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에서 글을 보다보면, 김택용 선수의 기본기는 탄탄하다라는 글을 많이 보게 됩니다만, 거기에 대해서 약간의 태클을 걸어보고 싶네요. 기본기의 정의를 물량생산과 피지컬에 한정하다면, 분명 김택용 선수의 기본기는 탄탄하다고 봅니다만, 플러스 기본빌드를 생각해본다면... 글쎄? 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기본빌드 라는 것은 상대에 대해 전혀 모를 때 시전하는 자신만의 빌드 혹은, 운영방법을 의미합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김택용 선수는 유난히 다전제에 강한 선수입니다. 뭐, 요즘에는 프로리그에서도 강하기는 합니다만.
즉, 상대선수와 맵을 아는 상태에서 그것을 분석하고 판을 짜는 능력이 무척 강하다는 것입니다. 이 선수는 이 맵에서 이렇게 하는 경향이 있으니까... 혹은 이 선수는 이런 경향이 있으니까 이 맵에서는 이렇게 해야겠어... 라는 식이죠. 그 분석과 전략 전술의 콤보가 대단하지요. 제 1작전이 실패할 경우, 2작전이 실패할 경우의 대책까지 세우는 듯이 매우 심도깊은 작전을 세우게 됩니다. 김택용 선수의 경기 중 매우 완성도가 높은 경기가 많은 것도 이러한 경향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마디로 그 선수와 맵에 대한 1회적인 특화된 판을 만드는 것에 유능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전혀 데이터가 없는 신예 선수와 할 때, 혹은 에이스 결정전에서는? 이런 경우에는 그 맵에서의 자신만의 기본빌드와 운영 마인드로 대응하는 수 밖에는 없는데, 이럴 때는 매우 약한 모습을 보입니다. 예를 들어, 에이스 결정전에 도재욱 선수가 나오면 웬지 안심이 되지만, 김택용 선수가 나오면 매우 불안하지요. 상대가 누구이던간에 말이죠.

정확한 데이터를 제시한다면 더욱 좋겠지만, 귀찮기 때문에 그냥 제 기억을 더듬어 글을 쓰겠습니다.

흔히 말하는 김택용 v1.0시절의 기본빌드
프로토스전:30점
테란전:50점
저그전:90점

이 시절에도 저그전은 지금과 다름없이 확실히 정립되어 있었습니다. 누구를 만나도 일단 이렇게 하면 돼... 라는 식이었고, 잘 통했죠. 거기에 가끔씩 다른 빌드까지 섞어주었기에 더더욱 완벽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에 비해, 테란전은 조그마한 특화빌드를 자주 섞어서 사용했습니다. 즉, 조그마한 모험을 계속 시도했고 그 모험이 실패한 경기의 반 이상은 지는 식이었죠. 패스트 다크라던지, 전진 리버, 아비터까지... (사실 김택용, 박성균 경기를 하기 좀 전의 경기부터 김택용 선수가 아비터 빌드를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지금은 대중화 되었지만, 이 당시에는 완전히 정립되기 전이었기에 승률이 별로 좋지 않았죠.)

그럼 프로토스 전은?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른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제 기억으로 이 당시의 김택용 선수에게 가장 불안한 것이 프로토스 전이었죠. 승률과 관계없이 경기 내용 자체가 가장 불안했다는 말입니다. 이 당시 가장 프로토스 전을 잘한 선수가 박영민 선수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흔히 말하는 김택용 v2.0시절의 기본빌드
프로토스전:80점
테란전:60점
저그전:70점

저그전의 기본빌드는 확실히 정립이 되어 있습니다. 김택용 v1.0시절의 기본빌드의 업그레이드 판이라고 보면 될 듯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수가 낮은 이유는... 상대 선수들이 김택용 선수에 대해 특화된 빌드를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뭐, 그 이후는 구지 설명 안해도 다들 아실 듯 합니다. 오히려 이번은 엠에셀은... 어떤 분의 주장처럼 3저그 였다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그 입장에서 저그전이란... 물론 선수와 맵의 분석이 필요는 하겠지만, 거의 기본기로 하는 거지요. 3저그 모두 거의 김택용 전만 죽어라 연습했을 것이라는 설에 저도 동의하기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도 이해는 하지만... 더 충격적인 것이 오에셀 경기라고 생각합니다. 즉, 확실히 자기만의 훌륭한 기본 빌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캐리어 갈까요? 예전 이제동 선수와의 경기처럼...

테란전은 전보다 많이 정립된 느낌입니다. 아비터의 활용이 훨씬 능숙해 졌고, 마인을 제거하는 능력, 물량 생산등의 마인드가 확실히 정립이 되었습니다. 아마도 도재욱 선수에게 좋은 영향을 받은 듯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이영호 선수전은 이영호 선수에 대한 특화된 빌드를 사용한 것이 컸다고 생각하고, 곰클 대 이영호전 1경기를 보았을 때, 아직 많이 불안하다고 느꼈습니다. 대 테란전에서의 초반 운영 마인드가 말이죠... 빈틈이 있어도 놔둔다? 불안합니다.
그리고, 끝낼 수 있을 때 주저하는 점도 우려됩니다.
그리고, 캐리어는 아예 안가나요?

프로토스 전은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동족전이기 때문에 기본 빌드와 마인드가 경기 결과를 많이 좌우하는 데, 승률이 매우 좋죠. 하지만, 그냥 기본빌드만으로 대결해서 허영무 선수를 이길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해본다면... 조금 불안합니다. 대 허영무 전은 제 3경기의 전진게이트가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기에...
또 서로 기본으로 대항한 대 조재걸 선수전도 있고... 조금더 갈고 닦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제가 이렇게 길게 글을 쓴 이유는?
바로 제가 김택용 선수의 팬이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양대리그를 떨어지고, 팀리그에 전념해야 하는데... 팀리그 라는 것이 김택용 선수에게는 커다란 장벽일 수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입니다.
지금의 분위기라면 프로토스를 만나면 땡큐고,
테란을 만나서 상대가 메카닉 33업그레이드 빌드를 시전해주면 땡큐, 그 이외에는 잘 모르겠고.
저그를 만나면 불안합니다.

하루 빨리 맵에 대한 자신만의 기본빌드와 마인드를 확립시켜서, 팀리그에서도 뛰어난 활약 보여주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