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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1/19 22:08:02
Name 허풍저그
Subject 상문예찬
누군가를 맹목적으로 찬양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며, 하물며 그것을 공개적으로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비난받을만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것은 결코 맹목적인 성격의 예찬도 아니고, 온갖 상호 비방 및 욕설이 난무하는 저주받은, 하지만 그 저주에 비해 강점이 너무도 많은 이 가상의 땅에서는, 차라리 훨씬 장려되어야 할 것이 아닌가 싶다.

이것은 신상문 선수에 대한 개인적인 글이다.

'스타'를 보지 않던 시기가 있었다. '08년 중반이 넘어가면서 다시 조금씩 보게 되었다. 물론 여전히 남아있는 선수들도 있었지만, 확실히 판을 수놓는 수많은 게이머들의 이름이 생소했다.
나는 아이디도 '허풍저그'이듯 '폭풍저그' 홍진호 선수의 팬이었다. (Recommendation / 그래 홍진호는 기억된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스타'에서 멀어졌다가 다시 돌아왔을 때, 인크루트 스타리그에서 소위 '콩'라인이라는 송병구 선수가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렇다. 누군가의 팬이 된다는 것은 서글픈 일일수 있다. 나이키 광고였나, 보스턴 레드삭스의 우승을 보기 위해, 오직 그것만을 위해 같은 좌석을 찾는, 그러한 팬들의 늙어가는 모습을 보라! 그럼에도, 그렇기에, 나는 송병구 선수의 우승에 넋이 나간 듯, 그의 팬이 되었다.

그리고 MSL에서는 지금의 '택뱅'의 한 명인 혁명가 김택용 선수가 프로토스 최초의 3회 우승을 이룩해냈다.

'오프시즌', PC방 예선 등. 그러나 프로리그 경기가 거의 매일같이 열렸다. 예전에 나는 팀리그를 개인리그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했지만, 지금 보았을 때는 그렇지도 않다. MSL 조지명식에서 e-sports계의 전설 중 하나인 이윤열 선수가 '왜 요새는 쇼맨쉽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을 경기내에서 안 보여주느냐?'라는 질문에 답변했듯, 지금은 선수들 실력이 상향평준화 된 것이 사실이여서, 한 경기, 한 경기가 박진감이 넘친다.

신상문 선수에 대한 첫 인상은 예전에는 팀 동료였던 박찬수 선수와의 경기에서 뚜렷히 각인된다. 프로리그 3라운드 시작과 동시에 '올킬'을 이루어낸 박찬수 선수를 상대로 신상문 선수는 '투 스타' 플레이로 압도적으로 이긴다. 내가 봤을 때, 저그의 입장에서는 짜증날 정도였다. 예전의 같은 팀, 하지만 그때는 박찬수 선수가 있었다면, 지금은 확실한 에이스로 신상문 선수가 있다는 식으로 해설자분들이 말했던 것 같다.
그리고 신상문 선수는 보는 족족 이겼다. 특히 테테전이, 스파키즈의 감독님과 코칭진의 작전이 먹혀든 것인지, 계속해서 나왔고, 아시다시피 조병세 선수에게 내주기 전까지 10연승 테테전 연승 타이기록을 이루어냈다.
2라운드의 마지막은 웅진스타즈와의 경기였고, 테테전 연승에 제동이 걸린 신상문 선수였지만, 테테전을 또 다시 승리로 거둔다. 그것도 다소 불리하게 출발했다는 견해에도 불구하고. 이 두 팀은 결국 에이스 결정전까지 갔고, 신상문 선수는 윤용태 선수를 잡고 팀에 승리를 안겨준다.
2라운드 종료결과 합계 21승 6패. 다승 단독 선두. 2라운드만은 12승 2패. 신이 강림했다는 말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의 위력이었다.

3라운드가 시작되었다. 위너스 리그는 예전의 팀리그 방식을 부활시켜 진행되었다. 스파키즈는 3라운드 첫 상대로, 2라운드의 마지막 상대였던 웅진 스타즈를 만났다. (나는 현장관람을 했다.)
2라운드 방식상 승리를 위해서는 검증되지 않은 신예들을 과감히 기용하기가 힘들었지만, 3라운드는 그 면에서는 팀들에 상당한 융통성을 마련해주었다. 스파키즈의 박명수 선수를 상대로는 다소 신예라 할 수 있는 김승현 선수가 나왔다.
김승현 선수는 예상하기 힘들었던 3연승을 기록하며 '올킬'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스파키즈는 어찌보면 너무도 당연한 신상문 선수를 내보냈다.

신상문 선수의 시작은 불안했다. 기세를 탈대로 탄 김승현 선수 앞에 4:0으로 끝나는 듯 했다. 프로토스는 테란의 초반 견제를 침착하게 막고, 도리어 셔틀-드라군으로 그나마도 늦게 들어간 테란의 안마당 커맨드 센터를 들어올리게 하고, 테란 병력을 본진으로 우겨넣었다.
나도 끝났구나, 라며 갈 때라고 생각했다. 그때, 진짜 '미라클'이 일어났다. 빌드싸움, 병력 힘싸움과 운영이 주류인 시대에 신상문 선수는 기적전인 컨트롤과 견제 플레이, Game-Q 시절의 황제 임요환 선수를 연상시키는 그 경악스러운 드랍쉽 운영으로 상대의 혼을 빼놓으며 주도권을 빼앗아 온다. 진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신상문 선수의 감상적인 팬들이라면 기쁨에 겨워 울 수도 있는 그런 경기였다.

신상문 선수가 상대의 '올킬'을 막아내자 역'올킬' 이야기가 술렁댔다. 스타즈는 김준영 선수를 내보냈다. 신상문 선수는 빠른 배럭으로 벙커링을 시도했고, 성공한 듯 했지만, 김준영 선수는 그 피해를 훌륭하게 북구하며, 중장기전으로 넘어갔다. 신상문 선수의 차후 작전은 3번째 멀티 이상은 주지 않는다, 였다. 그리고 결국 승리를 거두었다.

스타즈는 김명운 선수를 내보냈다. MSL에서 디펜딩 챔피언 김택용 선수를 마지막에 물리치고 16강 티켓을 거머쥔 김명운이었다. 하지만, 신상문의 '투 스타' 레이스에 정말 아무것도 못해보고 GG를 선언했다. '투 스타'레이스라니, 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그 레이스 컨트롤은 혀를 내두르게 하기에 충분했고, 역'올킬' 판을 스스로 완성시켰다.

재미있게도, 그리고 당연하게도 에이스 결정전의 상대는 윤용태 선수와였다. 윤용태 선수로서는 설욕할 수 있는 리턴매치였다.
그리고, 역'올킬'의, 공식전 역사상 단 한차례도 없었다는 그 역사는, 치열한 접전 끝에 결국 씌여지지는 못했다. 문장을 다 쓰고, 마침표를 찍지 못한 것이었다.

스파키즈는 아쉽고, 신상문 선수 스스로는 더욱 아쉬웠겠지만, 수많은 팬들의 기억 속에 남을만한 경기를 보여준 '미라클 보이' 신상문이었다.

다시 한번 적자면, 팬이 되는 것은 때론 서글픈 일이다. 내가 지금보다 어린 시절 홍진호 선수를 응원할 때는, 어렸기 때문에, 어찌보면, 사람과 사람의 느낌이 아닌, 그냥 멀리서 경기나 보고 훌륭한 플레이에 박수치고 지면 아쉬워하는, 딱 그 선에서, 그저 그런 것에 불과했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은 알 것 같다. 간혹 카메라에 잡히는 기도하는 여자분의 마음을. 그 우는 모습들을...
경기가 끝나고, 뒷자리, 비공식적인 팬미팅 현장에서 함께 즐거워하고, 아쉬워하는 그 모습들을...

아, 정말이지 팬이 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도저히 '미라클 보이'의 팬이 안 될 수가 없다.

신상문을 예찬한다.
그리고 모든 게이머들을 아껴주는 순수한, 해바라기와도 같은 팬들도 예찬한다.

Hey, Miracle Boy! Like I said face 2 face, "신상문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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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zarD_SlayeR
09/01/19 22:18
수정 아이콘
저는 얼마전 신상문 선수가 꿈에 나타나기까지 했습니다. 어찌나 착하던지..그날 프로리그를 봤는데 3승을하더군요.
신상문선수 예전부터 조금씩좋아지다가.. 이젠 완전 팬이됐습니다. 솔직히 요새 테란대세는 신상문인듯 ~
09/01/19 22:24
수정 아이콘
외모도 귀염상이고 실력은 물론이고 스타일까지 정말 매력적인 선수라고 생각되네요.

벌쳐쓰는 게 마치 이윤열 선수가 '앞마당 먹는 이윤열' 직후에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이기는 '프리스타일'로 변하고 나서의 모습을

보는 거 같았습니다.
7drone of Sanchez
09/01/19 22:27
수정 아이콘
제목만 보고 깜짝 놀란 상문 출신입니다;;

무결점테란인 이영호와는 달리 스파키즈 특유의 악동 이미지가 첨가된 프리스타일 테란유저로 거듭나면 좋겠습니다.
aegis2000
09/01/19 22:29
수정 아이콘
정말 기대되는 선수..
하지만 토스팬 입장에선 악몽같네요 ㅜㅜ
09/01/19 22:35
수정 아이콘
이 기세면 개인리그4강은 그냥 맡아둔것같을정도로....

너무잘합니다.

딱히 약점도없는듯하고..... 저도 요즘 테란대세는 이영호선수보단 신상문선수같네요.
09/01/19 22:35
수정 아이콘
이 정도의 선수가 개인리그에서 부진한다면 지금의 염보성선수 정도로 기억에 남게될테죠.
배지 한, 두개 정도는 가슴에 달고다니길 바랍니다.
headstrong
09/01/19 22:35
수정 아이콘
아 정말 기대하고 있어요~
참 관심이 가는 선수예요.

신상문선수 파이팅~
낭만토스
09/01/19 23:14
수정 아이콘
염보성이 되느냐 이윤열이 되느냐.... 과연?
WizarD_SlayeR
09/01/19 23:18
수정 아이콘
낭만토스님// 글쎄요 제가봤을때 포스가 딱 이영호선수와 비슷하지않나요? 그리고 신상문선수 아마 나중에 러브콜도 받을듯.
09/01/19 23:25
수정 아이콘
글쓴이 님과 저랑 비슷하네요 ..
저는 학업(?)이라는 이유로 스타를 멀리하다가
대학에 들어오고 08년도 8월부터 스타를 다시 보기시작했었는데..
그때 눈에 들어온 선수가 '미라클보이' 신상문 선수였습니다.(별명이 고테츠였던 제 친구랑 닮았더군요)
프로리그 결승전이었나요?
우여곡절 끝에 온게임넷이 결승에 올라가서 삼성전자랑 하는 경기였던걸로 기억하네요
신상문 선수는 승리 후에 감독님게 뛰어가던 모습이 생각이 나네요..
여러분들이 아직 개인리그에서의 성적을 보고 말해야 된다고 하시는데
현재 테란 중에 엄청난 포스와 잠재력을 지닌 것 같아요
어제 해설분(기억이 안나네요 ㅜㅜ)이 말씀 하신게 기억이나네요
김준영 선수와의 경기중에
경기를 하면 할수록 경기 중에서도 점점 더 잘해지는 느낌이라고 하신 거 말이죠.(웅진빠로써 역사상 첫 역올킬 당할까봐 맘조리면서 봤다죠..)
이 선수의 09년도 기대해 봅니다. ! 우승 한번 해주셨으면 좋겠네요..
나는 그냥 걸어
09/01/19 23:34
수정 아이콘
흠, 제가 봤을때 포스 자체가 염보성 선수 이상이더군요
염 선수랑은 약간 다른듯
많이 기대 됩니다
목동저그
09/01/20 00:14
수정 아이콘
상문 선수 거침없는 플레이와는 다르게 얼굴은 너무 귀엽더군요. 난 남자인데...
암튼 개인리그 성적만 좀 받쳐주면 충분히 스타가 될 수 있는 선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우를위해
09/01/20 03:04
수정 아이콘
정말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내는 선수라는점에서.....신상문이라는 그릇의 크기가 어느정도 예상이됩니다.

윤용태선수와의 에결에서도....윤용태선수의 골든글러브급 연기로 분명 예상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는데도......일반 테란이라면 선택했었을 따라가는 더블이 아니라 FD식 찌르기를 선택한 모습을 봐도 그렇고..........대 김명운전 2:3 상황에서 꺼내든 투스타 전략....

게임을 정말 재미있게 만들어 가는 선수입니다.이런선수......얼마만인지........재미있는 게임을 승리로 가져갈줄 알고....역전승도 정말 잘하고....지는 게임이라도 무언가 임팩트를 줄줄도 아는.....오랜만에 스타판에 보석같은 선수가 등장했습니다.
Anti-MAGE
09/01/20 03:44
수정 아이콘
모 스타크래프트 관련 커뮤니티사이트에서 그러더군요.

신상문은 팀이 스파키즈가 아니라 sk이나 cj이었으면, 엄청난 관심과 서포트를 받았을거라고..

비 인기팀인 스파키즈의 일원인게 서럽다고..

하지만 비 인기팀에서 이정도의 영향력을 가진 선수가 나왔던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신상문 화이팅 입니다~
몽키.D.루피
09/01/20 05:58
수정 아이콘
메피스토 테란입니다.
사람의 정신력을 갉아먹는 악마...
낭만토스
09/01/20 06:43
수정 아이콘
WizarD_SlayeR님// 아뇨 그 뜻으로 말한것 아닙니다. 지금 프로리그에서 날아다니는데 개인리그에서 못하면 염보성이 되고

개인리그에서도 잘해주면 이윤열이 된다 이 뜻이죠. 실제 신상문선수랑 이영호선수는 플레이가 굉장히 다르죠

마치 전성기 이윤열선수를 보는 듯한 플레이....
아류엔
09/01/20 11:47
수정 아이콘
이날 경기 끝나고 처음 한말이 아- 아쉽다 였습니다.
그러면서 웃는데... 다음에도 왠지 이길거 같은 믿음이 샘솟더군요.
어떤분이 말한거 처럼 상문선수 최대힘은 긍정의 힘인거 같습니다.
실제로 봐도 밝고 건강한 아우라가 나오는 선수에요.



Anti-MAGE님// 비인기팀 맞지만... 역시 직접 지적당하니 눈물나네요.. 여기 쳐우는 스파키즈빠1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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