02:43:43
Name 노틸러스
Subject [LOL] e스포츠 뷰잉파티에서의 팬 경험 : '빛의 시어터'와 함께하는 결승전 T-Gether
안녕하세요, 노틸러스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2024 Worlds 결승전을 위해 최근 T1에서 진행한 빛의 시어터 뷰잉파티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운이 좋게도 해당 행사 준비과정을 조금이나마 도울 수 있었고, 결승을 지켜보며 e스포츠의 뷰잉파티에서의 팬 경험에 대해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서론: e스포츠에서 뷰잉파티가 가지는 의미

e스포츠 관람의 맥락에서 뷰잉파티(viewing party)는 경기 직관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발전해 왔습니다. 경기장이 제공하는 좌석 수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많은 팀들이 팬들과 함께하는 대안을 모색해왔고 그 결과 다양한 장소에서 뷰잉파티가 개최되어 왔습니다. 이번 월즈의 경우 한국에서는 롤파크 로비가 그 역할을 담당했고, CGV와 같은 영화관에서도 대형 스크린을 통해 팬들이 함께 경기를 볼 수 있는 행사가 진행되었죠. 이러한 행사들은 비록 스크린을 활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다소 큰 스크린의 집관'이라는 한계에 맞서왔지만, 팬들에게 집에서 보는 것과 다른 '현장감'을 제공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본론: 압도적인 공간과 여유로운 분위기의 감각이 주는 팬 경험

T1은 이번 월즈 결승에서 멤버십을 위한 T게더, 뷰잉파티의 한 장소로 빛의 시어터를 선택했습니다. 워커힐 호텔에 위치한 이 공간은 초대형 화면과 웅장한 공간 구성으로 그 자체로 미디어아트를 즐기도록 고안된 공간인데, T1은 팬들로 하여금 압도적인 공간과 여유로운 분위기가 주는 팬 경험을 제공하고자 노력했습니다. 팬들이 시어터의 문을 여는 순간, 아래와 같은 광경을 보게 말이죠.


IMG 6127
(스코어가 2:0인 것은 리허설의 상황이라 그렇습니다.)


(임구르가 안되어 부득이 유튜브로 공유합니다.. 시어터 전경입니다.)

해당 공간은 360도에 걸쳐 선수들의 여정, T1의 레거시를 드러내도록 구성되었습니다. 빛의시어터라는 특성 상 모든 이미지가 빔프로젝터로 구현되기에 현장의 분위기를 월즈에 맞게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빛의 시어터의 평시 관람 종료 시간은 19시 10분입니다. 경기가 23시에 시작했으니, 만일 경기장 환경을 물리적으로 구현한다면 턱없이 부족한 여유 시간이지만, 이 곳은 이미지를 띄우는 방식이기에 월즈 결승의 무대 분위기를 내기에 충분하였습니다. 

현장에 참여한 300여 명의 멤버십 팬들은 직접 돗자리를 깔고 앉아 준비해온 음식들을 곁들이며 경기를 관람했습니다. 국물이 생기는 음식과 병음료가 금지 물품이었는데, 전통적인 직관 음식인 치킨과 피자는 물론 초밥, 회, 마라샹궈(!) 등 다양한 음식들이 등장해 즐거운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주류의 경우 캔맥주는 당연하고 페트 안에 담긴 소주, 반입하다 걸려서 들어가지 못했던 와인.. 그리고 바카디(!) 등 월즈 결승에 맞는 라인업이 출전했죠. 바카디 팀은 병을 들고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에 실망한 나머지 생수페트를 비워낸 후 바카디를 넣어 들어가는 치밀함까지 보여주는 미친 무빙을 보여주었습니다. 좋은 술과 맛있는 음식의 여유에 팬들의 분위기는 매우 좋았습니다. 3세트 패배 후 절망적 상황 제외

이런 이벤트는 e스포츠 팀들이 멤버십 팬들에게 어떤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지의 흔적을 보여줍니다. 이미 많은 팀들이 멤버십을 실행하고 있고, 굿즈를 먼저 사는 권한을 받거나 영상 콘텐츠를 먼저 보는 혜택 만으로 팬들을 사로잡는 것은 너무 어려워 졌습니다. 팬들에게 더욱 깊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 T1은 이번 행사를 통해 멤버십 팬들에게 함께 경기를 보고, 한마음으로 팀을 응원하며, 같은 팀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경험의 장소를 제공했습니다. 기존에 진행하였던 홈그라운드에서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던 '팬 감각의 만족'을, 또 다른 방식으로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평할 수 있습니다.

IMG 6148


(실버스크랩스를 즐기는 팬들의 현장 분위기)

결론: 지속가능한 e스포츠을 위한 팬 경험 향상의 필요성

최근 여러 곳에서 롤의 수명에 대한 이야기가 더욱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라이엇은 지속가능성의 향상을 위해 리그의 포맷을 바꾸는 등 노력을 하고 있고, 몇몇 리그에서는 팀이 줄어드는 등 정상화(!)를 위한 방향의 변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롤이 곧 e스포츠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시점에서는 롤이 가장 대표적인 종목이기에, 롤판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앞으로의 e스포츠 산업 전반의 수명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e스포츠 산업의 지속가능성 향상을 위해 팬 경험은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특히, 롤파크와 같이 기존 경기장의 좌석 수가 제한적인 상황에서는 이런 대안적 이벤트가 필요하죠. 이전의 홈그라운드가 그리하였고, 이번 빛의 시어터 뷰잉파티가 또 다른 역할을 하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이벤트들이 100% 답이 될 수는 없을 겁니다. 여전히 현실적인 제약이 많고, 어려움이 많으니까요. 하지만, 가만히 앉아 추워지는 날씨를 견디는 것 보다는, 뭐라도 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e스포츠가 사랑받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 이런 팬 경험은 필수적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는 것은 팀들의 진심 어린 노력이겠죠.  앞으로도 T1을 위시한 여러 팀들이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팬들에게 더 많은 참여의 기회를 주고, 팬 경험의 중요성을 실천해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런 노력들은 팬들로 하여금 더 깊이 연결되고, 응원하는 팀에 대한 소속감을 키워나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입니다. 팬들은 단순히 경기를 보는 것을 넘어, 함께 그 순간을 만들어가는 소중한 동반자가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e스포츠가 오래오래 건강하길 바라며. 더욱 빛나기를 기대합니다.

ps. 더 긴 이야기를 듣고 싶으신 분이 계실지도 몰라, 하꼬 유튜버 노틸러스도 출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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