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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4/13 22: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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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LOL] 중압감과 간절함 (수정됨)
큰 경기에서의 중압감 어떻게 이겨낼까요?

작년 SKT의 몰락이후 한동안 롤을 안봤었는데 페이커의 부활이후 오랜만에 풀경기 결승전을 관람했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또다른 어떤 결승전이 떠올랐어요.
거의 초창기부터 롤을 보면서 수많은 명승부들을 봐왔지만 여전히 제 마음속에서 첫손가락에 꼽는 결승전입니다.


2012 자유의 날개 시절 GSL 시즌 2 결승전입니다.
같은 날 롤에서는 MIG blaze가 LCK 최초로 우승컵을 들어올리기도 했지요.

정종현과 박현우의 7세트까지 가는 접전이었습니다. 
정종현이 3세트를 내리 따내면서 쉽게 가는가 했는데 4세트에서 덜미를 잡히더니 
5세트에서는 전투순양함과 모선이 등장하는, 아직까지도 스타2 팬들에게 회자되곤 하는 우주급 대결을 펼치며 장렬히 패배합니다. 
6세트도 아쉽게 패배하죠.
그리고 운명의 7세트, 정종현은 전진 2병영 치즈 러시를 준비합니다. 
지난 6세트를 거쳐오며 장기전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선택이었지요.
승부는 벙커가 완성되느냐 혹은 추적자가 3기 이상 쌓이느냐의 싸움이었습니다.
박현우는 침착한 컨트롤로 벙커의 완성을 아슬아슬하게 막아내는데 성공합니다. 

국내 해설진들의 해설영상은 찾지 못했지만 당시 안준영 해설은 완전히 쉬어버린 목소리로 박현우 선수를 새로운 챔피언의 탄생으로 칭하며 
거의 정리 멘트를 날리기도 했지요.
그만큼 치즈가 막힌 테란, 이미 인공제어소가 올라가고 추적자가 쌓이는 플토의 경기 결과는 자명해 보였습니다.
모두가 다 졌다고, 승승승패패패패 라는 결과에 탄복하고 있을 때, 심지어 박현우 선수 조차도 얼만큼은 방심했었을까요?
정종현은 거기서 수를 한 번 더 봅니다. 얼마간 생산해 두었던 해병들을 따로 빼두었다가 성급하게 앞으로 나온 추적자를 끊어먹는데 성공한 것이지요. 그리고 다시 한번 모든 건설로봇을 총동원하여 올인 러시를 갑니다. 
경기의 행방은 몇차례 더 들썩이지만 벙커가 완성되고 넥서스가 속절없이 터지면서 정종현 선수의 승리로 돌아갑니다. 



이 경기는 제게 많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모두가 다 졌다고, 끝이라고 생각할 때에도 우리가 아직 생각하지 못한 탈출구가 있다는 것이지요.
닳고 닳은 말이지만 포기할 때까지는 끝난게 아닌겁니다.

만화 도박묵시록 카이지에도 비슷한 내용이 등장합니다. 
극의 초반 가위바위보 게임에서 믿었던 이들에게 배신당한 카이지는 발가벗겨진 채 신체거래소로 팔려나갈 상황에 처합니다.
저는 이제 카이지가 외국 같은 곳으로 팔려나가 그 곳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지겠구나.. 하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카이지는 그 지옥같은 상황에서도 한 줄기 탈출의 빛을 보고 벼락같은 기지로 움켜 잡습니다.
물론 만화입니다. 하지만 정종현과 같은 선수는 해내지요.



저는 페이커 선수의 구제불능 팬이지만 오늘은 오히려 그리핀 선수들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핀 선수들이 게임을 포기한 것 처럼 보였다거나 끝까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거나 하는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글쎄요. 

아직 날이 팽팽하게 서 있던 1경기를 제외한 2경기, 3경기 그리핀 선수들은 어딘가 얼이 빠진 것처럼 보였으며 간절해보이지 않았습니다.
지켜보던 모든 사람들이 그리핀의 패배를 예감했지요. 경기장 내의 선수들 조차요.
이건 그리핀 선수들의 잘못은 아닙니다.
만약 정종현 선수가 패패패, 즉 3세트를 내리 진 상태에서 만약 4세트에서 같은 치즈 러시를 했는데 막혔다면 앞서 설명한 영상의 7세트 역전극과 같은 경기는 나오기 힘들었을거라고 생각해요. 
허무한 4대0 경기가 나올 확률이 높았겠지요.

때문에 초반부터 게임이 터져나갔던 2세트가 매우 아쉽습니다.
그리핀의 1세트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거든요. 
2세트의 처참한 패배이후 흐트러진 집중력이 간절함의 분산을 낳았습니다. 
간절하지 않은 치즈, 간절하지 않은 4드론은 막히는 거잖아요. 우리 모두 다 알고 있잖아요.
4드론 할때 저글링이 scv한테 한 대 덜 맞으려 악착같이 무빙쳐야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결국 든 생각은 중압감은 잘못되지 않았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롤판의 여러 선수들을 볼때마다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아쉽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바로 게임에서 진 다음에 웃는 행동이지요. 

힘들 때 웃는 자가 1류라는 말이 있지요. 
하지만 오늘날과 같은 시대에 힘들기는 쉽지 않습니다. 말마따나 우승못한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 뭔 일이 생기지도 않아요.
다음 대회 열심히 준비해서 그때 잘하면 됩니다. 예전처럼 스포츠 경기에 죽자사자 목매다는 시대가 아니지요.
하지만 이기려면 힘들어야 합니다.
정말 이기고 싶은데, 너무 너무 이기고 싶은데 졌는데 어떻게 웃을 수가 있겠어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결코 그리핀 선수들을 비난하는 내용은 아닙니다.
다만 최고가 되려면 남들과는 다른 비범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간절함이요.

지금껏 그 선수의 경기를 7년 가까이 봐왔지만 경기에서 진 후 웃고 있는 모습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중압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그만큼 간절하다는 겁니다.
패배의 빨간 글씨가 모니터에 뜨기 전까지는 결코 포기해서는 안돼요.


4. 13 11시 반 추가 수정

제가 써놓은 정신론은 이제 구시대의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또한 괜히 오늘 경기에서 패배한 그리핀 선수들을 들먹인건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제가 뭐라고.. 열심히한 선수들에게 충분히 중압감을 느끼지 않았다, 충분히 간절하지 않았다 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구요.
그냥 패자에게는 그동안 열심히 한 것에 박수 쳐주고 승자를 축하하는 방향으로 글을 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그리핀 선수들에게 불현듯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오늘 경기 반추삼아 다음 번에는 정말 지독하게 한 번 해봤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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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 메이커
19/04/13 22:25
수정 아이콘
크어 저 경기 기억납니다. 진짜 대명경기였죠. 와... 저런 경기를 직관했어야 하는데...
19/04/13 22:37
수정 아이콘
네. 진짜 충격적인 경기였죠. 거의 이스포츠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 시리즈
19/04/13 22:31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긴 한데 저는 이런 정신론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선수들 멘탈이 흔들린건 그냥 멘탈이 약해서가 아니고 아마 전세계에서 가장 롤잘알 뽑으면 꼽힐만한 그 선수들이 어떤 격차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뭐 멘탈이 그렇게 크게 흔들렸는지도 잘 모르겠고.. 아마 최대한 집중해서 열심히 했어도 1세트 정도 그림이 한계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연습 더 하고 더 기량 갈고 닦아서 다음시즌 봐야죠.
19/04/13 22:36
수정 아이콘
네 이제는 그런 정신론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은 시대같긴 해요. 그래서 저런 정신론을 가진 선수를 자꾸 더 응원하게 되는 것 같기도하고..
19/04/13 22:45
수정 아이콘
사실 15락스가 롤드컵 결승전때 멘탈 최대한 붙잡고 하는거 보고 저도 상대팀이지만 대단하다... 생각한적 있긴한데 결국 그게 대세를 바꿔줄 정도가 되려면 이미 세트스코어 3:3이 될만큼 양측 기량이 비슷할때나 의미가 있는것 같아요.
19/04/13 22:34
수정 아이콘
(수정됨) 글쎄요. 3세트에서는 중압감보다 우리가 이길 방법은 이것 밖에 없다. 후회없이 준비해온거 다시 제대로 해보고 승부보자로 보여졌습니다
2세트는 지적할만한데 사실 이것도 롤은 후반이 상대보다 안 좋은 조합으로 역전할려면 과감한 플레이해야하는 로또 밖에 없는지라 (솔랭은 멘탈 싸움이라지만 철저히 픽밴으로 계산되어진 프로씬에서는) 쵸비가 무리한 플레이하다가 계속 죽는게 당연하단 생각밖에 안들었고.

3세트 인게임 움직임 충분히 그리핀 선수들 최선을 다 했어요. 대표적인 장면으로 소드의 솔킬도 있고, 한타 끝나고 센스있게 도망친다거나,
한타에서도 테디 이즈리얼이 막판에 다 정리해서 그렇지 그리핀 선수들 열심히 싸워서 테디 빼고 다 죽였어요.

오늘은 실력 문제, 준비해온 전략의 한계의 문제지 멘탈 문제 자꾸 언급되는데 공감이 안갑니다.
19/04/13 22:36
수정 아이콘
고렇군요.. 저는 멘탈이 나갔다 느꼈어서..
포프의대모험
19/04/14 00:50
수정 아이콘
리산드라가 아지르 옆에 선 자르반한테 첫궁 던질때 쎄하던데요.
정규리그에선 lck뿌셔 지구뿌셔 하던게 쵸비인데
1경기 역전패당하고 2경기부터 의아한 판단 연속으로 하니까 멘탈 상했다고 하는거죠. 첫경기부터 조졌으면 아 컨디션 바닥인가보네 실력거품이네 했을건데 또 첫경기는 잘했으니까요.
쭌쭌아빠
19/04/13 22:37
수정 아이콘
흠...글 내용과는 별개로 팬덤 입장에서 보면 그리핀 팬 분께서 이런 글을 쓴 것과는 느낌이 다른 것 같습니다. 굳이 슼 팬분께서 이런 글을 쓰실 필요가 있을까 싶네요. 오지랍이라면 오지랍입니다만...중립팬(살짝 페이커 팬이긴 합니다만) 입장에서 고개가 갸우뚱 거리는 내용이라고 봅니다.
19/04/13 22:44
수정 아이콘
LCK 결승에 오를 정도로 게임에 인생 바쳐 열심히 하는 선수들에게 간절함이 안느껴진다는 것도 좀 이해가 안가네요. 돈 더 줘서 해외 진출 하는 선수들조차 왠만하면 간절할텐데 말이죠.
이비군
19/04/13 22:51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전 15 롤드컵 결승전때 쿠 타이거즈가 지고나서 다같이 웃고 서로 격려 해주던 것이 생각납니다.
쭌쭌아빠
19/04/13 23:03
수정 아이콘
쿠 타이거즈와 (개인적으로도) 인연이 조금 있고 나진 이후 최초로 좋아했던 팀이라....말씀만으로도 너무 그립고 생각나네요.
19/04/13 23:05
수정 아이콘
저경기 기억납니다. 임재덕선수 팬이어서 정종현선수 진짜 악마같았는데 저 경기보고 와 진짜 이러니저러니해도 최고중의 최고는 너다.. 했던 기억이 나네요.
수분크림
19/04/13 23:12
수정 아이콘
그냥 실력차가 엄청 심해보여서 딱히 동의 못 하겠습니다.
달콤한휴식
19/04/13 23:38
수정 아이콘
3세트 소드 한 거 보면 별로 동의는 안됩니다. 3세트가 굉장히 불리했고 이길 가능성도 그리핀이 높지 않았지만 전 소드보면서 소년 만환줄 알았어요. 자기가 그렇게 평판 안좋은 칼챔 잡고 솔킬로 분위기 전환 만들었고 잘 큰 라이즈 상대로 진짜 악착같이 달려드는거 보고 굉장히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했다는 생각했어요 자기가 못하는걸 잘하는걸로 만드는건 반드시 노력이 필요하니까요
19/04/13 23:47
수정 아이콘
어느 두 팀이 맞붙으면 열에 여덟아홉은 더 강한 팀이 이길 겁니다. 더 간절한 팀이 이기는 게 아니라요. 간절함이란 것은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지표가 아니고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의 시선으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 역시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페이커 선수에 대한 얘기는 무척이나 공감이 가요. 롤드컵 결승에서 흘린 눈물과 오늘 보인 눈물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롤판 최고의 스타인 그가 실력뿐만 아니라 인성이나 마인드 역시 프로급이라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암드맨
19/04/13 23:52
수정 아이콘
정신론이 충분히 가치 있는게 최고 수준에서 경쟁했던 은퇴 선수들이 하나같이 멘탈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그 차가운 본토 세이버들도 멘탈 게임에 대해서는 이론을 제시하는 사람이 없죠.

이 경기 자체는 슼이 강해서 그리핀 전력으론 이기기 힘든 수준이었지만, 쵸비만 봐도 1경기에서는 좋은 모습 보였지만 2경기에서는 형편없는 롱판다급 판단력을 연속으로 3~4번 보입니다. 첫 갱킹 도주루트, 탱자르반을 망한 리산이 물어서 아군 몰살시킴, 레드쪽에서 스킬 등등

슼을 그리핀 현실력으로 이기기 힘든 상대였다는건 맞는 이야기 일테지만 1경기 정도의 긴장감은 줄수 있는 팀인데 1경기 이후론 한점 긴장감없이 양학당한것은 멘탈의 영향이 컷다 봅니다.
이른취침
19/04/14 13:52
수정 아이콘
맞는 말입니다만
페이커가 그런 판단과 플레이를 했으면 정말 우주최고 퇴물 소리를 들었을 것 같아서
멘탈론에 심정적으로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멘탈 잡는 것도 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커리어를 보면 넘사벽의 업적을 쌓은 skt지만
매 순간순간 위기가 없지는 않았습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기적같은 역전을 이루어 낸 게 수도 없고
그래서 skt가 불리한 경기가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경기라는 말이 생길 정도였죠.
박찬호
19/04/14 02:53
수정 아이콘
e스포츠 역사상 최고의 역전승을 가지고 와서 비교하면 좀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긴합니다
도라지
19/04/14 04:02
수정 아이콘
저도 멘탈문제가 있었던것 같아 보입니다.
2경기 3경기를 보면처 차라리 킹존하고 결승전을 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ioi(아이오아이)
19/04/14 07:10
수정 아이콘
멘탈이 흔들렸다 ves
중압감에 느끼지 않았다 개소리
간절함이 부족했다 개소리

현재 lck는 작게는 몇 천만원부터 시작해서 크게는 몇 억을 손해보면서 나 우승하고 싶어 하는 애들이 남아있는 리그입니다.
그런 리그에서 간절함이 부족했다? 말도 안되는 소리죠.

이 글 그대로 그리핀 대신 어윤수로 썻으면 그 자리에서 어윤수한테 빰 맞아도 무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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