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21/05/08 11:50:07
Name 짱구
Subject [기타] 게임하던 딸이 울어버린 썰
올해 여덟살인 딸은 슈퍼마리오 오딧세이를 참 좋아합니다.

여섯살 때 처음 플레이를 해봤고 아빠의 도움으로 한번 엔딩을 봤었습니다.

그러던중 작년 가을쯤 딸이 제게 뭔가를 물어봅니다.

"아빠, 탭으로 봤는데 마리오는 달 뒷편이 끝이 아니고 더 뒷편이 있다는데 진짜야?"

"어 그렇지."

"아빠는 가봤어?"

"어 가봤지."

"나도 가보고 싶다."

"그거 엄청 어려워. 파워문 500개 모아야 돼."

"뭐어어? 오오오오오배애애액개에에에에에엥?????!!!"

딸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다가 잠시 골똘히 뭔가 생각하더니 이야기합니다.

"나, 한번 해볼래."

그리하여 일곱살 소녀의 슈퍼마리오 오딧세이 파워문 500개를 모으기 위한 대장정이 시작되었습니다.

매주 토요일 탭으로 유튜브를 볼 수 있는 시간을 활용해서 공략을 살펴본 후

매주 목요일 하루 짧게는 한시간, 길게는 두시간 게임을 진행하는 나름 규칙적인 패턴의 반복이었습니다.

저는 가급적이면 관여하지 않고 가끔 파워문을 획득하기 어려운 구간이 있어서 딸이 도움을 요청하면 한번씩 도와줬습니다.

그러기를 반년 이상이 지났고 드디어 이번주 어린이날에 파워문 500개를 다 모아버렸습니다.

달의 더 뒷편의 최종던전은 저도 어려워서 자주 미스가 나는데

아무래도 아이 혼자서는 무리인 것 같아 지켜보다가 정 안되면 제가 도와주었고,

그렇게 패드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결국 돌파해내고 마지막 남은 빌딩탑의 그랜드문을 획득하려 올라가는 순간

딸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탑을 올라가며 마리오의 동반자였던 모자 캐피가 그동안의 여정을 되새깁니다.

'함께해서 즐거웠다.'

'어려운 여정이었지만 너와 함께여서 해낼 수 있었다.'

캐피의 말을 들으면서 딸은 눈이 빨개져서 눈물을 흘렸고

마지막 그랜드문을 획득한 후 제 품에 안겨 펑펑 울었습니다.

"너무 감동적이야. 나도 캐피랑 함께 해서 너무 즐거웠어. 너무 좋았어."

저도 울컥해서 그만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30년전 처음으로 해봤던 게임인 알렉스키드 생각도 나고

삼국지 천하통일을 처음 했을 때, 대항해시대2 엔딩을 봤을 때, 영웅전설3 하얀마녀를 클리어 했을 때

처음으로 친구에게 스타 1:1을 이겼을 때

게임으로 감동을 느꼈던 여러 기억들이 떠오르면서 비슷한 감동을 딸도 느낀거라 생각하니 가슴이 벅찼습니다.

아마 딸은 그 순간을 평생 기억하겠지요.

한참 여운에 잠겨있던 딸이 묻습니다.

"이제 다 끝난건가."

"끝난거지."

"..."

"아쉽니?"

"조금. 근데 괜찮아. 나 아직 못찾은 파워문 더 있어. 다음주는 그거할래."

배시시 웃는 딸을 보며 저도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고는 냉장고로 향했습니다.

냉장고 문을 열고 킨더초코를 하나 꺼내 뜯으려는 순간 뒤에서 딸이 다급히 소리칩니다.

"아빠! 내꺼 그만 먹으라고했지!"

미안해. 그치만 킨더부에노는 너무 맛있는걸.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1/05/08 11:53
수정 아이콘
좋은 아빠십니다
아스트란맥
21/05/08 11:53
수정 아이콘
가족영화의 아름다운 엔딩과 쿠키영상같네요 크크
자작나무
21/05/08 11:55
수정 아이콘
저도 이런 경험 때문에 게임을 끊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평생 게임을 할 것 같아요...
김티모
21/05/08 11:55
수정 아이콘
저번에 따님 쪼꼬 드시다가 부인께 철사장을 심하게 맞으셨다는 소문이 들리던데 또 드셨군요 크크크크
21/05/08 11:59
수정 아이콘
그치만... 킨더는 너무 맛있는걸요.
빠독이
21/05/08 16:14
수정 아이콘
훈훈...하다가 댓글 보고 닉 보고 훈훈함 와장창
https://pgr21.net/humor/383085#5601858
간만에 다시 보고 왔습니다.
소이밀크러버
21/05/08 11:57
수정 아이콘
아직도 저 감동의 맛을 못 잊어서 게임을 잡고 있는데 어렸을 때는 오죽할까요.

훈훈하게 잘 읽었습니다.
21/05/08 11:57
수정 아이콘
요즘 큰 애랑 별의 커비 열심히 하는데 큰 애도 커비 엔딩 볼 때쯤엔 이런 좋은 느낌을 받으면 좋겠네요
라프텔
21/05/08 12:07
수정 아이콘
킨더는 인정합니다.
21/05/08 12:10
수정 아이콘
킨더 바이럴이네요
21/05/08 12:16
수정 아이콘
게이머로써 정말 해보고 싶은 경험중 하나입니다. 내가 게임에서 느꼈던 감동을 내 자녀도 느끼고 감동받는 것....
21/05/08 12:17
수정 아이콘
감동적이네요. 킨더 사러 갑니다.
만수동원딜러
21/05/08 12:26
수정 아이콘
와 꿈같네요 아들이 이제 한달되었는데 저도 같은 경험을 기대하게되네요 계속 행복하시길
21/05/08 12:44
수정 아이콘
친구들이랑 게임해도 재밌는데 자녀랑 같이 게임을 한다는 게 어떤 기분일지 아직은 상상도 안 가네요...
21/05/08 12:57
수정 아이콘
멋진 추억이 될거에요.

저도 무한경쟁 게임보단 패키지류 게임에 애정이 가는 이유구요
21/05/08 13:00
수정 아이콘
그린티미스트
21/05/08 13:07
수정 아이콘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글 감사합니다
잠잘까
21/05/08 13:10
수정 아이콘
글 읽는 저도 눈시울이 뜨거워지네요.
바카스
21/05/08 13:12
수정 아이콘
저도 마지막 올라갈 때 모자가 한마디 한마디 말하는게 감동적이라 마지막 태그 하기 직전 스샷도 박아놨네요 흐흐
확실히 닌텐도 메인 타이틀은 오집니다. 시게루옹 좋은 겜 앞으로도 많이 만들어주세요!

아 근데 킨더는 선 넘었네요 크크
리얼포스
21/05/08 13:33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하얀마녀 엔딩 보았을 때의 감흥이 거의 20년이 지나도 잊혀지지가 않네요.
카사네
21/05/08 13:34
수정 아이콘
추억에 남겠네요
취준공룡죠르디
21/05/08 13:44
수정 아이콘
사실 저도 캐피가 그 말할테 눈물찔끔했는데 응애
아이폰텐
21/05/08 13:58
수정 아이콘
따님은 이제 영원히 마리오의 고객님이 ...
아이고배야
21/05/08 13:59
수정 아이콘
부녀도 대단하고
대를 이어 재미와 감동을 주는 마리오도 대단하고
스위치 메이커
21/05/08 14:09
수정 아이콘
달뒷뒷을 깼다구요???? 헐...
미카엘
21/05/08 14:29
수정 아이콘
너무 부럽네요. 미래의 자식(?)들이 게임을 어느 정도 즐겨 줬으면 좋겠습니다..
예킨야
21/05/08 15:16
수정 아이콘
킨더는 인정이죠. 저도 조카꺼 뺏어먹다가 누나한테 등짝 많이 맞았습니다.
21/05/08 15:57
수정 아이콘
저도 아이들이랑 하면서 마지막에 전기선 타면서 THANK YOU....나올때 울컥 했네요.
같이하는 딸들은 큰 관심 없었지만...
은하관제
21/05/08 15:59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
21/05/08 16:14
수정 아이콘
킨더사러갑니다
보라보라
21/05/08 16:55
수정 아이콘
괜히 눈물이 찔끔나네요. 좋은 아빠십니다. 멋지세요
폰독수리
21/05/08 18:02
수정 아이콘
저도 인생 최고 게임이 게임피아 합본이었던 영웅전설3 하얀마녀에요. 어렸을때 인상에 박힌 게임은 어떤 고티보다도 갓겜이죠...
21/05/08 18:03
수정 아이콘
킨더 영업글인가요 크크
21/05/08 18:24
수정 아이콘
출산 영업입니다?
요슈아
21/05/08 18:44
수정 아이콘
하지마??
세상을보고올게
21/05/08 19:09
수정 아이콘
따님이 아주 오랫동안 기억할 순간이네요.
부럽습니다.
ridewitme
21/05/08 19:35
수정 아이콘
추게로 보내주세요 제발
메가트롤
21/05/08 20:24
수정 아이콘
피지알 최고의 아버지
21/05/08 21:01
수정 아이콘
어린시절 평생 남을 따뜻한 추억을 만들 딸과
그 장면을 지켜보고 마찬가지로 기억에 남길 아버지
양쪽 다 부럽네요
확실히 게임은 체험형이라는 특성이 있어서인지 좋은 영화나 책이 주는 감동과는 다른 느낌의 추억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칰칰폭폭
21/05/08 21:18
수정 아이콘
감동적인 글 감사합니다. 근데 따님이 끈기랑 집중력이 보통이 아니네요. 저 나이 또래들은 보통 너무 오래걸린다 어렵다 싶으면 금새 관심이 다른 곳으로
날라가는데 반년을 꾸준하게 등반하다니..
21/05/08 21:39
수정 아이콘
다정한 부녀시네요. 우리 애들도 어렸을 때는 저랑 같이 겜 했었는데 지금은 안놀아주네요. 내 수준이 너무 낮다고. 이글을 보니 그때 생각이 납니다.
태엽없는시계
21/05/08 22:38
수정 아이콘
와!
21/05/08 23:31
수정 아이콘
애 키우려면 게임도 잘해야하는구나 라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먹설턴트
21/05/09 00:14
수정 아이콘
아 크크크크 킹치만 킨더 부에노는 못 참지
공실이
21/05/09 07:42
수정 아이콘
추천... 추천이요...
망고소르베
21/05/09 11:11
수정 아이콘
마리오 오디세이... 메모메모
질소반과자반
21/05/09 22:28
수정 아이콘
킨더 영업글에 당했네요..
及時雨
21/05/10 00:00
수정 아이콘
오디세이가 정말 세계여행하는 그 느낌 제대로 살려주는 멋진 게임이었습니다.
저도 새삼 달나라 더 뒤편 지붕 타고 오르던 기억이 살아나네요.
신류진
21/05/10 09:47
수정 아이콘
킹더 초코는 못참지
Faker Senpai
21/05/10 10:48
수정 아이콘
잘읽었어요.
21/05/10 11:16
수정 아이콘
킨더존막이죠
Bukayo Saka_7
21/05/10 15:14
수정 아이콘
킨더도 단맛이죠
호머심슨
21/05/11 05:13
수정 아이콘
바이럴은 어디까지 진화하는가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1410 [모바일] [카운터 사이드] 5월 업데이트와 6월 건틀렛 시스템 개편 방향 사전 안내 [11] 캬옹쉬바나10423 21/05/11 10423 0
71409 [LOL] 모든리그가 통합된 국제대회에서 처음으로 전패팀이 사라졌습니다. [14] Leeka14864 21/05/10 14864 0
71408 [모바일] [에픽세븐] 1320만원짜리 캐릭을 배포하는 게임이 있다? [37] 아따따뚜르겐14594 21/05/10 14594 0
71407 [콘솔] 닌텐도 스위치 4년 판매량: 8459만대 [16] 스위치 메이커9986 21/05/10 9986 0
71406 [오버워치] [OWL] 순환을 끝내다. 5월 토너먼트 챔피언 "댈러스 퓨얼" [13] Riina9980 21/05/10 9980 3
71405 [뉴스] MSI 상위 라운드 진출 이끈 PGG '채즈' "데뷔 후 5년간 꿈꿔왔다" [2] Leeka9356 21/05/10 9356 1
71404 [LOL] 최하위 4티어 리그가 메이저지역과 한판 붙는다?! [12] Leeka17976 21/05/10 17976 3
71403 [LOL] 잿더미에도 희망은 핀다. 2021 MSI 그룹 스테이지 A조 간단 후기 [7] BitSae11720 21/05/10 11720 1
71402 [LOL] 매드 라이언스 MSI 이른 감상평 및 간단한 전망 [7] 비역슨15698 21/05/09 15698 10
71401 [뉴스] [LOL] 일본 선수 '에비' 무라세 슌스케가 한국어로 전한 인사 "진짜 감사합니다" [36] 타바스코15600 21/05/09 15600 8
71400 [LOL] 3바론 = 패배? [8] 닉바꾸기힘들다13390 21/05/09 13390 0
71399 [LOL] 겨우겨우 이긴 한일전.. 첫 한일전 후기 [100] Leeka21735 21/05/09 21735 1
71398 [PC] 2021 카트라이더 리그 시즌 1 개인전 결승 1라운드 결과 [16] MiracleKid10092 21/05/08 10092 2
71397 [PC] 블리자드 게임 ost 모음 [21] 라쇼19971 21/05/08 19971 2
71396 [PC] [스포X] 바이오하자드 빌리지 클리어 후기 - 게임 불감증은 무슨 [14] 김유라11516 21/05/08 11516 0
71395 [기타] [스파5] 다이고 우메하라 코로나 확진 [8] 인간흑인대머리남캐10183 21/05/08 10183 0
71394 [LOL] DFM vs C9 일본 중계진 하이라이트 [13] 서린언니15392 21/05/08 15392 7
71393 [기타] 게임하던 딸이 울어버린 썰 [53] 짱구15032 21/05/08 15032 105
71392 [LOL] C9를 잡는 쾌거를 보여준 일본대표 2021 DFM에 대해서 [17] 타바스코17922 21/05/08 17922 37
71391 [하스스톤] 하스스톤 비밀업적 공략 및 다음주 밸패 예고 정보 [11] 치미13957 21/05/08 13957 4
71390 [LOL] 일본 역사상 가장강한팀 등장. 북미는 세계를 놀라게 했다. [29] Leeka15117 21/05/08 15117 3
71389 [콘솔] 저지아이즈 신작 발표 스트리밍 있었네요 [20] pritana10435 21/05/07 10435 0
71388 [LOL] 고리가 어느정도 하면 성공일까? [19] Leeka13939 21/05/07 13939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