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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9/17 21:41:43
Name 아브락사스
Subject '가위', '바위', '보'로 보는 스타크래프트... 그리고 프로게이머...
언젠가 주훈 감독이 '스타크래프트는 한 마디로 말하자면 가위, 바위, 보 게임예요'라는 말을 한적이 있었다...
아마도 준비해온 종족과 전략 그리고 선수들의 스타일에 따라 '가위, 바위, 보 게임'처럼 처음 손을 내밀때
이미 승패가 판가름 날때가 많기에 나온 말이리라...

스타크래프트를 방송으로 본지 이제 햇수로 칠팔년이 된 요즈음에서야 주훈 감독이 했던 말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기 시작하고 있다.
그렇다... 스타크래프트는 정말 '가위, '바위, 보 게임'이었다...
단지 가끔 '가위'가 '바위'을 가르고... '바위'가 '보'를 찢고... '보'가 '가위'를 부수지만...

(1) '가위'의 전성시대
스타크래프트가 방송경기의 가능성을 열어젖히고, 스포츠라는 형태를 갖추게 된 것은 '가위' 형 프로게이머,
'임요환'의 등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리라...
성큰 앞에 한줄로 늘어서서 스팀팩 쏘고 본진을 향해 전력질주하는 마린, 메딕...
디펜시브 걸고 스컬지가 지키는 길목을 뚫고 나아가는 두 기의 드랍십...
단 몇 십초만 늦어도 성큰이 완성되는 찰라에 당도하는 타이밍 러시...

임요환을 필두로 가난을 참으며 앞으로만 내달리는 홍진호, 초반 1 마리 유닛에서부터 끊임없이 찌르기를 반복하는 박용욱,
그리고 최근의 박성준, 한동욱에 이르기까지의 프로게이머들은 '가위'형 프로게이머의 전형이었다...
가장 재미있는 경기를 꼽으라 하면 나는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주저없이 '가위' vs '가위'의 경기를 꼽으리라...
누군가 하나 마지막 찌를 힘이 부칠때까지 격돌하는 그들의 경기는 아직도 그리운 소위 '낭만시대'를 추억하게 해준다...
하지만 이러한 '가위'형 프로게이머들의 전성기는 이내 일반적인 '가위, 바위, 보 게임'의 상성상 '바위'라는 강력한 적수들을 만나며 막을 내리게 된다.

(2) '바위'의 등장...
'힘'을 과시하는 '바위' 형 프로게이머는 아마도 김동수를 시작으로 탄생되지 않았나 싶다...
찔러도 찔러도 지칠줄 모르는 뚝심으로 밀어붙이던 김동수...
(물론 김동수의 등장은 '가위'형 임요환보다 먼저였으나...
임요환과 김동수의 결승전부터 스타에 빠져든 지나치게 주관적인 내 기준으로 (^^) 볼때
김동수의 '바위'형 게임은 임요환의 '가위'형 이후라 생각한다..)

이후 '바위'형 게이머는 이윤열과 박정석 그리고 최연성이라는 걸출한 두 테란과 한 프로토스를 맞이하며 전성기를 겪는다...
앞마당만 먹으면 죽어도 못 이긴다던... 센터에 탱크로 세 줄 빗금을 치고 뚫을테면 뚫어보라는 호기를 부리던 이윤열과
힘대힘으로는 테란에 안된다는 프로토스로 그것도 질럿, 드라군, 셔틀만으로 벌쳐, 탱크, 터렛에 맞서던 박정석....
그리고 치트키가 아니면 나올수 없는 정도의 물량으로 상대를 제압하던... 때론 레이스로 온리 골리앗을 상대하던 최연성...

가장 재미있는 경기가 '가위' 대 '가위'의 게임이지만... '바위' 대 '바위'의 게임은 그것과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해준다...
떠올려보라...
박정석의 질럿, 드라군, 캐리어, 템플러 조합과 골리앗, 탱크, 벌쳐, 터렛으로 30여분간을 맞서싸우며 전장의 포화속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던 최연성의 SCV들을...
보는것만으로도 나는 현기증을 느꼈었다...

하지만 박지호를 계보로 이으며 멈추지 않을 것 같던, '바위'의 치세도 또 다른 형태의 스타일을 만나며 슬럼프에 빠지게 된다...
박태민, 마재윤, 조용호, 전상욱이라는 '보' 형 게이머들에 의해서...

(3)'보'의 전성기... 운영의 시작...
유독 '보'형 게이머에 저그가 많이 생각나는 이유는 아마도 박태민이 마재윤이... 그리고 조용호가 게임을 할때는 질것 같지 않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와 비슷하리라...
늘 외줄타기를 하는 '가위'형과 무지막지한 물량에도 상대의 저글링, 러커, 성큰 수비라인을 뚫어내지 못하던 '바위'형 게이머들이
안정된 운영으로 맵전체를 밝히며 넓게넓게 싸우기 시작한 '보'형 저그에게 자꾸 지기 시작할 때부터의 잔상이 깊게 남기 때문에...

그리고 전상욱... '가까우면 벙커링, 멀면 더블'이라는 어찌보면 단순한...
허나 최적화된 안정적인 전략으로 프로토스를 상대로 사기에 가까운 승률을 올리며, '가위'보다 찌르기의 매서움은 약하지만...
'바위'보다 순간적인 물량의 폭발력은 약하지만... 그때그때 필요한 유닛의 조합을 찾아내는 '보'형 게이머들의 등장은
어찌보면 최근 스타크래프트가 재미없어졌다는 시기와 맥을 같이한다...
점차 게이머들은 게임을 보기에 즐거운 단순한 게임으로써가 아니라 상대를 제압해야 하는 수단으로써 활용하기 시작했고,
그에 맞는 최적화된 전략이 후대 게이머들에 의해 벤치마킹 당하기 시작했다...

(절대로 '보'형 게이머들을 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단지 그들의 지나치게 안정적인 운영은 질것같지 않기에, 늘 상대를 압도하는 형태로 각인됐기에...
승부의 예측이 설사 그들이 질때조차도 쉬운편이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장육, 염보성, 고인규란 신예를 발굴해내며 빛을 발하던 질것 같지 않은 '보'형 게이머들이 최근 지기 시작했다...
왜일까... 나는 그 이유를 '하나빼기'에서 찾는다...

(4) '하나 빼기'의 시대... 늘어나는 변수들...
언젠가부터 '가위, 바위, 보 게임'의 확장팩이라 할 수 있는 '가위, 바위, 보... 하나빼기' 식의 선수들이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 처음을 나는 강민에서 찾는다...

강민의 경기는 끝이나기 전에는 무어라 말하기 어려운 무정형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강민은 항상 '가위'와 '보'를 동시에 내고 그 중 '하나빼기'를 하는 경기 형태를 지니기 때문에...
초반의 과감한 하드코어 질럿 찌르기와 이어지는 리버, 더블, 템플러, 게이트 확장, 운영...
그리고 '일가'를 이루어내고도 아직도 진화중인 수비형 프로토스... 등등...
단순히 '가위'나 '바위'나 '보'를 사용하는 선수들이 당황할 수 있는 많은 요소를 가지고 있는 '하나빼기'의 시초가 바로 강민이었다...

비록 오랜 침체기를 벗어났다가 반짝 빛을 발한후 다시 침체에 들어간것 같으나, 강민은 언젠가 다시 일어설수 있을 것이라 확신이 든다...
누가 뭐래도 그는 '하나빼기'형 선수의 시초이기에...

강민을 시작으로 오버로드의 빈 시야를 찾아 다크를 찔러넣은 이득으로 물량을 전환하는 오영종과
셔틀 훼이크를 기가 막히게 사용하면서도 박지호의 물량을 뿜어내는 김택용, 도무지 무얼 할지 모르는 타이밍과 물량으로 상대를 밀어붙이는 이성은...
거기에 더블하는 테란에 가장 자신있다는 김원기까지...

'하나빼기'형 게이머들의 등장은 '낭만시대'를 추억하면서도... 여전히 스타리그를 보게 만드는 변수의 시작으로 여겨진다...
'스타일'이 없는 듯 하면서도 살아있는 플레이가 계속해서 나오기에...

어느곳에서인가 다시 주훈 감독의 '가위, 바위, 보'론을 듣는다면 한번쯤 물어보고 싶다...
'가위'가 '바위'을 가르고... '바위'가 '보'를 찢고... '보'가 '가위'를 부수는 시대에 대한 감독님의 느낌들을...
그리고 '하나빼기'까지 갔다고 느껴지는 게임이 이제 다시 어디까지 갈 것인지를...

* 매우 주관적인 글이라... ^^ 도대체 왜 XX선수가 '가위'에요... 등등의 질문에 대한 합리적인 답은 없을듯 합니다... 다만 최근 제가 느끼는 게임에 대한 감정들일뿐이라서요...
**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여전히 '낭만시대'를 추억하며 살 것 같습니다... '하나빼기'를 통해 '바위'를 낸 선수를 이기는 '가위'를 아직도 응원하기 때문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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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9/17 21:51
수정 아이콘
하하 정말 적절한 비유같네요 ^^;;
EpikHigh-Kebee
06/09/17 21:53
수정 아이콘
제 스타 아이디와 똑같으시네요^^ abrasax 맞죠? 헤르만 해세가 얘기한.. 글과 관련없어서 죄송해요
그래서그대는
06/09/17 22:15
수정 아이콘
정말 적절한 비유입니다 하나 더하기 선수는 안나오나요?
체념토스
06/09/17 23:23
수정 아이콘
잘봤습니다^^ 좋네요!
Peppermint
06/09/18 18:12
수정 아이콘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공감이 많이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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