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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4/01 12:50:33
Name Sgt. Hammer
Subject [스타2] 두 개의 길, 남은 것은 영광 뿐



박령우가 처음 올라선 길은 가시밭길이었다.


2012년 GSTL에서 장민철을 잡아내며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그의 소속팀이었던 SlayerS는 얼마 지나지 않아 붕괴했다.
스스로의 이름을 걸고 새로운 제국을 꿈꿨던 황제는, 다시 자신이 세웠던 옛 제국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박령우는 황제와 함께 제국의 땅에 들어섰다.
하지만 거기 그의 자리는 없었다.

2013년 내내, 박령우라는 이름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WCS Korea 시즌 1 48강 탈락.
박령우가 마주한 냉혹한 현실이었다.




 

김대엽이 처음 올라선 길은 평탄한 대로였다.


2008년 드래프트를 통해 KTF 매직엔스에 입단한 후, 김대엽은 09-10 시즌부터 팀의 주축 프로토스로 자리잡는다.
kt 롤스터의 전력은 이영호 뿐이라는 조롱을 들을 때, kt 팬들이 가장 믿고 내세울 수 있는 선수가 바로 김대엽이었다.
10-11 시즌에는 48승을 거두며 프로리그 다승 4위에 올랐고, 명실상부 최강의 프로토스 중 한 명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허나 이영호의 시대, 김대엽은 철저한 조력자일 수 밖에 없었다.

프로토스에서는 김택용, kt 롤스터에서는 이영호라는 큰산들에 가려 김대엽은 빛을 보지 못했다.
09-10 시즌과 10-11시즌, kt는 오랜 염원 끝에 2연속 프로리그 우승을 달성했지만 스포트라이트는 김대엽에게 향하지 않았다.
프로리그에서 보여준 강력한 모습과 달리, 개인리그에서 별다른 성적을 거두지 못하며 김대엽은 회사원, 투명이라는 별명까지 얻게 된다.






박령우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2014년이었다.


프로리그에서 6승 3패를 기록하며 김민철과 어윤수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맡았고, GSL에서는 생애 첫 코드 S 또한 이루어냈다.
시동이 걸리자 약진은 시간문제였다.
2015년, 박령우는 프로리그에서 17승 12패를 기록하며 SKT T1의 대들보 중 하나로 우뚝 섰다.
첫 시즌부터 GSL과 스타리그에서 모두 16강에 진출하며, 밝은 미래만이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박령우는 GSL에서는 문성원과 하재상에게, 스타리그에서는 조중혁과 조성주에게 연이어 패배하며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 해, 박령우는 프리미어급 대회에서 16강의 벽을 넘지 못했고, KeSPA컵에서는 연달아 준우승에 머물러야만 했다.
화려하지만 실속이 없는.
박령우의 2015년은 그렇게 마무리 됐다.






김대엽은 스타크래프트 2 전환 이후에도, 그 누구보다 꾸준한 성적을 냈다.


병행으로 치뤄진 11-12 시즌부터, 매 시즌 10승 이상을 기록하며 여전히 kt 프로토스 에이스의 자존심을 지켜나갔다.
그간 연이 닿지 않았던 개인리그에서도 2015 스타리그 시즌 1과 시즌 2, 연달아 4강에 진출해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시즌 1에서는 조성주에게, 시즌 2에서는 김도우에게.
김대엽은 무너졌다.
더욱 비참한 것은, 김대엽을 잡아낸 선수는 모두 우승했다는 것이었다.
눈앞까지 다가온 결승과 우승이, 거품처럼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제, 두 선수가 걸어온 서로 다른 두 개의 길이 마주친다.
황제가 키우고 괴물이 빚어낸, 제국의 유산 박령우.
그 누구보다도 꾸준히, 팀의 운명을 등에 짊어져 온 김대엽.






스스로의 뱃지 문양처럼, 결승까지 올라오는 동안 박령우가 보여준 모습은 군단 그 자체였다.
강민수에게 2패를 내주기는 했지만, 그 누구보다도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며 상대를 파괴해 온 끝에 이제 남은 것은 결승 뿐.
다시 한 번 다가온 결승 문턱을 이제는 넘어야 한다.
상대는 이미 한 번 무너트렸던 김대엽.
결승전 무대인 세종대학교 대양홀은 15년 전, 임요환이 장진남을 꺾고 첫 스타리그 우승을 거두며 황제의 길로 나아간 제국의 성지다.


황제의 마지막 유산, 박령우는 15년 전 그가 그랬듯, 제위에 오를 수 있을 것인가.





2008년 데뷔한 이후 8년이라는 인고의 세월.
김대엽은 누구보다도 노력했고, 누구보다도 꾸준했다.
뼈아프게 4강에서 무너진 지난 2번의 실수를 딛고, 김대엽은 이제 결승에 올라왔다.
상대는 이미 자신을 무너트렸던 박령우.
kt의 주장이라는 책임감을 등에 걸고, 자신의 자존심을 걸고, SKT T1의 저그 에이스에게 복수해야한다.
생애 첫, 그리고 어쩌면 다시는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스포트라이트가 김대엽에게 내리쬐고 있다.


과연 김대엽은 가장 찬란하게 빛날 수 있을까.






SKT T1의 신예, 황제의 마지막 유산, 그리고 가장 압도적인 저그.
kt 롤스터의 주장, 8년만에 결승 문턱을 밟은 베테랑, 그리고 가장 꾸준했던 프로토스.


두 길은 이제 마주쳤다.
남은 것은 이제 영광 뿐.


하지만 그것을 손에 쥘 수 있는 자는 단 한명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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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cablossa
16/04/01 12:58
수정 아이콘
스포티비 스타리그의 이번시즌은 말도안되는 리그진행방식과 중계흐름의 어색함(캐스터의 인사멘트후 인터뷰진행및마무리) 등 여러 안좋은 요소가 겹치면서 역대 최악의 스타리그였다 생각되지만 이번 결승에 올라온 두선수들의 스토리와 흥행요소는 모든걸 만회해줄수있는 마지막 기회라 생각합니다 두선수의 명경기로 이번시즌이 멋지게 마무리되고 차기시즌은 다시 스타리그의 명성을 되찾았으면 좋겠습니다
비상의꿈
16/04/01 12:59
수정 아이콘
정말 사람일은 모르는것 같네요..피디의 전무후무 대삽질로 시즌 내내 관심도 잃고 암담하기만 했던 스타리그 결승 시나리오가 이렇게 완벽할 수 있다니..
저그vs프로토스
SKTvsKT
둘다 인고의 세월을 거쳐 올라온 대기만성 인간승리의 표본...
누가 우승하던지 역사에 남을 명승부 만들어줬으면 좋겠습니다.
Sgt. Hammer
16/04/01 13:00
수정 아이콘
혹시 글 중간에 gif 파일 나오나요?
글 써놓고 나왔는데 모바일에서는 안 보이네요...
움짤 만든다고 한참 걸렸는데 으으
비상의꿈
16/04/01 13:02
수정 아이콘
저도 모바일인데 안보입니다;
Sgt. Hammer
16/04/01 13:06
수정 아이콘
아 멘붕...
100메가짜리 움짤이라 모바일에서는 안 보이는게 다행이긴 한데... 흑흑
이따 집에 가서 수정해야겠네요.
이미져 나쁜놈들...
kimbilly
16/04/01 13:06
수정 아이콘
태그에 문제가 있어 수정 조치 했습니다.
Sgt. Hammer
16/04/01 13:07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kimbilly
16/04/01 13:25
수정 아이콘
움짤의 용량이 너무 큽니다. 움짤보다는 해당 경기 영상의 특정 부분 이후부터 재생되도록 수정을 권고드립니다.
Sgt. Hammer
16/04/01 13:32
수정 아이콘
삭제했습니다.
귀가 후에 저용량으로 다시 제작해넣던가 해야겠네요 ㅠㅠ
신용운
16/04/01 13:38
수정 아이콘
어쩌다보니 통신사 매치가 성사된 것도 나름 흥미요소네요...
삼성전자홧팅
16/04/01 13:47
수정 아이콘
이번결승전
임요환씨가 와야하는거 아닌가요?
자신의 마지막 유산이 결승전에 진출했는데
와서 격려해줘야죠
뻐꾸기둘
16/04/01 14:00
수정 아이콘
우승자는 하나 뿐이고, 둘중 한 선수는 다시 아쉬움을 곱씹어야 한다는게 안타깝지만 두 선수의 멋진 경기를 기대합니다.
16/04/01 14:29
수정 아이콘
스타2에서는 두번째 통신사 매치네요
어윤수와 주성욱의 대결 이후 2년만인데
T1 저그의 프리미어 리그 최초의 우승이 드디어 이루어질 수 있을지
카스가 아유무
16/04/01 14:31
수정 아이콘
움짤에서 박령우선수랑 전태양선수 전투장면은 장관이네요. 전 박령우 선수 응원합니다. 우승바랍니다.
Sgt. Hammer
16/04/01 14:34
수정 아이콘
상대 정명훈 선수였습니다...
지금 다시 움짤 만들고 있어요 ㅠㅠ
카스가 아유무
16/04/01 14:39
수정 아이콘
아 정명훈 선수였군요. 크크 잠깐 보고 뒤로가기했다가 다시 봤는데 없어서 헷갈렸네요. 이번 결승에서도 이런 장면이 많이 나오길 빕니다.
WeakandPowerless
16/04/01 15:02
수정 아이콘
김대엽 선수의 8년의 기다림, 정말 값지고 위대한 기다림이었다고 생각하며 응원하는 입장이지만...
솔직히 박령우 선수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결과가 좀 보이는 느낌이네요...
16/04/01 15:26
수정 아이콘
두선수다 흥행카드라 보기엔 무리가 있을지 몰라도

모두 개인의 스토리가 있어 기대되는 결승입니다.
Sgt. Hammer
16/04/01 15:29
수정 아이콘
저 정도면 충분히 흥행카드라고 봅니다.
사실 화제성 면에서는 훨씬 떨어지는 대진이 나올 가능성도 많았거든요.
박령우 선수는 팬도 워낙에 많고 김대엽 선수도 kt 팬들의 응원을 한몸에 받고 있으니 기대할만 할겁니다.
송주희
16/04/01 15:31
수정 아이콘
개인리그 결승이 통신사더비인게 양팀 팬들을 끌어모았죠 게다가 그냥 선수도 아니고 두 선수 모두 팀에서 스토리 하나씩은 가지고 있으니..덜덜
Sgt. Hammer
16/04/01 15:32
수정 아이콘
황제의 마지막 유산이라는 것부터가 사실 올드 T1 팬들 끓어오르는 뭔가가 있거든요 크크.
김대엽 선수는 kt 현역 주장일 뿐 아니라, KTF 시절을 경험해 본 마지막 선수입니다.
kt 팬들의 응원이 쏠릴 수 밖에 없죠!
kylemong
16/04/01 16:12
수정 아이콘
머엽이일꾼이머엽

김머엽화이팅
저그인
16/04/01 16:15
수정 아이콘
황제의 유산 대 8년의 기다림!
초반에 여러 삽질로 최악으로 가던 리그가 오직 선수들의 힘으로 이런 좋은 상황을 만들었네요. 대부분의 리그는 결승을 가장 기억하니 마지막을 잘 장식했으면 좋겠습니다.
비상하는로그
16/04/01 16:15
수정 아이콘
마냥 박령우 화이팅!!!!
이라 하기에는 김대엽 선수가 우승하는것도 괜찮을것 같기도 하고...
T1 팬이라 박령우 선수를 응원하겠지만..
김대엽 선수가 우승해도 크게 아쉽진 않을것 같아요~

두선수다 재미있는 경기 해주길!!
FloorJansen
16/04/01 16:46
수정 아이콘
과연 박령우는 황제의 길을 걸을지 어윤수의 길을 걸을지...
16/04/02 09:00
수정 아이콘
져도 가을의 전설의 주인공인 황제의 길이긴 하죠
16/04/01 17:30
수정 아이콘
더욱 비참한 것은, 김대엽을 잡아낸 선수는 모두 우승했다는 것이었다....
더욱 비참한 것은, 김대엽을 잡아낸 선수는 모두 우승했다는 것이었다....
ㅠㅠ
Sgt. Hammer
16/04/01 17:31
수정 아이콘
이번에 준우승하면 입증 사례가 4건으로 늘어납니다.
박령우한테 이미 삼대빵으로 털렸다가 올라온거라 ㅠㅠ
테임즈
16/04/01 17:32
수정 아이콘
김머엽 화이팅
하얀수건
16/04/01 17:52
수정 아이콘
진짜 멋있는 스토리라고 생각해요
총사령관
16/04/01 20:10
수정 아이콘
스2 시청 자주 하지 않는데 글을 읽어보니 김대엽선수 왠지 송병구 선수가 투영되네요 신상문의 마인대박..ㅜㅜ으로 강렬한 기억이 남아있었는데(에결이였던것 같은데 맞나요? 파란타일이였는데) 이번에 한번 시청하겠습니다! 김대엽선수 화이팅!!!!
윌모어
16/04/01 21:46
수정 아이콘
와 오랜만에 전율을 느끼게 하는 글이네요
결승전은 반드시 본방사수해야겠습니다!
Sgt. Hammer
16/04/01 21:47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스타 1 때 바로 이런 글 때문에 PGR에 가입하게 됐었는데 이제 볼 수가 없어서 저라도 한 번 써보고 싶었어요 ㅠㅠ
다반향초
16/04/02 00:22
수정 아이콘
진짜 이런 글 너무 좋아요!!
탈리스만
16/04/03 10:18
수정 아이콘
군심 열혈 시청자였지만 공유가 나온 후로 거의 안 보고 살았는데 이번 결승은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글이군요.
역시 스타는 이런 오글거리는 포장이 어울려요. 잘 봤습니다.
Sgt. Hammer
16/04/03 10:25
수정 아이콘
오글거려야 피지알이죠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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