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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12/10 15:00:35
Name Alan_Baxter
Subject [기타] 한동안 PGR을 떠나며, 온게임넷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

안녕하세요. 게임 게시판에 글을 쓴지 너무 오래 지나서 긴장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네요. 특히, 제 인생이야기를 하다보니까 더 긴장되네요. 이번에 온게임넷과 관련된 글을 쓰는 이유는 오랜기간 동안 활동을 안했었지만, 개인적인 일로 인해 한동안 PGR 활동을 쉬는 기념(?)으로, 한동안 게임방송 시청을 중단하는 기념으로 제 인생 대부분을 함께 해왔던, 온게임넷 간의 인연부터 비판, 바람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1. 나에게 온게임넷이란...

저에게 온게임넷이란 학창시절의 절반이자, 가장 소중한 친구였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개국하는 그 시점 부터 생방송 게임콜을 지나, 스타리그, 롤챔스까지 늘 함께였습니다. 중고등학교 때에는 위성 DMB에 온게임넷이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용돈을 줄이고 모아둔 돈을 부모님께 드려서 할부원금 60만원 짜리 폰을 구입했었고 (삼섬 울트라 에디션과 T옴니아 1), 매주 금요일이면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스타리그를 무조건 시청했습니다. 스타리그를 직접 보기 위해, 돈을 차곡차곡 모아서 생전 처음 부산을 떠나 서울로 올라가서 볼 정도 였습니다. 직접 가서 본 스타리그에 너무나도 감동을 받았는지, 프로리그 결승 땐 인천으로 가 몇 시간 되지 않는 결승전을 위해서, 한 겨울 날씨에 12시간 넘게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새벽에 너무 떨고 있어서, 경비원께서 잠시 안에 들어가 쉬라고 했었던 기억이 있네요.)  물론, 뒤이어 진행된 그랜드 파이널도 보러 갔었고요. 한창 공부할 나이였지만, 스타리그를 보러갔다는 이유로 선생님께 크게 혼나기도 했었고, 공부에 소홀하다 보니 좋은 대학에 간 것도 아니었지만, 지금까지 그 시절을 후회한 적이 한번도 없고 오히려 힘들었던 학창시절을 버텨준 소중한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로 열심이었던 저였지만 사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브루드워를 해본 적이 대략 스무번 될까 말까 할 정도로 스타에 대해 큰 열정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그렇게까지 빠지게 된 원인에는 선수들과 방송을 만드는 제작진들의 열정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열정은 말 안해도 모든 분들이 아실 것이고, 뜬금없이 제작진을 꼽은 이유는 제작진 스스로가 리그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지고 요소 하나하나에 신경쓰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리그가 하나 하나  바뀔 때마다 리그 컨셉, 오프닝, 심지어는 조명의 색깔과 위치까지 바뀐 모습을 보며 혀를 내둘렀던 기억이 있습니다. 출시된 지 오래 지난 게임이지만, 어떻게든 새로운 요소를 발굴해내기 위해서 그렇게 노력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건 단순한 비지니스 정신이라든가, 시청률을 올리겠다는 목적 보다는 순전히 이스포츠을 제일 처음 만들어냈다고 하는 자부심과 단순한 게임 방송을 넘어 한 국가를 대표하는 방송을 만들겠다는 노력의 산물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저도 그러한 부분을 칭찬하고 싶은 마음에 글도 몇번 쓰기도 해서 제작진 분들께 감사 쪽지를 받기도 했습니다.

2. 스타크래프트2 리그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열정'

시간이 지나 온게임넷이 부르드워로 진행한 마지막 스타리그를 끝내고, 새로운 스타크래프트2 스타리그를 진행한다고 했을 때 "분명 온게임넷이라면 다르겠지." 라고 기대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미 모든 제작 역량과 인력이 롤챔스에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그러한 기대는 무색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리그 후원사인 옥션의 '올킬' 컨셉에 맞게 노란색 킬빌 테마는 겉보기에는 그럴싸 해보였지만 저로서는 이전 리그보다 퇴보한 것이 느껴졌고, 오프닝에서는 선수들의 모습이 전혀 사라졌습니다. 리그 자체의 퀄리티에 대해서는 많은 저보다 더 잘 아실테니 말씀을 안드리겠습니다. 이건 제가 기대했던 스타리그가 아니었습니다. 다른 리그와 차별화가 느껴지는 그런 리그가 아니었습니다.

좋게 말씀드리면 "어떻게 하면 좀 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까"하는 스타리그 때의 열정이 사라진 것 같았고, 심하게 말씀드리면 하기 싫은데 의무적으로 편성하려는 것이 눈에 보였습니다. WCS 체제로 진행된 2013년 스타리그, 이른바 마지막 스타리그 땐 "이번에야 말로 열심히 제작했겠지." 라는 생각으로 시청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스타리그 또한 별 다를게 없어보였습니다. 그렇게 온게임넷의 스타리그는 조용히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어떻게 보면, 롤챔스에 모든 제작역량을 쏟아 부을 수 밖에 없었던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래도 스타리그는 한 때 온게임넷의 간판이자, 온게임넷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가장 인기가 있는 게임이 등장했다는 이유만으로, 시청률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스타리그를 소홀히 한 것은 브루드워 시절의 온게임넷과는 정반대의 모습입니다. 과거 온게임넷은 스타리그의 인기가 침체되었을 때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려 했고, 오프닝과 8강 지방투어를 통해 현실화하였습니다. 특히, 10년 넘는 역사 동안 스타리그를 꾸준히 시청해왔던 수많은 시청자들을 생각한다면 이런 식으로 아무런 언급없이 끝내버린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고 매우 서운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팬으로서 일방적으로 비판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온게임넷이 스타크래프트2 스타리그를 진행하려는 의지를 어떻게 발견하고 싶었던 저는 온게임넷에서 스타크래프트2를 언급하는 유일한 방송인 스타행쇼 시즌4를 매주매주 시청했습니다. 문제의 6화... 저 또한, 주제나 시점(당시 프로리그 준결승 진행중), 몇몇 발언들에 대해서는 매우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악의는 없었다고 믿고 싶습니다. 그리고, 새로 진행되는 스타행쇼 시즌5에서는 스타크래프트2의 비중이 반 이상 가까이 되는 만큼 행쇼에서도 만회하려 노력하는 것이 보입니다. 하지만, 이후에 온게임넷 차원에서 티어 1 정도되는 이벤트 리그라도 진행했거나 그럴 여력이 없었다면 이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나 이야기가 있었다면 진정성이 느껴졌을텐데, 그런 노력조차 안했다는 점은 스타크래프트2 팬분들 입장에서 온게임넷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한 것 같습니다.

3. 위기의 온게임넷

이러한 상황에서 온게임넷에 입사하여, 많은 분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 노력하고 싶었습니다. 온게임넷 취업을 잠시동안 준비할 때 현 온게임넷 상황에 대해서 저 스스로 내린 판단은 현재 온게임넷은 "분명한 위기" 라는 점입니다. 온게임넷은 원래 메인리그(스타리그, 롤챔스) 말고도 프로리그(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롤 마스터즈 등) FPS 리그(서든어택 등), 캐주얼리그 (카트라이더 등), 격투게임리그 (액션토너먼트/던전앤 파이터+사이퍼즈)가 시청률 견인차 역할과 이른바 '띠 편성'이라고 하죠? 6시 대 빅리그 편성을 무리없이 했으나 (토,일,월 - 스타리그, 화,목 - 서든어택 슈퍼리그, 수,금 - 스타리그, 토, 일 - 카트라이더 리그) 현재 거의 모든 리그의 주관방송사가 스포TV 게임즈로 넘어간 상태입니다. 블레이드 앤 소울과 하스스톤이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전자는 아직 이스포츠화가 덜된 상태이며, 후자는 리그 자체가 이벤트 리그에 가깝기 때문에(한중 마스터즈)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롤챔스가 롤챔스 코리아로 개편되면서 편성이 더욱 널널해졌는데, 어떻게 채울지도 문제입니다.
(* 리그가 타 방송사에 넘어간 이유가 자업자득이라던가 온게임넷의 역량이 떨어져서 그렇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메인리그 처럼 무겁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다소 캐쥬얼한 연출, 독특한 무대 컨셉으로 잘 이끌어왔다고 봅니다. 하지만, 롤챔스 코리아를 제외하고는 핵심 리그 컨텐츠가 없다는 점은 중대한 위기 상황이라고 봅니다. 물론, 철권리그는 병맛이었지만요.)

예능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나캐리, 켠왕 모두 오랜 기간 동안 진행되어 있기 때문에 피로도가 상당한 상태입니다. 특히, 잦은 휴방으로 인하여 관심도가 많이 떨어진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엎친데 덮친격으로 스타크래프트2 팬들에게 좋지 못한 시선으로 여겨지는 것 또한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또한, 갑작스러운 리그 중단, 행쇼 사태, 명예의 전당 등으로 점점 골이 깊어지고 있는 추세인데, 신뢰를 회복할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거라 생각됩니다.

4. 온게임넷에 대한 바람

이러한 상황에서 온게임넷에 드리고 싶은 마지막 말씀은 바로 '제발 소통 좀 하라'는 것 입니다. 개인적으로 온게임넷에 대해 가장 답답한 부분이자 온게임넷 스타리그 시절부터 롤챔스까지 온게임넷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하면 바로 소통 부족입니다. 누가봐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 - 고질적인 해설 문제, 16강 단판 풀리그, 8강 토너먼트 리그 방식을 끝까지 유지한다던지, 갑자기 해외에서 결승을 진행한다던지 - 에서 입을 닫아버리고, 마이웨이를 한 것이 지금 생각해봐도 수 차례입니다. 물론, 그러한 부분이 어느순간 온게임넷 만의 전통이 되었고, 끝내는 박수를 받았을 때가 몇번 있었지만, 대부분은 답답함만 느꼈고,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추측만이 난무했었습니다.

협회도 팬들의 불만에 대해 고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면서, 불통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있는데 온게임넷 만큼은 특유의 불통 이미지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가 제안하고 싶은 것은 온게임넷 '옴부즈맨 프로그램'입니다. 온게임넷은 다른 케이블 채널이 간간히 지상파 드라마나 예능을 섞어서 방송하는 경향이 있는 것에 반해 온게임넷은 자체제작이 거의 100%에 이릅니다.(tvN도 물론 자체제작 비율이 높지만요.) 이러한 상황에서 시청자의 피드백이 다른 어떤 채널 보다 중요한데 반해 그러한 프로그램이 지금까지 전무했다는 것은 아쉬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상파나 종편처럼 진지한 옴부즈맨 프로그램을 하기 보다는, 과거 tvN 프로그램 처럼 시청자 의견을 듣고 제작진의 입장을 설명하는 시간도 갖고, 일주일 동안 가장 시청률이 높았던 프로그램에 대해 보여주는 식으로 예능과 결합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현재 게임리그 체제는 게임 유통사에 의해 개최여부가 결정되고 있어서 매우 불안정한 환경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온게임넷이 자체적으로 역량을 가지고 이스포츠화가 될 수 있는 여러 게임을 발굴했으면 좋겠습니다. 예능분야에 있어서는 개인적으로 최신 게임 뿐만 아니라, 고전게임을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도 하나쯤은 있었으면 합니다. 켠김에 왕까지에서 조금이나마 보여주고 있지만, 하나의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고전게임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고전게임이라고 해서, 70~80년대 게임만을 말씀드린 것이 아닌, 90~2000년도까지의 국내 RPG 명작이라던가, 롤러코스터 타이쿤이나 임프레션 건설 시뮬레이션 시리즈와 같은 시뮬레이션 게임이라던가요.)

5. 글을 끝내며...

제 나름대로 많은 비판을 했지만, 아직 온게임넷 제작진의 열정은 사그라들지 않았다고 봅니다. 롤챔스에 모든 제작 역량을 쏟아 부으며 최고의 명품리그를 만들겠다는 열정이 보입니다. 개막전은 무조건 모두 시청했고, 매번은 아니지만 가끔씩 생각날 때마다 본방 챙겨보는 편이고, 스타리그와 마찬가지로 디테일한 부분에 많이 신경쓰이는 것이 보입니다. 하지만, 거듭 말씀드려서 정말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은 그러한 제작 역량이 타 리그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특히, 온게임넷의 간판이었던 프로리그와 스타리그 모두 타 방송사로 이동한 부분은 온게임넷에서 뼈아프게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아무튼, 현실적인 이유로 온게임넷에서 제 열정을 펼치지는 못하겠지만(솔직히 몇년 전에 인턴제의가 오긴했습니다. 군 생활 때문에 거절했지만요. ㅠ_ㅠ), 지금 노력하는 부분과 다른 곳에서나마 온게임넷이 스타리그에서 보여주었던 열정, 굳건한 의지를 본받아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한동안은 온게임넷을 포함해 이스포츠 방송을 제대로 시청하진 못하겠지만 프로리그를 비롯해 GSL, SSL, 롤챔스 등등 모두 좋은 방송 만들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PS. 마지막 글인 만큼 틀린 부분이 있더라도, 다소 너그럽게 봐주시길 부탁드리겠으며, 바로바로 수정토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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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2/10 15:08
수정 아이콘
월탱같은 경우는 올 10월까지 리그가 진행되었습니다.
꼬박꼬박 직관했는데 빨리 차기리그가 열리길 바랍니다.
Alan_Baxter
14/12/10 15:15
수정 아이콘
아, 온게임넷 들어가보니까 VOD가 7월까지 밖에 없길래 그렇게 썼는데 계속해왔군요.
제가 9월 이후에는 온게임넷 직접 시청을 거의 못하고, 대부분 유튜브 영상을 봐서 확인을 못했습니다. ㅠㅠ
월탱리그에 대해서 비교적 길게 썼는데 글의 흐름과 벗어난 것 같아서 지웠는데 저도 몇번 시청했고
친구가 워낙 월탱 광팬이라서 직접 플레이도 해봤는데 다른 게임들과 또다른 매력이 있더라고요.
14/12/10 15:25
수정 아이콘
첨엔 쿠폰때문에 억지로 봤는데
경전차 추가패치로 인한 사용전차의 다양성 증가와
새로운 전술을 찾으려는 선수들의 노력이 더해지면서
최근 경기는 참 즐겁게 관람했습니다.
14/12/10 15:29
수정 아이콘
1년에 3시즌이 진행되니 12월 말에서 1월에 시즌 3가 개막 할 것 같습니다.
접니다
14/12/10 15:17
수정 아이콘
위기라기 보다 넥슨이 스포티비와 함께 사업하면서 넥슨 겜들이 다 빠진거 아닌가요?
Alan_Baxter
14/12/10 15:22
수정 아이콘
알고있습니다. 온게임넷 입장에서는 주요 컨텐츠가 스포TV 게임즈으로 빠져나갔다는 것은 충분히 위기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직접적으로 표현하다 보면 넥슨 게임 리그를 진행하고 있는 스포TV 게임즈에 누를 끼칠 수 있는 만큼 표현을 다소 완화했습니다.
서리한이굶주렸다
14/12/10 15:33
수정 아이콘
켠김에 왕까지는 굉장히 휴방을 오래하더군요.
온게임넷의 제작환경이 이런 초저예산 프로그램마저 진행시키지 못할정도로 열악한 것인지, 이어나갈 의지가 없는것인지...
솔로10년차
14/12/10 15:41
수정 아이콘
본문과 상관없습니다만, 개인적사정으로 떠나신다니 인사드립니다. 그동안 여러 글들 감사했습니다.
귓가에 햇살을 받으며 석양까지 행복한 여행을, 웃으며 떠나갔던 것처럼 미소를 띠고 돌아와 마침내 평안하기를.
14/12/10 16:19
수정 아이콘
마약을 끊는다구요??? 힘드실듯...;;
하시는 일 다 잘되시길 바랍니다.
Davi4ever
14/12/10 16:20
수정 아이콘
직접 뵌 적은 없었지만 PGR을 통해 많은 이야기도 나누었는데
좋은 의견을 많이 주셨던 분이 PGR을 쉬신다고 하니 아쉽습니다.
(어쩌면 같이 일하게 됐을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죠.)

저는 01년부터 05년 상반기 정도까지 팬의 입장이었고, 그 이후는 관계자로 살고 있습니다.
05년쯤에는 솔직히 팬의 입장에서 관계자들을 볼 때 "왜 이렇게 일을 못하지?" 이런 생각도 많았죠.
하지만 직접 일을 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고
그렇기에 팬들과 관계자들의 시각 차에서 나오는 좋지 않은 이슈가 있을 때 많이 마음도 아팠습니다.
팬들은 왜 화가 났고, 관계자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도 모두 이해가 되는데,
정작 제가 뭔가 크게 바꿀 수 있는 건 적었고 그저 저에게 주어진 일을 하는 것이 최선이었습니다.
그런 것들이 반복되다 보니 어느덧 상당히 수동적으로 사람이 변해 있어서 최근 많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2012년에 회사를 옮기게 되었고, 올해는 메인 게임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은 다했지만, "베스트로 했다"는 만족은 할 수 없었던 올해였습니다.
남은 2014년, 그리고 2015년에 더 좋은 것들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연말 마무리 잘 하시고, 2015년 좋은 일들만 있으시길 바라겠습니다.

p.s 행쇼에서 실수했던 부분들에 대해 악의가 없었음을 믿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그때의 실수는 계속 안고 가겠습니다.
무관의제왕
14/12/10 16:23
수정 아이콘
저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만 온게임넷 FGI 인터뷰 참석을 통해서 그리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스타리그에 대해서는 이미 단념을 했습니다. 제 생각엔 각 방송국이 주력 종목을 맡아서 진행하는 현재 상황이 이상적이고 가장 좋습니다. 다만, 온게임넷의 욕심이 화를 불렀다는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트리거
14/12/10 16:53
수정 아이콘
햐...어떻게 제가 하고싶은 말들만 쏙쏙 집어서 말씀해주시네요...
엔타이어
14/12/10 17:18
수정 아이콘
이런 글쓰시는 분들은 아직도 온게임넷에 대한 애정이 남아있는 분들이죠.
저도 몇달 전까지는 이런 쓴소리를 하면 한마디 하고 싶고, 뭔가 온게임넷 이대로 안된다는 글을 써보려고도 하고 그랬는데,
요즘은 그냥 안봅니다. 온게임넷 채널을 틀어본게 롤드컵 결승때 이후로 없네요.
아직 애정이 있으신 분들이 저처럼 될까 걱정되네요.
부디 온게임넷이 애정을 가지고 한마디 하시는 분들의 마음을 무시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14/12/10 18:17
수정 아이콘
온미디어에서 문화창조로 옮겨간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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