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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9/12/28 05:31:47 |
Name |
PianoForte |
Subject |
천재 vs 폭풍, 추억을 되살리며. |
안녕하세요? PGR에 가입한 지 6~7년만에 거의 첫 글인 것 같네요.
오늘 프로리그 로스터를 보며 감회에 젖지 않을 수가 없게 되어 글 하나 쓰고자 합니다.
제가 스타를 한창 보던 때는 4대천왕의 시대, 그리고 이들을 셧아웃시킨 괴물 최연성의 시대였습니다.
그 때는 어딜 가더라도 이들의 경기를 볼 수 있었고, 이것이 흥행 보증수표이기도 했죠.
숱한 명경기와 무수한 일화를 남긴 임진록,
임요환-이윤열-최연성으로 이어지는 소위 '본좌'라인의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
최고의 자리 바로 앞에서 수없이 꺾였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최고를 향해 달렸던 폭풍 홍진호,
종족의 암울기에 무수한 강자들을 꺾으며 '영웅'이 되었던 박정석,
정말 스타를 보는 게 즐거웠던 시절,
그 때의 스타들과 명경기들은 아련한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다른 문제들로 바빴던 전 서서히 스타에 관심을 끊어 갔습니다.
그리고 4년이 흘렀습니다.
그 동안 많은 일이 있었지요.
군복무 시절 내무실에서 간간히 틀어놓고 보던 스타리그에는
김택용이니 이제동이니 이영호니 하는, 전에는 이름도 못 들어본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었고,
제가 알고 있던 그 시절의 스타들은 서서히 거기에서 보기 힘들어지게 되었죠.
2009년 12월, 군대를 다녀온지도 1년이 지났습니다.
최근에 정말 예기치 않게, 별다른 이유도 없이 스타를 다시 손에 잡게 됐고,
스타리그나 프로리그도 찾아보고, 잊고 있었던 스타 커뮤니티들도 다시 찾아다니게 됐습니다.
정말 많은 게 바뀌었죠. 스타리그엔 그 동안 쌓인 만큼의 역사가 더 쌓여 있고,
프로리그는 우여곡절 끝에 완전히 정착했고 이젠 스타판의 중심이 되어 있는 듯 합니다.
하지만 허전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그곳에는 추억 속의 스타들,
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제가 유일하게 오프라인으로 봤던 '야구장 결승'의 두 주인공은 이제 중계석의 좌우에서 마이크를 잡고 있고,
테란유저임에도 정말 치를 떨면서(?) 봤던 괴물은 이제 자신이 있던 팀의 코치, 그리고 유부남(!)이 되었습니다.
그 시절 인기를 나누던 4대천왕도 이제는 보기 힘든 존재들이 되었죠.
황제와 천재는 이제 방송경기에서 보기조차 힘들게 되었고,
폭풍과 영웅은 공군버프(?)로 방송엔 꾸준히 나오지만 이기는 모습은 보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최근 열린 IeSF 클래식을 전 정말 흥미진진하게 볼 수밖에 없었죠.
그리 수준높은 경기들은 아니었지만, 옛 추억을 다시 만나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었으니까요.
여기서 우승한 이윤열 선수,
그 동안 마음을 잡지 못했고, 얼마 전엔 작은 소동도 있었습니다만
들리는 이야기로는 이제 다시 마음을 다잡고, 연습에 매진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리고 방송무대에서 사라졌던 그가 다시 프로리그에 나타났고,
그 첫 상대는 공군에서 재기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왕년의 '폭풍'입니다.
오늘 프로리그가 정말 기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경기력은, 적어도 제겐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아직까지 경기를 하고 있다는 게, 오늘 이 순간엔 가장 중요할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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